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학자 현경과 과학자 최재천이 만나다
신학자와 과학자의 만남. 어떻게 보면 어울리지 않는 조합이라고 생각할 수도 있겠다. 하지만 두 사람은 대화를 나누는 내내 서로의 이야기에 공감하고 귀 기울였다. 전달하는 방식에 있어서는 조금 달랐을지 몰라도 궁극적으로 현경과 최재천이 전하고자 하는 메시지는 같았다.
글ㆍ사진 지예원
2014.09.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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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9월 18일 목요일 저녁, 공덕동에 위치한 한겨레 신문사에서 현경, 최재천과 함께하는 ‘아름다운 책 이야기’ 행사가 열렸다. 신학자이자 여성, 환경, 평화 운동가인 현경은 나 자신, 그리고 세상을 변화시킬 수 있는 ‘연약함의 힘’을 화두로 내건 에세이 『연약함의 힘』을 최근 출간했다. 이번 북토크는 생명과 여성을 주제로, 신학자인 현경과 과학자인 최재천이 함께 이야기를 나누며 서로를 이해하고 생각을 공유하는 소통의 자리였다.


신학자와 과학자의 만남. 어떻게 보면 어울리지 않는 조합이라고 생각할 수도 있겠다. 하지만 두 사람은 대화를 나누는 내내 서로의 이야기에 공감하고 귀 기울였다. 전달하는 방식에 있어서는 조금 달랐을지 몰라도 궁극적으로 현경과 최재천이 전하고자 하는 메시지는 같았다. 서로 코드가 맞고 통하는 점이 많다고 입을 모아 말한 두 사람. 각자의 소개로 이야기가 시작됐다.


현경


현경: 예전에 호주제 폐지 운동을 할 때 저의 원래 이름 정현경에서 ‘정’자를 빼고 현경이라고 이름을 지었어요. 저에겐 어머니가 세 분 계시는데, 그분들 성을 앞에 다 붙이기에는 이름이 너무 길어질 것 같아서 고민을 하다가 그냥 빼버리고 이렇게 이름을 짓게 되었습니다. 저는 인디언들처럼 제가 저의 이름을 만들었어요. 아버지가 지어주신 이름은 ‘어질 현’에 ‘구슬 경’을 따서 ‘구슬같이 어진 여자’라는 뜻을 가진 여성적인 이름이었는데 제가 그 이름을 아주 무서운 이름으로 바꿨어요. ‘검을 현’에 ‘거울 경’을 따서 ‘어두운 거울’이라는, 제가 살고 싶은 이름으로 바꿨습니다.


그 당시 제 영웅이 최재천 교수님이셨어요. 그때 교수님이 법정에 나가서 왜 생물계에서는 호주제가 말이 안 되는지, 생물계는 암컷 중심으로 돌아간다는 양심 선언을 하셔서 남자들에게 굉장한 테러를 당하셨어요. 저는 그때 선생님을 보면서 한국에 저렇게 진화된 남자도 있구나, 언젠가는 꼭 만나서 얘기를 해야지 했는데 오늘이 그날이 된 것 같습니다.


최재천: 현경 선생님이 이렇게 얘기하시니까 몸 둘 바를 모르겠습니다. 위인전을 읽어보면 위인들은 어렸을 때부터 초지일관 목표와 의지를 가지고 자라 위대한 인물이 되었잖아요. 그런데 저는 전혀 그렇게 하지 못하고 가능하면 숨어있었는데, 살다 보니까 숨지 못하는 때가 생기더라고요. 제 전공이 ‘동물 행동학’이라서 저는 동물들을 늘 관찰하는데요. 거기서는 암컷이 주인이고 수컷은 잉여존재예요. 어떤 종에서는 수컷이 없는 종도 있지만 암컷이 없는 종은 없습니다. 그런 것들을 매일 보다가 현실세계로 돌아오면 다른 것을 자꾸 보게 되면서 마음속에 불편함이 쌓이다가, 어느 순간 제가 배운 대로 이야기했는데 공격을 받기 시작하게 됐고 이왕 공격받는 거 본격적으로 해야겠다고 하다가 일이 터지고 말았습니다. 


