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후를 찾아 떠난 카피라이터 ‘박솔미’의 이야기
생활에서 영감을 받습니다. 카피든 책이든 결국, 사람이 사람에게 전하는 말이라고 생각해요. 길이가 다를 뿐이지요. 그러니 사람이 사는 모습들을 잘 들여다보려고 합니다.
글ㆍ사진 출판사 제공
2017.10.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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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간을 관찰하는 카피라이터 박솔미. 그녀는 시간이 가진 성격과 분위기를 끊임없이 관찰한다. 봄이 가진 보드라움과 9월이 가진 청명함, 31일이 가진 어수선함과 월요일이 가진 피로함, 그리고 오후 4시가 주는 시장기까지. 시간이 가진 질감을 들여다보는 것을 즐기는 카피라이터 박솔미는 『오후를 찾아요』를 통해 그리운 시간에 대해 이야기한다. 그녀가 가장 그리워하는 시간은 바로 ‘오후’다. 그녀에게 오후는 생각을 정돈할 수 있는 여유를 느끼게 해주는 소중한 시간이다. 그녀는 자신에게서 사라져버린 애틋한 시간, 오후를 찾아 나서기로 했다. 멀리 떠나서야 만날 수 있는 오후들. 카피라이터 박솔미가 이국의 오후에서 천천히 써내려 간 생각들을 이 책에 고스란히 담았다. 나를 발견하고, 나를 이해하고, 나를 좋아하게 되길 바라는 마음을 담은 이 책은 빨리빨리를 입에 달고 사는 우리들에게 따사로운 햇살 한 줄기를 즐길 줄 아는 오후의 맛을 선물한다.


나이가 들수록, 오후가 영영 사라져버린 것 같았다


시간을 관찰하는 것을 좋아한다는 말이 인상적이었습니다. 작가님에게 아침, 점심, 오후, 저녁이라는 시간은 어떤 시간인가요?

 

아침은 준비하는 시간입니다. 여기 저기 외출하는 날은 물론, 종일 집에 있는 날도 ‘준비’가 필요하다고 생각해요. 간단한 토스트와 커피를 먹고, 날씨와 공기를 체크하고, 입을 옷을 꺼내는 것. 머리를 감을지, 귀찮으니까 그냥 포니테일로 묶을지 결정하는 것. 그런 소소한 아침의 행동들이 바로, 준비라면 준비지요.

 

점심은 몰두하는 시간입니다. 엄마로서, 작가로서, 카피라이터로서, 또는 그냥 저로서의 역할에 충실하려고 합니다. 힘들어 죽겠는 날도, 신나서 엉덩이가 들썩이는 날도 있어요. 힘들 때는 그 피로감에 몰두하고, 신날 때는 그 흥겨움에 집중합니다. 해야 할 일들을 다 놓아버리고 싶은 날도 있습니다. 그럴 때면, 그런 반항아 같은 마음에 몰두합니다.

 

오후는 생각하는 시간입니다. 예전에 오후는 그냥 날려버리는 시간이었어요. 찌꺼기처럼 남아 있는 잔업들을 하다 보면 후루룩 지나가버리던 시간이었죠. 하지만 이 책을구상하면서 달라졌습니다. 오후는 저에게 소중한 시간이 되었습니다. 2시, 3시, 4시, 5시가 지나가는 것을 똑바로 의식합니다. 그 시간을 꼭꼭 씹어 소화시키려고 해요. 짧은 시간이라도 나의 마음에 집중하고, 주변의 상황을 자세히 관찰합니다. 그렇게 보고 듣고 느낀 것을 생각으로 만듭니다. 그리고 그 생각들을 글로 변환시키려고 노력합니다. 아주 짧은 한 줄이라도요. 물론, 마음처럼 안되는 날이 더 많습니다.

