쇼호스트 유난희가 말하는 된장녀와 명품녀의 차이
『여자가 사랑하는 명품』출간 ‘편견’에서 시작해 ‘파격’으로 끝난 유난희 인터뷰
명품 전문 쇼호스트 유난희가 세 번째 에세이 『여자가 사랑하는 명품』를 펴냈다. 대한민국 1호 쇼호스트로 살아온 지 20년, 그 시간의 끝에서 그녀는 가장 근본적인 질문을 던지고 있다. ‘명품이란 대체 뭘까’. 이 질문에 대한 당신의 대답이 무엇이든, 유난희의 명품과 당신의 명품은 같을 수 없다. 이유가 궁금하다면 다음의 이야기에 귀 기울이시길.
‘명품 전문 쇼호스트’가 사랑하는 화장품, 니베아
쇼호스트 유난희와의 만남은 ‘편견’에서 시작해 ‘파격’으로 끝났다. 『여자가 사랑하는 명품』과의 첫 만남부터 그랬다. 명품 전문 쇼호스트가 들려주는 ‘여자와 명품의 이야기’라니, 책을 읽기도 전에 모든 내용을 알 것 같은 ‘오만한 편견’에 사로잡혔다. 그런데 역시나, 뚜껑을 열어보니 달랐다. 18세기부터 연필을 만들어오고 있다는 독일의 필기구 회사 ‘파버 카스텔’에서 시작된 이야기는 사춘기시절 누구나 한 번쯤 써봤을 법한 화장품 ‘니베아’(상큼한 파란색 깡통에 담긴 그 니베아가 맞느냐고? 물론이다)에 보내는 찬사로 이어졌다.
뿐만 아니다. 어린 시절 동경의 대상이었던 마론 인형 ‘바비’에 대한 애정을 드러내는가 하면, 대부분의 사람들은 그 이름조차 들어본 적 없는 피렌체의 작은 가죽 장갑 가게 ‘마도바’와의 인연을 소개하기도 한다. 물론 그녀는 ‘위블로’와 ‘돔 페리뇽’과 ‘버버리’와 ‘샤넬’에 대해서도 이야기한다. 그러나 이들 모두가 ‘유난희의 명품’에 이름을 올릴 수 있었던 이유는 ‘가격’이 아닌 ‘가치’에 있었다. 이때 ‘가치’의 동의어는 ‘의미’다. 『여자가 사랑하는 명품』에서 저자는 “자신에게 가치 있고 의미 있는 물건이라면 그것이 곧 명품”이라고 말하고 있다.
내가 생각하는 명품의 기준은 탄생 시기를 떠나 품질 좋고 보기에도 아름답고 사용하면 기분 좋은 물건이다. 가끔은 사용하기 아까울 때도 있다. 비싸지 않더라도 남에게 선뜻 줄 수 없고, 낡았지만 쉽게 버리지 못하는 귀중품 같다. 남들에게는 가치 없어 보여도 나에게는 특별한 스토리와 애틋한 추억이 있으면 그 어떤 것보다 소중한 명품이 된다. ( 『여자가 사랑하는 명품』 50~51쪽)
유난희 쇼호스트와 만난 지난 6월 25일, 편견은 또 한 번 부서졌다. TV에서 봤던 모습처럼 명품으로 치장한 차도녀를 만나게 될 거라 예상했지만, 눈앞의 그녀는 ‘그렇게 비싼 가방은 못 사요’라고 말하며 사람 좋은 미소를 짓고 있었다. 그 모습을 보면서, 태국의 오가닉 스파 용품 브랜드 ‘판퓨리’의 비누를 처음 살 때 혼잣말로 비싸다고 중얼거렸다는 책 속의 일화가 떠올랐다. 바자회에서 ‘조나단 워드 런던’ 향초의 가격을 깎기 위해 흥정을 했다는 이야기도 믿지 않을 수 없었다. 이렇게 소탈한 그녀인데, 물론 그랬을 것이다.