예전에 틱낫한 스님이 한국에 오셨을 때 우연히 현경 선생님과 만난 적이 있었는데, 그 이후로 현경 선생님이 저와 코드가 맞는 것 같다는 느낌이 들었어요. 그리고 이번에 현경 선생님 책을 읽으면서 신학자인데 어떻게 생각하는 게 과학자와 비슷한 부분이 이렇게 많나 하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서로에게 현경, 최재천은 어떤 사람인가?


현경: 최재천 선생님의 책을 읽어봤는데, 가장 자기답게 사는 삶에 대해서 말씀을 하셨어요. 선생님과 저는 서로 다른 분야에 있는 사람들인데 어떻게 이 정도로 비슷한 생각을 할 수 있을까 하고 느꼈어요. 그래서 소울메이트 같다는 생각을 했고, 대단한 과학자이면서 한편으로는 우리에게 좋은 스승인 것 같아요. 


최재천: 현경 선생님을 보면서 신학자가 이래도 되나 하고 생각했어요. 우리가 일반적으로 생각하는 신학자, 종교인들은 현실과 괴리돼있고 지나치게 엄숙한 모습인데 만약 현경 선생님이 길거리에 나가면 백 명 중 한 명이라도 이분이 신학자라고 말할 사람이 있을 것인가… 지금 종교가 우리 사회에서 예전만큼 잘 나가고 있지 않잖아요. 어떻게 보면 가장 자유로운 영혼이 정말 신의 경지에 다가갈 수 있는 거구나 하고 책을 보며 생각했어요.


제가 관찰하고 연구하는 대상은 엄청나게 자유로운 영혼을 가진 친구들이잖아요. 하지만 저는 별로 자유롭게 행동하지 않아요. 그런데 현경 선생님은 어떻게 신학자로서 이렇게 자유로운 영혼을 갖고 계실까, 부럽기도 하고 궁금하기도 해요. 오늘 자리를 통해 선생님의 영혼을 들여다보고 싶습니다.


현경

 



인간은 동물보다 영적으로 진화된 존재인가? 그리고 동물에게도 과연 영혼이 있나?


최재천: 정말 동물에게도 영혼이 있는가, 이것은 아직 현대과학이 입증할 수 있는 수준의 것이 아닙니다. 그렇기 때문에 저는 과학자로서 확실히 검증되지 않은 사실에 대해선 발언을 할 수 없어요. 힌트가 될 수 있는 사례 하나만 얘기해 볼게요. 아프리카에서 오랫동안 연구를 하던 서양의 학자인데 어느 날 그 사람이 일과를 끝내고 저녁노을을 감상하다가 숲 속에서 침팬지 한 마리가 나오는 걸 봤어요. 그 침팬지는 파파야를 들고 있었는데 갑자기 고개를 들어 노을을 바라봤대요. 그렇게 한참 넋을 놓고 노을을 보다가 어느 순간 파파야도 땅에 내려놓고 한 5분 동안 지는 해를 쳐다보고 있었대요. 그리고 해가 다 지고 나서 어두워지니까 파파야를 가져가지도 않고 터덜터덜 숲 속으로 돌아갔대요. 침팬지가 저녁 노을의 아름다움에 매료돼서 자기 먹이도 잊은 채 돌아가더란 말입니다. 분명 동물에게도 영혼이 있고 예술 감각이 있을 텐데, 아직은 현대과학이 그것을 설명할만한 능력이 없는 게 안타깝습니다.


