볼 곳
① 절두산순교성지
1866년, 양화진에 프랑스 함대가 정박하자 쇄국정책을 일관하던 흥선대원군이 수많은 천주교 신자의 목을 벤 곳. 그 때문에 절두산이라는 이름이 붙었지만, 그 무시무시한 단어가 무색하게도 지금 이곳의 풍경은 평화롭기 그지없다. 언덕 위 성당에서는 성스러운 곡조가 울려 퍼지고, 그 아래로는 한강이 모든 시간을 끌어안고 천천히 흐른다. 강 건너편 여의도를 바라보며 가로수가 우거진 공원을 걷거나 순교 한 이를 기리는 조각상에 적힌 이름을 읊어보자. 신앙과 관계 없이 누구라도 문득 경건한 마음이 들 듯하다. jeoldusan.or.kr
쇼핑
② 바로그림
예술이라는 문턱을 모든 이에게 활짝 열어놓은 작은 갤러리. 전시하는 작품 장르나 수준에 엄격한 제한을 두지 않아 프로든 아마추어든 누구나 자신의 그림을 걸 수 있고, 저렴한 가격에 판매도 한다. 사실 이곳에 걸린 모든 작품은 인쇄한 것이다. 누구나 그림을 부담 없이 소장할 수 있어야 한다고 생각한 이홍진 대표는 고품질 종이와 안료를 사용해 원작의 느낌을 최대한 살린 그림을 종이 액자에 넣어 전시한다. 누가 그린 그림이든 프레임에 끼워 넣으면 ‘바로 그림’이 될 수 있다는 말. 웹사이트에서 등록된 작가와 그림을 확인할 수 있다. 그림 3,000원, 프레임 3,800원부터, 5pm~10pm, 토~일요일 1pm~9pm, barogream.com
③ 프렌테
파스텔뮤직에서 운영하는 편집숍 겸 복합 문화 예술 공간. 에피톤프로젝트, 캐스커, 루시아 등 소속 뮤지션의 음반은 물론 한정판 LP, 도서, 문구까지 판매한다. 스페인 어로 ‘얼굴’ ‘표정’이라는 뜻의 아담한 공간을 가득 채운 갖가지 소품은 파스텔뮤직의 음악적 감수성의 연장 선상에 있다. 취향을 똑 닮은 친구를 만나듯, 취향의 공감은 에세이와 잡지, 빈티지풍 노트 등 모든 물건에서 연달아 이어진다. 음반과 함께 읽기 좋은 책, 소품을 패키지로 구성한 뮤직 북은 그 감성을 한데 모은 것이다. 평일 오후에는 5층 다락방에서 시 쓰기, 그림 그리기 등 배움을 나누는 처음학교도 운영한다. 뮤직 북 3만6,000원부터, 5pm~8pm(방문 전 오픈 확인), 일ㆍ월요일 휴무, frente.kr
④ 차리다키친
이태원과 합정동에 자리한 쿠킹스튜디오 ‘차리다’의 쇼룸. 푸드스타일리스트 김은아 씨와 남편 심승규 씨의 안목을 엿볼 수 있는 공간이다. 모던한 주방을 콘셉트로 꾸민 내부에서 조은송 작가의 푸른색 테두리를 두른 도자기, 심플한 디자인에 라벤더와 민트색을 입힌 플랫 포인트의 제품, 스탠다드 에이의 식기를 겸한 견고한 나무 도마 등 국내 주방용품 브랜드와 공예가를 소개한다. 직접 제작한 테이블 매트와 캔들, 성냥 등 작은 소품 하나에서도 세심한 감각이 돋보인다. 최근 부부의 취향을 담은 소품으로 빈티지하게 꾸민 B&B 스타일의 차리다호텔도 오픈했다. 웨딩 시그니처 매치 6,500원, 1pm~6pm(주말 수시로 변동), 월요일 휴무, @charida_studio
OWNER’S PICK
차리다키친의 심승규 디렉터
“테이블 위에 켜는 캔들을 좋아해 성냥까지 만들게 됐어요. 디자인 브랜드 오이뮤와 협업해 제작한 웨딩 시그니처 매치는 성냥과 결혼이라는 뜻을 동시에 지닌 단어 매치(match)에서 착안했습니다.”
