꾸물거림도 예술이 됩니다 ‘이동귀 교수’
아티피오가 소개하는 주목해야할 ART PEOPLE. 세 번째 인물로 이동귀 교수를 소개합니다.
글 : 아티피오(ARTiPIO)
2025.05.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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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동귀 교수는 연세대학교 심리학과 교수이자, ‘꾸물거림’을 깊이 있게 탐구해 온 심리학자입니다. 그는 우리가 일상 속에서 겪는 ‘미루기’와 ‘망설임’을 단순한 게으름이 아닌 인간적인 심리 현상으로 바라보며, 이를 학문적으로 풀어내고 있죠. 대중에게는 『나는 왜 꾸물거릴까?』, 『네 명의 완벽주의자』 등의 저서로 익숙한데요. 그는 다양한 강연과 칼럼을 통해 심리학을 보다 가깝고 흥미롭게 전달하며, 수많은 이들에게 '나만 그런 게 아니었구나'하는 위로와 통찰을 건네고 있습니다. 최근에는 '꾸물거림'이라는 주제를 보다 본격적으로 다루며, 우리가 왜 시작하지 못하고, 왜 멈춰서는지를 섬세하게 짚어주고 있죠.


교수님께서 ‘꾸물거림’이라는 흥미로운 주제를 연구하게 되신 특별한 계기가 있었을까요? 혹시 개인적인 경험과도 관련이 있는지 궁금합니다.

상담실에서 우울을 호소하는 내담자들과 만나며, 그들 중 상당수가 높은 수준의 완벽주의 성향을 지니고 있다는 공통점을 발견했습니다. 흥미로웠던 것은, 이들 중 일부가 오히려 중요한 일을 앞두고 행동을 미루거나 무기력한 모습을 보인다는 점입니다. 그 심리를 이해하고자 완벽주의와 꾸물거림(Procrastination) 사이의 관계를 탐구하기 시작했고, 그것이 저의 주요 연구 주제가 되었습니다.


이동귀 교수. 사진 : 본인 제공


지난 20여 년간 꾸물거림을 주제로 꾸준히 연구를 이어오시며, 『나는 왜 꾸물거릴까』, 『네 명의 완벽주의자』 등 여러 저서와 120편이 넘는 학술논문을 발표하셨습니다. 이렇게 방대한 작업을 해오시는 동안, 교수님께서도 ‘꾸물거림’을 경험하신 적이 있는지 궁금합니다.

그럼요. 석사과정 시절, 수업 발표를 준비하면서 자주 작업을 미루곤 했습니다. 중요한 일일수록 부담이 커서, 오히려 손을 대기 어려워졌던 기억이 납니다. 마감 직전 새벽에 몰아 작업하는 일이 반복되었고, 그 과정이 얼마나 고통스러운지를 몸소 체험했죠. 그 경험은 저로 하여금 ‘꾸물거림’이 단순한 게으름이 아닌, 감정과 동기의 문제라는 사실을 깊이 이해하게 했습니다. 지금은 "어차피 할 일이라면 지금 하자"는 삶의 철학을 실천하며, 행동이 생각을 바꾼다는 신념으로 살고 있습니다.



최근 tvN 유 퀴즈 온 더 블럭 출연 이후 대중적으로도 큰 반향을 일으키셨는데요. 방송 출연 전과 후, 달라진 점이 있다면 무엇일까요? 또 연구, 강의, 방송 등 다양한 분야에서 활동하고 계신데, 가장 큰 즐거움을 느끼시는 순간은 언제인지도 궁금합니다.

‘유 퀴즈’ 출연 이후 많은 분들이 저를 알아봐 주시고, 강연장에서도 늘 소개 멘트로 등장하게 되었죠. 덕분에 “꾸물거림의 아버지, 미루기 교수”라는 애칭이 따라다닙니다. 저는 일을 미루지도 않고 꾸물거림을 낳은 적이 없는데 말입니다. (웃음) 기업이나 기관에서 강연 요청도 부쩍 늘었습니다. 하지만 저에게 진짜 의미 있는 순간은, 대중적 인지도보다 가족이나 가까운 사람들과 함께 시간을 보내거나, 오늘 하루도 어제보다 조금 더 성장했다는 느낌이 들 때입니다. 그것이 제가 이 일을 계속 이어가는 가장 큰 동력이기도 합니다.