현경: 동물에게도 영혼이 있다고 그냥 알 수 있어요. 인디언에게는 각각 자신의 토템 동물이 있어요. 자기 삶의 전환기에 그 동물이 앞으로 갈 길을 보여주는 거예요. 제가 히말라야에서 일 년 동안 스님 생활을 한 적이 있어요. 어느 날 밤에 길을 잃어버렸는데 그때 저를 지켜주면서 민가까지 데리고 나온 것이 거의 늑대에 가까운 들개였어요. 동물들에게는 우리가 모르는 앎이 있는 것 같아요. 강아지를 키워보면 주인이 죽거나, 자기 친구가 죽으면 울잖아요. 영혼이 없다면 어떻게 울 수 있겠어요.



연약함도 힘이 될 수 있는가?


현경: 여성 신학자로 살면서, 저에게 ‘힘’은 굉장한 화두였어요. 오늘날 세상을 움직인 건 힘인데, 여태까지의 힘은 내 마음대로 지배하고 내가 원하는 대로 만들어내는 서열적인 힘이었던 것 같아요. 많은 여성들, 특히 여성 신학자들은 우리가 갖고 있는 힘에 대한 개념을 다시 재점검해야 한다고 생각해요. 여태까지의 힘이 지배와 종속의 힘이었다면 이제는 내 안에 있는 깊은 것을 꺼내는 힘에 대해서 얘기를 해요. 내가 연약하지만 그것이 내 안에서부터 나오는 힘이기 때문에 강한 사람 앞에서 쫄지 않고, 약한 사람 앞에서 우쭐대지 않고 진정 나답게 사는 힘이 연약함의 힘(Power of vulnerability)이라고 생각해요. 


최재천: 책 제목이 연약함의 힘이잖아요. 처음엔 제목만 보고 여성성을 강조하는 글일 거라고 생각했는데, 선생님이 얘기하는 연약함은 그런 연약함이 아니라 소통의 힘으로 이어지는 연약함을 말씀하신 것 같아요. 내가 나를 들여다볼 수 있는 힘이 있기 때문에 남을 포용할 수 있는 자세를 갖출 수 있는 거잖아요. 


제가 공부하는 분야에선 무조건 모든 게 경쟁이었어요. 자연계의 가장 중요한 현상이 생존경쟁이고 자원은 한정돼있기 때문에 경쟁은 불가피하니까요. 그런데 사실 따지고 보면 벌은 꽃과 경쟁을 하는 게 아니라 꽃가루를 옮겨주며 공생하는 거잖아요. 식물과 곤충은 지구상에서 가장 성공한 두 그룹인데 그 둘이 남을 짓밟아서 성공한 게 아니라 서로 도와주며 성공하게 된 것이죠. 힘이 센 침팬지가 많은 무리를 거느리는 건 사실입니다. 하지만 반드시 누군가 그를 내려 앉히고 왕좌에 오릅니다. 결국엔 혼자 모든 걸 다 누리지 않고 다른 이들과 손을 잡은 수컷이 오래 살아남게 돼요. 이런 면에서 저는 우리 사회의 카리스마적인 리더가 과연 리더의 정답인지 잘 모르겠어요. 우리에게 지금 필요한 건 이런 연약함의 힘일 거예요. 나의 약함을 스스로 들여다보고, 남과 나눌 수 있는 용기가 우리 사회에서 필요하다고 생각해요. 



그렇다면 연약함의 힘은 어떻게 키울 수 있는 것인가? 


최재천: 요즘 경쟁(Competition)과 협력(Cooperation)의 합성어인 ‘Coopetition’이라는 단어에 꽂혀 있는데요. 우리가 무작정 경쟁하는 게 능사도 아니고, 사실은 경쟁에서 이기기 위해 협력하는 거죠. 저는 전우익 선생님이 쓴 『혼자만 잘 살믄 무슨 재민겨』라는 책을 좋아하는데요. 혼자만 잘 살면 재미 없잖아요. 사실 함께 살아가고자 하는 마음이 우리 안에 있는데, 사회 구조가 우리로 하여금 남을 밟아야만 이길 수 있다고 강요하는 것은 잘못된 것 같아요.


