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TEP 21] 새로운 음악을 넘어 독특한 소리가 담긴 앨범 - 크로스오버
“부모님 연배라면, 세미 클래식 혹은 경음악이라는 표현을 들어본 적 있을 거야. 가볍고 편안하게 들을 수 있는 음악을 말하는데, 클래식 음악을 팝스 오케스트라가 쉽게 편곡해서 연주하거나 클래식 연주자들이 팝을 연주하는 경우가 많지. 세미(semi)라는 말에는 원곡과 다르다는 의미를 내포하고 있는데, 이 때문에 제대로 된 클래식이 아니라고 치부하는 사람들도 있어. 요즘에는 세미 클래식과 비슷한 곡들이 ‘크로스오버’라는 정식 명칭을 얻으면서 본격적으로 한 장르로 대접받고 있어.”
2013.11.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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음악의 경계를 넘어, 크로스오버
파바로티와 친구들이 부르는 <라 트라비아타>,
파바로티는 팝, 포크 가수 등과의 협연을 통해 클래식을 대중화하는데 공헌했다.
크로스오버는 친숙한 이름이다. 연초만 해도, 융합이니 통섭이니 하는 이야기가 많이 들렸는데, 경계 넘기는 학문보다 예술계에서 앞섰다. 클래식 음악가든, 대중가요를 부르는 가수든 그가 예술가라면, 장르를 넘어서는 새로운 음악을 떠올릴 테고, 그건 완전히 무에서 유를 창조하는 일보다는 여기 존재하는 유를 잘 빚어서 또 새로운 걸 만드는 방식일 것이다. 크로스 오버 역시 새로움을 추구하는 예술가들에 의해 새로운 시도로 시작된 음악이다.
그동안 클래식 가이드 20개의 음반을 들고 매주 하나씩 독파해나가면서 클래식 음악을 사귀어 왔다. 클래식 음악은 아는 사람만 듣고, 배운 사람만 아는 척 하는 음악이었는데. 다가가기엔 멀고, 친한 척 하기엔 고까웠던(!) 그런 음악이었는데 이제는 내 기분에 따라, 날씨에 따라 클래식 음반 몇 장을 뒤적거릴 줄 아는 리스너가 되었다.
영화 속의 주인공 혹은 상징적인 이름으로만 여겨졌던 베토벤, 모차르트는 이제 이름만으로도 음악이나 분위기가 물씬 생생하게 다가오고, <클래식 가이드>에서 여러 번 만났던 칼뵘, 리히터, 클라이버 등의 낯선 이름도 마냥 어렵게만 느껴지지는 않는다. (클래식 가이드의 수혜자는 정녕 나인 거다Y.Y)
이 대장정의 마지막은 크로스오버다. 크로스오버는 경계를 넘는다는 의미의 용어지만, 이제는 한 장르처럼 구분된다. “부모님 연배라면, 세미 클래식 혹은 경음악이라는 표현을 들어본 적 있을 거야. 가볍고 편안하게 들을 수 있는 음악을 말하는데, 클래식 음악을 팝스 오케스트라가 쉽게 편곡해서 연주하거나 클래식 연주자들이 팝을 연주하는 경우가 많지.
세미(semi)라는 말에는 원곡과 다르다는 의미를 내포하고 있는데, 이 때문에 제대로 된 클래식이 아니라고 치부하는 사람들도 있어. 요즘에는 세미 클래식과 비슷한 곡들이 ‘크로스오버’라는 정식 명칭을 얻으면서 본격적으로 한 장르로 대접받고 있어.”
Hush Little Baby
요요마와 바비 맥퍼린이 연주하는 흥겨운 곡.
클래식 쪽에서 크로스오버라고 하면, 여러 대중가수와의 협연으로 흥행에도 크게 성공한 <파바로티와 친구들>이 꼽힐 것이다. 또 탱고 곡으로 잘 알려진 요요마 역시 빅히트친 크로스오버 앨범을 가지고 있다. 첼리스트 요요마와 소리의 달인 바비 맥퍼린이 장르를 초월해 만든 앨범다. 음반 제목만 들어서는 낯설기 짝이 없지만, 이 앨범에 실린 곡들의 도입부만 들어보면 당신이 ‘아!’하고 무릎을 칠만한 곡이 그득하다.