 

저녁은 애틋한 시간입니다. 해질 무렵이면, 아기와 함께 하루 한 바퀴를 무사히 돌았다는 안도감 같은 것이 맴돌아요. 가족과 함께하는 저녁은 참 애틋하죠. 하지만 이제 곧 다시 직장으로 복귀를 하려고 해요. 퇴근이 생각보다 늦어지거나, 너무 지쳐버린 몸과 마음으로 현관문을 열게 되거나 … 변화가 있을 것 같아요. 무섭기도 하고, 불쑥 용기가 불쑥 나기도 합니다. 전장에 나가는 용사처럼요. 하지만 아쉬워요. 노동이라는 가치로운 일을 하는 사람들이 저녁 시간 앞에서 이렇게 용기를 내야 한다는 것. 아무리 생각해도, 옳지 않아요.

 

많은 시간들 중 ‘오후’라는 시간을 선택하여 글을 쓰신 이유가 궁금합니다.

 

오후가 사라져버렸기 때문입니다. 나이가 들수록, 오후가 영영 사라져버린 것 같았습니다. 아침에 등교를 하고, 점심을 먹고, 문제집을 풀고. 그러다 정신을 차려보면 저녁이 되었습니다. 대학생이 되어도 똑같았어요. 수업을 듣고, 동아리에, 알바까지… 그러다 보면 밤이 되었습니다. 회사에서도 마찬가지입니다. 출근하고, 회의에, 자료 작성에 … 그러다 보면 퇴근시간이었어요. 혹은 야근 중이었죠.


친구들과 운동장에서 놀고, 컵떡볶이를 사 먹고, 열댓 개의 진실게임을 하던 오후. 그러고도 시간이 충분히 남아 만화책도 읽고, 병원놀이도 하던 오후. 오후는 참 좋은 시간이었는데, 도대체 어디로 사라져 버린 것인지. 어른이 되고부터는 늘 오후가 궁금했습니다.

 

그 오후를 만날 수 있었던 건 바로, 여행을 떠나서였어요. 모든 역할을 다 내려놓고, 멀리 여행을 떠날 때면 오후를 누릴 수 있었습니다. 2시, 3시, 4시, 5시… 그제서야 오후의 시간이 제 속도로 지나갔어요. 천천히 걸으면서, 생각을 정리하고, 다짐이나 결정을 하고, 다시 떠올리며 그리워하고, 또는 아예 잊기로 맹세하고. 그렇게 천천히 나의 마음을 돌볼 수 있는 여유가 거기에 있더라고요. 그래서 ‘오후’와 ‘여행’에 대한 글을 쓰고 싶었습니다. 정확히는, 여행을 떠나 되찾게 된 오후. 그 오후에 한 ‘생각’들에 대한 글을요.


작가님에게 여행은 어떤 의미인가요?

 

생각하는 시간입니다. 너무 바빠서, 머릿속에 마구 쑤셔 놓았던 생각들을 다시 꺼내보는 시간. 그것을 다시 차곡차곡 개어 두는 시간. 그리고는 머릿속 가까운 곳에 정돈해두는 시간입니다. 빨랫감을 걷어다가, 흰 수건, 발수건, 손수건, 행주 이렇게 구분해서 선반 위에 올려 놓는 것처럼요.

 

작가님께서 가 보셨던 여행지 중에서 어느 나라가 가장 인상에 남으셨는지 궁금합니다.

 

일본의 작은 시골, 시라카와고를 좋아합니다. 책에도 자세히 써두었어요. 정말로 좋아하거든요. 겨울이면 눈이 어른 키만큼 쌓이는 산골마을이에요. 볏짚 지붕을 한 집이 서른 채 정도 모여 있죠. 3년 전, 그 옛집에서 하룻밤 묵고 돌아온 여행을 최고로 꼽습니다. 조용히 눈이 내리던, 시골의 하얀 밤을 잊을 수가 없습니다.

 

한 줄의 문장으로 소비자를 사로잡아야 하는 카피라이터로서의 이야기도 궁금합니다. 작가님은 대체로 어디에서 영감을 받고, 그 영감을 어떻게 글로 풀어내시는지요?

 

생활에서 영감을 받습니다. 카피든 책이든 결국, 사람이 사람에게 전하는 말이라고 생각해요. 길이가 다를 뿐이지요. 그러니 사람이 사는 모습들을 잘 들여다보려고 합니다. 거기에 카피가 있고, 아이디어가 있고, 글이 있다고 믿습니다.  세상에서 가장 가까이 들여다볼 수 있는 사람은 바로, 저 자신이겠죠. 그래서 일상의 생활을 돌아보고, 그때의 마음을 유심히 관찰하려고 합니다.

