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구 반대편에 자리잡은 거대한 대륙 남미. 그 속에는 호수와 설산이 늘어선 안데스의 고산지역부터 뜨거운 아마존의 정글, 새하얀 소금사막과 푸른 빙하에 이르기까지 여행자들이 꿈꾸는 모든 풍경이 살아 숨쉬고 있다. 아직 때묻지 않은 거대한 자연과 아름다운 마을들을 만날 수 있는 남미 대륙, 그 중에서 최고라고 말할 수 있는 15곳의 여행지 중 6위부터 10위까지를 만나본다.
Best 6. 세상에서 가장 건조한 땅의 아름다움, 아타카마 사막 (칠레)
모든 것이 말라버린 메마른 사막. 그 중에서도 세상에서 가장 건조한 사막이 칠레의 아타카마(Atacama) 사막이다. 풀 한 포기 살 것 같지 않은 아타카마 사막에는 아이러니하게도 많은 호수가 있다. 대부분 지하수가 솟아 나와 생긴 호수인데, 우유니 사막처럼 수백만 년 전 바다였던 곳이 대륙붕 충돌로 인해 만들어진 사막이라 색다른 소금호수들을 만날 수 있다. 요르단 사해(Dead Sea)처럼 몸이 둥둥 뜨는 세하르 호수(Laguna Cejar)도 신기하지만 가장 멋진 풍경을 볼 수 있는 곳은 테벤키체(Tebenquiche) 호수이다. 드넓은 호수 바닥에는 새하얀 소금 결정이 깔려 있고, 그 위로 발목 깊이 정도의 물이 차 있다. 신발을 벗고 들어가면 까칠까칠한 소금결정이 발바닥을 자극하고, 차가운 호숫물은 사막의 바람을 따라 찰랑거리며 발목 주위에서 춤을 춘다. 세상에서 가장 건조한 땅에는 아름다운 호수들이 자리잡고 있다.
Best 7. 더 이상 아름다울 수 없는 티티카카를 만나다, 태양의 섬 (볼리비아)
남미에서 가장 큰 호수인 티티카카(Titicaca) 호수는 페루와 볼리비아에 걸쳐 있다. 면적이 8,135 ㎢로, 제주도 면적의 4.5배나 되는 엄청난 크기이고, 한라산 높이의 두 배가 넘는 해발 3,800 미터에 위치하고 있다. 티티카카 여행의 중심지는 호숫가 도시인 페루의 푸노(Puno)와 볼리비아 코파카바나(Copacabana)이지만, 바다처럼 드넓은 티티카카의 아름다움을 보기 가장 좋은 곳은 태양의 섬(Isla del Sol)이다. 태양의 섬은 티티카카 호수에 있는 작은 섬이다. 태양의 신 ‘인티(Inti)’가 태양을 만들었다는 전설이 전해지고 있어서, 잉카인들은 아직도 이곳을 신성시하고 있다. 섬의 선착장에 도착해 가쁜 숨을 몰아 쉬며 한 시간 정도 올라가면 광대한 티티카카 호수가 눈앞에 펼쳐진다. 티티카카와 하얀 구름, 고산의 새파란 하늘이 어우러져 환상적인 풍경을 만들어내는 이곳에서는, 호수를 바라보는 것 외에 아무 것도 하지 않아도 행복하다.
Best 8. 활화산 옆 동화 속 마을, 푸콘 (칠레)
칠레와 아르헨티나 중남부 지역은 아름다운 숲과 호수가 많아서 레이크 디스트릭트(Lake District)로 불린다. 바릴로체(Bariloche), 산마르틴(San Martin de los Andes), 발디비아(Valdivia) 등 이 지역에 자리 잡은 많은 도시 중에 최고를 꼽으라면 주저 없이 푸콘(Pucon)이라고 대답한다. 마을 앞뒤로 비야리카 호수(Lago Villarica)와 비야리카 화산(Volcan Villarica)을 두고 있는 손바닥만한 작은 마을의 거리는 한적하다. 칠레 특유의 아기자기한 나무집이 늘어선 거리를 걷다 보면, 거리 어디서나 만년설이 덮여있는 비야리카 화산을 볼 수 있다. 아직도 연기가 용암이 끓고 있는 활화산이라 연기가 피어 오르는 모습이 보인다. 비야리카 호수에는 검고 고운 화산 모래가 깔린 해변이 있다. 뜨거운 모래 위에 누워 찜질을 하며, 호수의 잔물결 치는 소리와 새소리, 사람들의 웃음소리를 들으면 여행에서 쌓인 긴장이 모두 풀린다.
