때로는 새나 벌레가 되어 바라본 세상
새와 벌레의 시점을 회화에 활용한 것에는 깊은 뜻이 담겨 있어요. 정선은 진경산수화(眞景山水畵)를 창안한 조선 미술의 거장입니다. 진경산수화란 말 그대로 진짜 풍경, 즉 한국의 산천을 사실적으로 묘사한 그림을 말해요.
글ㆍ사진 이명옥
2013.12.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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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선은 자신의 대표작인 <박연폭포>와 <인왕제색도>에서 새와 벌레의 시점을 실험했습니다.

<박연폭포朴淵瀑布>(188쪽)는 개성에 있는 박연폭포를 그린 것인데, 절벽에서 못으로 떨어지는 물줄기는 위에서 아래를 내려다보는 시점, 절벽 위의 나무들은 아래에서 위를 올려다보는 시점을 적용했어요.


<인왕제색도仁王霽色圖>(189쪽)는 서울 인왕산의 풍경을 비가 그친 뒤에 그린 것입니다. 그림 앞쪽의 비에 젖은 소나무와 집은 위에서 내려다보는 시점인 부감법으로, 뒤쪽의 웅장한 바위 봉우리는 아래에서 위로 쳐다보는 고원법으로 표현했네요.

그가 새와 벌레의 시점을 회화에 활용한 것에는 깊은 뜻이 담겨 있어요. 정선은 진경산수화(眞景山水畵)를 창안한 조선 미술의 거장입니다. 진경산수화란 말 그대로 진짜 풍경, 즉 한국의 산천을 사실적으로 묘사한 그림을 말해요.

당시 조선의 화가들은 실제 풍경을 그리지 않고 자연을 미화시킨 관념산수화를 그렸어요. 정선은 현실과 동떨어진 산수화를 그리는 대신 자신이 직접 발로 뛰면서 경험한 이 땅의 아름다운 산천을 화폭에 담았지요. 한국의 산천이 얼마나 아름다운지 몸소 경험했고, 그 감동을 생동감 넘치게 전달하기 위해 새와 벌레의 시점을 빌려 온 것이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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학교에서 배웠지만 잘 몰랐던 미술 이명옥 저 | 시공아트
미술 교과서에 실려 있지만 그 가치가 제대로 전달되지 못했던 명작들을 ‘키워드(key word)’로 감상할 수 있도로곡 안내한 새로운 미술 교과서이다. 『조선일보』에 연재되고 있는 인기 칼럼 ‘이명옥의 명작 따라잡기’ 중 일부를 모아 새롭게 엮은 것으로, 서명, 손가락, 발, 입, 그림자 등 미술을 대할 때 눈에 보이는 요소들부터 소리, 음악, 움직임, 속도, 리듬, 크기, 생각 등 눈에 안 보이는 요소들, 그리고 미술과 세상에 대한 고정관념에서 벗어난 새로운 관점까지 다양한 키워드를 제시하며 명화를 감상하도록 안내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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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명옥

한국 문화·예술계의 뛰어난 기획자이자 베스트셀러 작가로, 현재 사비나 미술관장, 국민대학교 미술학부 교수, 한국사립미술관협회장, 과학문화융합포럼 공동대표를 겸하고 있다. 성신여대를 졸업한 후 불가리아로 유학을 떠나 소피아 국립미술아카데미에서 회화 석사 학위를 받았고, 홍익대학교 미술 대학원에서 예술기획 석사 학위를 받았다. 목포 MBC 교양국 PD를 거쳐 1996년 서울 인사동에 '갤러리사비나'를 개관했다. '갤러리 사비나'는 매번 참신하고 새로운 기획을 통해 남녀노소 누구나 쉽게 드나들 수 있는 대중 미술관'을 지향하고 있다.

대표 저서로는 『명화 속 신기한 수학 이야기』(2005년 문화관광부 우수교양도서), 『명화 속 흥미로운 과학 이야기』(2006년 대한민국 과학문화상, 2006년 과학기술부 인증 우수과학도서), 『명화 경제 토크』(2007년 한국간행물윤리위원회 청소년 권장 도서), 『천재성을 깨워주는 명화 이야기』(2005년 청소년 권장 도서), 『팜므 파탈』(한국문화번역원 선정 ‘2005년 한국의 책 96’, 일본 사쿠힌 사에서 『妖婦』로 번역 출간), 『아침 미술관 1, 2』, 『그림 읽는 CEO』(네이버 선정 ‘오늘의 책’), TGIF(Twitter, Google, Internet, Facebook) 시대의 주역인 융합형 인재를 8가지 유형으로 분류한 신新 인재 패러다임을 소개한 『이명옥의 크로싱』, 『나는 오늘 고흐의 구두를 신는다』(한국출판문화진흥재단 선정 ‘2009 올해의 청소년도서’) 등이 있다. 그 밖에도 『센세이션展』,『머리가 좋아지는 그림 이야기』, 『날씨로 보는 명화』,『에로틱 갤러리』,『화가들은 감정을 어떻게 표현할까』, 등의 책을 집필했다.

주요 전시로는 '교과서 미술전', '미술 속의 동물전', '밤의 풍경전', '키스전', '이발소 명화전', '24절기전', '일기예보전', '머리가 좋아지는 그림전', '그림 속 그림 찾기전' 등이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