행복을 가난으로 살 수 있나요 / 없는 사람은 아파서도 안 돼요 / 돈도 실력이다 아찔한 그 한마디에 / 떳떳한 꿈이 바랜 하루가 가네 (「21세기 히어로는 어디에」)
“돈도 실력이야.” 지난해 국정농단 사태를 우롱하는 듯한 말이 사람들에게 분노와 패배감을 동시에 안겨주었다. 실력주의의 허상과 국가 불신, 평등 가치의 위협 등 사회의 근간을 흔드는 '그 한 마디'. 2집
상처를 보듬어주고 밝은 미래를 기약하던 데뷔 10년 차 4인조 혼성 밴드 디어 클라우드가 2013년 두 번째 EP
음반 전반에 자조적인 분위기가 깔려있기는 하지만 밴드는 여전히 밝은 미래를 기약하고, 희망의 끈을 놓지 않는다. 극도의 절망 속에서 기적은 오지 않는다며 체념과 회의를 거듭하는 「Runaway」 조차 구원자를 갈구하는 모순적인 염원이 상승하는 곡조에 맞춰 올라가는 나인의 목소리에 담겨있고, 어둡고 침전하는 감성을 드러내기 위해 한 음 한 음 라디오헤드 풍으로 건드리는 기타리스트 용린의 우울한 연주 대신 화려한 현악 오케스트레이션이 외피를 감싸며 가사 속에 숨겨둔 희망의 단초를 제시한다. 그리고 그 구원이자 희망은 바로 나, 자신이다.
'그걸로 이미 충분해 / 그 말이 네겐 필요해 / 그대로 네가 되어줘' (「Wallflowers」)
「21세기 히어로는 어디에」, 「Runaway」, 「Wallflowers」, 「네 곁에 있어」로 이어지는 하나의 서사는 우리네 삶과 똑 닮았다. 끝없이 바위를 굴리는 그리스 신화의 시시포스처럼 어떠한 부조리에도 삶을 지속해야 하는 운명에 대한 통찰. 그렇다면 거대한 돌을 여럿이서 나눠 굴린다면 어떻게 될까. 디어 클라우드는 적극적인 연대를 주창한다. 숨을 천천히 고르고, 낮게 읊조리는 나인과 잔잔한 피아노 도입부가 이소라의 「바람이 분다」와 유사하면서도, '어둠 속에서도 손잡아준' 그대를 믿고 일어서겠다는 'My dear'의 함의는 희망, 즉 「Shining bright」다. 당신에게 받은 구원으로 인해 나는 다른 누군가의 구원이 되고, 결속은 연쇄적으로 일어난다.
가사는 진일보했으나 사운드는 아쉽다. 2011년 3집
이제 옛날의 디어 클라우드는 없음을 인정해야 한다. 밴드는 더 크고, 구체적이면서 동시에 보편적인 메시지를 전하기 위해 옷을 바꿔 입었다. 「미안해」와 같은 대중 친화적인 발라드를 부르고, (시대의 흐름과는 반대될지도 모른다고 했지만) 뉴웨이브와 포스트 록으로 회귀하는 인디 신의 흐름을 반영해 날카로웠던 록 사운드가 자취를 감추어 한층 부드러운 선율이 흐른다. 모두를 포용하겠다는 의지의 표명이다. 그럼에도 이들이 여전히 '디어 클라우드'인 이유는 바로 가사다. 데뷔작
정연경(digikid84@naver.com)
이즘
이즘(www.izm.co.kr)은 음악 평론가 임진모를 주축으로 운영되는 대중음악 웹진이다. 2001년 8월에 오픈한 이래로 매주 가요, 팝, 영화음악에 대한 리뷰를 게재해 오고 있다. 초기에는 한국의 ‘올뮤직가이드’를 목표로 데이터베이스 구축에 힘썼으나 지금은 인터뷰와 리뷰 중심의 웹진에 비중을 두고 있다. 풍부한 자료가 구비된 음악 라이브러리와 필자 개개인의 관점이 살아 있는 비평 사이트를 동시에 추구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