유명한 유적지나 시끌벅적한 대도시보다 조용하고 소박한 소도시를 좋아하는 이에게 푸콘은 완벽한 휴식과 즐거움을 선물한다. 뭐랄까, 화려하지 않지만 너무나 사랑스러운 여자친구 같은 그런 곳이다.
Best 9. 안데스의 푸른 보석, 바릴로체 (아르헨티나)
아름다운 도시가 즐비한 아르헨티나, 칠레의 레이크 디스트릭트(Lake District)에서 가장 아름다운 곳을 뽑으라면 바릴로체(Bariloche)가 빠지지 않는다. 황량한 산과 거친 고원이 많은 페루, 볼리비아의 안데스와 달리, 바릴로체는 설산과 무성한 숲에 둘러 쌓인 드넓은 나우엘 우아피(Nauel Huapi) 호수 앞에 자리잡고 있다. 설산은 짙푸른 호수 위로 반사되고 있고, 호수 앞 광장은 따뜻한 햇살을 즐기는 여행자들로 가득하다. 유럽 이민자들이 건설한 도시인 바릴로체의 거리는 남미가 아니라 스위스의 한 마을을 걷고 있는 것만 같다. 유명한 관광도시답게 거리에는 개성을 듬뿍 담아서 장식한 가게들이 늘어서 있고, 그런 가게들을 구경하며 길을 걷는 것도 즐거운 중 하나다. 시내에서 조금 떨어진 캄파나리오(Campanariao) 언덕의 전망대에 올라가면 하얀 설산과 푸른 숲, 그 사이사이에 자리 잡은 호수가 발 아래에 펼쳐진다. 온 세상이 푸르게 물든 것처럼 시원한 풍경 속에서 상쾌한 바람을 맞으며 시간 가는 줄 모르고 푸르름에 취한다.
Best 10. 남미에서 만나는 고향 같은 마을, 바뇨스 (에콰도르)
유명한 볼거리가 없어서 우리나라 여행자들이 좀처럼 찾지 않는 조그만 나라 에콰도르. 바뇨스는 에콰도르 중부에 있는 산으로 둘러싸인 작은 마을이다. 눈 덮인 설산도, 눈을 시원하게 하는 파란 호수도 없는 바뇨스의 첫 인상은 너무나 평범하다. 하지만 반드시 환상적인 풍경이나 예쁜 건물이 없더라도 최고의 여행지가 될 수 있다는 것을 바뇨스에서 알 수 있다. 소박한 건물이 옹기종기 모여 앉은 조그만 마을은 느긋하게 지내기 좋고, 맛있는 먹거리와 깔끔한 숙소는 가격까지 저렴해 가난한 배낭여행자의 주머니를 든든하게 만들어 준다. 푸른 산 속에 완전히 파묻힌 마을은 우리나라의 시골 마을에 놀러 온 것 같아서 심리적인 안정을 준다. 거기에 더해 바뇨스는 다양한 레포츠를 저렴하게 즐길 수 있는 곳이다. 래프팅, 산악자전거부터 암벽등반, 승마, 번지점프까지. 또 유명한 것은 폭포수 아래 있는 노천 유황온천. 짜릿한 레포츠를 즐긴 후 유황온천에 몸을 담그고 저무는 석양을 보며 피로를 푸는 것이 이 곳의 매력이다.
무엇보다 좋은 것은 바뇨스의 사람들. 많은 여행자가 몰려드는 곳이지만 아직 상업주의에 물들지 않아서 이곳에 머무는 시간은 더욱 즐거워진다. 저렴한 물가와 깨끗한 숙소, 포근하고 아름다운 자연, 다양하고 저렴한 레포츠, 착한 사람들과 맛있는 먹거리까지. 바뇨스에는 배낭여행자에게 필요한 모든 것이 다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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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재영
여행작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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