병원에 가는 날이면 몸과 마음은 궁금증 때문에 부풀어 올랐다. 가자마자 체크해야 하는 몸무게와 혈압도 신경 쓰이고 중간 중간 기형아나 당뇨 검사를 할 때도 조심스럽게 가슴을 쓸어내려야 했다. 그래도 초음파를 보는 건 설렜다. 나는 면회 가는 기분으로 진료실 앞에서 이름이 호명되길 기다렸다.
초음파 화면을 보기 위해 침대에 누우면 의사는 “오늘은 장기가 제대로 자리를 잡았는지 볼 거예요” 하고 알려주었다. 나는 심호흡을 한 뒤 눈을 크게 떴다. 화면을 볼 때마다 의사는 아기가 뼈도 굵고 키도 크고 머리도 크고 배도 크고 다리도 튼실하다며 동급 최강이에요, 했다. 작게 낳아서 크게 키우라는 말이 있지만 아기가 잘 자란다는 말은 언제나 듣기 좋았다.
정밀 초음파 화면을 볼 때 의사는 머리와 뇌, 두 개의 콧구멍, 입술을 확인시켜주었다. 척추 뼈, 탯줄, 심장, 이심방 이심실(그동안 나에게 이 말은 생물 시간에 배우는 이론일 뿐이었으나 그순간 비로소 실재가 되었다), 팔과 손가락, 다리와 발가락, 동맥과 정맥도 차례대로 보았다. 초음파를 보는 동안에도 아이는 계속 움직였다. 의사는 건강하고 활발하다고 했다. 나는 뱃속에 살고 있는, 실존하는 아이를 보는 게 꿈을 꾸는 것 같았다. 보는 동안에는 선명하지만 몇 분이 지나 진료실에서 나오면 흐릿하게 지워져갔기 때문이다.
진료비를 계산할 때 간호사는 출력된 사진을 잘라 산모 수첩에 붙여주었다. 두 장일 때도 있고 세 장을 받을 때도 있었다. 그것만이 좀 전에 본 모습과 몸짓이 진짜라고 말해주었다. 집에 오는 길에도, 돌아온 뒤에도 나는 종종 그 사진을 꺼내보았다. 흑백 사진 속의 아이는 이따금 나만이 목격한 유에프오처럼 보이기도 했다. 그러나 사라지지 않고 성장한다는 점에서 유에프오와는 다른 미스터리가 되었다. 조그마한 흰 점이었던 생명이 이등신의 눈사람 같은 모습으로, 팔 다리가 길어져 허수아비 같은 모습으로 변해가며 점차 사람의 모습이 되어간다는 게 신기하고 뭉클했다. 나는 설레는 마음으로 병원에 갈 날을 달력에 표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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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유미(소설가)
2007년 문학수첩 작가상을 받으며 등단. 같은 해 창비 장편소설상을 탔다. 장편소설 『판타스틱 개미지옥』 『쿨하게 한걸음』 『당신의 몬스터』를 썼고 소설집으로 『당분간 인간』이 있다. 에세이 『소울 푸드』에 참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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