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정 : 똑똑! 안녕하세요
지혜 : 오랜만입니다. 곧 7월이라니, 충격입니다.
의정 : 헉, 2017년 절반 가까이 간 거네요?
지혜 : 쫌 대박! ㅠ.ㅜ 밀레니엄 2000년대 온다고 TV에 폭죽 터지는 화면을 본 게 생생하거늘, 이제 곧 2020년이 되는 거잖아요. 영화에서만 보던 숫자! 이러다 정말 100살까지 살까 봐 걱정입니다.
의정 : 100살까지 살 것 같아요. 정말 사고가 나거나 하지 않으면 다들 오래 사는 세상이니까요.
지혜 : 아 이런. 100살까지 살고 싶진 않은데. 제가 비관론자는 아닙니다만 오래 살고 싶진 않거든요. 적당히 건강할 때까지만. 근데 제 지금 체력 상태를 보면, 70살 때까지 그럭저럭 건강할 자신이 없는데 말이죠.
의정 : 건강이 제일 중요합니다 지혜 님. 그래서 오늘 책은 무엇인가요?
지혜 : 일부러 이런 책을 고른 것 또한 아닙니다만! 인간의 수명과 관계가 있는 책이네요 에이도스 출판사에서 근래 나온 『여성의 진화』 입니다.
의정 : 오, 표지가 멋있네요. 'Ancient bodies, modern lives' i마다 여성의 생애주기별 모습을 넣다니, 디자인 아이디어 가산점 드립니다. 이번에 제가 고른 책 『다시, 연습이다』도 표지 이야기를 하고 싶었는데요. 원서 표지가 인상 깊어서 지혜 님에게 보여드리면 어떨까 하고 찾아왔어요. 원서는 이렇게 생겼습니다.
『Practicing』, Glenn Kurts, Vintage Books USA
지혜 : 와우! 예쁜데요. 확실히 외국 책 같습니다. 저는 한국판 『다시, 연습이다』도 좋은 것 같아요. 군더더기 없어서요. 근데 기타 이야기인가 봐요?
의정 : 딩동댕 정답~! 정확히는 기타를 연습하는 내용이지만, 기타의 역사와 기타 연주자들 등등 다 다루고 있어요.
지혜 : 가만 보니, 의정 님이 음악에 관심이 많으신 것 같아요.
의정 : ㅎㅎ 근데 음악 듣는 게 엄청 즐겁다거나 하진 않습니다;; 연주를 잘하고 싶다는 생각은 항상 들어요. 지혜 님은 어떠세요? 악기를 연주해 본 적이 있나요?
지혜 : 어릴 때 피아노 선생님이 제 손가락 길이를 보시더니, “너 좀 앞으로 지켜보겠어”했으나, 그냥 뭐 그랬어요. 그나마 예체능 쪽에서는 '미술'이 나은데요. 화가에 대한 로망이 있고 드로잉을 항상 잘하고 싶으며, 캐리커처를 잘 그리고 싶어요. 투잡으로 뚝섬유원지에 가서 캐리커처로 돈 벌고 싶어요. ㅎㅎ
의정 : 알고 보니 <채널예스>는 예술가들의 집단?! 하지만 저희는 연습을 하지 않죠. 연습할 시간도 없고요. 특히 지혜 님은 퇴근하셔도 육아의 험난한 길이…
지혜 : ㅋㅋ 넴. 그나저나 제가 『여성의 진화』 권유 지수 얼마 줬는지 아셔요?
의정 : 보자보자.... 어맛, 97점이네요?
지혜 : 굉장하지 않습니까? 서문을 보자마자, 형광펜을 들었어요. 으하하. 이거 물건인데? 이거 좀 북 섹션 TOP인데? 못 읽었으면 어쩔 뻔했어? 뭐 이런. ㅎㄷㄷ
의정 : 어쩐지 서문을 소개하기 위한 밑밥 같은데요. ㅋㅋ 형광펜만 칠하지 말고 좀 알려주세요.
지혜 : 밑밥 아닌데. ㅎㅎ 저자 ‘웬다 트레바탄’은 생물인류학자예요. 번역은 정신건강의학과 의사인 박한선 님이 해주셨고요. 서문에 앞서, '옮긴이의 말'을 소개하고 싶은데요. 번역자님이 2016년 여름, 호주에서 연구년을 보내던 중 '문화와 건강, 의학'이라는 주제를 공부하다 이 책을 발견했대요. 의무감에 읽기 시작했는데 막상 읽다 보니, 너무 재밌어서 번역을 하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그래서 무작정 출판사로 전화를 걸어 나온 책이 바로 『여성의 진화』! 따단! 가끔 이렇게 번역자가 제안해서 나오는 책들을 볼 때, 호기심이 갑니다. 얼마나 좋았다면 제안을 했을까. 싶어서요. 전 책을 볼 때, 옮긴이의 말을 꼭 정독합니다.