사진 : 이동귀 교수


곧 열릴 제15회 아트토크에서 ‘꾸물거림’을 주제로 강연을 준비 중이신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기대하고 계실 많은 분들을 위해, 강연의 핵심 내용을 간략하게 소개해 주실 수 있을까요?

강연 제목은 “왜 우리는 늘 작심삼일일까?”입니다. 매년 반복되는 계획 실패의 이면에는 단순한 의지 부족이 아닌, ‘꾸물거림’이라는 정교한 심리 메커니즘이 존재합니다. 이 강연에서는 우리의 뇌, 감정, 성격이 어떻게 작심삼일을 반복하게 만드는지를 분석하고, 습관을 변화시키기 위한 심리적 해법을 제시할 예정입니다.


사진 : 이동귀 교수


심리학자로서 예술계와도 꾸준히 교류해 오신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최근 개인적으로 깊은 인상을 받은 예술가나 작품이 있다면 소개 부탁드립니다.

레오나르도 다빈치의 “암굴의 성모”를 보면, 두 점의 유사한 작품이 존재하고, 납품까지 무려 25년이 걸렸다는 사실이 인상 깊었습니다. 그는 아마도 ‘현실저항형 꾸물거림’의 전형적인 예였을 것으로 생각됩니다. "작품이 완성되는 순간은 다른 그 누구도 아닌 바로 나 자신이 정한다"는 그의 생각은, 높은 자율성을 중시하는 이들이 보이는 심리적 특성과도 맞닿아 있죠. 다빈치가 보인 완벽주의와 미루기의 두 가지 모습이 흥미롭습니다.


레오나르도 다빈치(Leonardo da Vinci), 암굴의 성모(Virgin of the Rocks) ⓒNational Gallery London


마르셀 뒤샹은 장기를 두는 시간조차 예술의 일부로 여겼고, 프랜시스 베이컨은 마감 직전까지 작업실에 몰입했다고 전해집니다. 왜 많은 예술가는 ‘데드라인 직전’에 집중력을 극대화하게 되는 걸까요? 심리학적으로 해석해 주신다면 어떻게 설명할 수 있을까요?

예술가들에게 있어 작업은 손을 움직이는 순간뿐 아니라, 머릿속에서 구상하고 갈등하는 시간까지 포함된 과정이라고 생각합니다. 마감이 임박할수록 뇌는 각성 상태로 전환되며, 긴장과 몰입이 극대화되는 ‘마감의 스릴(thrill of the deadline)’이 발생합니다. 이 과정에서 예술가 특유의 직관과 감각이 폭발하는 것입니다. 다만 이러한 방식은 심신에 부담을 줄 수 있고, 장기적으로는 탈진이나 중독으로 이어질 위험성이 있기 때문에 자기 돌봄의 과정이 병행될 필요가 있습니다.

 

바스키아가 강렬한 원색으로, 로스코가 무거운 색면으로 자신을 표현했다면, 교수님께서 만약 심리학자가 아닌 화가였다면 어떤 색으로 자신을 표현하고 싶으신가요?

저는 아마 은은하고 단정한 색을 선택했을 것 같습니다. 너무 튀지 않지만, 보는 이에게 안정감과 여백을 주는 색. 제 색이 강하게 드러나기보다는, 상대방의 색이 저와의 관계 속에서 자연스럽게 묻어나올 수 있도록 돕는, 일종의 배경색 같은 존재가 되고 싶습니다.

 

마지막으로, 올해 계획하고 계신 일이나 앞으로 이루고 싶은 꿈이 있다면 들려주세요.

지금은 선택 앞에서 망설이는 사람들을 위한 심리 에세이 『두 개의 마음(가제)』을 집필 중입니다. “혼자는 외롭고, 둘은 피곤해”와 같은 인간 내면의 모순을 알기 쉽게 풀어보고 싶습니다. 장기적으로는 ‘동기심리학’을 기반으로 한 Motivation Center를 만들어, 누구나 삶의 방향을 점검하고 재충전할 수 있는 공간을 마련하고 싶습니다. 개인적으로는, 언젠가 아마추어 바둑 대회에 선수로 참가하거나, 기타 연주 실력을 키워 가까운 이들 앞에서 연주하는 소박한 꿈도 가지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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