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누구와 함께 살아가느냐’는 건 무척 중요한 문제다. 함께 살다 보면 사소한 것까지 시시콜콜 서로를 잘 알게 될뿐더러 시간을 함께 공유하면서 서로의 삶에 영향을 미친다. 피를 나눈 가족이 아니라 할지라도 한 집에서 함께 살면서 끼니를 같이 하는, 그야말로 ‘식구(食口)’이기 때문이다. 『고양이 그림일기』에는 하악질을 숨 쉬듯 하는 까칠한 고양이 장군이와 길고양이만 보면 싸우는 주제에 외로움을 타는 흰둥이, 그리고 두 고양이 식구와 함께 살아가는 힘없는 인간이 등장한다. 서로 다른 개체지만 함께 살아가는 것만으로 서로가 서로에게 소중한 삶의 의미가 되는 그들의 모습이 오롯이 담겨 있다. 그렇다. 이것은 ‘가족’ 이야기다.
장군이는 집고양이로 어릴 적부터 함께 살았고, 흰둥이는 장군이 집을 영역 중 하나로 둔 길고양이였다가 유야무야 마당에 정착한 고양이다. 두 고양이는 출생도 성향도 전혀 다른, 만날 수 없는 평행선 같은 관계였지만 이따금씩 함께 밤 외출을 한다고. 일어나자마자 고양이들의 갖은 재촉에 시달리는 인간은 고양이 밥이 배달된 날에는 캔을 줄 맞춰 정리하는 작은 기쁨을 누리고, 장군이가 팔베개를 하고 잘 때면 너무 귀여워서 팔이 저리는 것도 꾹 참고 꼼짝 않고 장군이 얼굴을 바라본다. 멍 때리는 시간에 고양이를 쓰다듬고 있으면 가끔 눈물이 나려고 해서 참기도 하고 그냥 울기도 한단다. 우리는 대개 이런 모습을 ‘행복’이라고 부른다. 서로의 삶을 존중하며 함께 살아가는 이들의 잔잔하고 소소한 일상과 행복을 읽는 것만으로도 나도 모르게 흐뭇한 미소를 짓게 된다.
행복하기만 하면 좋겠지만 (우리네 인생이 그렇듯) 만남이 있으면 이별도 있는 법. 예기치 못한 사고로 장군이를 먼저 떠나 보낸 후 인간과 흰둥이가 서로 배려하면서 슬픔을 극복해가는 모습은 찡한 감동을 전한다. 고양이를 기르는 동료들은 모두 눈물을 훔쳤다고. “장군이가 간 이후 더 나은 인간이 될지도 모른다는 슬픈 예감”이 무엇인지 조금은 알 것 같다. 장군이와 함께 지낸 시간 덕분에 장군이가 없는 지금을 살아갈 수 있는 것이다. 장군이 덕분에 지금의 ‘인간’이 있기 때문이다.
반려동물과 함께 살아본 적이 없어서 책 속에 그득 담긴 ‘행복’의 의미를 알지 못했는데 작년 3월 처음으로 강아지 가족 ‘토니’를 맞아 함께 지내면서 날마다 새로운 ‘행복’을 누리고 있다. 손을 대는 것조차 조심스러웠던 아기 강아지가 이젠 “대방동에서 가장 예쁜 강아지”로 자랐다.(모든 강아지를 확인해보진 않았지만 가정의 평화를 위해 토니는 물론, 모두 그렇다고 믿고 있다) 퇴근 후 집에 가면 사람 가족보다도 반갑게 맞아주는 토니를 볼 때마다 행복을 느낀다. 매일 밤 산책할 시간이라고 재촉하는 녀석 덕분에 몸은 조금 힘들지만 토니가 주는 행복과 기쁨에 비할 수 있으랴. 오늘 밤에도 사람들에게 예쁨 받길 좋아하는 토니와 함께 대방동 산책에 나설 게다. 혹 대방동에서 토니와 마주치면 예쁘다고 말 한마디 정도는 건네 주시길.
김도훈(문학 MD)
고성방가를 즐기는 딴따라 인생. 모든 차별과 폭력에 반대하며, 누구나 ‘사람답게’ 살아갈 수 있는 세상을 꿈꾼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