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신 주변에 지도가 있다면 한 번 보자. 그 지도, 열에 열, 메르카도르 도법으로 만들어진 지도일 것이다. 무슨 말인고 하니, 유럽대륙이 남미대륙보다 더 커 보일 것이다. 그린란드와 아프리카, 비슷한 크기일 것이다. 알래스카는 멕시코보다 3배나 더 커 보인다.
그러나 실제 땅을 측정하면? 남미는 유럽보다 2배가량 더 크다. 아프리카는 그린란드보다 14배나 넓다. 멕시코는 알래스카보다 더 크다. 지도의 거짓이요, 왜곡이다. 지도가 세상을 똑바로 보여줄 것이란 기대가 있었다면, 이제 그만. 세상 모든 것의 거짓, 이유가 있다.
지도를 통해 우리는 국제 정치의 역학 관계를 엿볼 수 있다. 독일의 역사학자 아르노 페터스가 이를 지적했다. 지도의 왜곡. 대륙 간 힘의 균형을 반영한다. 개발도상국이나 저개발국을 올바로 이해하기 힘들게 만들었다. 지도 제작에 깃든 국제 정치적 함의. 지도 제작자와 학자들의 정치적 입장과 이데올로기가 반영된 것이다.
페터스 도법의 세계지도. 그래서 등장했다. 지도는 단순한 도식이 아니고 권력임을 알려준. 당신 방에 걸려 있는 세계지도가 있다면, 더 이상 그것에 익숙해 있기를 거부하라. 서구의, 메르카도르의 정치적 의도가 있으니까. 그런데, 언론이 그것을 제대로 알려줄까?
지난 7일, 서울 대우재단빌딩. 『언론이 말해 주지 않는 불편한 진실』의 저자, 경향신문 박종성 부국장이 진실과 마주대하고 싶은 독자들과 만났다. 이날의 주제는, ‘세계는 어떻게 흘러가는가.’ 우리는 너무 세계를 모른다. 세계를 보여주는 창으로서 지금의 언론은 너무 협소하다.
Life is Unfair
박 부국장은 지구상의 불평등부터 이야기를 꺼낸다. 어느 땅, 어디에 태어나느냐에 따라 인생이 결정되는 구조에 대한 지적이다. 지구를 두 개로 나눈다면, 그는 사하라 이남과 나머지 지역으로 구분한다. 사하라 이남의 가난 때문이다. 그곳은 어떻게 하면 하루를 버틸까, 오후에 밥을 먹을 수 있을까, 내일은 내가 살아있을까, 를 고민하는 지역이다. 아프리카는 왜 이렇게 가난할까?
“아프리카를 세계지도(메르카도르 도법)에서 보면 왜소해 보인다. 그러나 실제로는 아시아 다음으로 크다. 아프리카를 왜소하게 보이게 만든 것은 물론 아프리카의 기후도 가난과 관련을 맺는다. 사막기후는 사실 아프리카가 아니다. 우리가 아는 찌든 아프리카는 지중해 기후(지역)를 제외한 곳이다.”
오랜 식민지 지배도 아프리카의 가난을 야기한 이유에서 빼놓을 수 없다. 1945년 당시 아프리카는 프랑스, 영국, 포르투갈 등에 의해 지배됐는데, 강대국이라 불리는 식민 국가들이 멋대로 국경선을 만들었다. 에티오피아만 어디에도 복속되지 않았다. 아프리카에서 유일하게 식민 지배를 받지 않았다. 그러나 대부분 아프리카 국가들, 식민 지배를 오래 당하면서 자생할 수 있는 싹을 제거 당했다.
아울러 숱하게 많은 부족 간의 전쟁이 아프리카를 힘들게 했다. 우리와 남을 가르는 진영. 끊임없는 분쟁이 아프리카를 낙후 상태로 만든 중요한 이유라고 박 부국장은 언급했다.
“최근 전쟁이 몰린 곳은 아프리카 서안과 수단, 앙골라 등인데, 전쟁을 피해 할 수 있는 게 도망이다. 그래서 난민이 된다. 질병도 마찬가지다. 말라리아로 전 세계에서 매년 100만 명이 사망하는데, 세계에서 그만큼 많이 죽는 질병이 없음에도 관심과 대책이 없다. 말라리아를 잘 막을 수 있는 게 모기장인데, 살 돈이 없다. HIV바이러스가 가장 창궐하는 지역이 또 아프리카다. HIV는 수명을 단축하고, 여러 문제를 낳는다. 시간과 돈도 엄청 들어간다.”
