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채널예스>가 팔리는 책, 팔려야 마땅한 책, 팔렸으면 하는 책을 소개합니다.
초판본 열풍의 선두주자, 소와다리 출판사에서 펴낸 윤동주의 유고 시집 『하늘과 바람과 별과 시』. 정가는 9,800원으로 현재 인터넷서점에서는 8,820원에 판매한다. 윤동주 서거 71주년 기념 패키지로 1955년 10주기 증보판과 함께 1948년 3주기 초판본), 육필원고를 한데 묶었다.
서점가에 초판본 열풍이 거세다. 초판본을 구하려면 청계천 등지의 중고책방을 돌아다니거나, 경매를 해야 했는데 지금은 아니다. 인터넷서점에 접속해 마우스 몇 번만 톡톡 치면, 당일 책을 받아볼 수 있다. 독자는 더 이상 수고롭게 발품을 팔지 않아도 된다. 정가보다 훨씬 높은 금액을 지불하지 않아도 초판본을 쉽게 구할 수 있다.
초판본 열풍이 흥미로운 것은 구매층에 있다. 고서를 수집하는 연령은 대개 60대 이상이지만, 초판본을 구매하는 독자는 20,30대 여성이 압도적이다. 예스24 자료에 따르면 3주 연속 종합 베스트셀러 2위를 기록하고 있는 윤동주의 유고 시집 『하늘과 바람과 별과 시』(소와다리)의 경우, 구매 고객의 27%가 30대 여성이었다. 두 번째로 높은 연령대는 20대 여성으로 21.3%를 차지했다. 현재 소와다리 출판사에 밝힌 총 판매 부수는 10만 부 이상으로, 인쇄한 부수는 15만 부다.
초판본을 보면 한자가 꽤 많다. 한자를 배우지 않은 젊은 사람들은 쉽게 읽기 어렵다. 그런데 왜 20,30대 여성들은 초판본을 구입할까. 이유는 ‘소장 욕구’를 불러오는 책이기 때문이다. 읽지 않더라도 책장에 꽂아 놓으면 마치 헌책방에 들어온 느낌, 문청이 된 느낌이 든다. 또한 값도 저렴하다. 1만 원이 안 되는 금액에 증보판, 초판본, 육필원고지도 받을 수 있다. 살까, 말까 고민하기에는 너무 저렴하다. 커피 두 잔 값으로 1948년, 1955년의 윤동주 목소리를 들을 수 있으니 망설일 여지가 없다. 페이스북, 인스타그램 등 SNS에 들어가면 ‘초판본 구매 인증샷’이 수두룩하다. 독자들은 초판본을 통해 역사적 의미를 되새기며 문학의 정수에 흠뻑 빠져들고 있다. 2월 9일 출간된 1955년 증보판 복각본 『하늘과 바람과 별과 시』는, 영화 <동주>가 개봉하면서 판매 부수가 월등히 증가했다.
예스24에서 ‘초판본’을 검색하면 200여 권의 도서가 뜬다. 90% 이상이 문학 도서다. 그 중 판매 순위 1~3위를 차지하는 초판본은 모두 1인출판사 ‘소와다리’에서 펴낸 책이다. 『하늘과 바람과 별과 시』의 성공으로 다수의 출판사가 초판본 출간에 뛰어들었지만, 소와다리의 기성을 무너뜨리지 못하고 있다. 2월 2일부터 예약 판매 중인 백석 시인의 『초판본 사슴』도 반응이 좋다. 출판사의 제작 지연으로 3월 중순에 발송 예정이지만, 독자들은 인내심을 갖고 기다리고 있다. 종종 출판사와 서점에 항의하는 독자가 있지만, 대개의 경우 하염없이 기다리는 지혜를 발휘하고 있다. 김동근 소와다리 대표는 지난 2월, 서울북인스티튜트(SBI)에서 열린 인사회(인문사회과학 출판사들의 모임) 특강에서 “지난해 11월에 나온 『초판본 진달래꽃:김소월 시집』의 판매가 급격하게 올랐을 때, 도저히 수량을 맞출 수 없었다. 독자들의 항의가 있었지만 ‘경성우체국에서 미래로 오느라 시간이 걸리고 있다’고 밝히니 대부분 이해를 해주셨다”고 밝혔다.
