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국어 공부, 시험을 효과적으로 활용하라
인생의 반환점에 도착한 나이 50, 김원곤 저자는 외국어 공부를 시작했다. 서울대 의대 흉부외과 교수인 그의 일상은 여유롭지 않았고 강하게 남아 있는 경상도 억양 탓에 모국어조차 완벽하게 발음하기 힘들었지만, 1년 안에 4개 국어 외국어능력시험에 모두 합격했다. 『파란만장 중년의 4개 외국어 도전기』에 기록된 이 놀라운 경험담은 ‘열정은 나이 들지 않는다’는 희망의 메시지를 전한다.
2003년 어느 날 문득 이런 생각이 들었다. 사실 영어 외에 새로운 외국어를 배워야 할 현실적인 필요성이나 미래의 특별한 계획이 있었던 것은 아니다. 어찌 표현하면 순수하게 지적 호기심이 발현된 것이라고 멋있게 말할 수도 있겠다. 무엇보다 당시 주5일제가 확산되고 직장에서 직급이 올라감에 따라 조금씩 여유 시간이 생기기 시작한 것이 이유였을 것이다. 어쩌면 세월이 덧없이 흘러가는 데에 대한 아쉬움과 막연한 공허감이 더 작용했을지도 모른다. ( 『파란만장 중년의 4개 외국어 도전기』 16쪽)
저자는 일본어 중국어 프랑스어 스페인어의 4개 국어를 구사한다. 2003년 일본어를 시작으로 2005년에는 중국어를, 2006년과 2007년에는 각각 프랑스어와 스페인어 공부를 시작했다. 그리고 2001년부터 2012년 사이에 외국어능력시험에 전부 합격했다. 짧게는 5년, 길게는 9년 만에 원어민과 깊이 있는 대화를 나눌 수 있을 정도의 실력을 쌓은 것이다.
“세월의 덧없음에서 오는 아쉬움과 공허함을 느낄 때, 도전 과제로 선택할 수 있는 건 다양할 거예요. 그 중에서 외국어 공부를 선택한 이유는, 가치와 보람을 느낄 수 있을 거라고 생각했기 때문이죠. 실용적인 측면에서도 좋을 것 같았고요. 현실적으로는 영어 이외의 제2외국어를 공부해야 될 동기나 필요성은 전혀 없었어요. 처음에는 ‘제2외국어 한 가지 정도는 더 늙기 전에 배워두자’라는 생각으로 일본어 공부를 시작한 거였어요. 일본은 가까운 나라니까 여행을 떠나기도 쉽고, 우리나라에서도 일본에 관련된 서적이나 영상물을 쉽게 접할 수 있으니까요. 배워두면 용도가 있을 거라고 생각하고 선택했던 거죠.”
『파란만장 중년의 4개 외국어 도전기』에서 고백하듯, 저자가 외국어 공부를 시작하게 된 현실적인 필요나 거창한 목표는 없었다. 다른 언어에 비해 배우기 쉽고 일상생활에서 많이 접할 수 있다는 이유로 일본어를 선택했고, 중국어 역시 같은 한자문화권 언어이니 상대적으로 진입 장벽이 낮을 것이라는 판단 하에 도전하게 됐다. “프랑스 와인이나 치즈에 붙어 있는 상표의 이름들만이라도 제대로 발음할 수 있으면 좋겠다”는 생각으로 프랑스어를 “스페인어는 한국사람 입장에서 발음이 매우 쉽다”는 말에 스페인어를 공부하기 시작했다.
그러던 중 우연한 기회에 외국어능력시험에 대해 알게 됐다. 학원 수업을 같이 듣던 학생들이 자격시험을 목표로 공부 중인 것을 알게 된 것이다. 처음에는 “그렇다면 나도 한번 재미로라도 쳐봐야겠네”하고 가볍게 생각했지만 곧 “시험이라는 중간 목표가 있으면 공부 효율성을 확실히 높일 수 있겠다”는 기대를 가지게 됐다.
