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유에 가닿는 일상적 방법론
지난 7월 14일, 대학로 카페 삼무곡에서 『나는 자유로운 영혼이다』의 저자 신지아와 독자와의 만남이 진행되었다. 저자가 몸으로 깨우친 참 ‘자유’와 ‘사랑’에 가닿는 방법은 무엇일까?
글ㆍ사진 권지민
2014.07.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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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가만남-신지아

 

수피 무용가 신지아는 몸에 빨간 점이 가득한 아이로 태어났다. 또래 친구들은 새빨간 그녀를 빨갱이라고 손가락질하며 아무도 놀아주지 않았다. 그녀는 어릴 적부터 남과 다른 외면을 가졌다는 이유로 고독 속에서 성장했다. 아픈 성장기 속에서 자기 자신과 대화하는 시간이 훨씬  많았다. 그러던 중 젊은 시절 우연히 본 도살풀이 춤에 매료되어 춤의 세계로 발을 디뎠고, 후에 또 다른 춤들을 만나기 위해 인도로 유학을 떠났다. 인도 무용가로 여러 나라를 공연하는 생활 중 운명처럼 이탈리아의 출신의 히피 남자를 만나 결혼했다. 멕시코에서 히피 남편과 채소 장사를 하며 두 아이를 낳았고, 두 천사 중 한 명은 자폐아로 태어났다.

 

매일 이어지는 일상적인 노동의 현장 속에서 그녀는 샛별처럼 다가온 수피 명상 춤에 매혹 되었다. 그녀는 수피 명상 춤이 가장 진실 된 몸짓으로 자유를 표현될 수 있도록 한 순간도 ‘자유’와 ‘사랑’의 기운을 잃지 않기 위해 노력한다고 말한다. 마치 한 편의 영화 주인공 같은 삶을 살아내고 있는 그녀, 이제 삶에서 진정 초연해지는 방법을 알아가고 있다고 고백한다.

 

혼잣말을 많이 하던 빨강 아이


“어느 날 학교에서 아이들이 나의 빨강 피부를 보고 놀렸다. 그 날 이후, 스스로 남과 다르다고 생각했다. 상처가 깊어서 본능적으로 나서지 않았다. 누군가에게 책잡히기 싫어서 강박적으로 더 열심히 했다. 나 자신과 노는데 익숙했다. 또 하나 습관이 생겼다. 무언가 감정적으로 상처가 될 만한 게 있으면, 보관함에 넣었다가 어떻게 해야 할지 생각하는 편이었다. 타인과 대화하지 않아서 생긴 웃지 못 할 에피소드도 많다. 한 번은 길거리에서 총을 든 강도를 만난 적이 있었다. 대부분의 사람들은 주머니 속에 돈을 탈탈 털어 살려만 달라고 하는 게 보통인데, 그걸 몰랐다.

 

그 때 당시 돈도 없고 가진 게 빵밖에 없는데 그것마저 줄 수 없다고 말했다. 강도는 “한국에서 교육받은 적이 없느냐”며 때렸다. 그 당시 강도가 신분증이 될 만한 것을 달라고 했다. 집에 와서 다시 펴보니 그 안에 20달러가 들어있었다. 그 강도가 제대로 소통하지 못하고 살아온 삶이 불쌍해보였는지 살려준 것도 모자라 20달러를 쥐어준 것 이었다.”

 

작가만남-신지아

 

세상은 자유롭게 위해서 자기 자신부터 사랑하라고 쉬이 이야기한다. 하지만 대부분 남들 사는 평균치에 맞추기 위해 급급한 하루를 보내는 게 사실이다. 자기 자신을 사랑하기 보다는 끊임없는 비교에 마음이 각박해지고 스스로를 채찍질하는 게 더 익숙하기까지 하다. 저자는 자기 자신을 사랑하는 것이 어색한 이들에게 세 가지 조언을 건넨다.