두 번의 ‘파격적인 인식의 전환’을 경험한 후 『여자가 사랑하는 명품』이 전하는 진짜 이야기를 듣게 됐다. 책 속에서 유난희는 다음과 같이 묻고 있는 것 같았다. ‘비싼 가격 때문에 가질 수 없을 때 열병을 앓는 당신, 그 물건에 얽힌 역사와 추억 때문에 너무 갖고 싶어서 몸부림친 적도 있나요?’라고. 유난희를 설레게 하는 것은 물건의 가격이 아니다. 때로 그것은 브랜드의 역사이고, 그것과 함께한 그녀 자신의 역사다. 특별한 순간 혹은 잊지 못하는 사람과 함께했던 기억 때문에 명품이 되는 물건도 있다. 그래서 유난희는 『여자가 사랑하는 명품』 안에서 각 브랜드들의 역사와 업적, 특징을 두루 소개하고 그 위로 자신의 이야기를 덧댄다. 그렇게 잘 짜여진 한 권의 책은 명품에 대한 견고한 선입견을 뒤흔든다.
디자이너 칼 라거펠트는 “당신이 구입할 수 없다고 해서 그런 게 존재하지 말아야 한다는 것은 대단히 못난 생각입니다.”라고 말했다. 그렇다. 내가 가질 수 없다고 해서 사회에 부정적인 영향을 끼치는 사치품이라고 말하는 것은 오만한 질투다. ‘나에게만 명품인 물건’도 있고 ‘누구에게나 명품인 물건’도 있다. ‘쉽게 접근할 수 없는 고귀한 것’도 있고 ‘손쉽게 가질 수 있는 대중적인 것’도 있다. 나는 명품에 관한 다양한 의견을 모두 존중하고 싶다. ( 『여자가 사랑하는 명품』 6쪽)
억대 연봉 쇼호스트 “300만 원 넘는 가방은 사지 않아요”
『여자가 사랑하는 명품』에서 이야기하는 명품이란 무엇인가요?
아무리 싼 물건이라도 나의 이야기가 담겨있기 때문에 다른 사람에게 함부로 줄 수 없다면, 그건 명품이죠. 반대로 굉장히 비싼 가방이라도 마음에 들지 않고 누가 달라고 했을 때 쉽게 줄 수 있다면, 나에게는 명품이 아닌 거죠. 그런 의미에서 명품은 가격과는 상관없는 것 같아요. 나의 스토리가 담겨있고, 품질도 좋고, 귀하게 여기면서 아끼고, 쉽게 버리거나 누구에게 줄 수 없는 물건이라면 명품이죠. 만약 굉장히 비싼 물건이라면 ‘언젠가는 꼭 갖고 싶다’는 욕심이 나는 물건이 명품이고요. 꼭 물건이 아니더라도 공연이나 그림 같은 예술작품, 또는 사람도 그렇죠.
‘명품은 비싼 물건’ 이라는 선입견이 강하다보니 사람들이 ‘명품 전문 쇼호스트’로서 유난희에게 가지는 편견도 있을 것 같습니다.
많은 분들이 저에 대해서 ‘사치스러울 거다, 도도할 거다, 건방질 거다, 깍쟁이일 거다’라고 생각하시는 것 같아요. 그런데 직접 만나면 생각보다 털털하다고 놀라시더라고요. 저는 와인만 마실 것 같다고 하시는데 사실 와인보다는 맥주나 막걸리를 좋아해요(웃음). 다만 직업적으로 명품을 소개하다 보니까 그 수준에 맞춰서 말하고 행동하려고 노력하는 거죠. 그 모습이 도도해 보일 수도 있을 거예요(웃음). 그런데 저를 위한 게 아닌 물건을 위한 태도예요. 그 과정이 스스로 재미있기도 하고요.
『여자가 사랑하는 명품』에서 비싼 가격 때문에 구입을 망설였던 경험을 들려주셨습니다. 의외의 모습에 놀라기도 했습니다(웃음).