현경: 제가 좋아하는 미국의 흑인 레즈비언 시인이 있어요. 그분이 ‘에로틱의 힘(The power of erotic)’이라는 말을 하셨어요. 그 말의 뜻은 가장 나다운 나의 생명력과 연결된 힘, 가장 깊은 나예요. 그분은 맨발로 바닷가를 걸을 때 바닷물이 내 발을 스치는 느낌이라고 표현했는데, 이건 가장 인간적인 나의 떨림이고 리듬인 것 같아요. 그곳에 닿아있으면 많은 것이 해결된다고 봐요. 그렇게 살아가는 게 가장 행복하거든요. 저는 연약함의 힘이 신적인 불꽃, 내 안의 떨림을 만나는 것이라고 생각해요. 우리는 자신의 가슴을 설레게 하는 게 무엇인지를 따라가봐야 해요. 깨질 수도 있고, 실패할 수도 있고, 시련을 당할 수도 있겠지만 시행착오를 겪으면서 그게 우리의 네비게이션이 되어 주는 것 같아요. 그렇게 살면 특별히 남에게 꿀릴 일도 없고, 잘난 척 할 이유도 없어요. 저는 그게 연약함의 힘을 키우는 방법이라고 생각해요.

 

현경



우리는 희망의 이유를 어디서 발견해야 할까? 두 사람에게 희망의 키워드는?


최재천: 제가 좋아하는 분들 중 한 분이 제인 구달 선생님인데요. 선생님이 2년 전 크리스마스 때 저에게 이메일로 카드를 보내주셨어요. 거기에 평화, 믿음, 사랑, 희망의 촛불 네 개가 켜 있는데 그 촛불들이 하나씩 꺼져가요. 그런데 맨 마지막으로 희망의 촛불이 남아있고 그 촛불이 얘기를 합니다. ‘다른 게 다 꺼져도 나만 꺼지지 않으면 괜찮다. 내가 다시 다른 촛불들을 하나씩 켤 것이다.’ 구달 선생님은 그렇게 희망에 대한 이야기를 전세계를 돌아다니며 끊임없이 하세요. 저에게는 그런 분이 계시다는 게 희망인 것 같아서 제인 구달을 첫 번째 키워드로 꼽고 싶습니다. 그리고 얼마 전 방한하셨던 프란치스코 교황님은 우리나라에 오셔서 지극히 평범한 것들을 하고 가셨거든요. 무시하지 않고 사람들 만나주시고 아이가 다가오면 끌어안아 주시고. 그분은 지극히 당연한 행동을 했을 뿐인데 우리는 그걸 보고 열광하더라고요. 그분이 하늘에서 내려온 천사가 아니잖아요. 교황님은 가장 인간적인 분이셨어요. 그래서 그분을 보고 아직 우리에게 희망이 있구나 하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마지막으로 딱딱한 신학을 이렇게 재미있게 하고 계시는 현경 선생님을 세 번째 희망의 키워드로 꼽고 싶습니다.


현경: 희망의 키워드가 나비, 개미, 거미라고 생각해요. 세월호 사건이 일어났을 때 너무 가슴이 아팠어요. 절대로 일어나지 말아야 할 일이 일어났기 때문에 우리가 집단 트라우마에 빠졌던 것 같아요. 하나의 작은 움직임이 큰 기적을 만든다는 문구가 있었잖아요. 저는 날갯짓을 하는 우리 하나하나의 작은 몸짓이 커다란 변화를 만들 수 있을 거라고 생각해요. 우리 안의 무언가가 다 깨어난 순간 나비효과처럼 세상이 변하면서 그 아이들이 나비가 되어 돌아올 것 같아요. 그 다음은 개미인데요. 여태까진 리더가 사자와 호랑이였지만 이제 그 시대는 간 것 같아요. 저는 건강한 작은 개미들이 피라미드 안에서 하나의 구멍을 만들고 시간이 흘러 어느 날 피라미드가 수백, 수억의 개미들에 의해 무너지는 상상을 해요. 그래서 저는 개미들에게서 희망을 봅니다. 마지막 희망의 키워드는 거미라고 생각해요. 우리 모두는 우리 안에서 꺼낼 실이 있어요. 그걸 꺼내서 네트를 만들고 당신의 네트와 연결되고, 그렇게 여러 사람들이 커넥션을 만들 때 진정한 공생, 상생의 길이 열릴 것 같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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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약함의 힘현경 저 | 샘터
연약함의 힘은 힘 있는 자 앞에서 쫄지 않고, 힘 없는 자 앞에서 우쭐대지 않으며, 진정한 자기 내면의 빛을 따라 살게 한다. 저자는 지구별을 여행하며 이 연약함의 힘으로 자신과 주변을 변화시키는 많은 분들을 만났고, 그 이야기를 이 책에 담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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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학자 #현경 #과학자 #최재천
4의 댓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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앙ㅋ

