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우스, 포세이돈, 아프로디테, 아테네 등 그리스 로마 신화에 등장하는 신은 우리에게 익숙하다. 한국 신화는? 고조선 건국 신화이기도 한 단군 신화 외에는 널리 알려진 신화가 없다. 신화, 하면 21세기와 상관없는 이야기 같고 지루한 느낌이 강하다. 바쁜 현대 사회에서 굳이 찾아서 읽을 필요도 못 느낀다. 이는 한국 신화에만 국한된 이야기는 아니다. 우리에게 널리 알려진 그리스 로마 신화도 원래는 대중적인 이야기는 아니었다. 미국의 작가였던 토마스 불핀치가 『그리스 로마 신화』를 쓰기 전만 해도 신화는 고전을 연구하는 학자들이나 읽었던 딱딱한 이야기였다. 토마스 불핀치의 사례를 보면, 고전을 현재에 맞게 새로 이야기해 주는 작가가 얼마나 중요한지 알 수 있다.
한국에도 신화가 있다. 당연하다. 대한민국의 역사는 그리스 문명으로부터 시원을 찾는 서구 문명에 못지않게 장구하기 때문이다. 다만 대중화되지 못했고, 잊혔을 뿐이다. 잊혀 가는 것에 대해 향수를 느낀다는 웹툰 작가, 바로 주호민 씨다. 그가 한국 신화를 소재로 웹툰을 그리겠다고 결심했을 때, 작가 본인은 물론 아무도 『신과 함께』가 3년 내내 인기를 누리리라 예상하지 못했다. 『신과 함께』는 이런 예상을 깨고 그에게 수많은 상을 안겨 준다. 제8회 부천만화대상 우수이야기 만화상, 대한민국 콘텐츠 어워드 만화부문 대통령상 등을 비롯해 굵직한 상을 2011년에만 여러 개 탔다.
『신과 함께』는 그가 처음 그린 기획물이다. 군대 이야기를 그린 『짬』이나 청년 백수를 소재로 한 『무한 동력』과 달리 이 작품은 처음부터 끝까지 연재 순서를 정해 놓고 그렸다고 한다. 저승 편, 이승 편, 신화 편으로 이어지는 순서 역시 주호민 작가가 고민하여 결정했다. 저승 편은 평범한 소시민인 김자홍이 심판을 받는 과정을 그렸다. 단테의 『신곡』처럼 사후 세계를 단계 단계별로 묘사했다. 이승 편은 재개발로 철거위기에 놓인 동네에 사는 사람을 다룬다. 주인공 가족을 지키기 위해 가택신이 저승사자와 싸우는 이야기를 그렸다. 신화 편은 저승 편과 이승 편에 등장한 신의 탄생비화를 소개한다.
“애초 기획할 때 순서를 정했다. 한국 신에 대해 정리하다 보니 저승신과 이승신으로 나누더라. 그 중 저승 편을 앞에 배치한 이유는 재미있어서다. 재미있기 때문에 먼저 그리고 싶었다. 이승 편은 다소 무거운 주제다. 초반에 독자에 던지면 이목 끌기가 어려울 것 같았다. 신화 편은 과거 이야기다. 저승 편과 이승 편에서 나오는 저승신과 이승신과 관련된 이야기를 가장 뒤에 배치해서 프리퀄(전편보다 시간상으로 앞선 이야기를 보여주는 속편) 구실을 했다.”
연재 종료를 기념하여 『신과 함께』에 대해 주호민 작가와 이야기를 나눠봤다.