생각하시는 것보다 저는 많은 명품을 갖고 있지 않아요. 비싸서 못 사는 게 너무 많거든요. 에르메스 가방이나 위블로 시계도 없어요. 위블로는 정말 가지고 싶은 시계이지만, 너무 비싸서 저는 못 사요. 브레게도 마찬가지죠. 『여자가 사랑하는 명품』에 썼다시피 쁘띠 트리아농에 갔을 때 브레게와 마리 앙투아네트의 에피소드가 그려지니까 관심이 생겼던 거죠. 브레게는 제가 살 수 없는 시계예요. 그런데 알고는 있어야 돼요. 만약에 브레게 시계를 찬 사람이 나타나면 정말 좋은 시계를 착용하셨다고 한 마디 칭찬해 줄 수는 있어야 하니까요. 그래서 명품에 대해 공부하는 거예요. 그 물건을 사기 위해서가 아니고요. 저는 ‘300만 원 이상의 가방은 내 돈 주고 사지 않는다’라는 기준이 있어요. 500만 원짜리 가방을 보면 ‘저 값이면 1인당 10만원의 식사를 50명과 먹을 수 있는데, 5만 원 뷔페를 100번 갈 수 있는데’라는 생각이 들죠(웃음).
최초로 연봉 1억을 돌파한 쇼호스트로 유명하신데요. 너무 검소한 소비생활을 하시는 것 아닌가요?(웃음)
워낙 사람을 좋아해서 같이 맛있는 음식 먹고 즐기는 데에 많이 지출하는 편이에요. 제가 가지고 있는 것 중에 가장 비싼 건 리스로 쓰고 있는 자동차예요. 차를 타고 이동하는 시간이 많아서 투자한 거라고 할 수 있죠. 그 외에는 화장품도 비싼 건 쓰지 않고, 옷도 브랜드 따져가며 사지 않아요. 지나가다가 예쁜 옷 발견하면 사는 거죠. 그래서 어떤 브랜드 옷을 좋아하냐고 물으면 대답을 하기가 어려워요. 동네 옷가게나 동대문에서도 사고, 백화점에 갔다가 마음에 드는 옷을 봐도 너무 비싸면 못 살 때가 있거든요. 오랫동안 명품을 소개하다보니까 제가 가진 모든 물건이 비싼 줄 아는 분들이 계세요. 그런데 그렇지 않아요. 명품을 많이 보고 시장조사를 하다 보니까 예쁜 걸 골라낼 줄 아는 눈이 있는 것뿐이죠.
『여자가 사랑하는 명품』의 제목만 보고 선입견을 갖는 독자들도 있을 텐데요. 그 부분이 걱정되지는 않으셨나요?
어떤 PD 분께서 이 책을 읽고 나서 전화를 주셨어요. ‘읽어보니 명품에 대한 이야기가 아니라 가치에 대한 이야기이고, 좋은 물건을 이해하게 해주는 스토리와 생활에 대한 이야기더라’ 라고 하더라고요. 그러면서 ‘책 제목 때문에 오해받을 수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대요. 사실 모든 것이 겉모습만 보고 판단하면 안 되는 거죠. 명품도 그래요. 비싸다고 다 좋은 건 아니고 싸다고 나쁜 것도 아니죠. 만약 『여자가 사랑하는 명품』의 겉모습만 보고 뻔한 이야기라고 생각해서 지나친다면, 가치를 재발견하거나 인식을 전환시킬 수 있는 기회를 잃어버리는 거예요. 자신이 쓰고 있는 니베아가 좋은 물건인지도 모르고 평생 비싼 화장품만 쓰겠다고 생각할 수도 있겠죠. 그렇지만 선입견을 버리고 보여 지는 게 다가 아니라는 생각으로 책 속을 들여다보면, 지금까지 명품에 대해 가졌던 생각을 바꿀 수 있는 기회를 얻게 되실 거예요.
명품 구매하기 전, 가격의 상한선을 정할 것
생애 첫 명품은 무엇이었나요?
