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산 위에 저 소나무여
서울 사람들에게 남산은 어쩌면 늘 무덤덤하게 지나치게 되는 장소일지도 모른다. 그것은 남산이 우리가 사는 곳과 너무나 가까이에 있기도 하고, 또 마음만 먹으면 언제라도 갈 수 있다고 생각하기 때문일 것이다.
2011.06.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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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산 위에 저 소나무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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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 사람들에게 남산은 어쩌면 늘 무덤덤하게 지나치게 되는 장소일지도 모른다. 그것은 남산이 우리가 사는 곳과 너무나 가까이에 있기도 하고, 또 마음만 먹으면 언제라도 갈 수 있다고 생각하기 때문일 것이다. 아닌 게 아니라 그리 높은 산은 아닌데도 도심이라면 대개는 어디서나 보이기에 귀한 줄을 모르는 곳이기는 하다. 그러나 사실 남산은 그렇게 가벼이 볼 수 있는 산은 아니다. 임금님이 계시는 궁궐을 남쪽에서 지키는 산이었기에 조선 왕조 시절에는 특별한 대접을 받았었다. 가만히 생각해 보시라. 남산에 마지막으로 간 것이 언제였는지, 또 남산을 제대로 한 바퀴 돌아본 적이 있는지. 아마 자신 있게 대답할 수 있는 사람은 그리 많지 않을 것이다. 자, 그러니 이제 남산으로 떠나 보자.
성벽의 푸른 이끼에서 세월을 읽고
북악산, 인왕산, 남산, 낙산을 묶어 내사산內四山이라고 한다. 서울성곽은 이 내사산의 능선을 따라 쌓은 도성이다. 조선을 건국한 태조 임금이 처음 쌓은 이래 세종과 숙종 시절에 고쳐 쌓았다. 그러나 이 아름다운 성곽은 일제 강점기와 근대화 과정을 거치며 많이 훼손되고 무너지면서 원형을 잃기도 했고, 아예 역사의 저편으로 사라지기도 했다. 그나마 산악 구간은 제법 잘 남아 있지만 도심을 통과하는 구간은 흔적도 없이 사라진 곳이 많다. 그런데 도심의 골목길에 옛 성곽의 자취가 남아 있다면, 그것도 온전하고 예스러운 모습으로 서 있다면 얼마나 운치가 있겠는가.
그런 고마운 곳이 있다. 장충체육관과 신라호텔 뒤편, 장충동과 신당동을 가르는 도로를 따라 성곽이 1킬로미터 정도 거의 완전한 모습으로 우뚝 서 있다. 게다가 성곽 바로 아래 산책로를 만들고 군데군데 쉴 곳과 꽃밭을 조성해 놓아서 성곽을 쓰다듬으며 걸을 수 있다. 고색창연한 성벽의 푸른 이끼에서 세월을 보고 역사를 읽으며 걷다 보면 어느새 성곽은 끝이다. 아쉬운 마음을 뒤로 하고 동네 사랑방 구실을 하고 있는 팔각 정자에 오르면 지금 막 지나온 성곽이 파노라마처럼 펼쳐진다. 정자가 위치한 곳이 근처에서는 제일 높은 곳이라 바람도 좋고 눈맛도 시원해서 여간해서는 일어나기가 싫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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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행자의 천국 남산 순환도로
현재 서울성곽은 팔각정 부근에서 끊겼지만 원래는 옛 타워호텔 자리를 지나 남산으로 올라가게 되어 있었다. 눈어림으로 성곽이 가로질렀을 남산 기슭을 가늠해 본다. 남산에는 순환도로가 있다. 이곳이 예전에는 차가 다닐 수 있었지만 2005년부터 차량 통행을 제한하거나 아예 금지를 했기 때문에 걷기를 좋아하는 사람들에게는 도심 속 걷기 명소가 되었다. 남산 순환도로는 남산 꼭대기를 기준으로 남쪽과 북쪽 순환도로로 나뉜다. 남쪽 길은 일부 자동차가 제한적으로 통행을 할 수 있지만, 북쪽 길은 차량 통행을 아예 금지시켰다.
사시사철 언제 가더라도 좋은 곳이지만 봄에 벚꽃이 필 때쯤이면 이 길은 꽃 대궐이 된다. 화사한 꽃그늘 아래로 걷는 길은 가히 보행자의 천국이다. 이런 남산에서 아쉬운 점이 있다면 남산의 대명사였던 소나무를 보기 힘들다는 것이다. 다른 나무들에 밀려 차츰차츰 입지가 좁아지더니 급기야는 찾아보기 힘든 수종이 되었다. 군데군데 소나무 복원을 위해 애쓰고는 있지만, 아직은 애처로운 수준이다. 그러나 철갑을 두른 듯한 소나무는 없어도 남산은 여전히 남산이다.
목멱산 봉수대의 다섯 줄기 연기
남산은 임금님이 사시는 궁궐의 남쪽에 있는 산이라 하여 붙여진 이름이다. ‘목멱산’이나 ‘마뫼’라고도 불렀는데, 이 말들도 결국은 남산이라는 뜻이다. 또 남산은 전국에서 다섯 갈래로 전해 오던 봉수가 최종 집결하는 곳이기도 했다. 남산에 모두 다섯 곳의 봉수대가 있었다고 하며, 조선 태조 시절에 설치하여 조선 말까지 사용했다고 전해진다.