“제 경우에는 직업적인 이유로 외국어가 필요했던 것도 아니고 미래의 계획을 위해서 준비했던 것도 아니었어요. 그러면 공부의 동기가 없잖아요. 그 상태로 10년이 될지 20년이 될지 모를 공부를 계속 해나가는 건 정말 지루한 일이죠. 그래서 스스로 중간 목표를 세우면 지루함을 없앨 수 있을 거라고 생각했어요. 목표를 향해서 노력하는 과정에서 더 분발하게 될 것 같기도 했고요. 목표를 달성하지 못해도 크게 문제될 것은 없지만, 지금처럼 모두 이루게 되면 성취감도 남다르잖아요. 그런 의미에서 긴 공부의 중간 매듭을 마련하기 위해서 외국어능력시험에 도전하게 된 거예요.”
“시험 그 자체를 목표로 하는 것이 아니라 목표를 이루기 위한 효율적인 수단으로 활용”했던 저자는 『파란만장 중년의 4개 외국어 도전기』에서 자신이 경험한 ‘시험의 효과’를 알려준다. 그가 전하는 ‘외국어를 공부하는 데 있어 시험이라는 목표가 필요한 이유’를 요약하면 다음과 같다.
- 시험은 자신이 현재까지 걸어온 길과 향후 여정을 정확하게 제시해준다. 그리고 다음의 이정표가 나올 때까지 확실한 중간 목표를 가지고 걸어갈 수 있도록 의지를 다잡아준다.
- 시험을 출제하는 측에서는 오랜 경험을 바탕으로 수험생이 반드시 알아야하는 중요한 문제들을 출제하기 마련이다. 즉, 공부 방향에 대해 체계적이면서 합리적인 지침을 마련해 주는 것이다.
- 시험은 스스로의 상태를 냉정하게 평가해볼 수 있는 기회가 된다.
학원을 다녀도 외국어가 늘지 않는 이유
독자들은 『파란만장 중년의 4개 외국어 도전기』 안에서 중년의 나이에 새로운 도전을 시작하는 열정을 발견하게 되고, 그 열정이 열매를 맺는 과정을 목격하게 된다. 아울러 4개 국어의 외국어능력시험이 치러지는 방법과 합격에 이르는 길에 대해 알게 된다. 그러나 정작 저자 자신은 공부의 비법 같은 것은 있을 수 없다고 단언한다. 그리고 외국어를 마스터한다거나 정복한다는 개념 역시 존재할 수 없다고 말한다.
“최고의 등산가들도 산을 정복한다는 말은 쓰지 않아요. 그 말 자체가 굉장히 조심스럽다고들 하죠. 그렇지만 객관적으로는 ‘산을 정복했다’는 표현은 쓸 수도 있는 것이죠. 그런데 어학이라는 건 정상이 어디인지 기준도 없고, 보이지도 않고, 있지도 않아요. 예를 들어서 한국인에게 ‘당신은 한국어를 정복했습니까?’ ‘당신은 한국어를 마스터했습니까?’라고 물어본다고 생각해 보세요. 아마 최고의 소설가나 최고의 문학 비평가도 감히 그런 이야기를 할 수 없을 거예요. 하물며 외국어는 더욱 그렇죠. 모국어도 정복을 못 하는 마당에 외국어를 정복할 수는 없는 거죠.”
말하자면 산악인의 과거 등반 기록은 그 자체만 가지고도 충분히 권위 있고 훌륭한 것이지만, 어학 공부를 하는 사람의 과거 기록은 바로 지금의 실력이 뒷받침되지 않는 한, 한때의 아련한 추억으로 끝날 뿐이다. 그렇기 때문에 어학 공부에는 은퇴도 휴식도 있을 수 없다. 오로지 묵묵히 끈기 있게 한 번 시작한 공부를 평생 지속하는 외길만이 존재할 뿐이다. ( 『파란만장 중년의 4개 외국어 도전기』 8쪽)
그렇기에 저자는 외국어 공부의 지름길이나 필승법을 알려주겠다고 호언장담하지 않는다. 그저 자신의 경험에 비추어 “비결 아닌 비결”을 말해줄 뿐이다. 그 첫 번째는 ‘외국어 공부의 원칙’으로, 문법과 단어로써 기본을 탄탄하게 마련하는 것이다. 저자의 말에 따르면 외국어 학습에 있어서 문법은 ‘뼈대’가 되고 단어는 ‘근육’이 된다. 문법과 단어라는 기본 체력을 갖추어야 듣기와 말하기, 읽기와 쓰기의 기술적인 측면을 배워나갈 수 있는 것이다.
