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 두뇌 속에 영어 고속도로를 뚫어라
영어 학습에 있어서 뇌과학적인 접근은 시행착오로 인한 손실을 최소화해준다. 뇌과학은 영어 학습법의 불확실성을 상당 부분 해소해 심적 확신을 제공해줄 유용하고 유력한 도구이다.
글ㆍ사진 박순
2014.03.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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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에는 영어두뇌란 무엇인가에 대해 알아보겠습니다. 다소 어려운 전문용어들이 나오지만 걱정하지 마시고 읽어주세요. 영어두뇌란 무엇일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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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로마인이 건설한 도로]



지금으로부터 2300년 전 로마인은 그 이전에는 누구도 해내지 못한 일을 착상했고 실행에 옮겼습니다. 위 그림에서 볼 수 있듯 그저 풀 뽑고 나무 베서 길을 튼 것이 아니라 정교한 매뉴얼대로 땅을 파서 모래와 자갈을 채우고 포장돌을 촘촘히 덮고 배수구까지 시공했죠. 로마제국 전역에 걸쳐 길을 만든 사람들은 최소 수백 년은 문제없이 도로가 기능할 것이라고 호언장담했고 실제 그러했습니다. 기원전 4세기부터 기원 1세기까지의 450여 년 동안 로마인들이 건설한 도로는 무려 15만 킬로미터, 즉 지구를 거의 네 바퀴 돌 수 있을 정도의 거리에 달했습니다. 도로는 정보와 물건을 안전하고 신속하게 전달하도록 해주죠. 도로들이 네트워킹으로 연결되면 그 기능이 비약적으로 향상됩니다. 두뇌도 신경 네트워킹 정도에 따라 사고와 운동, 그리고 언어 능력이 결정되며 영어를 처리하는 뇌도 마찬가지입니다. 


 

1. 영어두뇌 네트워킹


영어두뇌란 영어 ‘신경 고속도로’가 뚫려 네트워킹이 잘 되고 있는 상태를 말합니다. 놀라운 기억력을 자랑하는 ‘기억력 천재’들 50명의 두뇌를 fMRI(기능성 자기공명영상)나 DTI(Diffusion Tensor Imaging) 등의 특수 장비로 촬영해보면 두뇌 뒷부분과 앞부분을 연결하는 ‘신경 고속도로’가 잘 뚫려 있다고 합니다. 두뇌도 연결이 중요한 거죠. 영어두뇌가 잘 발달된 사람은 이해와 표현을 담당하는 두뇌 앞뒤와 영어처리 관련 부위들 사이에 길이 잘 뚫려 있습니다. 다음 사진은 DTI 장비로 찍은 것인데요 이해를 담당하는 베르니케 영역과 표현을 담당하는 브로카 영역을 연결하는 ‘신경 고속도로’인 궁형속(arcuate fasciculus)이 잘 나타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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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언어처리 ‘신경 고속도로’ 궁형속. Raf: 우반구 궁형속, Laf: 좌반구 궁형속]



이러한 영어두뇌의 길을 뚫는 방법은 무엇일까요? 답은 미엘린화(myenlination)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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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런과 미엘린화(myelination)]



인간의 두뇌 속에는 위 그림처럼 생긴 신경세포(뉴런)가 약 860억 개 들어있습니다. 뉴런의 기능은 (실제로는 그렇지 않지만) 단순합니다. 전기신호를 받아서 다음 뉴런으로 전달하는 거죠. 대부분의 뉴런에는 밧줄처럼 길게 뻗어나간 축삭(axon)이라는 선이 있는데요, 쉽게 말해 전선입니다. 어떤 축삭은 1미터가 넘게 뻗어나가기도 합니다. 그런데 전기신호는 거리에 반비례해서, 그리고 선의 굵기에 비례해서 강도가 달라집니다. 축삭의 길이를 마음대로 줄일 수도 없고 또 축삭 굵기를 키우면 뇌가 너무 커지니까 생물의 두뇌는 전기 손실을 줄이는 쪽을 택했습니다. 전선 피복이 까져서 누전이 되면 절연테이프로 감는 것처럼 축삭도 ‘테이핑’을 하면 전기 손실이 줄어듭니다. 


중추신경계의 경우 희돌기교세포(oligodendrocyte), 그리고 말초신경계의 경우 슈반세포(Schwann cell)가 이 ‘테이핑’ 작업을 담당합니다. 위 그림의 a→b→c 순서처럼 테이핑이 두터워지면 신경신호 전달 속도가 100배까지 올라갑니다. 네트워킹 측면에서 보면 3,000배 정도로 효율이 좋아진다고 해요. 테이핑 작업의 진행은 ‘Use it or lose it(사용하지 않으면 녹슨다).’ 법칙을 따릅니다. 규칙적으로 운동하면 근육 섬유가 굵어지듯이 해당 축삭에 전기신호가 자주 흐르면 흐를수록 미엘린 막이 겹겹이 축삭을 감쌉니다. 이전 칼럼에서 말씀드렸듯, 영어 소리를 많이 듣고 영어책을 많이 읽을수록 미엘린화가 진행되어 두뇌의 영어회로 효율이 좋아지는 것이죠. 그러므로 영어를 배우고 익히는 데 왕도(王道)는 없습니다. 꾸준히 노력하고 연습하는 정도(正道)가 있을 뿐입니다. 지금까지 주로 ‘선(네트워킹)’의 측면에서의 영어두뇌에 대해 살펴보았습니다. 이제 각 선의 접점에 해당하는 부위에 만들어지는 두뇌 구조물(structure) 측면에서 접근하겠습니다.