 

첫 책을 쓰시면서 카피를 쓸 때와 무엇이 같고, 무엇이 달랐는지요. 첫 책을 쓰시면서 어려운 점은 없으셨나요?


오히려 좋았습니다. 하고 싶은 말을 실컷 할 수 있었기 때문이죠. 카피를 쓸 때는 15초 혹은 30초라는 시간의 제약이 있어요. 모델이 대사를 할 호흡을 생각하면, 사실 주어진 시간은 7초 정도라고 보면 됩니다. 게다가 ‘반드시 들어가야할 제품 정보’ 같은 것을 고려하면, 시간은 더 짧아지죠. 그래서 책을 쓰는 내내 아주 즐거웠습니다. 내가 하고 싶은 말을, 내가 하고 싶은 대로, 내가 하고 싶은 만큼 할 수 있어서요.

 

누군가 오케이를 해주지 않는다는 점이 어려웠어요. 광고 카피는 늘 누군가에게 검토를 받습니다. 동료, 팀장, 본부장, 그리고 광고주에게 끊임없이 보여주고, 또 끊임없이 고쳐 쓰죠. 하지만 책을 쓸 때는, 그 누구도 저에게 뭐라고 하지 않았습니다. 아주 자유로웠어요. 근데 그게 쉽지 않더라고요. 제 자신에게 오케이 받는 것이 그렇게 어려운 일인 줄 몰랐습니다. 오늘은 아주 좋았던 글이, 내일이면 창피했어요. 어제는 완벽했던 글이, 오늘 보니 오타투성이었어요. 광고 카피를 쓸 때보다 더 많이 다시 보고, 더 많이 고쳐 썼던 것 같습니다.

 

『오후를 찾아요』는 여행지를 소개하는 여행기라기보다는 작가님의 삶의 방식이 오롯이 담겨 있는 산문집에 더 가까운 것 같아요. 이 책의 시작이 딸에게 전해주고 싶은 글이어서 그런 걸까요? 작가님께서 이 책에 어떤 마음을 담고 싶었는지 궁금합니다.

 

저는 딸아이를 참 좋아해요. 그래서 무엇인가를 물려주고 싶었습니다. 무릇 부모가 자식에게 물려줄 수 있는 것은 많아요. 돈, 땅, 집, 명예… 하지만 그것들이 과연 내가 ‘정말로’ 물려 주고 싶은 것인지를 생각해보았습니다. 아니었어요. 제가 40대가 되고, 50대가 되어 세상과 이치를 잘 알게 되면 생각이 바뀔지도 모르겠습니다. 하지만, 아직은 젊은 엄마인 제가 딸에게 물려주고 싶은 것은 ‘생각’이었어요. 그 생각을 변질되지 않게 잘 담아 둘 수 있는 그릇은 ‘글’이었고요.

 

이 책은, 제 딸에게 알려주고 싶은 인생의 여러가지 팁을 하나로 엮은 것이에요. 여행을 떠나서야, 비로소 오후를 누릴 수 있게 되었다고 말씀드렸지요. 그 오후에 정리해두었던 생각들을 딸에게 물려주려고 합니다. 감히 성경같은 책은 꿈꿀 수 없겠지만요. 낮은 선반에 꽂아두는 레시피 북처럼, 피아노에 늘 펼쳐져 있는 연주곡집처럼. 딸의 인생 한 켠에 오래 놓여있다가, 어느 절묘한 순간에 도움이 되는 책. 그것이 이 책의 목적이자, 저의 마음입니다. 


 

 

오후를 찾아요박솔미 저 | 빌리버튼
“어른이 된 후로 나는 ‘오후’라는 시간을 잊고 지냈다” 멀리 떠나서 비로소 마주하게 된 사라진 나의 오후들 이국의 오후에서 천천히 써내려간 생각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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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판사에서 제공한 자료로 작성한 기사입니다. <채널예스>에만 보내주시는 자료를 토대로 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