“문법하고 단어가 중요하다고 이야기하면 많은 사람들이 ‘그런 걸 강조하는 건 옛날식 교육 방법이다’라고 하는데요. 깊이 있는 이야기를 나누고 또 쓸 수 있으려면 문법과 단어 실력이 바탕이 되어야 해요. 듣기에 있어서도 마찬가지죠. 모르는 단어가 어떻게 들리겠어요. 그런 식으로 다 유기적인 관계로 맺어져 있는 거죠.”
흔히 ‘생활외국어’라는 이름 아래 최소한의 단어와 문법으로 말을 이어나가는 것을 자랑으로 생각하는 경향이 있는데 이는 잘못된 생각이다. 서바이벌 회화는 가능하겠지만, 항상 제자리일 수밖에 없다. 문법과 단어 이 둘을 좌청룡 우백호처럼 곁에 끼고 있을 때라야 비로소 제대로 된 외국어 학습이 이뤄질 수 있다는 것을 명심하자. (『파란만장 중년의 4개 외국어 도전기』 121~122쪽)
또한 그는 암기의 효율성을 높일 수 있는 방법으로 “반복을 통한 학습”을 강조한다. 구체적인 실천 방법은 가급적 빨리, 가능한 자주, 중복의 자극을 주면서 반복하는 것이다. 그 근거로 저자는 독일의 심리학자 헤르만 에빙하우스의 연구 결과를 제시한다. 헤르만이 실험한 바에 따르면 우리의 망각은 기억한 지 10분이 지난 후부터 본격적으로 시작되어 1시간 후에는 절반 정보를, 하루가 지난 후에는 70%를 잊게 된다. 이를 통해 저자는 “반복학습 과정을 통해 그 기억을 되살리려고 노력한다면, 망각 속도를 현저하게 늦추는 효과를 보거나 심지어 아예 장기 기억의 창고로 그 기억을 옮겨놓을 수 있다”고 말한다.
“학원에서 외국어를 공부하면서 ‘나는 학원에서 배운 것을 제대로 기억하지 못한다, 학원에 가도 별 소용이 없더라, 돌아서면 잊어버려서 나이를 절감하게 된다, 나는 왜 젊은데도 기억력이 없을까’라는 이야기를 많이들 하잖아요. 그런 사람들을 보면 대개는 수업을 마치고 나가자마자 해방감에 취해서 학원에서의 일은 빨리 잊어버려요. 그러고 나서 다음 날이 되어서야 배웠던 걸 되새기려고 하면 채 절반도 기억나지 않죠. 그러면 계속 좌절감을 느끼고, 포기하게 되고, 작심삼일에 그치는 거예요. 저는 학원 강의실에서 나오자마자 바로 반복 학습을 시작해요. 지하철타고 집에 가면서, 그리고 집에 도착해서 잠들기 전까지도 계속 반복해서 되새기는 거죠. 빠른 시간 안에 적어도 두 번 정도는 반복 과정을 거치는 건데요. 그럼에도 불구하고 계속 잊어버리지만, 그렇게 함으로써 기억 창고에 남을 확률을 높여주는 거예요.”
세월은 나이 든 사람들의 편이다
『파란만장 중년의 4개 외국어 도전기』가 제안하는 또 다른 방법은 ‘기억의 강도’를 높이는 것이다. 이를 위해 저자는 수업 중에도 계속해서 머릿속으로 내용을 되새기고, 가능하다면 연상 암기법을 활용하라고 조언한다.
“수업 시간에도 단순하게 선생님의 가르침만 듣고 있으면 안 돼요. 굉장히 빠르게 두뇌를 회전해서 ‘저 단어를 쉽게 외우려면 어떤 것과 연결해서 기억해야 하나’와 같은 고민을 해야 하죠. 시간이 있다면 새로 배운 단어를 수업 중에 써가면서 다시 보는 것도 좋아요. 여러 가지 방법으로 기억과 자극의 강도를 높이고 횟수를 늘리기 위해서 끊임없이 노력해야 돼요. 처음에는 어려운 일처럼 여겨지겠지만, 반복을 통해 습관화시키면 힘들이지 않고도 자연스럽게 할 수 있게 돼요.”
