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영성 “아이와 함께 시를 낭독하세요”
아이가 긍정적 마음이 있는 상태에서 공부나 독서를 하게 되면, 나중에도 스스로 할 확률이 높아요. 반대로 부정적 감정이 쌓이면 외부적 조건이 없을 때 스스로 할 확률이 떨어집니다. 그만큼 아이가 어떤 마음 상태에서 독서를 하느냐가 매우 중요해요. 그런데 많은 부모들이 자신은 책을 읽지 않으면서 아이에게는 독서를 하라고 말하고 있어요. 부모가 모범을 보이지 못하고 있기 때문에 아이는 독서가 중요한 삶의 양식이라는 걸 느끼기 쉽지 않죠.
글ㆍ사진 임나리
2017.08.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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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서 교육의 핵심은 부모가 독서하는 것

 

지난 10일, ‘예스24 여름방학 특강’이 시작됐다. 올해로 14회를 맞은 ‘예스24 어린이 독후감 대회’의 일환으로 마련된 이번 특강은 어린이를 위한 세 번의 강연으로 구성되어 9월 2일까지 진행된다. ‘삶을 바꾸는 아이들의 독서’라는 주제로 열린 첫 번째 강연은 『우리아이 낭독혁명』의 고영성 작가와 함께했다. 독서 전문가이자 사회과학/인문 전문 작가로서 『어떻게 읽을 것인가』, 『부모공부』, 『완벽한 공부법』 등을 집필한 그는 이번 강연을 통해 ‘독서 교육법’, ‘독서에서 가장 중요한 것’, ‘인공지능 시대, 우리 아이들이 갖춰야 할 능력’ 등을 설명했다.

 

“자녀의 독서량, 독서력은 부모의 독서량, 독서력과 매우 밀접한 상관관계가 있다. 독서 교육의 핵심은 부모님이 독서를 하는 것”이라고 말하며 작가는 통계 자료를 하나 보여줬다. 그가 제시한 ‘문화체육관광부 2015년 국민 독서실태 조사’에 따르면, 초등학생의 연간 독서량은 78.4권에 이르지만 이후 점차 감소하여 20세 무렵에는 15권 이하로 떨어진다. 19~29세가 1년 동안 읽는 책은 13.5권, 30~39세의 경우 12.5권에 불과하다. 40세 이상의 독서량은 더 적은 것이 현실이다.

 

“부모는 독서를 하지 않으면서 아이들에게는 책을 많이 읽게 한다는 거죠. 아이가 긍정적 마음이 있는 상태에서 공부나 독서를 하게 되면, 나중에도 스스로 할 확률이 높아요. 반대로 부정적 감정이 쌓이면 외부적 조건이 없을 때 스스로 할 확률이 떨어집니다. 이게 ‘감정 기반 학습’인데요. 그만큼 아이가 어떤 마음 상태에서 독서를 하느냐가 매우 중요해요. 그런데 많은 부모들이 자신은 책을 읽지 않으면서 아이에게는 독서를 하라고 말하고 있어요. 부모가 모범을 보이지 못하고 있기 때문에 아이는 독서가 중요한 삶의 양식이라는 걸 느끼기 쉽지 않죠. 독서의 즐거움을 느끼거나 독서 습관을 가지기도 어렵고요.”

 

‘우리 아이가 어떤 직업을 가져야 할까요?’ 많은 부모들이 고영성 작가에게 묻는다. 그러나 인공지능 기술이 기하급수적으로 발달하고 있는 4차 산업혁명 시대에 직업의 미래를 예측하기란 쉽지 않다. 그렇기에 작가는 ‘인공지능 시대에 우리 아이가 갖춰야 할 능력은 무엇인지’ 생각하는 것이 필요하다고 말한다.

 

“학습능력, 창의성, 친 AI, 공감능력을 갖추면 변화하는 흐름 속에서도 잘 적응하고 대응할 수 있는 아이가 되지 않을까 싶습니다. 무언가를 아는 것은 굉장히 중요하지만, 그 중요도는 점점 떨어지고 있어요. 이미 알고 있는 지식보다 ‘새로운 정보를 빨리 알고자 하는 능력’ 자체가 더 중요한 거예요. 학습능력이 훨씬 더 중요해진 거죠. 그래서 우리 아이들에게 ‘문해력’이 필요해요. 글을 읽고 이해하고 평가하고 적용할 수 있는 능력, 즉 문해력이 높은 사람일수록 학습능력이 높을 수밖에 없거든요. 지식의 95% 이상은 텍스트이고, 학습을 한다는 건 글을 읽는 거니까요.”

