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연하길 잘했다'는 생각이 들 때
글: 채널예스
2007.11.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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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번 주를 기점으로 금연한 지 만 3년이 되었습니다. 내일을 준비하는 착한 어린이가 잠들기 전 침대에서 좋은 일만 있길 기도하는 것처럼, 아주 작은 소망이자 바람 그리고 이루어지지 않을 것만 같은 비현실적인 무언가를 희망하듯, ‘자자. 내일부터는 금연하는 거야.’라고 다짐하며 잠들곤 10년 가까이 피웠던 담배를 위기에 처한 도마뱀이 자신의 꼬리를 단호하게 자르고 도망치는 것처럼 싹. 뚝. 하고 끊었습니다.

누가 보면 스티븐 킹의 단편소설에 나오는 ‘금연회사’에라도 의뢰한 것처럼 실패 없이 한 번에 끊었나 의아해할지도 모르겠지만, 본인으로선 다짐하기까지가 어려웠지 막상 실천으로 옮기고 나서는 ‘이 정도쯤이야. 참을 만하네! 으으.’라며 견뎌냈던 것 같습니다.

요즘에는 주위에서 “어이 어이, 이젠 금연 완전히 성공했네!”라는 반응으로 이야기하지만, 아직까지도 참을 만하기만 하지, 그리움 같은 기분은 남아있는지라 ‘담배는 평생 끊는 게 아니라, 참는다는 말이 맞구나.’라며 꾸준히 그리고 열심히 참고 있습니다.

처음 금연을 시작했을 땐 많은 양의 담배를 피우던 골초가 담배를 사지 않다 보니 한 달에 10만 원 넘는 돈이 주머니에 남게 되어 ‘이야, 금연하니까 몸은 가벼워지면서 주머니는 무거워지는구나!’하곤 매우 좋아했던 기억이 납니다. 하지만 군것질에만 너무 열을 올리다 보니, 점점 군살이 붙으며 얼굴만 동그랗게 변해버리는지라 ‘음, 군것질은 그만 하고, 금연으로 생기는 돈은 전부 책 사는 데 보태야겠다.’라는 생각으로, 당시 고정적으로 한 달 도서구입비로 지출하던 금액에 10만 원 정도씩 더 구입했습니다.

그때까지는 비싸서 머뭇거리고 못 사던 전집류나 화보집을 그때부터 좀 더 열심히 사 모으지 않았나 하는 생각이 듭니다. 도스토예프스키 전집이나 (얼마 전 210질만 한정판으로 만든 걸 또 사버렸지만;;) 황석영 삼국지 세트, Elliott Erwitt이나 Henri Cartier-Bresson의 사진집 등은 금연이 아니었으면 사지 않았을지도 모르는 책이었거든요. 한 권이나 한 세트에 10만 원이 훌쩍 넘는 책들은 보너스나 예상치 못한 돈이 들어오지 않는 이상은 선뜻 구입하긴 어려운 책들이었으니까요.

하지만 비싼 만큼 저에겐 정말 많은 도움을 준 책이고, 아직까지도 양질의 도서로써 제 옆에 든든히 버티고 있는 책들이라 ‘금연하길 잘했다.’라는 생각은 건강도 건강이지만, 이런 고가의 책들을 볼 때 더욱더 많이 드는 것 같습니다.

여러분도 가격이 부담돼서 구입하기 어려운 책들이 있다면, 불필요한 지출을 줄이시고, 조금 가벼운 마음으로 구입해 보세요. 책장에 꽂혀 있는 책만 봐도 즐겁고 배부를 수 있는 건 아주 작은 행복 중 하나라고 생각합니다. 물론 일반적인 가격의 책도 마찬가지고요. ‘가치’의 깊이가 아닌 ‘동기’의 부여에 대한 이야기였으니까요.

도스또예프스끼 전집 수집가용 한정판
표도르 도스또예프스끼 저/석영중 등역 | 열린책들 | 2007년 03월


『도스또예프스끼 전집』수집가용 한정판은 러시아 <나우까>판 전집과 <쁘라브다>판 전집을 대본으로 사용하였으며, 시대순으로 작품을 배열함으로써 도스또예프스끼의 작품 세계의 변화 과정을 독자들이 좇아갈 수 있도록 하였다. 총 210질만 제작하였고, 전집에 모두 001번부터 210번까지 넘버링을 했다.
3의 댓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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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유의지

2008.01.15

이 그림..부산국제영화제때 본 [빨간콤바인]이라는 중국영화가 바로 떠올랐습니다. 관련없을수있지만ㅋ 전 오히려 불타는 동기부여로 사들였으나 읽지않고 쌓이는 책들이 너무 안쓰러워요ㅡ.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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좌라수나비

2007.12.03

딱히 멋부리고 나갈일도 없는데 옷이나 화장품 사는데에 열중하다보니 정말 책 사는데 소홀해지긴하더군요..학생때 1킬로가 넘는 도서관을 걸어다니면서도 불평불만않고 이담에 직장인이 되면 월급의 10%는 무조건 책 사는데 써야지 했던 다짐은 온데간데 없고말이죠.. 솔직히 이따금씩 책을 주문해놓고 나면 왠지모를 뿌듯함이 치장류를 주문할 때 보다 훨 나은데..앞으론 비중을 옮겨야겠어요~ 이번에도 님의 글과 그림..좋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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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세스팬들턴

2007.11.26

정말 멋지네요. 제 아버지도 담배 아직까지 태우시는데 끊지는 못하세요. 전 담배는 안 피는데 무슨 습관을 끊으면 책 살 여유가 생길까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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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스또예프스끼 전집 수집가용 한정판

<표도르 도스또예프스끼> 저/<석영중> 등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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