2. 영어두뇌 구조물


다음 그림은 대단히 복잡해 보입니다만 핵심 개념을 중심으로 이해하면 그리 어렵지 않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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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드앤(Stanislas Dehaene)의 최신 두뇌 언어처리 모델]



이 그림은 두뇌를 왼쪽에서 바라본 모습인데요, 동그라미로 나온 부분이 모두 언어처리를 담당하는 두뇌 영역들입니다. ‘발음 및 조음에 대한 접근’애 해당하는 붉은 색 영역들이 소리 처리를 맡습니다. 영어동요를 많이 들어서 외워 부르거나 부모?선생님이 영어책을 많이 읽어주면 이 부위들이 탄탄히 자리 잡습니다(‘소리가 먼저’). 서서히 아이는 스스로 영어책을 소리 내어 읽게 되고 이 단계를 거치며 ‘의미에 대한 접근’ 회로에 도로가 뚫립니다. 의미가 연결되는 것이죠(‘소리 내어 읽기’). 그리고 아이가 스스로 영어책을 많이 읽으면 영어를 글자 단위(g.o.o.d)가 아니라 단어 단위(good) 혹은 구 단위(Good morning!)로 읽을 수 있게 됩니다. 잘 읽는 아이는 10개 단어도 한 눈에 읽을 수 있습니다. 이렇게 읽는 속도와 효율이 올라가면 머릿속으로 읽은 내용에 대해 생각해보고 전에 배운 지식과 연결해보는 작업을 할 수 있는 여유가 생깁니다. 이 차이가 영어두뇌가 개발된 아이와 그렇지 않은 아이를 극명하게 나누게 됩니다. 수많은 구조물 중에 시각적 읽기에 관여하는 두뇌 ‘단어상자’ 영역이 특히 주목할 만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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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뇌 ‘단어상자’ 영역]


측두엽과 후두엽이 만나는 두뇌 아래쪽 부분을 두뇌 ‘단어상자(the brain’s letterbox)’ 영역이라고 하는데요, 이 부분이 제대로 개발되면 분당 최대 500단어까지 읽어낼 수 있다고 합니다. 만일 안구를 움직여야 하는 물리적 제한을 없애면 분당 1,700여 단어도 읽을 수 있다니 정말 대단한 곳이죠. 물론 영어두뇌는 대뇌의 표면에만 해당되는 것이 아니라 뇌 깊숙한 곳에 있는 기저핵(basal ganglia)의 선조체(striatum)나 소뇌(cerebellum) 등도 포함됩니다만 본 칼럼에서는 모두 다루지는 못했습니다. 


영어두뇌를 만든다는 것은 가능한 한 모국어에 가깝게 영어처리 영역들을 형성해주는 일입니다. 고속도로를 처음 뚫기는 어렵지만 일단 길을 트면 적절한 유지보수만으로 제 기능을 발휘할 수 있듯 적절한 방법으로 영어의 ‘신경 고속도로’를 뚫어주면 대학교 도서관에 앉아서 토플, 토익 책만 파는 대학생들이 줄어들 것입니다. 영어는 현시대에 자기의 꿈을 세계적으로 펼치기 위해 꼭 필요한 필수 도구이지만 투입하는 시간과 비용에 비해 성과가 부족한 게 사실입니다. 영어두뇌를 제대로 틔워주는 것은 보다 효율적으로 영어를 습득할 수 있는 확실한 방법이 될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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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의 영어두뇌 박순 저 | 엘도라도
불안한 영어교육, 영어두뇌가 답이다. 국내 최초 과학적으로 밝히는 두뇌의 영어학습 원리. 아이가 영어를 어려워하는 진짜 이유는 ‘두뇌’ 때문이다. 아이가 어려서부터 ‘영어 잘하는 두뇌’로 만들어주지 못했기 때문이다. ‘영어두뇌’는 영어를 보다 쉽게 활용할 수 있는 두뇌를 말하며 영어학습의 핵심이다. 한국에서 태어난 우리 아이들은 비록 영어두뇌를 가지고 태어날 수는 없지만 부모의 관심과 사랑만 있으면 얼마든지 영어두뇌로 바꿀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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돌부처

2014.03.31

영어공부에 왕도가 없다는 말을 많이 듣기도하고 공감입니다. 아이들 영어공부때문에 걱정하는 부모들이 영어두뇌로 영어를 쉽게 활용할 수 있다면 효과적인 방법이 될 것 같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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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순

박순은 대한민국 최초의 영어두뇌 전문가다. 현직 교사이면서도 영어 교사들에게 ‘아이들이 영어를 잘하게 하는 방법’을 가르친다. 우리 아이들이 보다 쉽고 효과적으로 영어를 배울 수 있도록 10년 넘게 뇌과학을 연구해왔다. 전국 대학 및 영어교육 기관에서 영어 교사를 대상으로 하는 ‘영어두뇌’ 교수학습법 강의로 정평이 나 있다. KBS 스페셜 〈당신이 영어를 못하는 진짜 이유〉에 영어전문가로 출연했고 동명의 강의를 KBS 본관에서 진행했다. EBS 다큐프라임 〈한국인과 영어〉 자문위원, 케이블 TV 스토리온 〈엄마, 영어에 미치다〉 영어교육 멘토로 활약했다. 저서로는 《EBS 대표 영문법》 《영어책 읽는 두뇌》 《뇌과학으로 알아보는 혁신적 영어 학습법》이 있다. 현재 대학수학능력시험과 국가영어능력시험(NEAT) 출제기관인 한국교육과정평가원(KICE)이 개발하고 있는 온라인 중등 영문법 교재 편찬위원으로 활동 중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