신과 함께, 나의 단점을 보완하기보다 장점을 부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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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년간 연재가 끝났다. 감회가 어떤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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끝난 지 두 달 됐다. 단행본 작업까지 마쳤고, 이제 책으로 나왔다. 3년 동안 연재한 건 처음이었는데, 처음 계획한 대로 끝냈다는 데 만족한다. 후련하다. 시원섭섭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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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승 편이 제일 재미있다고 했는데, 영화화가 결정 났다. 만족하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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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만추」의 김태용 감독이 만든다. 내년에 크랭크인 하고 개봉 시기는 내년 초나 말이 될 예정이다. 「광해」를 만든 제작사가 맡았다. 어떻게 나올지 모르겠지만 기대가 된다. 영화 작업에 크게 개입하지는 않는다. 나는 원작자고, 영화를 만드는 것은 감독의 역할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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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부록 작업으로 바빴다. 단행본에는 어떤 내용이 추가되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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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자가 가장 궁금했던 게 철융신이었다. 웹툰으로 연재했던 신화 편에서 철융신 편이 없다. 철융신 이야기가 단편으로 들어간다. 지장보살이 변호사를 키우기로 마음먹는 과거 이야기도 넣었다. 마지막 권, 강림전 엔딩 부분도 변형했다. 연재물과 약간 다르다. 연재물에서는 부인이 혼자 남겨지는데, 그에 관한 이야기를 추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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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승 편에 변호사로 진덕한이 등장한다. 무한동력에서 9급 공무원을 준비하던 친구다. 이건 어떻게 이어지는 이야기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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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관없는 이야기다. 나는 캐릭터를 배우로 생각한다. 그 영화에 맞는 배역을 준 것이다. 이름과 외형은 똑같지만 별개 캐릭터다. 둘 이야기를 연결해서 상상해도 상관은 없다. 독자에게 맡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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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과 함께』 연재 시작하기 전과 연재를 마친 뒤 변한 게 있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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첫째, 이야기를 만드는 데 재미가 붙었다. 『짬』, 『무한동력』은 나 자신의 이야기거나 주변 친구를 소재로 했다. 좀 쉽게 그릴 수 있었다. 『신과 함께』를 그리면서 다소 힘들지만 이야기 만드는데 재미도 붙였다. 둘째, 독자 폭이 넓어졌다. 『짬』, 『무한동력』때에는 독자 층이 넓지는 않았다. 내 나이 또래 이야기였기 때문이다. 『신과 함께』가 픽션이고, 좀 더 보편적인 이야기다 보니 독자가 많아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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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림체가 간결하다. 이야기 만드는 데 재미를 느꼈다고 했는데, 그림보다는 이야기를 돋보이려 하는 의도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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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런 의도는 없다. 솔직히 말하면 내 그림이 잘 그린 그림은 아니다. 오히려 못 그린 그림에 속한다. 단점을 보완하는 것은 힘든 작업이다. 장점을 살리는 게 더 나을 것 같았다. 재미있는 이야기를 쓰는 데 집중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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웹툰, 하면 악플은 피할 수 없는 문제다. 이승 편에서 다룬 소재가 정치적으로 다소 민감한 사안이다. 작품 전반에 걸쳐 여러 가지 한국 신이 등장한다. 종교적인 이유로 싫어했을 독자도 있었을 법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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협박, 이런 건 없었다. 악플은 어쩔 수 없다. 자연스럽게 생각한다. 이승 편은 댓글이 싸움터가 되기 일쑤였다. 이런 게 나쁘지 않다고 본다. 만화를 계기로 서로 의견을 개진한다. 거친 방식이긴 하지만 어쨌든 만화로 논쟁이 벌어지고 문제에 대해 언급한다는 게 의미 있는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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웹툰이 인기를 끌다 보니 웹툰 작가가 한 발언에 힘이 실린다. 대표적인 예가 강풀 작가다. 부담은 없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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없다. 정치를 굉장히 넓게 본다. 정치는 삶과 맞닿아 있다. 안 다루기가 오히려 어렵다. 이런 걸 불편해하는 독자도 있긴 하다. 기계적인 중립을 요구할 때도 있고. 작가가 기계적인 중립을 지켜야 한다는 데에는 동의하지 않는다. 작가도 작가의 생각이 있다. 어떻게 중립일 수 있겠나. 작품 속에서 작가가 하고 싶은 사회적인 발언이 있을 수밖에 없다. 개진하는 데 신경 안 쓴다. 다만 방법론을 고민한다. 의견을 노골적으로 드러내는 게 아니라 은유적으로 표현하는 데 신경 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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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과 함께』도 그런 대목이 많다. 정말 알아줬으면 했는데 독자가 놓친 부분이 있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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몇 군데 있긴 했는데 아주 얕게 묻어 놨기 때문에 대부분 알아주더라. 은유적으로 표현한 대표적인 부분이 ‘대별소별전’이다. 하늘에 해를 떨어뜨리는 대목이다. 원전에는 한 명이 해를 떨어뜨린다. 신화 편에서는 모두가 힘을 모아서 한날 한시에 해를 쏜다. 투표를 은유했다. 여기에 고민이 있다. 재해석한 걸 알려면, 독자가 원전을 알아야 한다. 한국 신화는 원전을 아는 사람이 많지 않다. 그래서 소문난 다른 고전을 리메이크한 작품보다는 알기 어렵다. 그래도 알아주는 사람이 있더라. 참고한 도서목록은 블로그에 올려놨다.