 

“첫째, 거울 앞에 서서 벗은 몸을 바라보자. 인도에서는 노출에서 자유롭게 지냈다. 한국에서는 한 번도 내 몸을 제대로 들여다본 적이 없었다. 나 자신을 사랑하지 않았던 것 같다. 거울 속 벗은 몸을 보면서 내 몸의 구석구석을 자세히 보기 시작했다. 여러분들도 자신의 벗은 몸을 구석구석 살펴보기 바란다. 처음에는 부끄러워도 잘 살피다보면 안 예쁜 곳이 없다는 것을 알 수 있다. 어떤 모습도 아름다워 보인다. 자유롭고 아름답게 살면 돈이 안 든다. 갖고 싶은 게 많은데 도달하지 못하면 자신도 모르게 스스로를 미워하게 된다. 이 때 자기 자신이 지닌 실체인 몸에게 사랑을 주기 시작하면 피로감이 실제 덜하다.”

 

나는 여전히 장터의 여인으로 일을 하며 살고 있다. 그러나 나는 더 이상 나를 부정하지 않는다. 나 자신을 사랑하게 되었고, 내게 주어진 일과 상황을 감사히 받아들이게 되었다 ( 『나는 자유로운 영혼이다』353쪽)

 

“둘째, 스스로 정한 약속은 사소해보여도 꼭 지켜보자. 자신이 스스로를 저버리는 건 너무 미안한 일이다. 자기 에너지를 끌어 모으는 힘이 중요하다. 내가 나를 위해서 많은 에너지는 한정되어 있지만, 손가락 사이로 흘러가는 시간을 잡다보면 저절로 늘어난다. 가능하면 스스로와의 약속을 지키려고 노력했다. 작심삼일이 아니라 꾸준히 했다. 깜깜한 새벽에 일어나 매일 움직임을 반복했다. 수피 춤을 추고 나서는 스스로 정한 연습시간을 지키지 않으면 아예 밥을 먹지 않았다. 결혼 후에는 일이 더 많아졌다. 채소 장사, 청소, 다림질, 아이들 케어, 남편까지. 사소하지만 해야 하는 일에 대해서 철저하려고 노력했다.”

 

춤은 다시 나의 일상 속으로 들어왔다. 덕분에 하루의 일정이 더 빠듯해졌지만 나는 춤을 포기하지 않았다. 그 대신 잠을 줄였다. 그럼에도 몸은 점점 더 가볍고 자유로워졌다. 몸 안에 쌓여 나를 저리게 하던 것들도 풀려나가고 있었다. ( 『나는 자유로운 영혼이다』351쪽) 

 

“셋째, 반복되는 일상의 주변을 유심히 관찰해본다. 바라보는 시선 자체가 춤이 될 수 있다. 이를테면 길가에 의미 없는 광고판 하나도 눈에 띄는 이유가 있다. 어떤 메시지가 효과적이었기에 순간을 사로잡은 것이다. 어린 시절에는 너무나 의기소침했기에 몸이 굳어있었다. 주변을 잘 살피기 무서워 뚜벅뚜벅 갈 길만 걸어 다녔다. 하지만 지금은 다르다. 길을 걸으면서도 자연스럽게 전체를 관망할 수 있다. 관찰력이 있으면 자유로운 영혼으로 가는 길로 좁아진다. 내가 나를 놓지 않고 주변을 자유롭게 관찰하다보면 춤이 저절로 춰진다. 우리 몸은 관찰하고 움직일 때 자유로워진다. 몸이 아프면 주변을 보고 싶은 마음이 잘 안 생긴다. 지겨워 보이는 주변을 열심히 관찰하는 건 건강하다는 증거다.”

 

작가만남-신지아

 

실수했을 때 어떻게 마음의 평안을 되찾을 수 있을까?


“지금은 자유롭다고 이야기하지만 삶의 고비마다 실수도 많았고, 자주 울정도로 힘들었다. 심지어 남들에게 피해주지 않기 위해 우는 방까지 있다. 우는 시기가 길어지면 음계를 타서 운다. 실수했을 땐 애써 특별히 여기지 않고 경험으로 받아들인다. 하지만 모든 실수 사이에서 깊이 생각하고 움직여야 한다. 실수했을 때 우왕좌왕하지 않고 편안함을 유지하면서 자기 자신을 단단히 지켜내야 한다. 어떤 절망 가운데서도 스스로를 믿어야만 한다.”