먹을 곳
⑤ 브레드샵암스테르담
전 세계를 돌아다니며 봉사활동을 하던 당찬 여인은 MBA 공부를 마치고 한강 둔치의 주택가에 작은 빵집을 차렸다. 매일 먹는 한 끼 식사로부터 일상에 변화가 시작된다고 생각했고, 건강한 빵으로 지역에 좋은 영향을 주고 싶었기 때문이다. 소금과 설탕을 최소화한 이곳의 빵은 집에서 지은 잡곡밥처럼 담백하고, 저온에서 장기간 숙성해 부드러운 식감이 특징. 다이어트를 하거나 소화가 불편 한 이들이 단골이라고. 건강한 빵이지만, 자연 식자재를 이용해 다양한 색과 맛을 담은 식빵은 그 종류만 열 가지가 넘는다. 수익금의 일부는 어려운 곳에 기부한다고 하니, 몸도 마음도 건강해지는 기분이다. 우유식빵 4,000원, 8am~7:30pm, 토요일 9:30am~5:30pm, 일요일 휴무, @breadshopamsterdam
⑥ 슬런치팩토리
미술을 전공하던 이현아 대표는 야간 작업을 하며 건강한 음식으로 배를 채울 수 있는 공간이 없어 늘 아쉬웠다. 그래서 동네의 미싱 공장을 개조해 심야에도 밥을 먹을 수 있는 식당을 직접 차렸다. 시금치치킨커리, 가지두부덮밥 등 채소 위주의 음식을 내는 레스토랑인데, 일부 고기 요리도 있다. 소금과 후춧가루를 제외하고는 조미료를 일절 넣지 않기 때문에 여러 식자재를 사용해 음식을 완성한다. 담백하고 깔끔한 맛은 물론이고 먹고 나면 속이 편안하다. 대표의 경험 덕분인지 이곳은 식사가 끝나면 부단히 자리를 옮기는 여느 밥집과는 다르게 느긋하게 수다를 즐기거나, 한구석에서 과제 또는 작업을 하는 사람이 많다. 시금치치킨커리 1만3,000원, 11am~1am, slunch.co.kr
LOCAL’S TIP
슬런치팩토리의 이현아 대표
“홍대 쪽은 임대료가 비싸서 상대적으로 집값이 저렴한 곳을 찾다가 이 근처 상수동 일대에서 친구와 함께 자취를 시작했어요. 한강이 가까워서 산책하기에도 좋고 봄이면 벚꽃이 피어서 예쁜 동네죠. 슬런치팩토리는 친구들과 같이 야간 작업을 하면서 아쉬웠던 점을 개선한 공간이에요. 홍대 인근이기도 하고, 근처에 YG 사옥이 있어서 개인 작업을 하는 사람을 많이 볼 수 있어요. 그런 사람들이 밤늦게라도 쉽게 들러 밥도 먹고, 작업도 할 수 있도록 일부러 넓은 테이블을 두었죠. 시끌벅쩍한 홍대와 반대로 이곳은 이 일대에서 찾기 힘든 ‘최후의 조용한 동네’라고 할 수 있어요. 지금은 예전에 비해 번화했지만, 작은 카페나 펍, 상점 모두 동네의 조용한 분위기를 이어가면서 변화되고 있는 것 같아요.”
마실 곳
⑦ 빡스
문화에 관심이 많은 김중곤 대표는 홍대 인근에 무명 가수와 인디 밴드가 공연할 수 있는 공간을 마련해주고 싶었다. 그래서 작년 봄 주택을 개조해 문을 연 카페 빡스는 어떤 것도 다 담을 수 있는 상자와 같은 복합 문화 공간을 지향한다. 조용한 동네의 특성을 고려해 어쿠스틱 계열의 밴드가 매주 토요일 2팀씩 공연한다. 대관료도, 입장료도 없이 말이다. 공연을 즐기는 사람들을 위해 무료 팝콘과 다양한 맥주도 준비했다. 지난달부터는 카페 내부에 그림도 전시하고 있다. 커피와 맥주, 문화가 어우러진 활력소 같은 공간이다. 아메리카노 5,000원부터, 11:30am~11:30pm, 월요일 휴무, 라이브 공연 매주 토요일 6pm~7:30pm, @bboxcreative
⑧ 크래머리
독일인 ‘크래머’와 2명의 한국인 ‘리’가 함께 만든 브루어리 크래머리가 한강 둔치에 아담한 크래프트 맥줏집을 열었다. 안산의 브루어리에서 정통 독일식으로 직접 양조한 생맥주만 취급하며 간단한 독일식 안주를 함께 낸다. 강을 따라 자전거를 타고 출근한다는 푸른 눈의 독일인 매니저 바바(인도어로 힌두 수도사를 의미한다)가 손님을 맞는다. 그는 인도 여행에서 만난 한국 여성과 작년, 이곳에서 작은 결혼식을 올리고 펍을 맡게 됐다. 고소한 몰트의 풍미를 즐긴다면 필스너를, 시원한 느낌을 원한다면 은은한 꽃향기를 풍기는 상큼한 맛의 바이스비어를 추천한다. 바이스비어 5,000원부터, 5pm~1:30am, 금ㆍ토요일
2am까지, kraemerlee.com
*2번 바로그림 사진
PHOTOGRAPH : BAROGREAM
*나머지 사진
PHOTOGRAPH : KIM SU-JI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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론리플래닛 매거진 코리아 lonely planet (월간) : 5월 [2016]안그라픽스 편집부 | 안그라픽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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