ⓒ주호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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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호민, 이라고 검색을 하면 ‘호민이의 3류 만화’라는 블로그 제목이 나오더라. 그런데 블로그에 들어가면 그 타이틀은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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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2년에 처음 만화를 올렸다. 그때 처음 만화 제목이 삼류 만화였다. 아직도 검색 결과에는 그렇게 나오나 보다. 1류, 2류, 3류라는 뜻이 아니라 새로운 흐름이라는 뜻의 3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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딱히 없다. 보통 주인공에 많이 이입한다. 『무한 동력』 장선재, 『신과 함께 저승 편』은 김자홍. 이런 캐릭터에 정감이 간다. 주인공이 보통 독자에게는 인기가 없더라.
트위터에서는 바보짓하는 게 상책
3년 연재는 아무리 단련이 된 작가라고 해도 쉽지 않은 작업이었을 테다. 매주 마감 시간과 싸우다 보면 지칠 만도 하다. 예정대로 연재를 무사히 마친 비결, 작업 환경, 그밖에 주호민 작가의 개인사 등을 들어 보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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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한동력』을 보면 스타크래프트라는 게임이 소재로 자주 등장한다. 얼마 전부터 스타 1 중계를 더는 안 한다. 스타크래프트나 한국신화가 모두 잊혀 간다는 공통점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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잊혀 가는 것에 대한 향수, 안타까움이 있다. 이승 편에서 가택신을 다뤘다. 가택신은 사람에게 잊히면 소멸한다, 식으로 설정으로 썼다. 스타는, 보는 건 좋아한다. 『무한동력』 모델이 된 친구가 게임에 빠져 있기도 했다. 스타뿐만 아니라 와우에도 빠져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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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택신이 아파트에 사는 현대인 대부분에게 생소하다. 주택에서 산 적은 있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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없다. 아파트에서 쭉 살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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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감 때문에 스트레스가 많을 듯하다. 어떻게 푸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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딱히 풀지 않는다. 연재 중에는 스트레스가 계속 차이는 상태다. 연재가 끝나고 자유시간을 찾으면 자연스레 풀린다. 풀기 위해서 무언가를 하지는 않는다. 다만 몸이 좋지 않다. 최근 1, 2년 동안 병원에 자주 갔다. 먹는 것도 가려야 한다. 어제는 마트에 갔는데, 아내가 라면도 못 사게 하고, 과자도 못 사게 하니까 점원이 지병 있느냐고 묻더라. (웃음) 신경을 많이 써야 할 것 같다. 선배 만화가 중에 환자가 많다. 요즘은 정신 차리고 먹는 것도 조심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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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장에 책이 많다. 자료조사는 어떻게 하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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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로 책으로 한다. 『신과 함께』는 탱화 찍으러 사찰 몇 번 간 것 말고는 없다. 탱화를 직접 찍는 것보다 도판이 좋다. 도판에서 이미지 많이 가지고 왔다. 책장에 있는 만화책은 거의 다 좋아서 산 책이다. 작업을 위해 산 책은 많지 않다. 다 보고 싶어서 산 책이다. 필요에 의해 산 책은 20권 될까 모르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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창작 도중, 인터넷 서핑에 대한 유혹은 어떻게 이기나. 최근에는 트위터에서 공지영 작가 및 진중권 교수와 사건도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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딜레마다. 페이스북, 트위터 하면서 한 컷 그린다. 그리고 또 웹서핑한다. 자료 볼 때는 인터넷이 필요하다. 인터넷 때문에 마감 늦은 만화가가 많을 거다. 트위터는 요즘도 한다. 곽백수 작가가 했던 말이 있는데, SNS 상에선 바보짓이나 하는 게 제일 좋다는 것이다. 그래서 트위터에는 일상에 관한 글만 쓰고 있다.
