열며, Goodbye to love
어디로 사라졌는지 알 수 없는 사랑하는 여러분, 애틋하게 하나하나 떠올리며 생각해보니 세상에는 기억되기 위하여 태어난 사람도 있다. 물론 그런 사람도 있다.
글: 채널예스
2011.12.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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뜨겁게 안녕
김현진 저 | 다산책방
『뜨겁게 안녕』은 이제 막 서른 이후의 삶에 접어든 저자가 써내려간 ‘서울살이’의 회고록이자 비망록이다. 여기에는 저자의 개인적 삶이 가장 뜨겁게, 그리고 가장 리얼하게 담겨 있지만, 동시에 서울이라는 도시의 소외된 거리와 시대의 풍경도 고스란히 담고 있다.
철거촌과 비개발지역, 서울의 소외된 곳을 옮겨다니며 살아온 삶은 비속하고 하찮고 시시하고 애절한 기억들투성이지만, 그럼에도 정겹고 그립고 끝도 없이 사랑스럽기도 하다. 그 기억의 순간을 새겨놓은 곳들이 재개발의 삽질에 밀려 죄다 사라져버리기 전에, 그 후미진 거리와 골목 갈피마다 어떤 사람들이 사연을 품고 살았는지 기록해야 한다는 마음으로 썼다. “광포하게 확장되어 결국 구차한 주머니를 가진 자신과 같은 삶은 끝내 밀려나고야 말 테지만, 그래도 그전에 기억의 끄트머리 하나라도 붙잡아두고 싶은 마음으로” 그녀는 그 뜨거웠던 날들의 기억을 글씨 하나하나에 담아낸다.


I’ll say goodbye to love, no one ever cared if I should live or die

이제 사랑에게 안녕이라고 말하네
내가 살거나 죽거나 아무도 상관하지 않았지

Time and time again the chance for love has passed me by

시간이 지날수록 사랑할 기회는 나를 지나쳐가고



도시에 산다는 건 누구에게나 그렇듯, 고단하고 막막했다. 너무 분주해서 누가 죽고 살든 상관 않는 도시에서 넓고 깨끗하게 구획되는 거리는 좁다랗고 아무렇지도 않고 후줄하고 또 정다운 골목을 쾌속으로 말살하고, 그 골목 안에서 마주치던 수많은 사람들을 감쪽같이 증발시켰다. 어디로 사라졌는지 알 수 없는 사랑하는 여러분, 애틋하게 하나하나 떠올리며 생각해보니 세상에는 기억되기 위하여 태어난 사람도 있다. 물론 그런 사람도 있다. 그러나,

나는 기억하기 위하여 태어났다.
그러므로 이 기억이 죄다 휘발되기 전에, 글씨를 쓴다.
이 모든 비속하고 정답고 지겨운 것들을,
하찮고 애?하고 시시하고 또 시시해서 끝도 없이 사랑스럽고 그리운 것들을.


What lies in the future is a mystery to us all

다가올 미래는 아무도 알지 못하고

No one can predict the wheel of fortune as it falls

운명의 수레바퀴가 어떻게 될지도 아무도 모르지

There may come a time when I will see that I’ve been wrong

언젠가 내가 틀렸었다는 걸 알게 될지도 모르지만

But for now this is my song.

지금은, 이것이 나의 노래

- 카펜터즈 〈 Goodbye to love 〉 중에서









11의 댓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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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hang0307

2013.03.29

드라마 소울메이트에 나왔던 동명의 노래랑 같은 건가 했는데 다른 노래였군요.
이미 끝난 칼럼이지만 늦게나마 발견해서 너무 좋네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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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ta2to

2013.01.02

덕분에 좋은 노래 알게됐어요. 지금 카펜더즈 노래 무한 반복중 ㅎ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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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름고양이

2012.02.13

글과 사진을 함께 매치하는 느낌이 무척이나 감각적이네요.
이렇게 좋은 글인데, 물음표로 표시된 부분이 있어 아쉽다는..
아마도 '애잔하고'가 아닐까 싶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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뜨겁게 안녕

<김현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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