혹자는 지난해가 윤동주 서거 70주년이었기 때문에 유고 시집 『하늘과 바람과 별과 시』가 불티나게 팔릴 수 있었다고 말한다. 시기가 잘 맞아떨어졌기 때문에 덩달아 초판본 열풍이 불었다고 지적한다. 윤동주 초판본의 경우, 이준익 감독의 영화 <동주>까지 흥행했으니 영향이 없다고 할 수는 없다. 하나, 모든 분야의 흥행이 꼭 이어지리라는 법은 없다. 영화 관객과 책 독자는 꽤 다르다.
많은 출판사는 궁금해 했다. 1인출판사 소와다리의 김동근 대표는 초판본 열풍을 예상했을까. 기획과 번역, 편집, 디자인, 홍보 등 모든 업무를 직접 하는 김 대표는 성공을 예상하고 뛰어들지는 않았다. 대학에서 일본학을 전공한 김동근 대표는 전화기 1대, 노트북 1대로 ‘소와다리’를 창업, 4년간 50권의 책을 펴냈다. 전공을 살려 외국어 학습서에 뛰어들었지만 대형 출판사가 호락호락하게 자리를 내주지 않았다. 덩달아 도서정가제가 시행되면서 고심 끝에 유아 그림책 오리지널 피터래빗 시리즈 『피터래빗 이야기』를 펴냈다. 이후 독자층을 넓히고자 20대 초중반이 좋아할 만한 팬시한 디자인의 『이상한 나라의 앨리스』, 『어린왕자』 초판본을 펴내자, 클래식을 좋아하는 독자로부터 호평을 받았다. 김동근 대표는 초판본 오리지널 판형이 소수의 취향이지만 잠재력이 있는 시장이라고 확신, 저작권이 풀린 소설의 초판본 출판에 적극적으로 나선다. 이후 일본 소설 『인간실격』, 『은하철도의 밤』을 각각 1948년, 1934년 초판본으로 출간했다.
“윤동주 시집 『하늘과 바람과 별과 시』 복각은 거기서 출발했습니다. 시간이 흘러 낡아질 대로 낡아진, 촌스러워질 대로 촌스러워진, 현대적인 디자인과는 너무나 큰 위화감이 있는, 처음 표지를 그대로 보여주자. 그러면 옛날 표지를 모르는 사람은 신기해하고 아는 사람은 반가워할 것이다. 그리고 어떤 식으로든 시와 시인과 그리고 시집이 품고 있는 역사에 다시 관심을 가질 것이다. 그렇게 생각했습니다.” (소와다리 공식 페이스북 ‘웬만하지 않은 1인 출판사의 나날’ 포스팅에서)
소와다리는 1인출판사이기 때문에 광고나 홍보를 적극적으로 하지 않는다. “광고비를 쓸 바에야 독자들에게 의미 있는 사은품을 제공한다”가 소와다리의 철학이다. 대신 SNS 마케팅은 적극적으로 한다. 페이스북이나 인스타그램을 통해 책을 홍보하되, 출판사 이름은 노출하지 않는다. 페이스북 공식 계정 이름도 ‘웬만하지 않은 1인 출판사의 나날’이다. 아는 사람만 봐도 된다는 자신감이다. 광고 같지 않은 광고성 글을 올리면서, 허수의 숫자를 늘리기보다는 초판본에 관심이 있는, 구매력이 있는 유의미한 독자들과 밀접하게 소통하고 있다.