이번 책을 통해서 김원곤 저자는 “외국어 공부를 시작하기엔 늦었다고 생각하는 사람들에게 현실적이고 실증적인 증거를 보여주고 싶었다”고 밝혔다. 그리고 한 발 더 나아가 ‘나이 든 사람들이 공부하며 느낄 수 있는 즐거움과 여유’가 있음을 이야기하며 도전을 격려한다.
예를 들어, 어떤 외국어를 배우는 데 있어 적어도 3년 정도는 지나야 웬만한 대화가 가능하다는 이야기를 들었다고 하자. 젊은 시절에는 3년이란 세월이 까마득한 시간처럼 생각돼 미리 정신적으로 지치게 될지도 모르지만, 세월의 빠름을 이미 절감하고 있는 나이 든 사람의 입장에서는 그 3년이 어느 날 눈뜨고 일어나면 지나가 있을 세월이라는 것을 이미 알고 있다. 이 때문에 나이 든 사람의 입장에서는 오히려 그 기간을 힘들어하지 않고 묵묵히 공부를 이어나갈 수 있는 긍정적인 효과를 기대할 수 있는 것이다. (『파란만장 중년의 4개 외국어 도전기』 163쪽)
뿐만 아니라 “나이든 사람들은 젊은 사람들처럼 공부에 조급해하지 않아도 되는 이점이 있다”고 저자는 말한다. 젊은 시절에는 입학 취업 유학과 같은 현실적인 목표를 위해서 외국어 공부를 해야 하고, 빠른 시간 내에 결과를 얻어야 한다는 생각에 마음이 조급해지는 데 반해, 나이 든 후에 시작하는 공부는 조급함에서 비켜 서 있다는 것이다. 그렇기에 저자는 “결국 세월이란 시간은 젊은이들의 것이 아니라 오히려 나이 든 사람들의 편이 될 수 있다”고 이야기한다.
그렇다고 해서 『파란만장 중년의 4개 외국어 도전기』의 메시지가 중년 혹은 노년층에게만 해당되는 것은 아니다. 저자는 이미 『20대가 부러워하는 중년의 몸만들기』를 통해 ‘도전하는 데 있어 나이는 걸림돌이 되지 않는다’는 사실을 몸소 입증해 보인 바 있지만, 이번 책에서는 모든 연령대의 독자들을 향해 ‘이미 늦었다는 생각으로 스스로 한계를 규정하지 말라’고 말하고 있다.
“개인적인 욕심으로는 『파란만장 중년의 4개 외국어 도전기』가 전 연령층에게 읽혔으면 좋겠어요. 당연히 일차적으로는 중년 또는 노년의 독자들이 관심을 가지겠지만, 외국어라는 건 모든 국민의 관심사잖아요. 외국어에 관심이 있는 사람이라면 이 책을 통해서 외국어 전체에 대한 개념을 파악할 수 있을 거라고 생각해요. 외국어 학습에 도움을 받을 수도 있을 거고요. 외국어 공부에 대한 전반적인 이야기가 담겨 있는 만큼, 꼭 나이 든 사람에게만 적용되는 공부 방법은 아니에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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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란만장 중년의 4개 외국어 도전기김원곤 저 | 덴스토리(DENSTORY)
나이 50에 일본어를 필두로 중국어, 프랑스어, 스페인어에 도전한 무모한 중년이 있다. 외국어를 배워야 할 절박한 이유나 미래의 계획 같은 건 없었다. 게다가 그는 우리말 발음도 자신 없는 경상도 출신! 그야말로 '사서 고생'의 표본인 셈이다. 그러나 처음 일본어학원에 등록한지 10여 년이 흐른 지금, 그는 ‘외국어 공부의 달인’, '외국어 습득의 신'으로 불린다. 기억력이 감퇴하는 50대의 직장인이, 순전히 학원 수업만으로, 4개 외국어를 정복한 비결은 대체 무엇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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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나리
그저 우리 사는 이야기면 족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