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직 영국을 위해 열정을 쏟은 처녀 여왕
젊은 여왕은 왕실로 권력을 집중시켰고 이탈리아의 르네상스에 감명 받아 영국 왕실을 이탈리아 못지않은 문화의 중심지로 만들고자 했다. 그 노력 덕분에 시인과 음악가, 화가들이 대거 템스 강변으로 몰려들었다.
글ㆍ사진 마리나 볼만멘델스존
2016.05.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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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국을 세계열강으로 키워 낸 영리한 여성 엘리자베스, 그녀는 국가를 선택하는 대신 사랑을 포기했다. 그리고 이런 말을 남겼다. “결혼해서 왕비가 되느니 차라리 거지가 되겠다. 결혼반지는 족쇄가 될 것이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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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난한 어린 시절

 

붉은 기가 도는 금발의 곱슬머리, 커다란 갈색 눈, 갸름한 얼굴, 눈부시게 새하얀 피부. 헨리 8세가 두 번째 왕비 앤 불린과 결혼하여 얻은 딸 엘리자베스 공주는 고집 센 귀여운 소녀였다. 왕실도, 국가도 1533년 9월 7일 그리니치에서의 공주의 탄생을 반기지 않았다.

 

이런, 또 공주라니! 시녀 출신으로 왕을 유혹해서 캐서린 왕비를 내쫓은 것도 모자라 바람까지 피운 앤 불린이 낳은 딸이었다. 교회가, 온 영국이 공주에게 ‘창녀의 씨앗’이라고 손가락질했다. 1536년 5월 19일, 왕의 명령으로 앤 불린이 형장의 이슬로 사라졌을 때 엘리자베스의 나이는 겨우 3살이었다. 왕은 세 번째 아내 제인 시모어가 분명히 아들을 낳을 것이라고 확신하고 그에게 왕위를 물려주기 위해 곧바로 엘리자베스를 혼외자로 선포했다. 그리고 마침내 1537년, 그토록 기다리던 왕자 에드워드가 태어났다. 런던 타워에서 2천 발의 축포가 터졌고 온 나라의 교회가 몇 분 동안 종을 울렸다. 엘리자베스 1세는 어머니가 비참하게 세상을 떠난 후 가정 교사의 보살핌을 받으며 주로 런던 외곽의 햇필드 성에서 지냈다.

 

10년 후 엘리자베스는 런던의 궁으로 돌아와도 좋다는 허락을 받았다. 공주의 거처는 스트랜드 가의 서머셋 하우스였다. 엘리자베스 공주는 왕위에 오르기 직전까지 이곳에서 살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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템스 강변의 서머싯 하우스. 엘리자베스 1세는 왕위에 오르는 1559년까지 이곳에서 살았다.

 

헨리 8세가 세상을 떠나자 영국 왕실은 큰 혼란에 빠졌다. 1553년 7월 6일에는 온 나라를 비통에 빠뜨린 충격적인 소식이 전해졌다. 이제 막 16살이 된 에드워드 6세가 폐결핵으로 숨을 거둔 것이다. 급진 신교도였던 에드워드 6세는 자신이 죽으면 절대 구교도인 누나 메리에게 왕위를 물려주지 말라는 명령을 내렸었다. 하지만 1553년 8월 3일, 합법적인 왕위 계승자 메리는 20살의 배다른 여동생 엘리자베스를 대동하고 거리에 모인 군중의 환호성을 받으며 대관식 장소로 향했다.

 

 

조국에 넘치는 영광과 부를 선사하다

 

메리 1세는 매우 엄격한 구교도였다. 따라서 영국을 가톨릭교회의 품으로 되돌려 주는 것이 그녀의 목표였다. 1554년, 의회는 헨리 8세의 종교개혁을 무효화하고 과거로 돌아가기로 결의했다. 메리 1세는 이교도를 박해했고, 그 과정에서 무수히 많은 사람들이 화형당했다. 백성들은 겁에 질렸고 분노했다. 영국인들은 지금도 그녀를 ‘피의 메리(Bloody Mary)’라고 부른다.


메리가 죽고 두 달 후인 1559년 1월 15일 아침, 25살의 엘리자베스 공주는 웨스트민스터 대성당으로 향했다. 자신의 대관식에 가는 길이었다. 엘리자베스는 새 여왕이 되었고, 45년에 이르는 기나긴 재임 기간 동안 조국에 넘치는 영광과 부를 선사했다. 젊은 여왕은 왕실로 권력을 집중시켰고 이탈리아의 르네상스에 감명 받아 영국 왕실을 이탈리아 못지않은 문화의 중심지로 만들고자 했다. 그 노력 덕분에 시인과 음악가, 화가들이 대거 템스 강변으로 몰려들었다. 1583년, 여왕은 그녀만의 극단 <엘리자베스 여왕의 극단>을 창설했고 그 극단은 역사에 길이 남을 위대한 3명의 스타를 배출한다. 바로 윌리엄 셰익스피어, 크리스토퍼 말로, 벤 존슨이다. 탐험가 월터 롤리경과 윌리엄 드레이크, 로버트 데버루는 영국 국기를 휘날리며 세계의 바다를 향해 나갔고, 신대륙 발견과 정복 전쟁을 통해 엄청난 약탈물을 영국으로 가져왔다. 후손들은 여왕의 업적을 기려 그 시기를 ‘엘리자베스 시대’라고 부른다.


왕실의 의붓 자매 엘리자베스 1세와 메리 1세는 지금 웨스트민스터 대성당에 나란히 묻혀 있다. 두 무덤의 거리는 9미터에 불과하다.

 

 

본문 속 장소 찾아가기
서머셋 하우스
Somerset House, Strand, London WC2R 1LA
www.somersethouse.org.uk
▶지하철: 템플Temple

 

웨스트민스터 대성당
20 Deans Yd, London SW1P 3PA
www.westminster-abbey.org
▶지하철: 웨스트민스터Westminste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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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들을 만나러 간다 런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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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리나 볼만멘델스존

함부르크와 런던, 파리에서 문학사를 공부했고 파리 주간지 <슈피겔> 편집부에서 일했다. 여성 화가 파울라 모더존베커를 비롯하여 여러 인물의 전기를 집필했다. 도시의 역사를 만든 인물들(메리안 포트레이트) 시리즈의 《파리》 편과 여행 안내서 메리안 라이브 시리즈의 《파리》, 《함부르크》 편을 썼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