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를 키우다 보면 단계별로 해내야 하는 일들이 있다. 아이가 태어나서는 모유수유와 수면교육이 엄마들을 괴롭히고 어느 정도 크면 이유식, 돌이 지날 즈음에는 유아식과 걷기, 두 돌 전후로는 기저귀 떼기와 말하기 등 아이가 커갈수록 신경 써야 할 목록도 늘어만 간다. 아이를 낳고 키우는 데 어느 정도 익숙해졌다 싶을 때 찾아오는 첫 번째 복병, 이유식. 그냥 좋은 재료 사서 정성껏 만들기만 하면 잘 먹을 줄 알았는데, 막상 시작해보면 이유식 먹이기만큼 엄마의 기운을 빼놓는 일도 없다. 아이와의 밥 전쟁이 이유식 시기부터 시작된다 할까? 엄마들은 ‘어떻게 하면 아이가 골고루 잘, 맛있게 먹을 수 있는지’를 고민한다. 그런 엄마들에게 요즘 대안으로 떠오른 것이 바로 ‘아이주도이유식’이다.
아이주도이유식은 어떤 이유식인가요?
아이주도이유식이란 말 그대로 엄마가 아이에게 먹여주는 수동적인 형태의 스푼피딩(spoon-feeding)이 아니라 아이 스스로 음식을 집어 먹는 셀프피딩(self-feeding) 형태의 이유식을 말합니다. 영어로 Baby-led Weaning, 간단하게 말해 BLW라고 부르지요. 우리나라에는 외국에서 공부하거나 살다 온 엄마들을 중심으로 조금씩 알려지다가 영국 엄마들인 질 래플리와 트레이시 머켓이 함께 쓴 『아이주도 이유식』으로 많은 엄마들이 관심을 갖게 되었습니다.
보통 이유식은 모유수유를 하는 아이라면 6개월 전후, 분유수유를 하는 아이라면 4개월 무렵부터 엄마가 이유식을 떠먹여주는 것으로 시작합니다. 쌀미음부터 시작해서 채소를 하나씩 추가하다가 점점 더 다양한 재료를 넣게 되고, 돌 무렵에는 좀 더 어른이 먹는 음식에 가까워지도록 만드는 겁니다. 아이 손에 음식을 쥐어주는 핑거푸드는 8개월 무렵부터 시도하게 되지요. 그런데 아이주도이유식은 아이에게 핑거푸드를 이유식을 시작하는 초기부터 바로 줍니다. 스스로 음식 재료를 맛보고 관찰하고 느낄 수 있도록 처음부터 아이에게 음식을 덩어리째 준다는 것이 기존 이유식과 크게 다른 점입니다. 처음부터 스스로 먹는 것에 익숙한 아이는 시간이 갈수록 점점 더 식사 시간을 즐길 수 있습니다.
아이주도이유식 레시피북을 쓰게 된 계기는 무엇인가요?
처음에는 저도 다른 엄마들처럼 죽이유식을 시작했어요. 그런데 이유식을 2개월 정도 진행했는데, 갈수록 이유식에 관한 흥미가 떨어지는지 먹는 양이 늘지 않았어요. 예전에 아이주도이유식 영상을 본 기억이 나서 8개월이 된 어느 날 브로콜리를 쪄서 줘봤는데 너무 신나 하며 잘 먹는 거예요. 그 뒤로 여러 종류의 야채를 쪄서 주면서 소고기 죽을 하루 두 번씩 먹였어요. 에디가 여러 가지 핑거푸드에 익숙해지고 나서는 소고기와 채소를 활용해 다양한 아이주도이유식 요리를 만들게 되었어요. 조금 진행하다 보니 레시피가 너무 부족했어요. 아이주도이유식 쿡북을 원서로 사보기도 했지만 우리가 흔히 접하지 못하는 재료들도 많아서 적용하기 어려운 부분이 있었거든요. 아이주도이유식을 진행하며 가장 필요한 건 레시피라는 생각에 상상력을 발휘해서 다양한 요리를 만들게 되었고, 블로그에 식단과 아이주도이유식 정보를 공유하고 책으로도 펴내게 되었어요. 책을 보시면 아이주도이유식에서 제일 정보가 부족한 많은 요리 아이디어를 얻을 수 있을 거예요.
죽이유식과 달리 고형식을 주는 게 걱정되지는 않았나요?
