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 디보, 다 갖춘 남자들
스페인, 스위스, 프랑스, 미국에서 각각 활동하던 성악가와 팝 싱어 등 4명의 멤버로 구성된 일 디보(Il Divo)는 전 세계적인 사랑을 받는 크로스오버 팝페라 가수다. 일 디보는 스타로서 매력적인 요소를 다 갖췄다. 바라만 봐도 좋은 매력적인 외모, 아르마니 정장 차림으로 무대 위에서 보여주는 젠틀함. 대중적으로 친숙한 클래식, 팝 음악을 레퍼토리로 삼고 있는 일 디보는 데뷔 다양한 연령층의 음악 팬을 사로잡았다.
‘일 디보’란 이탈리아어로 하늘이 내린 가수(Divine Performer)라는 의미.「Nella Fantasia」「My way」 「Ave Maria」 「You raise me up」 「Hero」 등 제목만 들어도 금세 멜로디가 떠오르는 이 노래들이 모두 일 디보의 앨범에 실려 있는 곡들이다. 네 장의 정규 앨범은 2,500만 장 이상의 판매량를 기록했고, 크로스오버 앨범으로는 처음으로 빌보드 앨범 차트 1위를 기록하기도 했다.
이러한 인기를 토대로 2006년 독일 월드컵 때 일 디보는 공식 아티스트로 선정되어 개막식과 결승전에 주제가를 불렀다. 올해 5월, 이들과 팬들에게는 좋은 소식이 더해졌다. 일 디보가 클래식 브릿 어워드에서 ‘지난 십 년간 최고의 아티스트(Artist Of The Decade)’상을 받은 것이다. 단순히 꽃미남 외모로 사람들에게 친숙한 노래를 불렀다는 것만으로 가능한 일이었을까?
일 디보의 음악을 들어본 사람이라면 위에서 언급한 요소들은 그저 부차적인 것에 불과하다는 것을 알 테다. 일 디보의 가장 큰 매력은 그 누구도 흉내 낼 수 없는 아름다운 소리에 있다. 감미로운 미성과 마성의 화음으로 만들어내는 ‘일 디보’의 소리는 귀가 닳도록 들어온 고전 음악도 새롭게 귀 기울이게 하는 힘이 있다.
원조 독설가 사이먼 코웰이 직접 발굴한 그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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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페인 출신의 바리톤 싱어 카를로스 마린 | |
미국의 오디션 프로그램 ‘아메리칸 아이돌’의 독설가 사이먼 코웰이 이들을 발굴했다. 2년여 동안 그는 직접 전 세계를 돌아다니며, 젊은 성악가들을 찾아다녔다. 잠재력을 꿰뚫어보는 그의 날카로운 눈썰미로 발탁된 이들이 바로- 스페인 출신의 바리톤 싱어 ‘카를로스 마린’, 스위스 출신 테너 ‘우르스 뷜러’, 프랑스 출신 팝 싱어 ‘세바스티앙 이장바르’, 미국 출신 테너 ‘데이비드 밀러’ 네 사람이다.
이 국제적인 팝 보컬 그룹의 공연장은 스페인의 로마노 극장, 크로아티아의 콜로세움 무대다. 네 명의 가수는 그저 서서 노래를 부를 뿐이지만, 이들의 노래와 근사한 무대 배경이 이뤄내는 시각, 청각적 퍼포먼스는 압도적이다. 여느 팝이나 록 가수에게서 볼 수 없는 또 다른 매력이 이들의 무대에 있다.
그리고 3년 만에 일 디보가 새 앨범으로 팬들에게 돌아온다. 크리스 아이작의 히트곡 ‘Wicked Game’을 타이틀로 건 이번 앨범에는 ‘Time To Say Goodbye’ 및 영화 물랑루즈, 에비타, 원스의 사운드 트랙 등이 수록되어 있다. 새뮤얼 바버의 현악기를 위한 아다지오를 각색해 녹음한 ‘ Dov'e L'Amore’ 등 기존과는 또 다른 일 디보의 매력을 느낄 수 있는 앨범이다.
꽃미모의 비결은 잠과 바이브레이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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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위스 출신 테너 ‘우르스 뷜러’ | |
새 앨범 이야기를 듣기 위해 홍콩에서 일 디보를 만났다. 채널예스가 단독으로 진행한 인터뷰에서 일 디보는 이번 앨범이 “이제껏 발매된 우리의 앨범 중 최고”라며 만족감을 드러냈다. 일 디보 멤버들은 예상했던 대로 근사했고, 신사적이었다. 무대 위에서 볼 수 없었던 유머러스함으로 일 디보 멤버들은 인터뷰를 유쾌한 대화로 이끌어갔다.
곧 발매될 새 앨범은 기존의 앨범들과 무엇이 다르냐는 질문에 그들은 “우리는 전보다 더 늙었고, 더 잘생겨졌다”라며 웃었다. 70년대 생임에도 불구, 여전히 꽃미모와 아름다운 목소리를 유지하는 비결이 무엇이냐고 장난스럽게 묻자 우르스는 “잠과 수분(hydration)”이라고 답했다. 그러자 카를로스가 ‘바이브레이션이라고?’ 되묻는 바람에 한바탕 웃음이 터졌다.