저자는 자유를 찾고 싶은 이들에게 작은 변화를 강조한다. 하고 싶지 않은 것이 있다면 스스로 불편해지더라도 다른 길을 찾는 것이다. 자기 자신을 억압하면서 해야 하는 일이 있다면 과감히 벗어나는 방법을 간구하는 것도 중요하다고 덧붙인다.

 

몸이 아파 자신을 돌아볼 시간이 없었다면 나는 내 정체성이 조금씩 지워지고 사라지는 것을 느끼지도 못한 채 빈 껍질로 계속 살아갔을지도 모른다. 당장 필요한 것들만 채우고 살아가는, 또 다른 형태의 윤회에 갇힌 삶을 보내게 되었을 테니 말이다. ( 『나는 자유로운 영혼이다』15쪽)

 

“어린 시절부터 비좁은 버스나 전철을 타는 게 힘들었다. 어느 날부터 버스를 타지 않기 위해 새벽 5시에 일어나 긴 여정을 걸어 다녔다. ‘선택하느냐, 안하느냐’를 정하는 건 사소한 것에서 출발한다. 조금 불편할 수는 있다. 선택의 갈림길에서 “이 에너지가 정말 필요한가?” 끊임없이 자문해야 한다. 만약 원치 않는 패턴이 반복되면 다른 일이 생길 수 있는 가능성은 희박해진다. 젊은 시절 떠날 수 있었던 것은 변화를 갈망했기 때문이다. 다르게 살고 싶다는 소망이 컸다. 실체는 뚜렷하지 없지만 그 커다란 무엇을 위해 사소한 것을 거부하기 시작했다. 이를테면 화장을 하지 않는다. 충분한 돈이 없을 뿐더러 피부에 잘 맞지 않는다. 나와 남하고는 상관이 없다고 생각한다. 남이 무얼 했다고 해서 따라갈 필요는 없다고 생각한다. 늘 빠른 길을 선택하지 않는 대신 빙빙 돌아 더 고생했지만 덕분에 자유로운 영혼이 될 수 있었다.”

 

나는 길을 잘못 가고 있는 것은 아닌지 자주 묻곤 했지만, 그렇다고 길을 접고 되돌아서서 남들처럼 살고 싶지도 않았다. 가슴이 조여들 때마다 앞으로 한 걸음 더 내딛는 것 외엔 다른 길이 없어 보였다. 스스로를 껴안고 위로하면서 사랑한다고 말해주는 것밖에는 없었다. ( 『나는 자유로운 영혼이다』201쪽)

 

독자와의 만남이 끝난 이후 저자는 페르시안 춤을 선보였다. 그녀는 모든 이들이 눈에 보이는 굴레에서 벗어나 자유하기를 축복했다. 그녀가 몸으로 겪어낸 삶의 굴곡이 몸짓으로 느껴져 눈물을 흘리는 독자들도 많았다. 움직임이 갸륵하게 느껴지는 건 영적인 힘이 그 속에 깃들어 있는 까닭일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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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자유로운 영혼이다 신지아 저 | 샨티
서울예대 문창과에서 시를 전공했으나 우연히 김숙자 선생의 도살풀이춤을 본 뒤, “빨래하고 청소하고 밥하고 불을 지피고 눈을 치우고 채소를 다듬고 꽃을 꺾고 걷고 뛸” 줄밖에 모르던 몸으로 그렇게 아름다운 세계를 표현할 수 있다는 데 충격을 받고 춤에 빠져들었다. 그 후부터 춤을 통해서 리듬과, 영혼과, 그리고 우주와 온전히 하나되기를 꿈꾸었고, 김숙자 선생의 문하생으로 들어가 춤을 배우기 시작했다. 그러나 도무지 춤에 재능이 없는 자신에게 절망하던 중 우연한 계기로 인도 음악과 명상을 알게 되고 인도 춤을 배우고 싶다는 열망을 품게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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권지민

세상 속의 작은 샛별로 빛나고 싶은 꿈이 있어요. 고로 어떤 멜로디,서사, 리듬을 지니고 어느 하늘에 떠야할지 만들어가는 여정 중.