육아는 참 어려운 일이다. 일반적으로 여러 번 하면서 시행착오를 거치면서 나아지는 것이 우리의 선택과 행동이다. 안타깝게 육아는 그러지 못하다. 과거에 아이를 대여섯 명 낳을 때도 아니고, 겨우 한 두 명의 아이를 낳고 키우다 보니 매 번의 선택이 라스베가스에서 큰 판돈을 걸고 도박을 하는 아슬아슬함이다. 거기다가 육아법과 관련한 조언은 또 얼마나 많은지 모른다. 어느 장단에 맞춰야 할 지 모르겠다.
아이는 초장부터 잡아서 만들어 나가야 하는 것인지, 아이의 눈높이에 맞춰 차근차근 아이에 맞춰나가는 것이 옳은 것이지 알 수 없다. 특히나 우리나라 엄마들의 헷갈림은 더하다. 자기가 자라난 방식과 사뭇 다른 방식이 대세로 보이기 때문이다. 최근의 트렌드는 “아이를 믿어라”, “아이에게 선택권을 주고 기다려라”, “아이에게 상처를 주지 마라 평생 간다”는 태도다. 부모가 하라는 대로 순종적으로 살아왔고, 모진 말을 들으면서 자라난 세대 입장에서는 그게 좋은 것은 알겠는데 막상 적용하려면 쉽지가 않다.
쏟아져 나오는 육아서적의 대부분은 ‘타이거 맘’과 같은 소수의 책을 제외하고는 대부분 이런 태도를 권유한다. 특히 북유럽 스칸디나비아 국가들에서 나온 책들에서 흔히 찾아볼 수 있다. 우리나라에서 최근 가장 핫한 이상향은 이들 나라들이다. 복지도 잘되어있고, 모두가 행복해 보이는 나라인 덕분이다.
아이는 어른보다 상처 회복률이 빠르다
그러나, 정말 이런 방식의 육아법이 정답일까? 일본이나 한국이 아닌 바로 최신 트렌드 육아의 심장부인 스웨덴의 정신과 의사인 다비드 에버하르드가 이런 믿음에 강력한 이의를 제기했다. 『아이들은 어떻게 권력을 잡았나』는 여섯 아이의 아버지이기도 한 저자가 너무나 당연하다고 믿으면서 제대로 아이들을 위해서 부모 역할을 못한다고 죄책감을 갖고 살아가게 만드는 북유럽식 육아법에 대해 조목조목 반박하고 있다. 이런 방식의 육아는 ‘불안’ 중심의 관점이고, 아이에게 상처를 줄 수 있겠지만 아이는 그렇게까지 약하지 않고 도리어 어른보다 훨씬 상처회복력이 강하다는 것을 잊어서는 안 된다고 말한다.
지금 북유럽, 스칸디나비아 지역에서 좋은 부모라 여겨지는 이는 아이에게 벌어질 어떤 위험이든 최소화하고 부모는 아이와 동등하다는 입장에서 모든 권리를 중시하고, 아이가 져야 할 의무는 조직적으로 피한다. 그리고 언성을 높이지 않고 반박하지 않고 토론하고 아이의 눈높이에서 대하는 사람이다. 이는 모두 아이가 다칠까 봐 무섭고, 자기가 잘못해서 아이에게 상처를 줄까 두렵기 때문이다. 그러나, 저자는 아이는 웬만큼 강한 상처가 아닌 한, 평생 가는 상처는 매우 드물다고 안심을 시킨다.
예를 들어 먹기 싫어하는 약을 억지로 먹인다고 평생 씻지 못할 트라우마가 될 거라 생각하지 말라고 한다. 이런 사소한 일로 상처받는 사람이라면 이미 그전에 정신적 상처를 입었을 가능성이 높다. 그런데 현대사회의 삶은 2백년 전에 비해서 객관적으로 훨씬 안전해졌고, 절대적 위험의 정도는 덜해졌는데도, 부모들이 느끼는 위험도는 훨씬 높아졌다. 몇 십 년 전만해도 5-7세 아이가 형제끼리 혼자 등교를 하는 것이 일상적이었는데, 지금은 그랬다가는 교사가 경찰에 신고를 한다. 실제 루마니아 독재 권력에서 고아원에서 수천 명의 아이들이 몇 명의 보모 손에서 자라났다. 이들이 제대로 된 집안에 입양이 된 후 몇 년이 지나자 극적으로 뇌의 크기가 회복되었고, 영구 손상 없이 완전히 회복이 되었다.
또 생애 첫해에 부모를 통해 받은 심리적 영향이 평생 부정적 영향을 준다는 증거도 없다. 반대의 증거는 많다. 아이들은 어릴 때 받은 상처들을 어른들이 같은 상처를 받은 것보다 훨씬 잘 극복한다. 그 이유를 뇌가 덜 굳었기 때문이라 학습이 가능한 상태이고 유연하게 받아들여서 회복가능하기 때문이라 설명한다. 그래서 뇌경색 이후에도 빨리 회복되고 영구손상도 없는 경우가 많다. 그러므로 당연히 정신적 외상을 다루는 능력도 어른보다 뛰어나다.