카를로스는 자신의 동안 비결이 사랑과 웃음이라고 말했다. “Love and laugh”라는 카를로스의 대답을 듣고 미국 출신 데이빗은 “‘laugh’(웃다)가 아니라 ‘laughter(웃음)’”이라고 대답을 교정해준다. 그러면 카를로스는 ‘래프터(laughter)? 랍스터?’라고 말장난을 하며 다시 왁자지껄 웃는 식이다.
전세계에서 모인 기자들과 줄지어 인터뷰하는 중일 텐데도 그들은 내내 유쾌하고 활기차다. 틈만 나면 그들은 서로 웃기기 위해 농담을 던졌고, 나머지 멤버들은 아이같이 웃었다. 8년 동안 정상의 인기를 지켜온 네 사람의 우정과 애정이 느껴지는 풍경이었다.
“기존의 명곡들, 일 디보를 위해 작곡된 노래라고 느끼며 불러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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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랑스 출신 팝 싱어 ‘세바스티앙 이장바르’ | |
우선 한국 팬들에게 인사를 부탁했다. 그들은 한국을 기억하고 있었다. 2007년에 공연에 대한 기억을 묻자 카를로스는 ‘Fantastic’이라는 대답으로 입을 열었다. “한국 팬들은 매우 멋지죠. 따뜻하고요. 아주 젊고, 어린 여성 관객들이 우리의 공연을 보러 와서 놀랐어요. 특히 한국의 팬들은 매우 다양한 연령층을 가진 것 같아요.”
세바스티앙의 앨범 소개로 이야기가 시작되었다.
“이번 앨범은 <위키드 게임>이라는 타이틀로 아시아에는 11월 8일 발매됩니다. 지난 2년간 열심히 작업했고, 매우 높은 완성도를 가진 앨범이 나왔어요. 놀랄 만큼 좋은 노래들을 담았고, 완성도 있는 편곡 작업 덕분에 아름답게 노래할 수 있었습니다. 이 앨범이 발매되어 몹시 행복하고 자랑스러워요. 제 생각에 이 앨범은 우리의 앨범들 가운데 최고인 것 같아요. 여러분이 직접 들어보시고 어떤지 말씀해주셨으면 좋겠어요. 제 생각엔 정말 최고예요!”
이번 앨범에도 ‘Time To Say Goodbye’ 및 영화 물랑루즈, 에비타, 원스의 사운드 트랙 등 기존 음악 팬들에게 사랑받은 노래들이 ‘일 디보’의 음악으로 새롭게 담겨 있다. 원곡의 아성을 무너뜨리는 일 역시 창작 못지않게 어려운 법. 일 디보가 기존의 노래들을 다시 부를 때 무엇을 가장 염두에 두는지 물었다. 세바스티앙이 대답했다.
“잘 알려진 노래를 부를 때 가장 중요한 점은, 이전에 이 노래를 누가 불렀는지를 잊는 거예요. 예를 들어 프랑크 시나트라의 <My Way>라면, 우리가 이 노래를 녹음한 최초의 가수는 아니잖아요. 이번 앨범에 있는 Time To Say Goodbye같이 유명한 노래도 마찬가지고요. 예전에 불렀던 가수가 누구인지 모두 알고 있기 때문에 관객들에게 설명할 필요도 없죠.
그래서 이런 노래들을 부를 때, 새로운 숨을 불어넣는 일이 필요해요. ‘일 디보의 노래’로 만드는 거죠. 그러기 위해서 다른 가수가 부른 여러 버전의 노래를 듣지 않고, 그냥 녹음 스튜디오로 가서 우리만의 개성을 살려서 불러요. 「Time To Say Goodbye」도 그렇고 다른 유명한 노래들도 다 그렇게 녹음했습니다. 왜냐면 이 노래들이 처음부터 일 디보를 위해 작곡된 것처럼 느끼고 싶었거든요.”
일 디보는 영어뿐 아니라 스페인어, 불어, 라틴어까지 소화할 수 있다. 국제적인 그룹의 장점이다. 실제로 기존의 음악을 스페인어로 다시 녹음한 싱글이 많은 사랑을 받기도 했다. 좋은 노래라면 국적을 초월해 사랑 받을 수 있는 비결이 여기에 있다. 반면, 네 사람 각각 국적이 달라서 생기는 어려움은 없을까? 데이빗은 “역시 언어가 가장 중요한 문제였죠. 하지만 (미국 출신인) 저에게는 다행히도, 공용언어를 영어로 쓰기로 했어요.”라며 웃었다.
“일 디보를 처음 시작했을 때 물론 문화적 차이가 있었죠. 하지만 우린 서로 이해하려고 노력했고, 지금의 우리는 말하자면 ‘연합중국’이라고 할 수 있어요. 그러니까 각각의 문화와 언어는 서로 다르지만 경제적으로는 하나인 거죠(웃음)” 카를로스는 이제 네 개국이 아니라 일 디보라는 하나의 연합이 있다고 말했다. “’일 디보 문화, 일 디보 유니언, 일 디보 사전’ 이런 것을 갖게 된 거죠.”
