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자의 약점, 너무 곰곰이 생각하는 것
독일 최고의 심리상담사이자 베스트셀러 작가인 ‘우르슬라 누버’의 신작 『나는 내가 제일 어렵다』가 출간됐다. 『나는 내가 제일 어렵다』는 자기 자신을 미워하면서 타인의 인정과 사랑을 갈구하는 평범한 여성들을 위한 이야기를 담은 책이다.
글ㆍ사진 엄지혜
2014.07.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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겉으로 보기엔 아무 문제 없이 사는 것처럼 보이는 한 여성. 타인과의 관계도 좋고 업무 실적도 좋은 편이다. 다만, 그녀의 문제는 홀로 있을 때 자책을 하는 습관을 갖고 있다는 점이다. 타인이 보기에는 별 것 아닌 문제를 스스로 꽁꽁 싸매며 밤마다 눈시울을 적시는 그녀. 현실에서는 당당하고 친절하며 ‘괜찮은 여자’로 평가 받는 그녀는 왜 밤이 되면 ‘또 다른 여자’가 되는 것일까. 여성에게 우울증이 더 많은 까닭은 우울해질 때마다 자기 자신을 괴롭히는 방법으로 문제를 해결하려 들기 때문이다. 실제로 발표된 사례들에 따르면, 많은 여성들은 기본적으로 본인에게 문제가 있기 때문에 우울하다고 인지하고 있다.

 

『나는 내가 제일 어렵다』의 저자 우르슬라 누버는 자기 자신의 마음은 제쳐두고 타인의 인정과 사랑을 얻으려 애쓰는 평범한 여성들을 위해 책을 집필했다. 낮에는 정상적인 생활을 하면서 밤만 되면 남몰래 아파하고, 혼자가 되면 유독 가라앉는 여성들의 특징과 원인을 살폈다. 심리치료사로 일하면서 만난 사람들의 실제 경험담을 재구성해, 우울에서 빠져나올 수 있는 방법을 제시한다.

 

우르슬라-누버

『나는 내가 제일 어렵다』저자 우르술라 누버

 

“이 책은 배우자나 옆에 있는 남성과의 관계를 중요하게 생각하는 여성을 위해 썼습니다. 이런 여성이 자신이 원하는 것을 좀더 앞에 내세우고 자신을 더욱 믿을 수 있도록 용기를 주고 싶어요. 하지만 다른 한편에서는 남성 역시 책의 독자가 될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여성에 관해 더 많이 알게 되면 더 큰 이해심으로 상대방을 대할 수 있을 거라고 믿습니다. 그러다 보면 여성에게서만 관찰되는 특이한 태도에 대해서도 곰곰이 생각해보지 않을까요?”

 

우르슬라 누버는 심리상담사 겸 부부치료 전문가로 뮌헨대학에서 심리학을 전공한 후, 바이에른 라디오 텔레비전 방송국에서 프리랜서로 활동했고, 1983년부터 <현대심리학> 에디터를 거쳐 1996년부터는 편집장을 맡고 있다. 저서로는 베스트셀러 『우울증』 『잘못 알고 있는 병 또는 강한 여성을 위한 10계명』을 비롯해 다수의 심리학 전문서가 있다.

 

똑똑하면서 독립적인 여자, 그런데 왜?


책을 보면 여자들이 자기보다 남을 더 의식하는 경향이 짙다고 분석하고 있는데요. 가장 큰 이유로 무엇을 꼽을 수 있을까요?


여성은 다른 사람과의 관계를 굉장히 중요시합니다. 따라서 자기와 연관된 다른 사람과 조화를 유지하려고 매우 노력합니다. 이 조화로운 관계를 깨지 않기 위해 실망하거나 화가 나더라도 본인의 감정을 그대로 내보이지 않는 것이지요. 자신의 느낌 그대로를 밖으로 드러내면 배우자나 삶에서 중요한 사람이 ‘떨어져 나가지’ 않을까 두려워하는 경우도 많습니다.

 

환경과 교육 및 유전자가 성격 형성에 영향을 미친다고 쓰여 있습니다. 독일 남성과 비교해 독일 여성의 뚜렷한 성격의 차이가 있나요?


독일 사회에서 남자아이는 독립적, 독자적인 존재가 되도록 길러집니다. 이런 성향의 행동을 보였을 때는 칭찬 받고 고무 받습니다. 이와는 반대로 여자아이는 다른 사람의 기분을 이해하는 법을 배우고 사회적으로 조화롭게 자라도록 교육 받습니다. 그러다 보니 여자아이는 사회가 자신에게서 ‘남성적 성향’을 기대하지 않는다는 사실을 빨리 깨닫습니다. 유치원에서도 이미 이런 태도의 차이를 관찰할 수 있는데 이는 성인이 되어서까지 연장됩니다. 성인이 되었을 때 가령 남성은 지배적이고 권위적인 태도를 취하는 지도자가 되는 반면에 여성은 협력적인 자세로 다른 사람을 대합니다.