의정 : <채널예스>에는 ‘맨 처음 독자’라고, 번역자가 소개하는 책 칼럼도 있지 않겠습니까. 애정이 있는 책이니만큼 번역도 잘 되어 있겠네요. 번역 가산점 드립니다. (심사위원 모드) 표지와 번역 부분 점수 들어갔으니, 내용도 맛 보여주세요! ㅋㅋㅋ
지혜 : 『여성의 진화』는 "여성만이 가지고 있는 여러 생물학적 특징, 특히 생리와 임신, 출산, 폐경 등에 대해 진화 의학적 시각으로 알기 쉽게 정리한 책입니다. 다소 두꺼워 보이지만 문장을 쉽게 풀어서 술술 읽히는데요. 할머니의 육아 행위로 인해 인류의 독특한 생애사적 진화가 가능해졌다는 할머니 가설도 등장해요. 전 처음 들었지만, 물론 논란이 있다고 합니다. 이 외에도 임신 중에 경험하는 정신사회적 스트레스, 불임을 유발하는 요인, 산후 우울증 등 대중서로 읽히기에도 부담 없습니다.
의정 : 최근에 나온 책 중에 『나는 과학이 말하는 성차별이 불편합니다』가 생각나네요. 의학 쪽에서도 기본 인간상을 남성에 맞춰놓고 의학을 연구하기 때문에 여성에게는 안 맞는 약이나 시술이 나타난다는데-_- 건강하게 살기 쉽지 않아요.
지혜 : 아. 21쪽에 이런 문장이 나와요.
"페미니스트의 비판에 힘입어 지난 수십 년 동안 다양한 의학 용어들이 수정되어 왔습니다."
아마 지금도 많은 용어가 수정되어야겠죠. 그나저나 오늘 제 책 이야기만 너무. ㅋㅋㅋ
의정 : 후후후후 이제 제 차례인가요? 사실 제 책 이야기를 길게 하고 싶어서 양보를 했습니다!ㅋㅋ 『다시, 연습이다』의 저자는 어려서부터 연주자의 꿈을 품고 음악원에 진학하는데요, 슬프게도... 부단히 노력했지만 학교를 졸업한 뒤에 연주자가 되지 못합니다. 방황 끝에 문학을 공부하고 지금은 예술대학에서 뉴미디어와 문학 등을 강의한다고 하네요. 읽으면서 되게 안타깝기도 하고, 주변에 있었던 수많은 지망생 친구들이 결국 예술 대신 다른 길을 택한 게 생각나기도 하고.... 마음이 복잡했습니다. 얘들아 잘 살고 있니? 밥은 먹고 사니?
지혜 : ........ 흑흑..... 의정 님의 안타까운 마음이 메신저 창에서도 나타납니다. 『다시, 연습이다』가 5월 초쯤 나왔던 것 같은데. 많은 언론에서 다뤘더라고요. 살짝 기사 제목만 봤던 기억이 나는데요. 결론은 모든 일은 끊임없이 연습해야 한다? 뭐 그런 건가요?
의정 : 밑줄을 그은 부분은 산더미지만, 한 마디로 정리하기가 어렵네요. 저자는 자신이 어떻게 연습과 연주에서 실패했는지 담담히 적으면서 책 말미에 이렇게 질문합니다.
"예술가든 의사든 엔지니어든 운동선수든, 어린 시절 진지하게 품었던 꿈을 포기한 사람들은 너나 할 것 없이 남은 평생 후회를 곱씹으며 상실감 속에 산다. 그때 투자한 시간과 노력, 재능과 야망은 그저 낭비한 것에 불과할까?”
- 『다시, 연습이다』, 329쪽
의정 : 그리고 나중에 문학을 독해하는 과정도 곡을 연주하는 것과 비슷하다는 걸 깨닫습니다. 결국 음악을 연습한 게 지금까지 받은 어느 레슨 못지않게 삶의 귀중한 것들을 많이 배운 시간이었던 셈이죠. 상투적으로 들리지만, 연습했던 것이 실패로 돌아가더라도 반드시 남아있는 게 있으니까요. 위로가 되는 책이었어요.
