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현림 시인이 두 권의 시집으로 독자와 마주했다. 『딸아, 외로울 때는 시를 읽으렴』 안에 그녀가 녹여낸 것은 시인의 마음과 엄마의 목소리다. 1권 인생 편에서는 ‘지금 인생의 가장 아름다운 시절을 보내고 있는 당신에게 주고 싶은 시’ 90편을, 2권 사랑 편에서는 ‘사랑받기 위해 태어난 하지만 늘 외롭다고 말하는 당신에게 주고 싶은 시’ 90편을 들려준다. 타고르, 루쉰, 네루다, 푸슈킨, 휘트먼, 카프카와 함께 백석, 한용운, 천상병, 황지우, 고은, 도종환, 안도현, 이병률 등 수많은 시인들의 작품을 한 데 모았다. 『지루한 세상에 불타는 구두를 던져라』 『세기말 블루스』 『침대를 타고 달렸어』 등 다수의 시집을 통해 독자들과 만나온 신현림 시인이 직접 고르고 번역에 참여한 작품들이다. 이를 통해 세상의 딸들에게 전하고 싶은 작가의 메시지는 명확하다.
그리고 내가 그랬듯, 외로울 때는 시를 읽으렴. 시를 사랑하는 사람들은 늙어도 늙지 않으며, 절망스러울 때도 절망하지 않는단다. 시는 넘어져도 아파도 씩씩하게 훌훌 털고 일어나는 힘을 줄 테니까. 시에서 얻은 힘만큼 네 사랑은 용감해지고, 인생은 깊어지고 풍요로워질 거야. 그래서 네가 세상에서 제일 행복한 사람이 될 거라 엄마는 확신한단다. (『딸아, 외로울 때는 시를 읽으렴』 1권 16쪽)
“어리석고 어렸던 시절, 나는 지혜의 시선을 갈망하며 시를 읽었”고 “시는 천천히 확실하게 내 몸과 마음을 이뤄 갔”다고 작가는 고백했다. 뜨겁지만 불안한 시절, 시는 그녀에게 희망이었고 힘이었던 것이다. 그래서 그녀는 지금 그 길을 걷고 있는 많은 딸들에게 시를 들려준다. 그대에게도 여전히 시의 힘은 유효할 것이라는 믿음 때문이다. 인생을 어떻게 살아야 할지 문제를 어떻게 풀어야 할지 알 수 없을 때에도, 사랑으로 고통스러울 때에도, 시를 읽으라고 말하는 것이다.
누군가를 깊이 사랑해도 사람이라면 어쩔 수 없이 느껴지는 고독감이 있다. 그처럼 외로울 때는 시를 읽었으면 좋겠다. 자신의 영혼을 살피고 아름다운 것을 보는 것만큼 중요한 것은 없으니. 그리고 때로 사랑이 힘들고 아플 때면 내가 그랬듯 딸이 이 시들을 읽으며 위로받았으면 좋겠다. 그러면 다시 사랑할 힘을 얻을 테니까, 용기 내어 새로운 사랑을 꿈꿀 수 있을 테니까. (『딸아, 외로울 때는 시를 읽으렴』 2권 18쪽)
신현림 시인과 그녀의 새로운 시집, 그리고 독자들의 만남은 ‘W살롱’을 통해 이루어졌다. W살롱은 ‘지식과 감성을 나누는 지혜 나눔 플랫폼’을 목표로 웅진씽크빅 단행본 출판그룹이 기획한 만남의 장이다. 이번 만남은 W살롱의 한 프로그램인 ‘남경림의 휴먼르네상스 I’의 일환으로 마련됐다. ‘남경림의 휴먼르네상스 I’는 인간의 본질을 탐구하고 인간에 가장 밀접한 영향을 미치는 인문예술을 통해 정체성을 찾아가는 강연과 토크, 공연이 어우러진 프로그램을 지향하고 있다.
진행자인 남경주는 CBS 울산 라디오에서 <남경림의 뷰티풀 데이>를 진행하는 방송인이자 매거진
한 사람은 그가 읽은 것으로 이루어 진다
낭독회가 끝난 후 강연을 위해 독자들 앞에 선 작가는 「사랑의 아픔」의 한 구절-“누군가를 사랑하고 있다 여겨도 때로 자기를 사랑하는 것에 지나지 않는단다. 그래서 모든 것이 헛것이 되고 끝나고 만단다”-에 대해 이야기했다. 우리의 사랑이 결국 나 자신을 위한 것에 지나지 않을 때가 많다는 사실을 깊게 생각해 볼 필요가 있다는 말이었다. 그 뒤로 이어진 이야기는 신현림 작가의 삶을 함께한 시에 대한 것이었다.