저를 굉장히 설레게 하고 잠 못 자게 한 물건을 꼽을 수 있을 것 같은데요. 『여자가 사랑하는 명품』에서도 소개했는데, 어렸을 때 아버지가 사다주신 미키마우스 시계예요. 초등학교 4학년 때였을 거예요. 그때는 시계를 찬 아이들이 많지 않았죠. 시계 찬 친구를 보면 부잣집 애라는 생각을 하곤 했으니까요. 그런데 아버지가 미키마우스 시계를 사 오신 거예요. 미키마우스의 두 팔이 시침과 분침 역할을 하면서 움직였었는데, 너무 신기하고 좋았어요. 게다가 야광 시계였거든요. 오빠랑 이불을 뒤집어쓰고 시계를 가지고 놀던 일이 잊히지 않아요. 그때는 저한테 그 시계가 그렇게 귀한 물건이라는 걸 몰랐어요. 그래서 잘 보관하지 못하고 잃어버렸지만, 제 기억 속에 남아있는 가장 아깝고, 귀하고, 설레게 하고, 잠 못 들게 했던 물건은 바로 그 시계예요. 브랜드도 없는 시계였지만 ‘지금까지 간직했다면 좋았을 걸’ 하는 아쉬움과 미련이 크게 남아요.
‘나를 설레게 하는 물건, 너무 갖고 싶고 아끼는 물건’이 곧 명품이라고 말씀하셨습니다. 이런 생각을 갖게 된 계기가 있었나요?
명품을 많이 접하고 쓰면서 생각이 바뀌었어요. 저도 예전에는 명품은 비싼 수입 브랜드 제품이라고만 생각했거든요. 그런데 방송과 책을 통해서 명품을 소개하고 공부를 하면서 점점 많은 브랜드를 접하게 됐어요. 그러면서 안타까운 생각이 들었어요. 제가 볼 때는 너무 좋은 물건인데 사람들은 명품이 아니라고 하는 것들이 있는 거예요. 그들은 백화점에서 판매하는 물건이어야 명품이라고 생각하는 거죠. ‘왜 명품의 기준이 백화점이 되어야 하나’라는 생각이 들면서 너무 안타까웠어요. 정말 좋은 물건인데도 백화점에서 판매되지 않는다는 이유로 거부하는 사람들이 있잖아요. 장인들의 손끝에서 탄생한 물건임에도 불구하고 ‘명품을 소비하는 사람들은 모두 사치하는 정신 나간 사람들’이라고 생각하는 사람들도 있고요. 그런 모습들이 안타까웠고, 결국은 좋은 물건에 대한 인식을 바꿔줘야 된다고 생각했어요.
명품을 바라보는 시각이 변해도 여전히 변치 않는, 명품의 고유한 특성은 무엇일까요?
여전히 명품은 제가 갖고 싶은 것이죠. 저는 동네 슈퍼마켓이나 외국 여행지에서 니베아의 파란 통을 보면 너무 설레고 기분이 좋아져요. 그 물건이 너무 좋거든요. 니베아 특유의 블루 컬러조차 너무 아름다워요. 좋은 물건이란 건 그런 것 같아요. 나를 설레게 하고 미치게 하고, 값을 떠나서 갖고 싶고, 많은 사람들에게 회자되는 거죠. 에르메스의 버킨 백 같은 경우는 누구나 꿈꾸는 좋은 명품이지만, 저에게는 아직까지 가지지 못한 값지고 귀한 물건이에요. 언젠가 가질 수 있으면 좋겠다고 위시 리스트에 올려놓은 물건이죠.
올해 구입하고 싶은 명품은 무엇인지 궁금합니다.