2014.09.29

관찰하고 연구하는 대상은 엄청나게 자유로운 영혼을 가졌지만 스스로는 별로 자유롭게 행동하지 않으시다니 타고난 학자이신가봐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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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원선

2014.09.28

열린 대화의 필요성.... 어떤 작은 돌파구를 보는 듯하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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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유당

2014.09.28

나대로의 힘이란 게 과연 연약하지만 힘을 발휘할 수 있을까요..조금은 의문이 듭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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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예원

재미있는 인생을 살고 싶습니다. 책과 함께 있을 때 가장 행복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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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경

세계 진보신학의 명문, 뉴욕 유니언 신학대학의 아시아계 최초의 여성 종신교수. 달라이 라마가 주축이 된 종교간 세계평화위원회 자문위원으로 있으며, 평화통일운동단체 조각보의 대표를 맡고 있다. 기독교 신학과 함께 불교 명상을 가르쳐 ‘불교적 신학자’로, 다양한 퍼포먼스와 제의, 축제를 통해 신학을 표현하는 ‘신학적 예술가’로, 학술, 사회운동, 영적 수련, 예술의 경계를 넘나들어 ‘문화통역사’로도 불린다. 이 외에 한국 대표 페미니스트, 여성해방신학자, 환경운동가, 평화운동가 등 다양한 수식어가 있지만, 그는 모든 것을 생생하게 살려낸다는 ‘살림이스트’로 불리기를 바란다. 2001년 9월 11일, 현경은 뉴욕에 있었다. 연일 언론에서는 이슬람을 극단적 근본주의자, 자살 테러, 여성 억압, 명예 살인이라는 말로 악마화 하였다. 다음 세대에게 ‘진리’를 전수하는 학자이자 교육자로서 ‘이슬람 죽이기’를 관망할 수 없었다. 그는 이슬람 속으로 들어가 그들의 이야기를 직접 들어보기로 결심한다. 현경은 이슬람 사람들이 보는 평화, 그들이 보는 성전(지하드), 이슬람 여성이 꿈꾸는 평화와 정의에 대해 당사자들의 눈과 목소리로 만나고 듣고 싶었다. 그렇게 유서까지 써놓고 떠난 이슬람 17개국에서 강하고 아름다운 수많은 꽃들을 만났다. 현경은 편안하고 용기 있게 삶과 일을 꾸려가고 있는 200여 명의 여성들을 만나며 오히려 자신의 편견이 깨지고 에너지가 채워지는 것을 느꼈다. 그리고 순례 기간 동안 그녀들에게 얻은 아름다운 지혜 중 99가지를 갈무리해서 《신의 정원에 핀 꽃들처럼》에 담아냈다. 이화여대 기독교학과, 동대학원을 나온 후 유니언 신학대학에서 박사학위를 받았다. 1989년부터 7년간 이화여대 기독교학과 교수로 있었고, 1996년 유니언 신학대학의 종신교수로 부임해 현재 뉴욕에 살고 있다. 저서로는 8개 국어로 번역된 《다시 태양이 되기 위하여(Struggle to be the Sun Again)》, 《결국은 아름다움이 우리를 구원할 거야 1, 2》, 《미래에서 온 편지》등이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