지혜 : 산더미처럼 그은 밑줄이 참말 궁금한데요. 의정 님은 그리하여, 어떤 연습 마인드를 갖겠다! 뭐 이런 다짐을 혹시 하셨는지요?
의정 : 일단... 퇴근을 해서 연습 시간을 확보하려고요 ㅋㅋㅋ 기승전퇴근.
지혜 : 기타 연습? 피아노 연습? 자전거?
의정 : 책을 읽고 나니 또 기타가 치고 싶네요? 이렇게 깨작깨작 이것저것 손대서야 원, 뭐가 될런지는 모르겠습니다-_-
지혜 : ㅋㅋㅋ 근데요. 저 비밀 하나만 이야기 해드려도 돼요?
의정 : 여기 쓰시면 비밀이 아니게 될 테지만’-‘ 물론이죠.
지혜 : 아직 다 못 읽었어요! 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 지루해서는 절대 아니고 분량이 많아서 그런 것도 아니고. 제가 안구건조증이 생겨서 눈이 침침해서 요즘 두 시간 이상 연속 독서를 못해요. 그렇지만, 반만 읽고도 이 책 권유 지수 97이야! 자신 있게 말할 수 있다는 사실을...... 독자 님들께.. 후아후아....;;; 변명은 아닙니다….!
의정 : 흠, 이번 '왜이책' 제목은 '충격! 책 다 못 읽어......' 농담입니다. 오히려 반만 읽었는데도 권유가 높다면 정말 좋은 책이네요ㅋㅋ
지혜 : 재미도 있고 유용한 책이요. 요즘 다시 한 번, 책의 쓸모를 고민하고 있습니다만. 저희가 너무 책 많이 읽는 것 같이 보이면, 독자 님들이 거리감 느끼실지 모르니까요. 하하하하! 예전에 한 정신과의사로부터 "성격은 생존본능이랑 관계가 있다"는 말을 듣고, 충격 받았는데요. 이 책 읽으면서도 비슷한 생각을 했습니다. 진화 역시 생존 본능이랑 관계가 있지 않습니까? 아 인간의 수명, 화학물질의 발달, 비혼주의자의 증가 등등. 공부는 정말 평생 해야 맞는 것인데(시험 보는 공부 말고요), 가장 좋은 공부, 가장 저렴한 공부는 '책'이 아닌가 싶고. 책 많이 읽는 사회가 그래도 타인을 배려할 수 있는 사회가 되지 않을까, 싶고. 그런 고민하며 삽니다.
의정 : 타인을 배려하는 데도 연습이 필요하죠. 자기가 좋은 대로 하는데 타인이 배려로 못 느끼면 배려가 아니라는 생각도 들고요. 이번에는 저희 둘 다 생각이 많아졌네요. 퇴근 길에는 훌훌 털고 가볍게 갔으면 합니다. 그나저나 저도 비밀 하나 알려드릴까요?
지혜 : 비밀 잔치를 열어보자~ ♪♬
의정 : 사실 저도 다 안 읽었어요…는. 뻥이고요. 비밀로 하려고 했는데 오늘 제 저녁 메뉴는 소고기입니다. 그렇게 비밀은 아닌데, 자랑하고 싶어서요.
지혜 : ㅋㅋㅋㅋㅋㅋ 반전! 이런 초귀염은 반칙입니다! 근데, 저 고백할 거 하나 있어요.
의정 : 와우 고백 대잔치! 무엇인가요 ㅋㅋㅋ
지혜 : 그그그그니까요. 제가 연예인, 아이돌에 그닥 관심 없는 거 아시죠? 근데 요즘 눈에 들어오는 친구가 하나 있어요. ㅋㅋㅋㅋ 이 소중한 <채널예스> 지면을 통해, 마음을 표현하고 싶어요.
의정 : 헐! ㅋㅋㅋ 적극 권장합니다. 오늘 마무리는 책과 상관없는 영업으로 하는 걸로. 여러분, 이거 다~ 연결되어 있는 거 아시죠?
지혜 : 흑흑 부끄부끄하지만, 한 번 용기 내어 해볼게요. 처음으로 밝힙니다. <프로듀스 101 시즌2> 박우진! 최종 랭킹, 3등 가자! ㅋㅋㅋ (아 숨을래요. 얼른 끝 인사 해줘요)
의정 : ㅋㅋㅋㅋㅋㅋ 다니엘아 데뷔하자! 2주 후에 또 만나요~
채널예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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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사랑
2017.06.2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