“고등학생 때 어머니께서 『딸아, 외로울 때는 시를 읽으렴』과 같은 책을 사주셨어요. 그때 예이츠의 「지혜는 시간과 더불어 오다」라는 시를 읽었는데요. 입시로 힘들어하던 시절에 많은 힘이 되어 주었어요. 그래서 그 시를 노트에 옮겨 적고, 편지로 적어 친구들에게 보내기도 했죠. 그렇게 시를 읽으면서 마음의 여유를 찾았어요. 아마도 그것이 시를 좋아하게 된 이유였던 것 같아요.”
지금도 책장에 쌓인 세계 시인 선집을 보면 돌아가신 어머니가 떠오른다는 작가. 그녀는 어머니가 자신에게 주었던 것처럼 세상의 모든 딸들을 위해 시를 선물한다. “학교 다니는 일이, 산다는 게 지루해질 때면 김 한 장 두 장 씹어 먹듯이 시를 읽었”던 자신처럼 시를 통해 마음의 평안을 찾는 이들이 생기길 바라면서. 그래서 그녀는 시가 가진 힘에 대해 말한다.
“노벨문학상을 수상한 요세프 브로드스키는 ‘어떤 한 사람은 그가 읽은 것으로 이루어진다’고 말했어요. 읽는다는 것의 대상이 책만은 아니죠. 우리가 만난 사람도 하나의 텍스트라고 볼 수 있어요. 시 역시 우리의 영혼을 조금씩 바꿔가요. 그것이 시가 가진 힘이에요. 시가 가슴 속에서 금방 지워지지 않는 것은 은유를 가지고 있기 때문이죠.”
마치 사진처럼 시는 우리가 지나온 삶의 궤적으로 남는다고 작가는 말했다. 그리고 저마다의 해답을 찾기 위해 시 속으로 파고든 그 시간은 결코 헛되지 않는다고, 반드시 우리에게 남겨주는 메시지가 있다는 이야기도 덧붙였다.
신현림 시인의 강연이 끝난 후 비슬라바 쉼보르스카의 시 「두 번은 없다」의 낭독이 이어졌다. 그리고 시인과 함께 독자들 앞에 선 진행자 남경림이 독자들과의 대화를 이끌어나갔다. 그 시간을 통해 작가는 시와 그림, 영화의 만남을 통해 영감을 얻는다는 고백을 들려주었고, 모두가 물질을 추구하는 이 시대에 시는 점차 사람들로부터 멀어지고 있음을 안타까워했으며, 그럴수록 우리는 무엇이든 쉽게 얻으려는 마음을 버리고 시간과 마음을 다해 시와 만나야 함을 강조했다. 아울러 그녀는 휴대폰 화면의 번쩍이는 빛으로 사라져버리는 시가 아닌, 자신의 손끝으로 써내려가는 시와 만날 것을 권유했다.
어찌 보면 산다는 건 한 편의 시, 한 권의 책으로 삶을 조금씩 열렬하게 바꿔 가는 일일 거야. 인생을 어떻게 살아야 할지 문제를 어떻게 풀어야 할지 모르는 어리석고 어렸던 시절, 나는 지혜의 시선을 갈망하며 시를 읽었어. 커다란 가르침이 되는 글들을 모으며 나의 나약함을 야무지게 다져 가려고 노력했지. 나도 모르게 자연스럽게 시의 리듬이라든가 시의 긍정적이고 아름다운 기운들이 몸에 가득 깃들기를 바랐어. 계속 시를 베껴 두고 본다는 것은 몸과 마음에 새겨 육체화시키는 일임을 이젠 알겠어. 시는 천천히 확실하게 내 몸과 마음을 이뤄 갔단다. (『딸아, 외로울 때는 시를 읽으렴』 1권 14쪽)
- 딸아, 외로울 때는 시를 읽으렴 신현림 편| 걷는나무
신선하고 파격적인 상상력을 바탕으로 시와 사진을 넘나드는 전방위작가로 활약하고 있는 신현림이 인생의 가장 아름다운 시절을 보내고 있는 세상의 모든 딸들에게 들려주고 싶은 시 90편을 모았다. 이 책은 시를 통해 넘어져 아파도 씩씩하게 털고 일어나는 힘을 얻게 되길, 그래서 세상에서 가장 행복한 사람이 되길 바라는 마음을 담은 따뜻한 응원가이다. 이 책에 초대된 위대한 시인들이 남긴 시를 통해 그린 인생의 기쁨과 슬픔, 지혜를 엿보다 보면 어느새 외로움은 저만치 밀려나고 따뜻함만이 남는다. 그리고 지금 내 삶을 멋지고 감동적인 한 편의 시로 바꿔갈 힘이 생길 것이다.
[추천 기사]
임나리
그저 우리 사는 이야기면 족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