없어요. 저는 아직까지 에르메스의 버킨 백을 써보지 못했는데요. 짝퉁은 구입해서 써봤어요. 진짜 버킨 백은 너무 비싸서 못 사니까요. 그런데 짝퉁을 써봐서 그런가 봐요. 사람들이 왜 버킨 백을 쓰는지 알 수 없더라고요. 그래서 나중에 진짜 에르메스의 버킨 백을 쓰면 기분이 어떨지 궁금하기는 해요. 예전에 명품을 공부하기 위해서 다른 브랜드 제품을 진짜와 가짜 모두 써본 적이 있어요. 물론 결론은 ‘그래도 진짜를 쓰자’는 거였죠. 하지만 천만 원짜리 가방을 써보고도 ‘그래도 진짜를 쓰자’라는 생각이 들지, 아직은 알 수 없어요. 100만원 미만의 가방이라면 그렇게 할 수 있겠지만요(웃음). 그래서 ‘사람들이 왜 버킨 백을 원하는지’ 알아보기 위해서 한 번 써보고 싶은 생각은 있어요. 그렇다고 올해의 위시 리스트에 있지는 않고요. 언젠가 정말 돈을 많이 벌어서 천만 원짜리 가방을 쓸 수 있는 여유가 되면 한 번 경험해 보고 싶어요.
당신은 명품입니까?
명품을 구매하기 전에 스스로에게 질문해봐야 할 것이 있다면 조언해 주세요.
명품을 무조건 쫓아서 사다보면 카드 빚에 허덕일 수 있어요. 그래서 자신의 능력에서 살 수 있는 가격의 상한선을 정해둬야 해요. 가방의 경우에 제가 가지고 있는 기준은 200만 원대예요. 그 가격을 훨씬 넘어가는 가방이라면 ‘이걸 사야할까’ 다시 한 번 생각하죠. 옷도 마찬가지예요. 자기만의 기준을 만들어 놓고 그걸 초과하면 무조건 다시 생각해봐야죠. 만약 며칠 동안 생각해봤는데도 너무 갖고 싶다면 자신이 갚을 수 있는 능력 내에서, 무이자 10개월로 나누어서 내더라도 살 필요는 있다고 생각해요. 그런데 그 전에 한 두 번은 반드시 재고해야죠.
명품을 구입하기 전에 확인하시는 부분은 어떤 건가요?
저는 기본적으로 트렌드를 쫓아가지 않아요. 남들이 산다고 해서 따라서 사지는 않는 거죠. 사람마다 어울리는 명품이 있거든요. 사실 저는 200만 원대가 넘어가는 가방은 사지 않다 보니까 명품브랜드 중에서는 살 수 있는 가방이 없어요(웃음). 그래서 그냥 홈쇼핑에서 판매하는 10만 원대 가방이나, 길가다 우연히 본 예쁜 가방을 사요. 가격을 떠나서 나한테 어울리는 걸 사는 게 중요하거든요. 예를 들어서 B 브랜드의 가방은 굉장히 심플한데요. 어떤 사람은 그 가방이 지적이라고 하더라고요. 그런데 저한테는 어울리지 않아요. 그래서 저는 사고 싶지 않아요. 핸드메이드 제품이고, 수백만 원을 호가하면서도 없어서 못 사는 가방이라 하더라도요. 각자 자신한테 어울리는 브랜드의 이미지가 있거든요. 나한테 어울리는 물건을 찾아내는 방법은 트렌드를 쫓지 말고, 사람들이 다 가지는 명품이라고 해서 사지 말고, 내가 정해놓은 가격 내에서 구입하는 거예요.
명품을 너무 갖고 싶지만 살 수 없는 사람이 있다면, 나중에 사라고 말해주실 건가요?
그렇죠. 요즘 제가 쇼호스트 외에 시작한 일이 있어요. ‘가치 스타일리스트’라는 건데요. 가치를 재발견하는 일이에요. 명품이기 때문에 가치를 부여하는 게 아니라, 좋은 물건이기 때문에 가치를 부여해서 사람들이 명품으로 인식하도록 노력하는 거죠. 요즘에는 10만 원짜리 가방이나 몇 만 원짜리 티셔츠도 예쁜 게 너무 많아요. 저는 그런 물건에 가치를 부여하고 있어요. 색감이 너무 예쁘고, 바느질도 너무 잘 되어 있고, 그에 비해 가격이 너무 저렴한 10만 원 하는 가방을 찾았다면, 굳이 200만 원짜리 가방이 필요하지 않은 거예요. 저도 실제로 그런 가방을 들고 다녀요. 300만 원 하는 가방보다 더 큰 가치를 부여한 30만 원짜리 가방이죠.