봉수는 횃불과 연기를 이용하여 급한 소식을 전하던 옛날 통신수단인데, 낮에 는 연기로 밤에는 불빛으로 신호를 보냈다. 평상시에는 봉수대에 연기가 하나 오르고, 적이 국경에 나타나면 둘, 적이 국경에 접근하면 셋, 적이 국경을 침범하면 넷 그리고 아군과 교전하게 되면 다섯 개의 연기를 올렸다고 한다. 그러니 태평성대가 계속되는 시절에는 남산에서 다섯 줄기의 연기가 올랐을 것이다. 원래는 동쪽에서 서쪽으로 다섯 곳에 봉수대가 있었다지만 정확한 기록이 없어서 그 자리들을 모두 확인할 수는 없다고 한다. 현재 남산에서 볼 수 있는 봉수대는 그중 한곳을 추정하여 지금처럼 복원한 것이다. 그런데 갑자기 궁금해진다. 우리가 사는 현재라면 과연 몇 줄기의 연기가 피어오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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총 이동거리 10km, 총 이동 시간 2시간 45분
① 동대입구역 → ② 국립극장 광장 입구
동대입구역 5번 출입구로 나오면 오른쪽에 장충체육관이 있다. 나온 방향 그대로 180m 정도 걸으면 오른쪽으로 골목이 있고, 서울성곽 안내판과 함께 성곽이 보인다. 이후 성곽을 따라가면 된다. 성벽이 끊기는 곳에서 보면 왼쪽 언덕에 팔각정이 있다.
성벽이 끊긴 곳에서 성 안쪽으로 들어와 성벽을 따라 아래로 내려간다. 100m 정도 가면 나오는 계단으로 40m 정도 더 가면 갈림길이다. 오른쪽 길은 황토색 시멘트로 포장된 길이고 왼쪽 길은 포장이 안 된 흙길이다.
흙길을 따라 비탈길을 다 내려가면 한국자유총연맹 주차장이다. 주차장을 빠져나와 큰길을 만나면 왼쪽에 국립극장 네거리가 있다. 건널목을 건너 표지판대로 국립극장과 N서울타워 방향으로 조금 올라가면 오른쪽에 국립극장이 있다.
② 국립극장 광장 입구 → ③ 남산 봉수대
국립극장 광장 건너편이 남산으로 들어가는 입구다. 안내소를 지나 150m 정도 가면 갈림길인데, 이곳부터 남산 순환도로다. 갈림길에서 왼쪽으로 가는 길이 남측 순환도로다. 이후는 외길이고 중간에 두 곳의 전망대가 있다. 두 번째 전망대를 지나 조금 더 가면 갈림길이 나 오는데, 왼쪽으로 간다. 오른쪽은 군부대로 가는 길이다. 이어서 만나는 팔각정 휴게소 앞 갈림길에서 오른쪽 길로 조금 올라가면 남산 봉수대와 팔각정, N서울타워가 있다.
③ 남산 봉수대 → ④ 국립극장 광장 입구
남산 봉수대 앞에서 왼쪽 계단으로 내려간다. 케이블카 승강장 지나 계속 계단을 내려가면 전망대가 있고, 조금 더 내려가면 갈림길이다. 오른쪽으로 계단을 내려가면 다시 갈림길이 나온다. 똑바로 가는 왼쪽 길은 남산 분수대를 거쳐 가게 되고, 오른쪽 길로 가면 북측 순환도로 입구로 직접 가게 된다. 분수대에서 보는 남산의 모습이 멋지다. 분수대 앞에는 주차장이 있고, 왼쪽으로 안중근의사 기념관이 있다. 분수대 앞 주차장에서 남산을 등지고 오른쪽으로 간다. ‘서울특별시 교육연구정보원’ 건물 옆으로 계단이 있다. 계단을 내려가 찻길을 만나면 오른쪽으로 간다. 170m 정도 가면 북측 순환도로 입구 갈림길이다. 오른쪽 순환 도로로 접어들면 남측 순환도로와 갈리는 순환도로 입구까지는 외길이다. 입구에서 왼쪽으로 내려가면 국립극장 광장이다.
④ 국립극장 광장 입구 → ⑤ 동대입구역
국립극장 광장 입구에서 광장을 가로질러 하늘극장 앞까지 가면 오른쪽에 쉼터가 있다. 그 옆으로 나 있는 계단을 내려서면 찻길과 만나는데 왼쪽으로 간다. 남산 2호터널 입구 세거리에서 건널목을 건너 조금 더 가면 왼쪽에 리틀야구장이 있다. 야구장을 지나면 장충단공원이 나온다. 공원 안으로 들어가서 가던 방향으로 가면서 수표교를 둘러보고 나면 동대입구역에 다다른다.
찾아가는 길
지하철
3호선 동대입구역
버스
■ 장충동 동국대입구 또는 장충체육관 버스정류장
144, 301, 407, 420, 0212, 서울특별시 순환버스02, 05
여행정보
■ 음식점과 편의점은 동대입구역 부근과 남산 꼭대기에 있으나 순환도로 상에는 아무것도 없다.
■ 화장실은 여러 곳에 불편하지 않게 있다.
■ 남산의 여러 전망대에서 보는 서울 야경은 무척 아름답다. 전체적으로 길도 편안하기 때문에 밤에 걷기에도 그만이다.
Tip
<수표교>
수표교는 세종 2년(1420년)에 마전교라는 이름으로 현재의 청계천 2가에 축조되었다. 세종 23년(1441년)에 청계천의 수심을 측정하기 위한 수표(水標)를 세운 이후부터 수표교라고 불렀다. 1959년 청계천을 복개하며 수표와 함께 현재 위치인 장충단공원 입구로 옮겨 왔다. 이후 수표는 1973년에 세종대왕기념관으로 다시 자리를 옮겼다. 수표교의 길이는 27.6m, 폭은 7.5m , 최대 높이는 3.4m다. 수표교는 서울특별시 유형문화재 제18호이며, 수표는 보물 제838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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