 

심리상담을 하다 보면, 환자들의 주요한 고민들을 접할 텐데요. 최근 많이 발견되는 현대 젊은 여성들의 가장 큰 고민은 무엇으로 보십니까?


무엇보다 눈에 띄는 것은 최근 들어 직장에서 능력을 펼치고 성공을 거두는 여성이 많다는 사실입니다. 이들은 똑똑하며 독립적입니다. 하지만 애인이나 배우자와의 관계가 삐거덕 거리면 전혀 다른 태도를 보입니다. 연약한 모습을 보이며 어쩔 줄 몰라 하는 것이지요. 상대방이 감정적으로 너무 냉랭하기 때문에 자신에 대해서는 물론이고 둘의 관계에 대해조차 대화를 나누는 일이 불가능하다고 토로합니다. 둘 사이에 존재하던 친밀감과 상대방의 배려를 그리워하면서 말이지요.

 

의존적인 여성들이 많습니다. 타인에게 의지하지 않고, 나의 감정에 따르려면 어떻게 해야 할까요?


의존적인 여성이 많다고 말하고 싶지는 않습니다. 대부분의 여성이 독립적으로 삶을 꾸려가고 있습니다. 가정과 직장생활이라는 두 마리 토끼를 조화롭게 이루고 삶을 계획적으로 잘 꾸려갑니다. 단, 한 가지 이들에게 결여된 것이 있다면 바로 자신감입니다. 많은 여성이 자기회의에 빠지고 자신이 충분히 잘하지 못한다고 두려워합니다. 이런 여성은 완벽주의자가 되기 쉽고 스스로에게 만족하는 법도 알지 못합니다. 이런 까닭에 여성은 자신을 더욱 친절히 대하고 자신을 믿는 법을 배워야 합니다.

 

더욱 독립적인 주체가 되기 위해 여성은 어떤 노력이 필요할까요?


여성이 가진 가장 큰 약점은 너무 곰곰이 생각하는 것입니다. 자기가 하는 일이 옳은지 아닌지에 대해 너무 깊이 생각합니다. 자기와 친한 다른 사람의 문제에 대해서 생각하는 데도 지나치게 많은 시간을 허비합니다. 따라서 이런 고민의 구렁텅이에서 빠져 나오는 방법을 배우는 것이 굉장히 중요합니다. 저는 이런 여성에게 좀더 자신감을 키우라고 말하고 싶습니다. 다른 사람을 대할 때처럼 많은 동정과 이해심을 가지고 자신을 대하는 방법도 추천하고 싶습니다.

 

나는내가제일어렵다

『나는 내가 제일 어렵다』 일부

 

우울증은 심각한 경고신호


성격은 자라온 환경과 주변 사람들에 의해 형성되는 것이라, 아무리 노력해도 자신만의 의지와 노력만으로는 쉽게 변하지 않는다는 이야기를 합니다. 사람의 성격을 바꾸는 일이 가능할까요? 가능하다면 어떤 노력이 필요할까요?

 

성격은 어떤 연령대에서도 변화 가능하다고 심리학 연구에서 밝혀졌습니다. 그렇다고 해서 물론 부끄러움을 많이 타는 사람이 갑자기 파티의 왕이 되거나 양심적이고 단정하게 살던 사람이 정신 없이 혼란스러운 것을 참고 넘어갈 수 있는 것은 아닙니다. 하지만 우리가 배워서 익힌 배운 태도와 사고방식은 변할 수 있습니다. 행동 연구를 보면 장시간에 걸친 치료가 행동방식뿐 아니라 뇌의 구조도 변화시킬 수 있다는 것을 알 수 있습니다.

 

책을 보면, 우울증이 결국엔 나에게 좋은 영향을 주었다고 말한 사람들이 있습니다. 우울증을 통해 비로소 자신이 강하다는 사실을 깨달았다고 말했는데요. 한 번쯤 내 심리를 정확하게 들여다보는 시간이 필요한 까닭은 무엇일까요?


정신질환은 삶에서 무엇인가 잘못되었다는 것을 알리는 신호입니다. 잠시 멈춰서 내면을 들여다보아야만 무엇을 바꾸어야 하는지 알아낼 수 있습니다. 일 때문에 아픈 것일까? 애인과 헤어져야 할까? 부당한 기대에 대응해야 할까? 우울증뿐 아니라 다른 정신적 질병은 우리가 가야 하는 올바른 길을 보여줄 수 있습니다. 다만 이런 병에 귀를 기울여야만 가능한 일입니다.