“이 앨범은 두 사람이 레너스 번스타인의 70세 생일파티에서 만나서 즉흥 연주를 한 게 계기가 되어 음반까지 내게 되었다고 하지.” 이 앨범에는 바비 맥퍼린의 곡 ‘Grace’ ‘Stars’ ‘Coyote’ 등과 함께 비발디, 라흐마니노프, 바흐 등의 클래식 음악이 새롭게 편곡되어 실려있다. 이 중에서 가장 유명한 곡은 경쾌한 허밍으로 시작하는 Hush Little Baby이다. 내가 들은 가장 인상적인 곡은 림스키 코르샤코프의 왕벌의 비행이다. 요요마의 첼로가 날고 있는 왕벌의 모습을 생생하게 그려내고, 바비 맥퍼린이 다양한 소리로 날고 있는 왕벌의 조급한 마음속까지 흥미롭게 표현해내고 있다.
팝페라 가수 일 디보가 부르는 ‘without you’.
감미로운 팝송 원곡과는 또 다른 느낌이 있다.
크로스오버 하면, 나는 누구보다 일 디보가 먼저 떠오른다. 일 디보는 내가 홍콩까지 직접 날아가 인터뷰했던 세계적인 아티스트였으니까. 바라만 봐도 미소가 절로 나왔던 그 아름다운 미모가 무척이나 인상적이었다. 옥구슬이 굴러가면 이런 소리가 들리지 않을까 싶을 만큼 곱디고운 목소리는 어떻고! 이 매력적인 요소요소를 다 갖춘 일 디보는 스페인, 스위스, 프랑스, 미국에서 각각 활동하던 성악가와 팝 싱어 등 4명의 멤버로 구성된 그룹이다.
‘일 디보’란 이탈리아어로 하늘이 내린 가수(Divine Performer)라는 의미다. 「Nella Fantasia」「My way」 「Ave Maria」 「You raise me up」 「Hero」 등 제목만 들어도 금세 멜로디가 떠오르는 이 노래들이 모두 일 디보의 앨범에 실려 있는 곡들이다. 네 장의 정규 앨범은 2,500만 장 이상의 판매량를 기록했고, 크로스오버 앨범으로는 처음으로 빌보드 앨범 순위 1위를 기록하기도 했다.
이렇게 크로스오버 음악은 기존의 클래식 팬들과 대중가요 팬들을 한꺼번에 끌어안을 수 있다는 매력이 있다.
크로스오버 시장이 끊임없이 성장하는 동력
“크로스오버가 이렇게 음반 시장에서 큰 범주를 차지하게 된 것은, 일단은 먼저 상업적인 원인을 생각해볼 수 있어. 원래 클래식계에서도 대중음악을 연주하는 것을 금기시하는 풍토가 있었지만, 정통 클래식을 듣는 계층은 한정되어 있고 쉽게 늘어나지 않는데다 전 세계 음반 시장은 점점 줄고 있으니까. 아무리 상업성과 거리가 먼 예술가들이라도 일단은 먹고는 살아야 할 테니 몇몇의 클래식 팬들보다 다수가 좋아할 만한 음반을 내놓기 시작했어.”
또 이렇게도 생각해볼 수 있지. 클래식으로 인정되는 곡 수에도 한계가 있는 거야. 현대 작곡가들의 곡은 난해하여 아직 청중들의 귀에 받아들여지지 않고, 이제 겨우 먹히기 시작한 것이 1900년대 초중반, 그러니까 쇼스타코비치 시기 즈음에 활동한 작곡가들이야. 그 이전의 작곡가들이 아무리 곡을 많이 썼다고 하더라도 한계가 있어.
지난 100여 년간 수천, 수만의 클래식 연주자들의 물고 뜯고 맛본 곡들의 수가 한계에 도달한 것도 사실이지. 베토벤 모차르트 바흐가 아무리 좋더라고 하더라도, 같은 곡을 연주해서 시중의 수백 수천 점의 음반과 또 다른 느낌으로 인정을 받기엔 쉽지 않잖아. 그러니 새롭고 신선한 타 장르와의 퓨전을 시도하게 되는 거지. 이유야 어쨌거나, 재미있잖아?”
크로스오버 연주자들 역시 어렸을 때부터 신동 소리 들으며, 짧게는 수년간 길게는 수십 년간 한 악기를 파왔던 천재들이고, 그들이 연주하는 곡은 이미 대중적으로 성공해 ‘검증받은’ 곡들이니 이 둘이 내는 시너지는 상상 이상일 터!
