왜 ‘대한 독립 만세’였을까? - 『티가나』
2010.03.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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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당시 거리로 나선 사람들은 태극기를 손에 들고 ‘대한 독립 만세!’를 외쳤다. 일본 헌병의 총칼 앞에서 쓰러지면서도 멈추지 않았다. 그런데 왜 ‘대한 독립 만세’였을까? 왜 그런 말을 외쳐야 했을까?
여기 한 나라가 있다. 이 나라가 속한 반도는 바다를 건너 쳐들어온 제국들에 의해 정복당했다. 자긍심이 강했던 이 나라는 정복 전쟁에 대항한 전투에서 제국의 왕자를 죽였고, 분노를 이기지 못한 제국의 왕은 이 나라에 저주를 걸어, 누구도 이 나라의 이름을 말하거나 듣지 못하게 만들어 버린다. 이 나라의 이름을 말하고, 들을 수 있는 것은 오직 이 나라에서 태어난 사람들뿐.
이 잊혀진 나라의 이름은 ‘티가나’. 20년이라는 시간 동안 티가나는 이름을 잃었다. 마법을 건 왕과 티가나의 국민이 아니면 누구도 기억하지 못하고 듣거나 말하지도 못하는 나라의 이름. 단순히 나라를 잃었다는 것보다 더 슬픈 것은 바로 그것이다. 아무도 우리를 기억하지 못한다는 것. 그리고 결국 스스로도 잊게 된다는 것.
다른 누구도 기억하지 못하는 나라의 왕자, 알레산은 이렇게 기도한다. “티가나, 그대에 대한 나의 기억이 내 영혼 속의 칼날이 되게 하소서.” 누군가와 함께 공유할 수 없는 기억은 잊혀진다. 응답 없는 외침은 공허한 메아리가 되어 가슴을 찢는다. 나라를 잃은, 나라의 이름을 잃은 슬픔은 그 이름을 기억하는 자의 가슴에 상처를 남기고, 어깨를 짓누른다.
티가나의 모습은 우리의 모습과 닮아있다. 외세에 침략당하고, 수십 년의 세월을 압제에 시달렸으며, 우리의 말과 정신은 침략자에 의해 탄압받았다. 왜 침략자들은 우리말을 없애려 했을까. 왜 ‘대한 독립 만세’라고 외치기만 한 사람들을 무참히 죽여야 했을까.
말에는 힘이 있다. 형체도 없고, 흔적도 없이, 시간에 휩쓸려 사라지는 것이 말이지만, 말은 사람을 바꾸고, 세상을 바꾼다. 그게 말의 힘이다. 침략자들이 공통적으로 두려워한 것은 그것이다. 말로 인해 세상이 변하고, 자신들의 위치가 역전될 수 있다는 것을 그들은 알고 있었다.
우리말은 그렇게 지켜져 왔다. 나라를 잃은 슬픔 속에서도 가슴 깊이 나라의 이름을 새겼던 알레산 왕자처럼, 우리의 선조들은 그렇게 나라를, 말을 지켜왔다. ‘대한 독립 만세’는 우리 스스로의 가슴 속에 새기고, 새겨졌던 또 다른 우리의 힘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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