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태리 카르보나라는 ‘털털한 중년 신사 같은 맛’
한 번쯤 느끼한 것이 먹고 싶을 때 외치게 된다. 파스타 면에 진한 크림소스를 듬뿍 묻혀 포크로 돌돌 말아 먹으면 금세 기분이 좋아진다. 그러고 나서는 꼭 피클을 한입 아삭하게, 아니면 시원한 콜라를 한 모금 마신다. 우리에게 크림소스 파스타란 그런 것. 밥 먹기 싫을 때, 뭔가 느끼한 것을 원할 때 찾게 되는 것(그리고 사실 집에서도 우유만 잘 이용하면 비슷한 맛을 쉽게 낼 수 있는 것).
2010.10.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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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르보나라 주세요. 소스는 넉넉히요.”
한 번쯤 느끼한 것이 먹고 싶을 때 외치게 된다. 파스타 면에 진한 크림소스를 듬뿍 묻혀 포크로 돌돌 말아 먹으면 금세 기분이 좋아진다. 그러고 나서는 꼭 피클을 한입 아삭하게, 아니면 시원한 콜라를 한 모금 마신다. 우리에게 크림소스 파스타란 그런 것. 밥 먹기 싫을 때, 뭔가 느끼한 것을 원할 때 찾게 되는 것(그리고 사실 집에서도 우유만 잘 이용하면 비슷한 맛을 쉽게 낼 수 있는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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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르보나라는 이탈리아에서도 로마 지방 음식이다. 그러기에 로마에 가면 아예 ‘카르보나라’라는 이름의 제법 유명한 레스토랑까지 있다. 예전부터 카르보나라에 대한 얘기는 많이 들어 왔다.
“진짜 카르보나라는 계란 노른자에 양젖으로 만든 페코리노(Pecorino) 치즈를 넣어 고소하고, 거기에 돼지볼살로 만든 햄인 관찰레(Guanciale)를 넣지. 쫄깃한 맛이 일품이라고. 아주 구수하지. 느끼하지 않아.”
흔해 보이지만 은근히 찾아보기 힘든 카르보나라. 제대로 된 곳을 찾으려고 80년이 넘게 로마식을 고수해 왔다는 대학가 주변 식당을 찾아가게 되었다. 원래 가려고 했던 곳은 무덤가 카타콤 근처의 100년 된 식당이었는데 인도도 없는 험한 차도를 서너 시간이나 헤매다 결국 포기.
오후 2시 반, 문 닫을까 조마조마해하며 허겁지겁 이곳을 찾았다. 물 하나 사 마실 여유도 없어 목구멍은 타들어가고, 가슴은 헐떡거렸다. 다행히 식당은 문을 열고 있었다. 맞은편에는 때늦은 점심을 즐기는 넥타이 부대들이 자리를 차지하고 있었다. 공교롭게도 모두 카르보나라만을 먹고 있었다.
잠시 후 우동처럼 오동통하고 노란 카르보나라 등장이다. 우리의 카르보나라와 비슷한 점은 찾아볼 수 없는 모양새. 파르미자노 레자노 치즈가 듬뿍 뿌려진 채로 나왔는데 후추 향이 코끝에 간질간질하다. 면을 쓱쓱 비비는데, 볶음밥에 넣는 네모난 갈색 햄이 보인다. 이것이 바로 돼지볼살 햄 관찰레인가? 어설픈 곳에서는 그냥 판체타(Pancetta, 베이컨)를 넣는 곳도 있다는데…….
“이것이 혹시 관찰레인가요?”
지나가는 웨이터는 동양 여자가 별 걸 다 물어본다는 표정으로 고개를 끄덕인다. 한입 비벼 넣으니 일단 페코리노 치즈와 파르미자노 레자노 치즈의 진한 고소함이 퍼진다. 오동통하나 매끄럽지 않은 면이 오돌오돌 입안에 가득 찬다. 입에는 녹지 않은 파르미자노 레자노 치즈가 엉켜서 살살 녹는다. 라면 수프 속 건더기처럼 꼬들꼬들한 것은 바로 관찰레. 그 콩알만 한 것은 씹으면 씹을수록 고소하고 담백한 감칠맛이 우러나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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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탈리아의 진짜 맛들이 그렇듯 느끼하기보다는 든든한 맛, 복잡하기보단 단순한 맛, 콜라보다는 포도주를 부르게 하는 맛, 털털한 중년 신사 같은 맛, 첫맛에 확 끌리지는 않지만 어쩌다가 한 그릇을 다 비우게 되는 맛이었다.
유럽 맛 기행이 끝나고 정확히 8일 만에 압구정동에서 꽤 괜찮다는 파스타집을 찾았다. 친구는 리소토를 시켰고, 나는 오랜만에 우리식 카르보나라를 맛있게 먹었다. 물론 느끼함에 ‘피클 더 주세요’를 외치며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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