사실 에디가 죽이유식에 너무 싫증을 내서 저한테는 다른 대안이 없었어요. 아이주도 이유식도 거부한다면 어떻게 하겠다는 계획 같은 건 없었어요. 그러니 아이주도 이유식이 그렇게 걱정되지도 않았어요. 엄마가 옆에서 아이 상태를 잘 지켜보면서 시도한다면 문제될 건 없을 것 같았어요.
아이주도이유식을 하면서 가장 불편했던 점은 무엇이었나요?
처음에는 정말 많은 음식쓰레기 양에 감당이 안 됐어요. 어떤 건 잘 먹고 어떤 건 갖고 놀기만 하면서 음식 재료를 다 부스러뜨리기만 해서 치우는 데 시간이 꽤 걸렸지요. 처음에는 버리는 게 반이라고 보면 될 것 같아요. 그런데 사실 죽이유식도 처음에는 아이가 잘 못 삼키거나 못 받아먹어서 반은 흘리잖아요. 아이주도이유식도 몇 번 하다 보니 치우는 요령이 생기고, 아이도 먹는 데 익숙해지면서 식사 시간이 즐거워졌어요. 그리고 저희 집에는 음식물 쓰레기 걱정을 덜어줄 반려견, 두부와 가을이가 있어 다른 집에 비해 조금 더 편했어요.
저는 미국에 거주해서 조금 덜했지만 한국에 있는 엄마들이라면 주위 어른들이 아이에게 처음부터 고형식을 주는 것에 대해 지나치게 염려하는 말을 해서 스트레스가 될 것 같아요.
목에 걸리지 않나요? 위험할 것 같아요.
책도 읽어보고 영상도 많이 찾아보고 공부를 많이 했지만 저 역시 가장 걱정되었던 부분이 질식이에요. 그런데 몇 번 음식을 줘보니 놀랍게도 아이가 알아서 조절을 하더라고요. 처음에는 삼키는 양을 조절 못해서 켁켁거렸는데, 연습을 통해 점점 나아졌어요. 아이가 스스로 손가락으로 걸린 음식물을 빼내기도 하고 기침을 해서 뱉어내기도 합니다. 힘들어하면 엄마가 빼줄 수도 있어요. 구역질반사와 질식은 달라요. 아이주도이유식에서 주의해야 할 건 질식이지 구역질 자체가 아니라는 걸 기억하면 부담을 덜 가지고 접근할 수 있을 것 같아요.
아이주도이유식을 하고 가장 달라진 점, 좋은 점은 어떤 건가요?
가장 큰 장점은 아이랑 외식이 가능하다는 거예요. 죽 이유식을 하면 엄마, 아빠가 밥을 먹으면서 아이한테도 이유식을 떠먹여줘야 하잖아요. 그런데 저희 부부는 외식할 때 에디의 음식을 싸가지고 가서 저희가 밥 먹을 때 트레이에 놔주기만 하면 되었어요. 혹은 저희가 먹는 음식의 일부를 에디에게 줄 수도 있었고요. 죽 이유식을 하는 가정과 비교하면 어른들이 좀 더 편하게 식사를 즐길 수가 있죠. 그리고 아이도 새로운 음식에 대한 거부 반응이 적고, 정~말 잘 먹어요. 당근의 단맛, 오이의 청량함, 브로콜리의 고소함을 느끼면서 골고루 잘 먹고, 먹는 것 자체를 어른이 해주는 일이 아니라 자신의 즐거움으로 인식한다는 게 아이주도이유식의 가장 좋은 점인 것 같아요.
아이주도이유식을 망설이는 엄마들에게 하고 싶은 말은요?
엄마들 중에도 특정 음식을 꺼리고 편식을 하는 분들이 꽤 있을 거예요. 내 아이만은 가리는 것 없이 골고루 잘 먹는 아이로 키우고 싶다면 아이주도이유식을 시작해보세요. 물론 아이주도이유식을 하는 것만으로 아이가 모든 음식을 잘 먹는 건 아닙니다. 하지만 아이 스스로 먹을 수 있도록 주도권을 아이에게 넘기면 아이는 식사 시간을 더 즐기고 어떤 음식이든 도전해보려 할 거예요. 아이는 보통 다른 사람이 자기 대신 무언가를 해주는 것을 좋아하지 않거든요. 아이주도이유식은 인간의 본능에 가장 가까운 이유식이랍니다. 우리 아이를 믿고 한번 시작해보세요.
출판사 제공
출판사에서 제공한 자료로 작성한 기사입니다. <채널예스>에만 보내주시는 자료를 토대로 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