 

아이의 창의력을 키워주기 위해서는 부모 또한 열린 사고를 할 수 있어야 한다. 그리고 AI를 비롯한 기술을 받아들이는 데 있어서도 개방적인 마음을 가질 때 아이에게 ‘친 AI’ 성향을 키워줄 수 있다. 우리 아이들은 ‘어떤 직업을 선택하든지 자신의 분야에 AI 기술을 접목시켜야 하는’ 시대에 살게 될 것이기 때문이다.

 

“공감능력을 높일 수 있는 방법은 세 가지예요. 첫 번째는 어렸을 때부터 부모에게 공감을 받아야 하고요. 두 번째로는 다양한 사람과 만나는 경험이 필요합니다. 세 번째는 문학, 소설을 많이 읽는 거예요. 소설 속에는 인물들 사이의 다양한 갈등이 있잖아요. 마음의 충돌이 일어나는 거죠. 아이들은 소설에 심취하면서 각 인물에 감정이입을 하게 돼요. 그러면서 사람들 사이의 관계에 대해서 간접 경험하게 되고, 마음 이론이 성장하게 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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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서가 밥 먹여줍니다!


고영성 작가는 철학적, 생존적, 금전적 측면에서 독서가 유익하다고 이야기했다. 독서를 통한 간접경험으로 삶을 풍부하게 만들 수 있을 뿐 아니라 “독서가 밥 먹여준다”는 것이다. 그는 ‘독서량과 수능점수’, ‘독서량과 소득’의 상관관계를 조사한 자료를 근거로 제시했다.

 

“(한국직업능력개발원에서) 중고등학생 4천명을 연구 조사했습니다. 고등학교 내내 책을 한 권도 읽지 않은 아이와 11권 이상 읽은 아이는 수능 언어의 표준점수가 약 20점 차이가 났어요. 물론 책을 많이 읽지 않았는데 수능점수가 높을 수도 있어요. 그런데 모든 시험은 다 텍스트잖아요. 문해력이라는 체력이 높은 아이가 점수가 높을 수밖에 없어요. 문해력이 높으면 글을 이해하고 평가하는 능력이 좋으니까요. 직업에는 귀천이 없지만, 통계를 내기 위해서 연봉 별로 순위를 매겨보면, 책을 많이 읽은 아이들이 높은 연봉의 직장에 다니는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그래서 ‘독서는 밥 먹여준다’고 말할 수 있는 거죠.”

 

강연은 ‘독서 교육법’에 대한 설명으로 이어졌다. 작가는 “독서 교육을 할 때 첫 번째로 해야 할 일은 환경설정”이라고 말하며 “거실에서 TV를 없애야 한다”고 조언했다. TV 대신 책으로 거실을 채워, 집에 들어왔을 때 도서관 같은 분위기가 느껴지도록 해야 한다는 것. 그는 “TV를 없앨 수 없다면 최소한 안방으로 옮겨놓아야” 한다고 말하며 “아이들에게는 우리가 생각하는 것보다 훨씬 더 환경이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아울러 스마트폰 사용에 관해 이야기하며 “아이들에게 영상이 꼭 나쁜 건 아니다. 다큐멘터리나 교육적인 영상을 함께 보는 건 나쁘지 않다. 하지만 만 2세 이상일 경우 해당되는 이야기”라고 설명했다. 만 2세 이하에게 영상을 많이 보여주면 언어 발달이 늦어질 수 있기 때문이라고. 고영성 작가는 “웬만하면 만 2세 이하에게는 영상을 보여주지 않는 게 좋다. 하루 한 시간 정도는 크게 상관없다. 3~4시간씩 보여줄 때 문제가 되는 것”이라고 덧붙였다. 그리고 “스마트폰을 보는 순간 일시적으로 인지능력이 떨어진다”며 “독서 후에 영상을 시청해야 한다. 영상을 보고 나서 독서를 하면 효율이 떨어진다”고 조언했다.

 

“우리 나이로 6세 이하의 아이들을 ‘예비 독서가’라고 해요. 스티븐 핑커가 말하길 “소리에 관한 한 아이들은 선이 이미 연결된 상태이다. 문자는 조심스럽게 추가 조립해야 하는 액세서리다”라고 했는데, 굉장히 중요한 말입니다. 이 시기의 아이들은 듣는 데는 천재이지만 읽는 데는 바보라고 할 수 있어요. 그러니까 조기 한글 교육을 할 필요가 없는 거죠. 그게 더 비효율적입니다. 한글을 많이 알려주기보다 책을 읽어주는 게 훨씬 좋아요. 일찍 책을 읽어주는 게 중요하지만, 억지로 하지는 마세요. 독서에 긍정적인 감정을 갖게 해주는 게 중요해요.”