그렇다면 아프리카에 필요한 것은 무엇일까. 박 부국장은 ‘교육’을 강조한다. 그가 보기에 좋은 사회는 인생역전의 기회가 많은 사회다. 삶을 뒤집을 수 있는 기회가 많이 보장되는 사회. 그러나 우리나라는 그 기회를 점점 더 박탈하고 있다. 아프리카엔 교육 기회가 없다. 여전히 가난에서 벗어나지 못하는 이유 중의 하나이다.
수단 다르푸르 사태를 아시나요?
수단 다르푸르. 인류 최악의 학살 중 하나가 벌어진 장소다. 지중해 지역에 걸친 사람들이 수단 다르푸르에 있는 사람들을 탄압하자, 다르푸르 사람들은 반항하면서 벌어진 분쟁이었다. 이 사태로 20여 만 명이 사망하고 250만 명 이상이 이 지역을 떠났다.
그것은 사막화와 연관돼 있다. 사해 지역이 사막화되면서 그 지역의 아랍인들이 목축을 위해 다르푸르 지역으로 넘어갔다. 다르푸르 사람들이 이에 분개하고 싸웠다. 물을 둘러싼 분쟁이 벌어졌고, 인종ㆍ종족 분쟁이 펼쳐졌다.
“가뭄이 있을 때마다 분쟁이 일어난다. 그래서 작년에 남수단이 독립을 선포했다. 수단하면 또 생각나는 것 있나? 맞다. 이태석 신부. <울지마 톤즈>. 남수단 밑에 톤즈가 있다. 순박하고 아무 것도 가진 것 없는 사람들이 사는 곳이다. 위는 아랍 사람들이 살고.”
그는 아프리카 지역이 낙후된 이유를 아래와 같이 정리했다.
ㆍ자연환경 - 사막 열대우림 ㆍ질병 ㆍ결속을 해치는 부족전통-끊임없는 분쟁 ㆍ식민지화로 인한 성장 동력 상실 ㆍ정치적인 통합 부재 - 2차 대전 후 성장발전의 기회 상실 ㆍ교육에 대한 관심 저조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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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아프리카 재스민 혁명
재스민 혁명의 전파를 알아보자. 박 부국장은 북아프리카ㆍ아랍의 혁명도미노를 이렇게 요약한다.
ㆍ장기간의 철권통치 : 튀니지의 벤 알리 24년, 이집트의 무바라크 39년, 예멘의 살레 33년, 리비아의 카다피 42년 ㆍ경제 침체와 부패 : 튀니지-노점상의 분신자살, 고학력 청년실업/ 알제리-물가폭동과 실업/ 이집트-물가폭등 및 부패/ 예멘-정부부패/ 요르단-물가인상, 부패/ 리비아-경제위기 ㆍ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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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리아 사태는 다른 옆 나라와 다르다. 하페즈 알 아사드와 아들인 바샤르 알 아사드가 40년 세습통치를 하고 있다. 반정부 운동이 2011년 1월26일 시작됐고, 계속된 반정부시위로 5000여명 이상 사망했으나, 그들은 퇴진을 거부하고 있다. 최근 홈즈의 시위가 국제사회에 널리 알려졌다. 시리아는 지정학적으로 지중해로 나가는 교두보로, 주변국과의 관계를 잘 아는 것이 중요하다. 국경을 보면, 위로는 터키, 이라크와 접하고, 레바논과 국경을 같이 하며, 이스라엘, 요르단, 사우디아라비아와 접하고 있다.
“시리아는 리비아와 비교했을 때, 막강한 군사력을 갖고 있다. 정권이 군부를 장악하고 있다. 유엔에서 시리아 유혈사태 중단을 촉구하는 결의안이 통과됐으나 강제력이 없다. 특히 서방에 경제적 이득이 없다. 원유매장량이 리비아의 5% 수준(25억 배럴)에 불과하거든. 시리아가 터키와 관계가 좋지 않은 건, 물 때문이다. 반면 이란과 시리아는 관계가 좋다. 이란을 지배하는 시아파가 시리아 역시 지배하고 있다.”