“물론 이 중에는 요요마나 랑랑처럼 아예 생소한 음악을 새로 개척해내는 연주자도 있고, 각국의 민속 음악을 참고하거나 타 장르의 연주자와 합작을 하는 경우도 많아. 크로스오버 음악들은 특정한 형식이 한정된 게 아니므로 각 장르의 경계를 허물며 다양한 형태로 뻗어 나갈 무한할 가능성을 가진 음악들이야. 재미있고 신선한 도전을 즐기는 청중이라면 앞으로 이 카테고리에 등장하는 음반들을 눈여겨봐도 좋을 거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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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바로티와 친구들이 부르는 <라 트라비아타>,
파바로티는 팝, 포크 가수 등과의 협연을 통해 클래식을 대중화하는데 공헌했다.
크로스오버는 친숙한 이름이다. 연초만 해도, 융합이니 통섭이니 하는 이야기가 많이 들렸는데, 경계 넘기는 학문보다 예술계에서 앞섰다. 클래식 음악가든, 대중가요를 부르는 가수든 그가 예술가라면, 장르를 넘어서는 새로운 음악을 떠올릴 테고, 그건 완전히 무에서 유를 창조하는 일보다는 여기 존재하는 유를 잘 빚어서 또 새로운 걸 만드는 방식일 것이다. 크로스 오버 역시 새로움을 추구하는 예술가들에 의해 새로운 시도로 시작된 음악이다.
그동안 클래식 가이드 20개의 음반을 들고 매주 하나씩 독파해나가면서 클래식 음악을 사귀어 왔다. 클래식 음악은 아는 사람만 듣고, 배운 사람만 아는 척 하는 음악이었는데. 다가가기엔 멀고, 친한 척 하기엔 고까웠던(!) 그런 음악이었는데 이제는 내 기분에 따라, 날씨에 따라 클래식 음반 몇 장을 뒤적거릴 줄 아는 리스너가 되었다.
영화 속의 주인공 혹은 상징적인 이름으로만 여겨졌던 베토벤, 모차르트는 이제 이름만으로도 음악이나 분위기가 물씬 생생하게 다가오고, <클래식 가이드>에서 여러 번 만났던 칼뵘, 리히터, 클라이버 등의 낯선 이름도 마냥 어렵게만 느껴지지는 않는다. (클래식 가이드의 수혜자는 정녕 나인 거다Y.Y)
이 대장정의 마지막은 크로스오버다. 크로스오버는 경계를 넘는다는 의미의 용어지만, 이제는 한 장르처럼 구분된다. “부모님 연배라면, 세미 클래식 혹은 경음악이라는 표현을 들어본 적 있을 거야. 가볍고 편안하게 들을 수 있는 음악을 말하는데, 클래식 음악을 팝스 오케스트라가 쉽게 편곡해서 연주하거나 클래식 연주자들이 팝을 연주하는 경우가 많지.
세미(semi)라는 말에는 원곡과 다르다는 의미를 내포하고 있는데, 이 때문에 제대로 된 클래식이 아니라고 치부하는 사람들도 있어. 요즘에는 세미 클래식과 비슷한 곡들이 ‘크로스오버’라는 정식 명칭을 얻으면서 본격적으로 한 장르로 대접받고 있어.”
Hush Little Baby
요요마와 바비 맥퍼린이 연주하는 흥겨운 곡.
클래식 쪽에서 크로스오버라고 하면, 여러 대중가수와의 협연으로 흥행에도 크게 성공한 <파바로티와 친구들>이 꼽힐 것이다. 또 탱고 곡으로 잘 알려진 요요마 역시 빅히트친 크로스오버 앨범을 가지고 있다. 첼리스트 요요마와 소리의 달인 바비 맥퍼린이 장르를 초월해 만든 앨범
“이 앨범은 두 사람이 레너스 번스타인의 70세 생일파티에서 만나서 즉흥 연주를 한 게 계기가 되어 음반까지 내게 되었다고 하지.” 이 앨범에는 바비 맥퍼린의 곡 ‘Grace’ ‘Stars’ ‘Coyote’ 등과 함께 비발디, 라흐마니노프, 바흐 등의 클래식 음악이 새롭게 편곡되어 실려있다. 이 중에서 가장 유명한 곡은 경쾌한 허밍으로 시작하는 Hush Little Baby이다. 내가 들은 가장 인상적인 곡은 림스키 코르샤코프의 왕벌의 비행이다. 요요마의 첼로가 날고 있는 왕벌의 모습을 생생하게 그려내고, 바비 맥퍼린이 다양한 소리로 날고 있는 왕벌의 조급한 마음속까지 흥미롭게 표현해내고 있다.
