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프닝
길거리에서 이 조그만 책을 열어본 후
겨우 그 처음 몇 줄을 읽다 말고는 다시 접어 가슴에 꼭 껴안은 채
마침내 아무도 없는 곳에 가서 정신 없이 읽기 위하여
나의 방에까지 한걸음에 달려가던 그날 저녁으로 나는 되돌아가고 싶다.
너무나 유명한 서문이죠,
장 그르니에의 『섬』에 붙인 까뮈의 글. 서문은 이렇게 마무리됩니다.
나는 아무런 회한도 없이, 부러워한다. 오늘 처음으로 이 「섬」을 열어보게 되는
저 낯 모르는 젊은 사람을 뜨거운 마음으로 부러워한다.
그런 종류의 설렘과 두근거림이 있죠.
너무나 좋아하는 뮤지션의 새 노래를 듣고 싶어서
그게 차 안이든 내 방이든, 혼자만의 공간으로 달려갈 때.
기다리던 작가의 새 작품이 궁금해서 택배가 오기만 기다릴 때.
그런 대상을 가진다는 건 한편, 행운인 것 같아요.
요즘엔 ‘덕질’이라고 부르죠.
그게 연예인이든 책이든, 또는 연필 한 자루가 됐든...
어딘가에 꽂혀서 열정과 시간을 쓸 수 있는 것. 그게 나쁜 건 아니죠.
순수하게 탐닉할 수 있는 한 가지쯤 갖고 사는 것.
생존에 꼭 필요하지 않더라도 ‘향유’할 수 있는 무언가가 많을수록
삶은 풍요로워지는 거니까요.
오늘 처음 뭔가를 열어보게 되는 누군가를 저 또한 부러워합니다.
안녕하세요, 여기는 이동진의 빨간책방입니다.
우리의 머리와 가슴속에 ‘소년’이라는 단어를 떠올리면 제일 먼저 생각나는 이름이 있습니다. 바로 『데미안』의 싱클레어죠. 1차 세계대전 중 많은 젊은이들이 전장에 나가며 이 책을 품에 넣었고, 현재까지도 소년을 품에 안고 살아가는 이들의 서재에 한자리엔 당연하게도 이 책이 담겨 있습니다. ‘책, 임자를 만나다’ 이번 시간에서는 고전 중에 고전 『데미안』과 함께 소년을 이야기 합니다.
1) 책 소개
1919년에 간행된 헤르만 헤세의 소설. 소년 싱클레어가 자각을 통해 성장해가는 과정을 그렸다. 싱클레어는 데미안을 통해 어두운 무의식의 세계를 알게 되고, 자신의 내면을 인식하기 시작한다.
1차 세계대전 중 많은 독일 젊은이들이 전장에 나가면서 군복 주머니 속에 품고 갔던 책이며, 어른이 되기 위해 보이지 않는 껍질을 깨고 고통스런 현실의 세계로 나서는 젊은이들을 은유하는 책이다. 지금까지도 젊은이들에게 '통과의례'처럼 읽히고 있는 명작.
2) 저자 : 헤르만 헤세
1877년 독일 남부 뷔르템베르크의 칼프에서 태어나 목사인 아버지와 신학계 집안의 어머니 밑에서 자랐다. 1890년 신학교 시험 준비를 위해 괴핑엔의 라틴어 학교에 다니며, 뷔르템베르크 국가시험에 합격했다. 1892년 마울브론 수도원 학교를 입학했으나 기숙 생활에 적응하지 못하고, 시인이 되기 위해 도망쳐 나왔다.
1899년 낭만주의 문학에 심취한 헤세의 첫 시집 『낭만적인 노래』와 산문집 『자정 이후의 한 시간』이 출간됐다. 특히 첫 시집『낭만적인 노래』는 라이너 마리아 릴케의 인정을 받았으며, 문단에서도 헤세를 주목하기 시작했다. 1904년 장편 소설 『페터 카멘친트』를 통해 유명세를 떨치게 되었으며 문학적 지위가 확고해졌다. 같은 해 아홉 살 연상의 피아니스트 마리아 베르누이와 결혼했으나, 1923년 이혼하고 스위스 국적을 획득했다.
1906년 헤세의 자전적 소설 『수레바퀴 아래서』를 출간했다. 1919년 자기 인식 과정을 고찰한 작품 『데미안』과 『동화』 『차라투스트라의 귀환』을 출간했다. 인도 여행을 통한 체험은 1922년 출간된 『싯다르타』에 투영되었다. 1946년 『유리알 유희』로 노벨문학상과 괴테상을 동시에 수상했다.
1962년 8월 9일 세상을 떠날 때까지 자기실현을 위해 한시도 쉬지 않고 꾸준히 노력했다. 뇌출혈로 사망한 후 아본디오 묘지에 안치되었다.
◆ 171-172회 『책, 임자를 만나다』 도서
『영화를 뒤바꾼 아이디어 100』
1895년. 50초짜리 활동사진으로 새로이 세상에 등장한 예술이 있습니다. 바로 ‘영화’가 그 주인공이죠. 어느덧 120년이 넘는 시간 속에서 그야말로 다이나믹한 변화와 발전을 이루어온 영화! ‘책, 임자를 만나다’ 이번 시간에서는 바로 그 영화의 역사 속에 담긴 많은 이야기를 말하는 책 『영화를 뒤바군 아이디어 100』을 다룹니다. 영화 전문가 두 임자가 나누는 영화와 책 이야기! 함께 들어보시죠.
‘대한민국 No.1 문화웹진’ 예스24 채널예스
이동진
어찌어찌 하다보니 ‘신문사 기자’ 생활을 십 수년간 했고, 또 어찌어찌 하다보니 ‘영화평론가’로 불리게 됐다. 영화를 너무나 좋아했지만 한 번도 꿈꾸진 않았던 ‘영화 전문가’가 됐고, 글쓰기에 대한 절망의 끝에서 ‘글쟁이’가 됐다. 꿈이 없었다기보다는 꿈을 지탱할 만한 의지가 없었다. 그리고 이제, 삶에서 꿈이 그렇게 중요한가라고 되물으며 변명한다.
susunhoy
2016.05.18
사춘기 시절 등교길에서 만나
서로 얼굴 붉히던 고 계집애
예년에 비해 일찍
벚꽃이 피었다고 전화를 했습니다
일찍 핀 벚꽃처럼
저도 일찍 혼자가 되어
우리가 좋아했던 나이쯤 되는
아들아이와 살고 있는,
아내 앞에서도 내 팔짱을 끼며,
우리는 친구지
사랑은 없고 우정만 남은 친구지,
깔깔 웃던 여자 친구가
꽃이 좋으니 한 번 다녀가라고
전화를 했습니다.
한때의 화끈거리던
낯붉힘도 말갛게 지워지고
첫사랑의 두근거리던
시간도 사라지고
그녀나 나나 같은 세상을
살고 있다 생각했는데
우리 생에 사월 꽃잔치
몇 번이나 남았을까 헤아려보다
자꾸만 눈물이 났습니다.
그 눈물 감추려고 괜히 바쁘다며
꽃은 질 때가 아름다우니
그때 가겠다, 말했지만
친구는 너 울지, 너 울지 하면서
놀리다 저도 울고 말았습니다.
>>시인님 죄송합니다 꾸벅^^..
..
사춘기 시절 등교길에서 만난 '싱클레어'
꽃잔치가 몇 번 남았는지도 모르고
마냥 즐거워만 했지요..
형태가 있는 것은 반드시 소멸한데요
그 전에 만나서 참 고맙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