이란이 핵을 보유하면 무엇이 문제인가?
최근 미국, 핵무장을 이유로 이란에게 경제 제재를 가하고 있다. 미국의 이런 태도에 미국 동맹국인 우리나라 입장이 난처한 상황이다. 이란으로부터 원유를 많이 수입하기 때문이다. 우리나라 원유 수입의 10%가 이란 산이다. 그래서 지금 국내 기름 가격이 계속 오르고 있다. 이란의 핵 제재는 그렇다면 어떤 문제를 품고 있기에 이런 사태가 벌어진 것일까?
“이란이 핵을 보유하면 시리아의 핵보유를 도와줄 것이라는 시선이 있다. 또 이란이 핵을 보유하면 터키가 가만있지 않는다. 중동의 맹주를 자처하며 이란의 천적인 사우디아라비아도 핵을 보유하리라 예상할 수 있다. 그러면 중동 전체가 핵무장을 하게 된다. 북한도 마찬가지다. 우리나라도 핵을 가질 것이고, 일본, 중국, 대만 등이 연쇄적으로 가질 수밖에 없다. 그래서 핵을 가진 국가들이 다른 나라가 핵을 못 가지게 하려고 한다.”
핵보유국으로선, 핵을 잘 모르는 국가들이 관리를 못해서 일이 벌어지면 세계 핵 재앙이 올 수 있다는 입장이다. 이란이 핵을 가지면 주변국들도 가만있지 않겠다고 으름장을 놓고 있다. 오바마 미국 대통령은 이란이 핵을 보유하면 군사력 행사도 불사하겠다는 태도를 보이고 있다.
아울러, 이란은 중동에서 벌어지는 패권다툼의 한 축이다. 2500년 전, 페르시아 제국으로 중동전역을 장악했던 그들이지만, 지금은 중동의 섬 같은 나라다. 종파 간 갈등 때문이다. 페르시아는 수니파가 주종을 이뤘다. 아랍인들 대부분을 차지하는 시아파와 대립 관계다.
“이슬람은 두 개의 세계로 나눠져 있다. 최대 종파인 수니(Sunni; 정통주의)와 시아(Shi'a; 알리의 추종자 무리)가 그것이다. 이 두 종파는 겉으로는 하나의 이슬람 세계를 표방하지만 내부적으로는 서로 세력을 확장하기 위해 반목하고 대립하는 관계다.”(p.206) |
유럽의 재정위기는 왜 왔는가?
박 부국장은 여전히 세계경제를 흔들고 있는 유럽의 재정위기에 대한 언급을 이었다. 유럽의 재정위기는 왜 왔는가?
“우선 유로존의 출범이다. 그러나 이는 불완전한 통합이었다. 유럽은 미국에 대해 자부심(문화, 역사)과 콤플렉스(경제력)를 함께 갖고 있다. 미 달러를 상대할 유로화를 1999년 만들고, 무역활성화와 경제적 효과를 기대했다. 그러나 예상과 달리, 북유럽과 남유럽 간 무역 역조 현상이 심화됐다. 또 채무가 증가하고 재정이 악화됐고, 경기침체로 이어졌다. 신용등급도 대거 강등됐다. 유로존은 한 나라가 경제위기에 도달하면 다른 나라도 전염될 수밖에 없는 구조다. 국가별로 조금씩 차이가 나도 능력보다 많은 채무가 문제였다.”
유로존의 한계는 명확하다. 경제통합이 되면서 덩치는 커졌다. 그러나 암이 퍼지면 걷잡을 수 없게 됐다. 한 국가의 위기가 전염되는 구조이다. 한 국가가 금리나 환율 조절기능을 가질 수 없기 때문에 발생한다. 그는 이에 유럽의 재정위기가 쉽게 해결될 것으로 보지 않았다. 상당 기간 어려움에 처할 것이라는 의견을 내놨다.
우리는 왜 세계에 관심을 가져야 하는가?
그는 세계화를 다음과 같은 시선에서 해석했다.