『여자가 사랑하는 명품』을 쓴 이유는 ‘이런 명품 브랜드를 사라’고 얘기하고 싶어서가 아니에요. 모르고 구입하는 것과 알고 구입하지 않는 것은 완전히 다르다는 이야기를 하고 싶어요. 예를 들어서 제가 니베아를 선물한다면 누군가는 ‘뭐 이런 걸 선물로 주나, 나도 살 수 있는 건데’라고 생각할 수도 있을 거예요. 하지만 그 물건에 대해 알고 나면 ‘참 소중한 물건을 줬구나’ 라고 생각할 거예요. 책에도 나와 있다시피 고가의 피부 재생 크림보다 니베아가 주름 관리에 더 효과적이라는 연구 결과도 있잖아요. 그걸 알고 있다면 가격을 떠나서 고마운 마음으로 선물을 받겠죠.
좋은 제품이 아무렇게나 취급당하는 건 무지 때문이에요. 제가 책을 통해서 브랜드에 대해 알리는 이유도 그것 때문이고요. 귀한 물건을 선물 받았을 때 감사를 표현할 수 있고, 귀한 물건을 가진 사람을 향해 칭찬을 해줄 수 있는 게 교양 아닐까요. 저는 샤넬 가방을 들었다고 교양이 있는 게 아니라 ‘좋은 가방을 들었네요’라고 칭찬해줄 수 있는 게 교양이 있는 거라고 생각해요. 그런 교양을 갖춘 사람이 명품이 되는 것 아닐까 생각하고요. 『여자가 사랑하는 명품』 안에 담아놓은 이야기도 다르지 않아요.
<오페라의 유령>을 명품으로 소개하기도 하셨습니다. 책 중에서 명품을 꼽으신다면, 어떤 것이 있을까요?
제인 오스틴의 『오만과 편견』과 F. 스콧 피츠제럴드의 『위대한 개츠비』, 정호승 시인의 산문집 『내 인생에 힘이 되어준 한마디』를 이야기하고 싶어요. 특히 저는 『내 인생에 힘이 되어준 한마디』를 너무 좋아해요. 서점에 가서 볼 때마다 ‘이 책 너무 좋다’라고 하면서 사와요. 이미 읽었다는 걸 잊어버린 거죠(웃음). 그래서 집에 세 권이나 있어요. 저는 『내 인생에 힘이 되어준 한마디』를 보면서 마음의 위안을 얻어요. 그래서 주변 사람들한테 많이 선물하기도 했죠.
시집 『외로우니까 사람이다』도 좋아하고요. 『위대한 개츠비』는 피츠제럴드 본인의 이야기라는 말도 있잖아요. 저도 읽으면서 사실적인 느낌을 받았는데 그래서 더 감동적이었어요. 순애보적인 개츠비를 보면서 ‘이런 남자가 명품 같은 남자겠다’는 생각이 들었죠(웃음). 『오만과 편견』을 쓴 제인 오스틴은 당시로서는 시대를 앞서갔던 여성인데, 외롭게 살다가 일찍 세상을 떠났죠. 저는 그녀가 불우한 환경에서 자라서 인간 내면을 볼 수 있는 소설을 썼다는 것이 대단하게 생각돼요. 『오만과 편견』을 보면 결국 편견을 가진 사람이 오만하잖아요. 그래서 ‘편견을 가지면 안 되는구나’ 라는 생각이 들었어요. 많은 감동을 받았던 작품이에요.
저자님이 생각하시는 ‘명품 같은 사람’은 어떤 사람인지 궁금합니다.