 

상담을 받을 때, 환자의 태도도 중요한 것 같습니다. 우선 자신의 감정을 솔직하게 알고 인정해야 하는데요. 심리상담을 받는 사람들이 가져야 할 마음가짐은 무엇일까요?


어느 심리치료사가 자신에게 꼭 맞는지를 선별할 때 중요한 점은 이 사람을 정말 믿고 따를 수 있는가 하는 것입니다. 환자는 치료사가 자신을 진지하게 다룬다는 느낌을 받았을 때에야 비로소 마음을 진정으로 열 수 있습니다. 환자가 마음을 여는 것은 성공적인 치료에 빼놓을 수 없는 중요한 요소입니다. 치료를 받을 때 마음을 꼭 닫은 채 침묵해서는 안 됩니다. 무슨 이야기든지 부끄러워하지 말고 털어놓아야 합니다.

 

심리학 서적이 많이 출간되고 있습니다. 여성 독자들이 심리분석에 관심이 많은데, 작은 행동도 심리적으로 해석하려는 경향이 있습니다. 지나치게 분석하려는 경향도 부정적인 측면이 있을 것 같은데요. 심리학 서적이나 심리분석이 갖는 장점과 단점에 대한 생각이 궁금합니다.


심리학 책은 생각할 기회를 주고 정보를 전달합니다. 하지만 절대로 치료를 대신할 수는 없습니다. 책을 바탕으로 자신을 스스로 치료하려고 해서는 더더욱 안 됩니다. 심리분석은 자기에게 있는 문제의 근원을 찾으려 하고 문제의 발단이 유년 시절에서 비롯된 것이 아닌지 의심이 갈 때 도움이 될 수 있습니다. 심리분석적 치료가 갖는 단점이라면 긴 시간을 요한다는 점입니다. 인내와 시간을 갖고 치료에 임해야 합니다.

 

저자님은 스트레스를 받을 때, 어떻게 해결하는 편이신가요?


자연에 둘러싸여 있을 때 가장 효과적으로 휴식을 취할 수 있습니다. 될 수 있는 한 자주 숲 속을 거닐며 새가 지저귀는 소리를 듣습니다. 가끔은 멧돼지나 사슴을 만날 때도 있습니다. 이렇게 산책을 하다 보면 일상에서 받은 스트레스는 스르르 사그라듭니다. 

 

한국 독자에게 하고 싶은 말씀이 있다면.


우울증은 심각한 경고신호입니다. 결코 부끄러워하거나 억지로 밀쳐내려고 하지 마세요. 우울증은 우리에게 중요한 것을 전달하려고 생깁니다. 따라서 우울증에 걸린 사람은 자신을 위한 시간을 마련하고 우울증이 말하고자 하는 것에 귀를 기울여야 합니다.

 

 

* 이 기사는 저자와의 이메일 인터뷰로 진행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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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내가 제일 어렵다 우르술라 누버 저/손희주 역 | 문학동네
이 책은 자기 자신을 미워하면서 타인의 인정과 사랑을 갈구하는 평범한 여성들을 위한 이야기이다. 왜 낮에는 일상생활을 잘 꾸려가는 것처럼 보이던 여성들이 밤만 되면 남몰래 우울증으로 힘들어하며 베갯잇을 적시는지, 그 원인을 찾아보고 ‘약물’을 투여하지 않은 채로 그녀들의 본질적이고 근원적인 마음의 작용을 이야기하고, 해독제를 찾아보려 한다. 그 누구보다 자기 자신을 이해하고 용서하고 싶지만, 생각하면 생각할수록 내가 왜 이러는지 이해가 되질 않아 힘들어하는 여성들에게, 자기 내면의 목소리에 귀기울이고 복잡하게 얽혀 있는 마음의 퍼즐을 풀 수 있도록 도와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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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의 댓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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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신

2014.08.31

저도 제가 가장 어렵습니다... 30년을 넘게 살았는데도 아직 완전하게 이해를 못 하겠어요.
여자이기 때문에 그런 것일까요? 그럼 남자들은 본인이 완벽하게 파악이 될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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햇살

2014.07.23

생각이 너무 많아 고민인 분들을 위한 책이 인기인가 봅니다. 그만큼 그런 부류가 많은가봐요.
여성들이 더 심한거 같구요...저도 그런 편이고...오.고치려고 노력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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빛나는보석

2014.07.11

여성들이 정말 본인에게 문제가 있기 때문에 우울하다고 느끼는 걸까요? 여지껏 그렇게 생각을 하지 못했는데 맞는 말인것 같네요. 저도 생각을 너무 깊이, 오래 합니다. 그것이 자신감 결여일줄이야...제 자신을 친절히 대하고, 자신을 믿는 법을 배워야 겠습니다. 심리학 책 즐겨 읽는데 이 책도 꼭 읽어봐야 겠습니다. 잊지 않기 위해 블로그 스크랩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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