윤동주의 유고 시집 『하늘과 바람과 별과 시』는 현재 10만 부 이상이 팔렸다. 김동근 대표는 인사회 특강에서 “1인 출판이기 때문에 제작비 자체가 많이 들지 않는다. 올해 수익이 매우 좋다. 사람들은 집을 사라고 하지만, 더 화끈한 이벤트를 하고 싶다. 다음 책을 만드는 데 투자하고 있다. 타 출판사들이 초판본에 뛰어들었지만, 소와다리처럼 빨리, 싸게 만들긴 어렵다고 생각한다”며 자신감을 드러냈다.
소와다리는 현재 독자들의 요청에 따라 『하늘과 바람과 별과 시』 양장본을 만들고 있다. 가격은 동일하게 9,800원이다. 또 3월 31일, 『초판본 님의 침묵 : 한용운 시집』 이 출간된다. 현재 예약 판매 중이며, 이 책은 1926년 회동서관 초판본 브랜뉴 에디션이다. 초판본 전집 세트 출간을 기대하는 독자도 있지만, 소와다리는 협력 출판사와 함께 1달 1권 출간을 목표로 하고 있다. 파란책 출판사는 소와다리의 복각본 필사책을 내고 있다. 김동근 대표는 “왜 다른 출판사에서 필사책을 내냐?”는 물음에 “같이 먹고 살아야죠”라고 말했다.
‘웬만하지 않은 1인 출판사의 나날’ 페이스북 소개글은 “풀잎새 따다가 책을 엮는 아주 작은 1인 출판사 사장의 슬픈 책 사랑 얘기”다. 가수 예민의 명곡 「산골 소년의 사랑이야기」를 패러디했다. 포스팅한 글을 보면 내공이 보인다. 성공은 아무에게나 찾아오지 않는다. 김동근 대표는 출판 비용을 줄이기 위해 직접 번역을 하고, 3개월간 매일 18시간 컴퓨터 앞에 앉아 복각본을 만들었다. 한 글자 한 글자를 이미지 파일로 작업해야 했기 때문이다. 소와다리에서 펴낸 초판본의 주요 독자는 국문학도다. 자료를 수집하기 위해 책을 구매하는 경우도 꽤 많다. 좀 더 높은 퀄리티의 책을 만들 수 있지만, 저가 정책을 펼치는 데는 독자에 대한 배려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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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판본 하늘과 바람과 별과 詩 : 윤동주 유고시집 윤동주 저 | 소와다리
[서시] [별 헤는 밤] [십자가] 등 주옥같은 시 31편이 수록된 초판본에 유족들이 보관하고 있던 원고를 더해 서거 10주기를 기념하여 1955년 발행된 이 증보판에는 몰락한 조국을 마음으로 지켜낸 한 청년, 아아... 그리운 동주! 그의 뜨거운 마음이 고스란히 담겨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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엄지혜
eumji01@naver.com
nbelieve
2016.03.21
brabbit
2016.03.18
뭐꼬
2016.03.14
광고 문구만 보면, 육필원고, 판결문, 명함크기 사진 등도 따로 인쇄되어 패키지에 포함된 걸로 착각할 수 있습니다.
하얗고 큰 책자에 육필원고와 판결문, 명함크기 사진이 대충 인쇄되어 있을 뿐입니다. 총 5개 구성품이 아니라 3개로 이루어져 있습니다.
저 역시 구매 후 그 사실을 알아차렸고, 구매후기를 보니 저와 비슷한 사례가 많더군요.
YES24의 해당 도서 페이지는 관련 이미지를 수정한 것처럼 보이지만, 아직도 다른 인터넷서점은 명함크기 사진과 판결문을 따로 촬영해 별도 구성품처럼 광고하고 있습니다.
싼맛에 구매해서 상관없다고 하는 사람들도 있지만, 인터넷서점의 과대광고에 눈쌀이 찌푸려집니다.
1인 출판사인 소와다리의 좋은 취지까지 퇴색되는 것 같아 안타깝습니다.
15만부나 팔릴 때까지 버젓이 방치되어 오늘도 과대광고로 독자를 끌어들이고 있는 현실이 안타까울 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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