“이게 일 디보의 진짜 모습이에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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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출신 테너 ‘데이비드 밀러’ | |
결코 상상이 되지 않지만, 이 신사들은 과연 서로 문제가 생길 때 어떻게 대처할까? 싸우기는 할까? 짓궂은 질문에 네 명의 멤버들은 서로 대답을 이어갔다. 우르스는 “싫은 소리를 잔뜩 하고 방을 나가서 1주일 동안 서로 말을 안 해요. 그러면 다 풀려요.” 반면 데이빗은 “제가 얼마나 많이 일 디보를 그만두고 싶었는지 모르실 거에요. 믿을 수 없을 정도죠”라며 웃는다.
“물론 농담이에요. 사실 그런 일은 별로 없어요. 카를로스가 말했듯이 물론 문화적, 언어적 차이가 커서 초창기에는 여러 가지로 부딪혔죠. 하지만 그건 정말 아주 옛날 일이에요. 그리고 그때에도 우리의 논쟁은 음악에 관한 것들이었어요. 노래와 편곡 등에 대한 의견 차이였죠. 그게 언제였는지 이젠 기억도 잘 안 나요. 가장 최근에 했던 단체 논쟁은 아마도 몇 년 전일걸요?” 우르스의 말에 데이빗이 말을 이어갔다.
“우리가 작업의 어느 단계에 와 있느냐에 따라 다른 것 같아요. 앨범 작업을 할 때는 함께 모여 몇 곡을 녹음하고 또 헤어져요. 그리고 1, 2주 가끔은 한 달 정도씩 서로 떨어져 있고요. 특히 이번 앨범 같은 경우에는 녹음하는데 정말 오래 걸렸기 때문에 중간에 서로 보지 못한 기간들이 길었어요. 하지만 일단 공연 투어를 떠나게 되면 약간 달라지죠.
우리는 온종일 함께 있게 되고, 같이 공항에 가서 같은 비행기를 타고 호텔로, 공연장으로 함께 이동해서 노래하고…… 공연 투어 때는 하루가 참 길어서 여러 가지로 서로에 대한 인내심이 필요하게 돼요. 특히 두 세달 짜리 공연 투어로 여행하게 되면 더 심하죠. 하지만 그럴 때는 한 1주일 정도 서로 떨어져서 각자의 시간을 보내고 다시 만나요. 그러면 다시 신선한 감정으로 행복을 느끼게 되고, 우리가 서로 아낀다는 것을 재확인할 수 있게 됩니다. (웃음)”
카를로스가 웃으며 “그건 아~주 신선한 느낌”이라고 말을 덧붙인다. “지난 8년간 이들과 함께한 것은 정말 멋진 경험이었습니다. 예전에는 이렇게 멋진 형제들을 가지게 될 거라고는 생각지도 못했죠. 그동안 저 자신도 성숙해졌어요.” 세바스티앙은 “지난 세월 동안 가장 재미있었던 것은 우리가 나눈 수많은 농담이었다”고 말했다. 이날의 분위기만으로도 그의 말이 무엇인지 짐작이 간다.
우르스가 다시 한번 정리해주었다. “한가지 말하고 싶은 것은, 지금 보고 계신 이 상황들이 연출된 가짜가 아니라는 거예요. 우리의 진짜 모습이죠. 지금 우리가 하는 모든 일들을 예전보다 더 즐기고 있습니다. 말하자면 (심각한 얼굴로) “일 디보, 일하러 가서 집중해” 이런 분위기가 아니죠.
물론 일할 때는 집중해야 하고, 우리도 열심히 했으니까 지금의 일 디보가 되긴 했지만요. 우리는 지금 하고 있는 일이 몹시 즐겁고, 서로 많은 농담을 건네고 서로 아주 잘 아는 친구가 되었어요. 서로를 향해 신경 곤두세우지 않고, 서로의 배꼽이 빠지게 웃기게 하는 그런 사이가 된거죠.”
환상적인 화음을 만들어내고, 일 디보 특유의 감수성을 발휘하는 데에는 멤버간의 긴밀한 단합과 결속에서 비롯되지 않을까 생각했다. 이날 인터뷰를 통해 그 단합의 기반이 어디에서 오는지 느낄 수 있었다. 대화 중 내내 이들은 익숙함이나 노련함보다 애정과 호기심으로 서로를, 기자를 대하고 있었다. 마지막으로 YES24 독자들에게 특별한 인사 메시지를 부탁했다.
“YES24 독자분들. 여러분을 빨리 만나고 싶어요. 새 앨범 <위키드 게임>이 곧 발매됩니다. 이번 앨범도 다른 앨범처럼 많이 사랑해주세요. 늘 사랑해주셔서 감사하고요. 곧 만나길 바랍니다. (한국말로) ‘사.랑.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