팝페라 가수 일 디보가 부르는 ‘without you’.
감미로운 팝송 원곡과는 또 다른 느낌이 있다.
크로스오버 하면, 나는 누구보다 일 디보가 먼저 떠오른다. 일 디보는 내가 홍콩까지 직접 날아가 인터뷰했던 세계적인 아티스트였으니까. 바라만 봐도 미소가 절로 나왔던 그 아름다운 미모가 무척이나 인상적이었다. 옥구슬이 굴러가면 이런 소리가 들리지 않을까 싶을 만큼 곱디고운 목소리는 어떻고! 이 매력적인 요소요소를 다 갖춘 일 디보는 스페인, 스위스, 프랑스, 미국에서 각각 활동하던 성악가와 팝 싱어 등 4명의 멤버로 구성된 그룹이다.
‘일 디보’란 이탈리아어로 하늘이 내린 가수(Divine Performer)라는 의미다. 「Nella Fantasia」「My way」 「Ave Maria」 「You raise me up」 「Hero」 등 제목만 들어도 금세 멜로디가 떠오르는 이 노래들이 모두 일 디보의 앨범에 실려 있는 곡들이다. 네 장의 정규 앨범은 2,500만 장 이상의 판매량를 기록했고, 크로스오버 앨범으로는 처음으로 빌보드 앨범 순위 1위를 기록하기도 했다.
이렇게 크로스오버 음악은 기존의 클래식 팬들과 대중가요 팬들을 한꺼번에 끌어안을 수 있다는 매력이 있다.
크로스오버 시장이 끊임없이 성장하는 동력
“크로스오버가 이렇게 음반 시장에서 큰 범주를 차지하게 된 것은, 일단은 먼저 상업적인 원인을 생각해볼 수 있어. 원래 클래식계에서도 대중음악을 연주하는 것을 금기시하는 풍토가 있었지만, 정통 클래식을 듣는 계층은 한정되어 있고 쉽게 늘어나지 않는데다 전 세계 음반 시장은 점점 줄고 있으니까. 아무리 상업성과 거리가 먼 예술가들이라도 일단은 먹고는 살아야 할 테니 몇몇의 클래식 팬들보다 다수가 좋아할 만한 음반을 내놓기 시작했어.”
또 이렇게도 생각해볼 수 있지. 클래식으로 인정되는 곡 수에도 한계가 있는 거야. 현대 작곡가들의 곡은 난해하여 아직 청중들의 귀에 받아들여지지 않고, 이제 겨우 먹히기 시작한 것이 1900년대 초중반, 그러니까 쇼스타코비치 시기 즈음에 활동한 작곡가들이야. 그 이전의 작곡가들이 아무리 곡을 많이 썼다고 하더라도 한계가 있어.
지난 100여 년간 수천, 수만의 클래식 연주자들의 물고 뜯고 맛본 곡들의 수가 한계에 도달한 것도 사실이지. 베토벤 모차르트 바흐가 아무리 좋더라고 하더라도, 같은 곡을 연주해서 시중의 수백 수천 점의 음반과 또 다른 느낌으로 인정을 받기엔 쉽지 않잖아. 그러니 새롭고 신선한 타 장르와의 퓨전을 시도하게 되는 거지. 이유야 어쨌거나, 재미있잖아?”
크로스오버 연주자들 역시 어렸을 때부터 신동 소리 들으며, 짧게는 수년간 길게는 수십 년간 한 악기를 파왔던 천재들이고, 그들이 연주하는 곡은 이미 대중적으로 성공해 ‘검증받은’ 곡들이니 이 둘이 내는 시너지는 상상 이상일 터!
“물론 이 중에는 요요마나 랑랑처럼 아예 생소한 음악을 새로 개척해내는 연주자도 있고, 각국의 민속 음악을 참고하거나 타 장르의 연주자와 합작을 하는 경우도 많아. 크로스오버 음악들은 특정한 형식이 한정된 게 아니므로 각 장르의 경계를 허물며 다양한 형태로 뻗어 나갈 무한할 가능성을 가진 음악들이야. 재미있고 신선한 도전을 즐기는 청중이라면 앞으로 이 카테고리에 등장하는 음반들을 눈여겨봐도 좋을 거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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필자
김수영
summer2277@naver.com
인생이라는 무대의 주연답게 잘, 헤쳐나가고자 합니다.
dunkperry
2013.11.09
mdckh
2013.11.08
초오록별
2013.11.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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