그러나 많은 부모가 이런 아이의 회복력을 과소평가해 불안해하며 아이의 삶에 과도하게 간섭하도록 부추긴다. 그 결과 정상적 발달에 필요한 부모의 개입의 정도를 과장해서 부모 노릇을 실천 불가능한 수준의 짐이 되게 만든다. 또한 조금만 위험한 것도 하지 못하게 하면서 한 번도 위험을 경험해보지 않고, 꾸중을 듣지 않은 채 자라면서 선택도 못하고, 행동의 변화도 가져보지 못한 어른이 되어버릴 위험이 있다고 경고한다.
이를 저자는 ‘컬링 부모’라고 말한다. 마치 아이스링크에서 부모가 빗자루를 들고 열심히 얼음을 닦아서 컬링돌인 아이가 자기가 원하는 곳까지 갈 수 있도록 유도하는 것과 같다는 것이다. 미국에서는 아이의 앞길을 미리 깎아 놓는다는 의미에서 최근 ‘잔디 깎기 엄마’라는 말이 유행하는 것과 같은 맥락이다.
아이 키우기엔 정답은 없다
겉으로는 민주적이고, 좋은 부모인 듯 보이지만 결국 부모 자신의 불안을 투사하면서 사실상 아무것도 하지 않고 보기만 하는 부모가 사실상 아이를 무력한 어른으로 만들 위험이 있다고 저자는 말한다. 그러므로 부모가 죄책감에서 벗어나면 아이들은 큰 마음의 안정을 얻으므로 괜한 죄책감을 갖지 말라고 조언한다. 아직 선택 할 능력이 없는 아이에게 선택권을 주는 것은 시간 낭비이며, 혼란만 가중시킬 뿐이니 부모가 정해주는 것에 미안해하지 말아야 한다. 아무리 열심히 위험을 예방하려 해도 일어날 일은 결국 일어난다는 것을 받아들인다.
중요한 해법은 부모의 권위를 강화하고, 부모를 지지하고, 자기 가족 통제 권한을 부모에게 돌려주는 것이다. 저자는 명확하고 확고하고 단호한 육아법이 아이에게 해를 입혔다는 증거는 없다고 주장한다.
꽤 두꺼운 책이지만 두 세 페이지 이내에서 짧게 이야기를 끊어나가서 읽어나가는데 어려움은 없다. 반복해서 저자는 세칭 민주적 ‘북유럽식 육아’는 환상에 지나지 않을 수 있고, 부모와 아이 모두에게 좋은 점보다 부정적인 점이 더 많을 수 있다고 말한다. 수많은 육아관련 책을 읽을 때마다 “나는 제대로 해주는 게 아무것도 없다”, “난 독재자 부모구나”라고 자책을 하던 사람이라면 한 번 읽어볼 만한 책이다.
그동안 여러 종류의 부모 상담을 하면서 어느 장단에 맞춰야 하는 게 옳은 것인지 고민이 될 때가 많았다. 개인적으로는 “결국 부모 본인의 성격에 맞춰서 해야 한다. 만고불변의 정답은 없다”는 생각을 갖게 되었는데, 이 책은 내 의견을 뒷받침해주고 있어 보는 내내 요샛말로 ‘사이다’같이 속이 뻥 뚫리는 기분이 들었다. 성격적으로 최신 유행 트렌드에 발맞추기 어려워하던 부모나 육아 관련 전문가들에게 일독을 권하고 싶다.
아이 키우기엔 정답은 없다. 그리고 부모나 아이 모두 자기가 갖고 태어난 대로 살아간다. 부모가 해줄 수 있는 최고의 육아는 크게 다치지 않게 지켜보며 보호하고, 최소한의 사회성을 갖추도록 교육하는 것이 아닐까 한다. 그 외에는 모두 자기 성격대로 하면 된다. 그러니, 이제는 남들의 훈수에 일희일비 하지 말자. 저자는 책 말미에 누가 “완벽한 부모는 어떤 사람일까?”란 질문으로 책을 시작했다면서 이렇게 유머러스하게 답하며 글을 마친다.
“누구나 부모 노릇에 대해 의견이 있지만, 가장 좋은 부모는 자기 아이가 없는 부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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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들은 어떻게 권력을 잡았나다비드 에버하르드 저/권루시안 역 | 진선출판사
꿈의 버릇없는 아이들의 나라가 된 스웨덴! 그곳의 정신의학자이자 여섯 아이의 아버지인 다비드 에버하르드가 아이에 대한 존중과 부모의 권위가 공존하는 육아를 논한다.도대체 우리 아이는 왜 이렇게 버릇이 없을까? 어떤 부모가 좋은 부모인가? 아이와 입씨름을 벌이느라 지친 당신에게 다비드 에버하르드가 새로운 육아 해법을 제안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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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지현(정신과 전문의)
어릴 때부터 무엇이든 읽는 것을 좋아했다. 덕분에 지금은 독서가인지 애장가인지 정체성이 모호해져버린 정신과 의사. 건국대 의대에서 치료하고, 가르치고, 글을 쓰며 지내고 있다. 쓴 책으로는 '심야치유식당', '도시심리학', '소통과 공감'등이 있다.
iuiu22
2016.02.2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