 

이 날 강연에서는 ‘연령별 독서 교육법’에 대한 정보도 얻을 수 있었다. 만 나이가 아닌 우리 나이를 기준으로 6세 이하는 부모가 책을 읽어주는 게 효율적이다. 7~8세 무렵에는 문자 교육을 시작하는 것이 가능하다. 물론 개인차가 있지만, 7세부터 문자를 인지하고 소화할 수 있는 뇌 발달 단계에 들어가게 되는 까닭이다. 이 시기의 아이들을 일컬어 작가는 ‘초보 독서가’라 명명했다.

 

“7~8세 시기에 아이들이 유치원이나 학교에서 한글 교육을 받기 시작하는데요. 여기에 더해서 한글 교육을 하실 필요는 없어요. 만약 유치원, 학교에서 알려주지 않는다면 가르쳐주실 필요가 있겠죠. 하지만 아이가 교육기관에서 한글을 배운다면 그것만 따라가게 해주시면 됩니다. 중요한 건, 이 시기에 책 읽어주는 걸 멈추시면 안 된다는 거예요. 여전히 책을 읽어주셔야 하고, 읽어주시는 책의 레벨을 높이는 방법을 고민하셔야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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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와 함께 시를 낭독하세요


‘해독하는 독서가’라 불리는 8~11세 아이들에게 중요한 것은 “음성 언어와 문자 언어를 매칭시키는 것”이다. 고영성 작가에 따르면 “문자와 소리를 빨리 매칭시키는 아이가 나중에 독서를 잘할 수 있다”고 한다.

 

“문자와 소리를 빨리 매칭시키려면 자신이 발음하는 걸 귀로 잘 들어야 해요. 그렇기 때문에 이 시기에는 묵독이 아니라 낭독을 많이 해야 돼요. 묵독을 하기 시작하면 계속 잘못된 음가로 글을 보게 되거든요. 나중에 발음을 고치기는 하겠지만 그 과정이 늦어지죠. 그리고 낭독을 통해서 문자와 소리를 빨리 매칭한 아이일수록 묵독도 더 잘 하게 됩니다. 그래서 이때는 낭독을 많이 시키는 게 좋습니다.”

 

아이와 함께 책을 낭독하는 방법 중 하나로 고영성 작가가 제시한 것은 ‘시 낭독’이다. 짧은 한국시를 골라 일주일에 한 작품씩 아이와 함께 낭독하는 것을 권한다.

 

“독서를 별로 좋아하지 않는 아이에게도 문턱을 낮춰서 (독서에) 진입시킬 수 있는 가장 좋은 방법이 ‘짧은 시’를 낭독하게 하는 거예요. 시를 읽으면서 잘못된 음가를 교정해 줄 수 있고, 하나의 시를 일주일 동안 반복해서 낭독하면 자연스럽게 올바른 음가를 터득하게 돼요. 소리와 글자를 빨리 매칭시킬 수 있는 거죠. 그리고 시는 은유 덩어리잖아요. 시를 통해서 (단어의) 사전 의미 너머를 볼 수 있는 거예요. 은유를 많이 접하고, 많이 구사하려고 노력하는 사람일수록 생각의 깊이가 깊어질 수밖에 없죠.”

 

11세 이상의 아이에게는 책 읽기를 ‘경험하게’ 해주는 일이 중요하다. 아이가 읽은 책과 호기심이 연결될 수 있도록 하는 것인데, 책을 읽은 후에 실제로 해볼 수 있는 일들을 경험하게 도와주는 것이 좋다.

 

강연을 마무리하며 고영성 작가는 ‘지금 우리 아이들이 행복한지’ 물었다. 지나친 학업 부담으로 행복도가 낮은 우리 아이들의 현실을 지적한 것이다.

 

“지금 이 아이가 행복한가’를 한 번 생각하는 것만으로도 우리가 아이에게 하는 말, 행동, 생각이 조금씩 달라질 수 있지 않을까 생각합니다. 하루 한 번이라도 ‘아이가 행복한가’ 하고 자문하면서 양육하고 교육하게 된다면, 아이도 행복하고 부모도 행복한 가정이 되지 않을까 싶습니다.”


 

 

우리아이 낭독혁명 고영성, 김선 공저 | 스마트북스
『우리아이 낭독혁명』은 우리 아이들의 독서교육 및 학습전략에 새로운 길을 제시하는 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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