ㆍ사람의 이동 ㆍ물건의 이동 ㆍ문화의 이동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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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만 잘 사는 세계, 나머지 99%는 외면당하는 세계. ‘점령하라’는 1%를 위한 세계를 바꿔보자는 움직임이다. 2008년 미국이 금융위기에 빠지자, 미국 정부는 금융회사에 엄청난 세금을 쏟아 부었다. 그리고 회복 기미를 보이자, 금융회사는 이전의 위기를 잊은 채 엄청난 보수를 가져갔다.
“개방화ㆍ세계화를 받아들이면서 대부분의 나라들은 이전에 경험하지 못한 ‘있는 사람’들은 더 잘살고 ‘없는 사람’은 더욱 궁핍해지는 양극화의 세계로 향해 달려가고 있다. 세계화의 덫에 빠져들고 있는 것이다.”(p.39) |
박 부국장은 이런 세상에 묻는다. 어떤 사회가 건강한 것일까?
“우리 미래는 어떨까? 과연 많이 번다고 행복할까? 나라 전체가 아무리 부유해도, 그 부가 골고루 돌아가지 않으면 가난한 것만 못하다. 소득 불평등지수가 낮을수록 사회는 건강하다. 소득이 평등할수록 사회는 건강하다.”
그리고 우리가 세상에 대한 관심을 가져야 할 이유를 말한다.
“인간답게 살기 위해서다. 우리가 더 행복해지기 위해서다. 각자 행복의 기준은 다르겠지만, 뭘 하든 사람들이 자신이 행복해질 수 있는 일을 하면서 살아야 한다. 책을 읽는 것도 그런 것을 찾는 도구가 됐으면 좋겠다. 인간다운 삶은 최소한의 기본권을 보장하는 것이다.”
묻고 답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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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향신문이 상대적으로 진보성을 담지 할 수 있는 구조나 이유는 무엇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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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향신문은 사원주주제다. 지배구조가 다른 언론사와 다르다. 자신의 색채를 낼 수 있는 틀을 갖고 있고, 구성원들이 그것을 낸다. 오너가 없고, 사원들이 스스로 결정하며, 방향에 대한 논의를 거쳐 실행한다. 우리는, 진보라고 해서 같은 진보를 추구하진 않는다. 정파적으로 당이나 단체의 입장을 맹목적으로 쫓지 않는다. 김정일 사망 이후 김정은 세습이 됐을 때 우리는 그것을 반대했다. 일부 진보는 북한 사회에 대한 현실을 감안해 인정하자고 주장했지만, 우리는 사회, 정치, 삶에서 부자세습 통치는 안 된다고 입장을 가졌다. 최근에는 <나꼼수>를 비판했다. 잘못하고 있다면 짚고 넘어가야 한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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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보의 적이 분열이라는 말을 하곤 한다. 올해 선거철이고, 힘을 합쳐야 하는데, 경향은 이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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짧은 시간이 아닌 길게 봐야 한다고 본다. 같은 진보를 추구한다고 해서 문제가 있어도 무조건 도와줘야 한다는 것, 그건 아니다. 그건 또 역사로도 남는다. 길게 봐서는 언론의 정도를 걷는 게 맞다. 그게 어떤 것이든 비판하고, 설혹 자기편일지라도. 그게 정도다. 그렇게 글을 쓰고 신문을 만들어야 한다는 것이 경향신문의 입장이다. 언론 본연의 입장에 충실하자는 것이 우리의 논조이기도 하다.
- 언론이 말해 주지 않는 불편한 진실 박종성 저 | 북스코프
21세기를 살아가는 사람들이라면 상식, 교양의 차원에서 알아야 할 이야기를 담아낸 책으로, ‘양극화’, ‘분쟁’, ‘종교’, ‘민족’, ‘환경’, ‘질병’ 여섯 가지 테마를 중심으로 중요한 이슈를 정리하였다. 사파티스타 민족해방군을 통해 살펴보는 반세계화를 향한 절규부터 소말리아 사람들이 왜 해적이 되었으며, 가나안은 누구의 땅인지, 자원과 온난화의 관계는 어떠한지 등 어떻게 해서 사건이 발생했고, 어떠한 과정을 거쳤으며, 앞으로는 어떻게 흘러갈지에 대해 전체적으로 사건을 조망하였다…
김이준수
커피로 세상을 사유하는,
당신 하나만을 위한 커피를 내리는 남자.
마을 공동체 꽃을 피우기 위한 이야기도 짓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