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온은 서울보다 높았지만, 도심보다 붐비지 않은 탁 트인 시원한(?) 시야 때문인지 11월 말에 찾은 제천의 체감날씨는 꽤나 매서웠다. 그 낯선 날씨로부터 벗어나고자 하는 욕망에 휩싸인 나는 한방엑스포공원 내에 위치하고 있는 제천한방마을로 향했다. 한약재로 쓰이는 각종 약초들로 메워져 있는 공간. 이곳에서는 약초에 대한 다양한 정보를 얻을 수 있는가 하면, 발마사지와 약초비누 만들기, 체질 테스트 등 다양한 체험들도 가능하다. 심신의 개선 및 치료를 하기 전이라면, 이전 상태와 원인을 제대로 아는 것이 선행되어야 하는 법! 이곳에서 시작한 '따끈 프로젝트' 첫 번째 과정을 통해 제천의 매서운 첫인상이 많이 부드러워졌다.
그렇게 심신의 온도를 데운 후, 이너테라피를 위해 '한방 티 테라피 체험장(티테라, http://www.teaterra.co.kr)'으로 향했다. 이곳은, 지난 2013년 문화체육관광부 산업관광분야 공모사업으로 선정돼 운영 중이다. 들어서자마자 풍기는 은은한 한방차 내음과 난방으로 데워진 온도로 인해 낮잠의 유혹이 나를 자꾸만 간지럽혔다.
비누만들기 체험
'한방'이라는 예스러운 어감과는 달리, 실내 분위기는 꽤 현대적이다. 카페처럼 밝고 아늑한 공간을 자랑하는 이곳에서는, 차와 다과를 즐기는 것 외에도 아로마 발 마사지 등의 테라피 체험이 가능하다. 그 외에도, 한약재인 황기와 감초, 당귀를 일정 비율로 배합해 만드는 명월면역키움차 티백 만들기를 할 수 있다. 판매되는 제품들도 다양해서, 구경하느라 한참을 머물렀다.
명월면역키움차 티백 만들기 체험
내몸따뜻과일차와 한방쿠키들
판매되는 차들의 이름도 개성과 재미를 갖추고 있다. 내몸따뜻과일차, 청춘지킴차, 지식키움차, 피로덜어줌차처럼 각 차의 효험을 한눈에 알아볼 수 있는 이름들이다. 특히, 자연 재료 그대로의 색과 향을 입은 한방쿠키들의 맛은 일품이다.
앞선 한방 티 테라피 공간이 겨울을 따끈하게 나기 위한 제천여행지 중 한 곳이라면, 겨울풍경의 멋을 제대로 만끽할 수 있는 여행지도 '물론' 있다. 우리나라에서 가장 오래된 저수지이자, 제천 10경 중 단연 으뜸을 자랑하는 의림지는 겨울철에 꼭 들러보길 권하는 장소다. 고요하게 흐르는 호수와 그것을 껴안은 듯한 송림들의 조화는 한폭의 산수화를 보는 듯했다. 출사명소로도 손꼽히는 이곳은 낚시터로도 유명한데, 빙어잡이로도 유명하니 겨울철 여행지로 제격이다. 30m에 이르는 자연폭포도 유명하지만, 개인적으로는 인공폭포 아래를 지날 때가 더 좋았다. 머리 위로 떨어지는 시원한 물소리를 들으며 그 아래를 통과했을 땐, 묵었던 스트레스로부터 해소되는 듯했다. 마치 목욕재계를 한 것처럼….
우리의 심신은 의식하지 않더라도 본능적으로 '균형'을 좇는다. 가령, 여름이면 무더위를 피하기 위해 찬 바람을 찾고 겨울이면 혹한을 피하기 위해 뜨거움을 찾는다. 그렇게 우리는 균형 잡힌 상태를 편안하게 여긴다. 여름이면 차가운 계절이 어서 오길 바랐던 이들이, 겨울이 올 것을 두려워하고 있다. 물론, 나도 마찬가지다. 이럴 때면 인간은 참 간사한 존재라는 생각에 사로잡힌다. 하지만, 이런 본능적인 흐름(욕망이라 불리는)에 이끌리는 것 또한 우리만의 매력 아니겠는가? 그럼으로써 결핍을 충족시킬 만한 것들을 찾아 개발ㆍ연구해온 것이 우리가 진화할 수 있었던 결정적인 이유이기도 하다.
제천에서의 나는, 냉ㆍ온의 공간을 오가며 자연스럽게 균형 잡힌 여행을 즐겼다. 의림지에서 느꼈던 냉기와 티 테라피 체험장, 한방마을에서 만끽할 수 있었던 온기가 내게 '균형의 지혜'를 일깨워줬다.
[관련 기사]
- 홋카이도 남동부 해안도로 1박 2일
- 전통과 인간미가 공존하는 안동하회마을
- 이런 부산여행 어때요
- 영화 <국제시장> 속 파독광부ㆍ간호사를 기리는 곳
- 힐링이 손짓하는 보배로운 섬, 비진도
최다함
최다함은 디지털영상 및 영화 전공 후 기자생활을 거쳐, 현재는 회사 내 전략기획팀에서 PR업무를 맡고 있다. 걷고 사유하는 것을 즐기며, ‘하고 싶은 건 일단 해보고 웃고 울자’ 식의 경험론주의를 지향하는 자유분방한 성격의 소유자이다. 영화, 공연, 전시회감상 등 다양한 문화 활동의 쾌락을 만끽 중이며, 날씨 좋은 계절에는 서울근교든 장거리 장소든 여행할 곳들을 찾아 몸을 통한 독서를 실행하고 있다. 현재 네이버에서 ‘문화소믈리에, 최따미’라는 타이틀의 블로그를 운영하고 있으며, 예스24 파워문화블로거 및 네이버 오늘의 책 선정단, tv5monde한국에서 프랑스영화 에디터로 활동 중이다. ‘글쓰기’를 좋아하는지라 “평생 글과의 인연은 떼려야 뗄 수 없을 것이다”라는 포부를 지닌 그녀다. 자칭 컬처 소믈리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