직접 집 짓기 해보니 공사비가 천차만별
평당 공사비는 편의상 공사비의 합계를 전체 바닥면적으로 나누어서 단가처럼 표시한 것에 불과하다. 일반인들은 기초공사, 철근공사, 조적공사, 수장공사, 조명공사 따위로 나누어 생각하지 않을 뿐만 아니라 공종별로 비용을 이루는 투입요소가 무엇인지도 잘 모르기 때문에 시공자 입장에서는 건축주가 부담해야 할 모든 비용을 단위면적으로 환산해 평당 공사비로 제시하는 것이 건축주의 이해를 돕기에 유용하다는 점에서 일반적으로 통용될 뿐이다.
글ㆍ사진 박인석
2012.04.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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좋은 집은 얼마인가

건축가들은 평당 공사비를 최저 650만 원에서 1,350만 원 까지 언급했다. 진담인지 아닌지 구분하기 어려웠지만 평당 450만 원 정도로 집을 지을 수 있다고 호언하는 이도 없진 않았다. 하지만 모두 집장사 집보다 비싸긴 마찬가지였다. 그들이 제시하는 공사비가 왜 집장사 집보다 비싼 것인지를 머리와 가슴 모두로 이해하고 싶었다.

물론 평당 공사비라는 것이 명료한 용어가 아니라는 건축가들의 주장에는 백번 동의한다. 평당 공사비는 ‘단가’가 아니다. 지하주차장의 면적을 한 평 줄이거나 거실 바닥면적을 한 평 늘린다고 해서 전체 공사비가 한 평 공사비만큼 줄거나 늘지 않는다. 공사비는 설계 내용 그대로 시공을 할 경우 드는 비용을 시공을 맡은 이가 공종-공정별로, 재료비와 인건비 그리고 관리비와 일정 수준의 이익을 일일이 산출해서 얻어지는 것이다.

평당 공사비는 편의상 공사비의 합계를 전체 바닥면적으로 나누어서 단가처럼 표시한 것에 불과하다. 일반인들은 기초공사, 철근공사, 조적공사, 수장공사, 조명공사 따위로 나누어 생각하지 않을 뿐만 아니라 공종별로 비용을 이루는 투입요소가 무엇인지도 잘 모르기 때문에 시공자 입장에서는 건축주가 부담해야 할 모든 비용을 단위면적으로 환산해 평당 공사비로 제시하는 것이 건축주의 이해를 돕기에 유용하다는 점에서 일반적으로 통용될 뿐이다.

그날 만난 건축가들이 말하는 공사비가 비싼 이유는 저마다 조금씩 달랐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우리가 이해한 바로는 벽량壁量의 증가(앞서 언급한 바대로 대부분의 건축가들이 홑집을 선호하기 때문에 집장사 집의 통례인 겹집에 비해 벽이 많아진다는 것을 말하는 것이다)와 여기서 파생되는 지붕재와 벽 내부에 충전되는 단열재 등의 증가 그리고 얇은 집이기에 당연히 많아질 수밖에 없는 복도 등 공용면적 증가가 공사비를 올린다는 것이었다.

또한 대부분의 건축가들이 집장사 집과는 달리 기밀성(氣密性)이 높은(누수나 결로 등의 문제를 가급적 줄이는) 고급 창호를 채택함으로써 창호 공정에 투입되는 자재비와 노임 등의 단가가 상대적으로 높다는 것, 내장재 고급화와 고가의 주방가구 및 조명기구 채택, 그리고 자재시장에서 표준적으로 유통되는 각종 문짝이나 수납가구를 구입하는 대신에 주문제작 방식에 의해 현장에서 직접 제작해 설치하는 비용이 좀 더 든다는 것 등이 전체 공사비를 높이는 이유라고 이해했다. 또한 건축가들마다 공사비에 포함시키는 내용이 천차만별이어서 전체를 일목요연하게 파악한다는 것이 사실상 불가능에 가까웠지만 어림잡아 평당 공사비를 최소 650~700만 원은 주어야 한다는 것이 이들의 대체적인 입장이었다.


시공은 건축가가 추천하는 업체에

우리는 건축가에게 시공자를 추천해 줄 것을 부탁했다. 이는 우리가 만난 대부분의 건축가들이 특별히 힘주어 조언한 내용이기도 하다. 건축주가 시공업체를 찾아 공사계약을 하는 것보다 건축가로부터 추천을 받아 공사계약을 하는 것이 합리적이고도 경제적이라는 것이었다. 이는 집의 품격과 직접적으로 연관되는 문제이기도 하다. 건축가가 건축주에게 시공업체를 추천한다는 것은 시공업체의 현장관리 능력이나 예산 집행과 배분의 합리성 등이 건축주에게도 신뢰를 주기에 충분하다는 사실을 뜻하기 때문이다.

또한 감리를 맡은 건축가의 입장에서도 자신의 설계 내용이나 미감(美感)을 포함한 건축관을 이해하고 공감하는 시공업체와 일하는 것이 주택의 성능으로 드러나는 시공 성과에 확신을 가질 수 있는 중요한 조건이기 때문이다. 이런 이유에서도 건축가에게 설계를 의뢰해야 한다는 것이다.