웹툰, 공짜로 볼 수 있지만 사서 봐도 재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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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시에 세 작품을 연재한 적도 있다. 지금은 연재 주기를 길게 가져가는 느낌이다. 창작 습관이 바뀌었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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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전에는 조급했다. 원고료가 너무 낮아, 주 4회를 해야 또래 직장인 정도 벌었다. 지금은 고료도 많이 올랐고, 단행본 인세 등 부가 수입도 있다. 주 4회 연재하면 정신도 없고 에너지 소진되는 느낌이다. 리듬도 무너지더라. 지금은 하나에만 집중할 수 있고 휴식할 수도 있다. 나에게 맞기도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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포털에 가면 웹툰은 1회부터 마지막 편까지 무료로 볼 수 있다. 그래서 책으로 나오면 과연 살까, 생각했는데 꽤 많이 사더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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팔리는 책이 있고 안 팔리는 책이 있다. 공짜로 볼 수 있는데 왜 사느냐 하는 사람이 많다. 나도 웹툰 책을 많이 사진 않았다. 그러나 좋아하는 만화는 사게 되더라. 호연 작가의 『도자기』, 윤필 작가의 『흰둥이』 등은 갖고 있다. 『신과 함께』도 꽤 많이 팔렸다. 웹툰이라 안 팔리는 건 선입견이고 좋은 책은 팔린다는 생각을 한다. 웹툰이 책으로 나올 때는 단행본만의 소장 가치를 높일 수 있도록 부록도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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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중미술화가였던 주재환 선생님이 아버지, 어머니도 화가, 외삼촌이 미술평론가 성완경 선생님이다. 이런 환경이 웹툰 작가를 하는 데 영향을 끼쳤을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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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릴 때부터 그림 많이 그렸다. 아버지가 굉장히 독서광이다. 집에 책이 많았다. 그 중에 도록이 많았다. 만화를 그리겠다고 했을 때, 반대도 없었다. 인문계 고등학교를 졸업했는데, 재수하고도 잘 안 됐다. 그때 애니메이션과를 가 보지 않겠느냐고 했던 게 어머니였다. 그래서 직업전문학교의 애니메이션과에 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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젊은 청춘 중에 음악이든 미술이든 창작하고 싶은 사람이 많다. 조언해 준다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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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능이 있는지 자신이 해보면, 스스로 안다. 그 시간이 얼마 안 걸리는 사람도 있고 아주 오랜 시간에 걸쳐 깨닫는 사람도 있다. 창작은 재능이 많이 좌우되는 분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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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은 적당히 잘 하면 안 되고, 아주 잘해야 하지 않나. 시장이 크지 않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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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르겠다. 나도 많이 잘한다고 생각하진 않는다. 지금 인기 있는 작품 보면, 많이 잘한다는 생각은 안 한다. 사람들이 원하는 부분이 있고 그 부분을 잘 찔러 주면 먹힌다. 독자의 요구를 잘 파악하고 자신만의 무기가 있으면 살아남을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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웹툰 쪽을 제외하면 만화 전체 생태계가 건강하지는 않다. 한국 만화계, 진단 부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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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단 잡지 시장은 고사했다. 대세는 웹툰인데, 웹툰은 지금은 처우가 많이 개선됐다. 신입 원고료도 꽤 많이 올랐다. 