물건의 가치와 스토리를 알고 쓰는 사람이 명품이 된다고 생각해요. 비싸니까, 유명하니까, 누가 가지고 있으니까, 그런 이유로 소유하면 된장녀죠. 하지만 그 물건을 써야 할 이유가 있고, 자신에게 가치와 이야기가 있는 물건을 쓴다면 명품 같은 사람이에요. 명품은 만들어진 순간에 명품이 되는 건 아니라고 생각해요. 그 물건을 명품으로 대하는 사람의 손에 갔을 때 명품으로 완성되는 거죠. 샤넬 백이 누구에게나 명품 가방이 되는 건 아니에요. 돈이 아주 많은 사람이 수많은 가방들 중 하나로 샤넬 가방을 사서 아무렇게나 다룬다면, 명품을 산 게 아니라 단지 비싼 가방을 산 거예요. 반대로 20~30만원을 주고 가방을 샀어도 너무 좋아하고 아낀다면, 그 가방은 주인을 만나서 명품 대우를 받는 거죠. 진정한 명품은 명품 같은 사람을 만나서 완성돼요. 그래서 사람이 먼저 명품이 되어야 하죠.
『여자가 사랑하는 명품』이 저자님께 가지는 의미는 무엇일까요? 또 독자들에게는 어떤 의미로 남기를 바라는지 말씀해 주세요.
쇼호스트 20년차에 쓴 책인데요. 그래서인지 첫 번째 두 번째 책보다는 글 쓰는 실력이나 지식이 나아진 것 같아요(웃음). 그리고 아는 만큼 보인다고 하잖아요. 예전보다 생각의 폭이 넓어진 만큼 풍부한 브랜드들을 엄선할 수 있었던 것 같아요. 『명품 골라주는 여자』를 쓸 때만 해도 ‘마도바’나 ‘브레게’에 대해 알지 못했어요. 그래서 개인적으로는 『여자가 사랑하는 명품』에서 넓어진 경험의 폭을 정리할 수 있었어요.
하지만 무엇보다도 이 책은 ‘명품에 대한 인식의 전환’이라는 측면에서 의미가 있어요. 독자들이 가지고 있었던 브랜드나 명품에 대한 생각을 바꿀 수 있었으면 좋겠어요. 그리고 이 책을 읽으신 후에 자기만의 명품 리스트를 만들어보셨으면 해요. 꼭 비싸거나 유명한 물건이 아니더라도 리스트에 적을 수 있는 건 많을 거예요. 스토리가 있고 버리지 못하는 귀한 것이라면 모두 좋은 브랜드니까요. 그렇게 ‘자신이 가지고 있는 명품은 무엇이 있는지’ ‘앞으로 갖고 싶은 명품은 무엇인지’ 리스트를 만들어보는 자체가, 물건을 다른 각도에서 새롭게 보는 발상의 전환이에요.
그러면 내가 명품이 되죠. 편견도 오만도 없어지면서 내적으로 풍성해지니까요. 그리고 독자들이 책 속에서 아직 써보지 않은 물건을 간접 경험하면서 지식이 풍부해졌으면 좋겠어요. 아는 만큼 보이고, 보이는 만큼 편견은 더 없어질 테니까요. 그렇게 『여자가 사랑하는 명품』이 좋은 물건에 대한 독자들의 인식을 전환시킬 수 있었으면 좋겠어요.
[추천 기사]
- 14명 르포작가와 만화가가 그려낸 일곱 섬 이야기
- 체중에 대한 편견과 집착을 내려놓자
-홍명보 감독에 대한 변명
- 프라하의 미스터리한 아름다움을 말하다
관련태그: 유난희, 여자가 사랑하는 명품
13,500원(10% + 5%)
9,450원(10% + 5%)
8,550원(10% + 5%)
8,100원(10% + 5%)
11,700원(10% + 5%)
8,100원(10% + 5%)
5,400원(0% + 5%)
6,300원(0% + 5%)
7,700원(0% + 5%)
7,350원(0% + 5%)
6,700원(0% + 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