지붕 목구조 공사 현장
지붕 목구조가 덮인 모습
방수시트가 덮인 아랫집 지붕
평택항에서 가져온 고벽돌을 설명하는 건축가 조남호
상량식 풍경
상량문, 북어, 실타래가 있는 천장

건축가의 새로운 제안과 도전

김봉섭 사장이 이날 새롭게 제안한 윗집과 아랫집의 평당 공사비는 각각 533만 원과 565만 원. 여전히 우리들의 생각과 편차를 갖는 것이기는 하지만 건축, 설비, 전기, 가구 등으로 분류된 각각의 공사에서 조금씩 더 줄이면 우리의 생각 범위로 공사비가 들어올 수도 있겠다는 생각으로 논의를 이어갔다.

불만족스러운 것은 집짓기에서 가장 중요하다 할 수 있는 창호가 매우 낮은 수준의 제품으로 제안되었다는 점이다. 실용적인 집 만들기에서 우선적으로 꼽은 단열부분이 자칫 취약해질 수도 있다. 어쨌든 우리의 일관된 생각은 평당 최대 공사비가 500만 원을 넘지 않아야 한다는 것이었고, 이것이야말로 작품주택과 집장사 집 중간에 위치하는 품격을 갖춘 보통 집의 가장 중요한 요건이라고 생각하고 있었다. 결국 평당 공사비의 상한이 500만 원을 넘지 않는 방안을 찾아 줄 것을 부탁하는 일 이외에는 달리 도리가 없었다.

다시 며칠 뒤 건축가는 공사비 산출 발상을 전환하겠다고 했다. 공종별로 재료 품질과 단가를 낮추는 방법으로 공사비를 조정하는 것이 그동안의 생각이었다면 이제부터는 집장수들이 흔히 제시하는 평당 공사비를 기본으로 하고 여기에 좋은 집이 되기 위해 건축가가 스스로 선택하고 건축주가 이에 동의하는 조건들을 우선순위에 따라 하나씩 더해 가면서 공사비 상승폭을 검토하는 방법으로 공사비를 다시 산정하겠다는 것이었다.

건축가는 이 같은 발상의 전환을 중심으로 며칠 말미를 두고 검토하여 현실적이며 실천 가능한 대안을 만들겠다면서 우리들에게 최대 어느 정도의 공사비를 생각하느냐 물었다. 취득세 등 별도의 제세비용과 신축주택에 입주하면서 생길지도 모르는 약간의 추가 경비, 공사 과정에서 예상치 못하게 등장하는 공사비 상승요인 등을 모두 고려한다면 순수한 공사비는 평당 480만 원 정도에 맞춰져야 할 것이라고 답했다.

공사비 산정의 일대 발상전환이 이루어진 뒤 일주일 정도가 지나서 조남호 선생이 이메일을 보냈다. 실시설계 도면을 놓고 시공자와 여러 시간 마주앉아 공사별 검증작업을 했고, 시공자가 최초 제시했던 공사비를 과감하게 줄여 윗집과 아랫집의 평당 공사비를 각각 470만 원대와 480만 원대로 조정했다는 것이었다. 드디어 우리들이 생각하고 있는 수준으로 공사비가 줄어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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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파트와 바꾼 집 박인석,박철수 공저 | 동녘

대학에서 주거건축을 가르치는 것은 물론 문화센터를 비롯한 전문가 혹은 비전문가 대상의 크고 작은 강좌에서 아파트 관련 강의를 하는 박철수ㆍ박인석 교수. 두 사람은 소위 말하는 ‘아파트 전문가’다. 이들이 살던 아파트를 팔고 죽전에 단독주택을 짓고 이사했다. “나만의 작업실을 갖고 싶어서”, “두 딸에게 언제든 찾아올 수 있는 마음의 고향을 주고 싶어서”와 같은 특별할 것 없는 특별한 이유가 있다. 이 책은 박철수ㆍ박인석 두 교수의 단독주택 이주기와 이주 후 1년 동안 지내면서 겪은 생활을 기록한 도전기다.

 



#공사비 #건축가 #아파트와 바꾼 집
1의 댓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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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rognose

2012.08.22

그런데 창호라는 게 창을 말하는 건가요? 용어가 어려워보여. 그나저나 집 짓는 거 역시 이것저것 신경쓸 게 많아 힘들어보이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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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인석

대학시절 동아리 활동으로 시작한 ‘주택문제에 대한 인식’을 주택연구소에서의 연구와 명지대학교에서의 주거건축 전동 교수활동으로 이어가고 있다. 한국사회를 읽는 주요한 키워드로 ‘아파트공화국’은 ‘단지공화국’으로 교정해야함을 지적하는 일, 공공 공간 환경 개선 없이 사유 단지개발 장려 전략으로 일관하는 정부 도시ㆍ주택정책을 비판하고 바른 정책의 실천을 제안하는 일이 최근의 주된 관심사이다. 주택 수요가 아파트단지에 편중될 수밖에 없는 현실을 변화시키려면 경제성ㆍ편리성ㆍ쾌적성에서 아파트단지와 경쟁할만한 주거유형이 있어야 한다고 주장한다. 마당 딸린 집에서 살고 싶다는 개인적인 동기로 시작한 집짓기에 단지공화국 극복이라는 실천적 의미를 부여하여 《아파트와 바꾼 집》이라는 이름을 책의 제목으로 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