한 포털은 고료가 너무 낮아서 논란이 됐다. 한 편이 아니라, 한 달에 40만 원인가 했다. 지금은 어떻게 개선됐는지 모르겠다. 또 다른 문제로 연재처가 점점 줄고 있다. 다음, 네이버 말고는 연재처가 없다. 파란, 야후도 없어졌다. 만화학과는 늘어서 졸업생은 많이 배출된다. 작은 자리에 들어가기 위해 많은 사람이 경쟁한다. 뚫고 들어갔더니, 원고료는 월 40이다. 이걸 해결하려면 어떻게 해야 할까, 질문 많이 받지만 솔직히 모르겠다. 네이버를 보면, 도전 만화가ㆍ베스트 도전ㆍ정식 웹툰, 이런 식으로 등급이 올라간다. 베스트 도전 까지만 가도 고료가 지급되어야 한다고 생각한다. 베스트 도전까지 갔다면 실제 연재해도 상관 없다. 기준을 좀 더 강화해서 창작을 지원할 수 있으면 좋겠다. 국가에서 지원을 해도 이상한 형태로 지원이 된다. 공모전에서 수상해야 한다는 식이다. 창작 지원금이 더 실질적으로 지급되면 좋겠다. 예를 들어, 몇몇 인턴십 프로그램처럼 고료도 포털에서 절반, 정부가 절반 부담한다면 어떨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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콘텐츠를 생산하는 면에서 이야기했지만 콘텐츠를 무료로 소비하고자 하는 소비자 의식도 문제 있지 않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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야후 웹툰이 없어지면서 『짬』, 『무한동력』을 내렸다. 항의 메일을 받는다. 왜 내렸느냐. 책 나와서 내렸느냐고. 답할 때 콘텐츠로 돈 벌려고 해서 죄송합니다, 이렇게 쓴다. (웃음) 의식이 많이 개선되었지만 아직이다. 다음은 완결 웹툰을 기준으로 강풀 작가의 『26년』을 제외하면 모두 유료화했다. 『무한동력』도 연재하되 마지막 편까지 보려면 결제해야 한다. 만화가 되게 싸다. 『아파트』를 다 보는데 1,500원이다. 커피 한 잔에 4,000원, 두 시간짜리 영화에 8,000원을 사람들은 아까워하지 않는다. 1,500원은 아까워한다. 공짜로 봤던 걸 돈 내고 봐야 하니 그렇다. MP3도 예전에는 무료로 공유됐다. 지금은 많이 나아지지 않았나. 유료화는 시간의 문제지, 익숙해지리라 생각한다. 다만, 많은 작가가 참여해야 의미 있는 일이다. 누구는 유료화 하고, 누구는 안 하고 하면 의미가 없다. 어렵긴 하다. 이해관계가 다르기 때문이다. 아직 만화를 더 알리고 싶은 작가는 무료로 제공하고, 인지도 있는 사람은 팔고 싶어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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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에 주목하는 작가 있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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네이버 웹툰 ‘죽음에 관하여’. 글 작가, 그림 작가 따로 있는데. 굉장히 좋다. 죽음을 소재로 해서 옴니버스 식이다. 진지한데 심각하진 않다. 진중하면서도 유머도 있다. 무거운 테마를 능수능란하게 다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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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년 동안 아무것도 안 하고 창작만 할 수 있다고 가정해 보자. 꼭 만들고 싶은 작품 있나? 끝으로 한 마디만 부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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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렇게 되면 작품을 안 할 것 같다. 작품을 하려면 조바심도 있어야 한다. 일단 차기작은 정하지 않았고 죽기 전에 이걸 해야 한다는 생각은 없다. 아내도 그림을 그리는데, 나중에 아이가 자라면 아이가 볼 만한 동화나 만화를 직접 만들고 그려주고 싶긴 하다. 3년 동안 『신과 함께 신화 편』 지켜 봐 줘서 감사하다. 『신과 함께 신화 편』이 단행본으로 나왔다. 많이 사 달라. 차기작은 『신과 함께』보다 못할 가능성이 농후한데(웃음), 꾸준히 그리다 보면 재미있는 게 나올 수도 있겠다. 많이 지켜봐 달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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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신과 함께 신화 편 주호민 저 | 애니북스
참신한 소재와 적재적소에 배치된 유머코드, 우리나라 사람이라면 공감할 수밖에 없는 정서, 그리고 진한 감동으로 네티즌의 열렬한 지지를 받아온 『신과 함께』 시리즈의 마지막, 신화편이 등장했다. 신화편은 한국 신화라는 소재를 가지고 전편인 저승편, 이승편에 등장한 캐릭터들의 과거 모습을 다루고 있다. 그리스 로마신화나 중국 건국신화 등에 비해 잘 알려져있지 않은 한국 신화가 주호민 특유의 따스함과 전통이라는 친근감으로 독자들에게 다가갈 것이다.
손민규(인문 PD)
티끌 모아 태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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