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가 강연회] "기존 시장에서도 블루오션 개척할 수 있다" -『B2B 브랜드 마케팅』의 저자 필립 코틀러 박사 강연회
지난 3일 반포동 메리어트호텔에서 열린 유료강연회에는 그의 생생한 목소리를 듣고자 찾아온 3백여 명의 참석자들로 꽉 들어찼다. <파이낸셜 타임스>가 선정한 ‘역대 최고의 경영서 50’에 포함된 『마케팅 관리론』을 비롯하여 『미래형 마케팅』『국가 마케팅』『마케팅 리더십』『수평형 마케팅』 등 국내에 출간된 그의 마케팅 관련 책만도 10여 권에 달한다.
글ㆍ사진 채널예스
2007.08.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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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대 마케팅의 대부’로 널리 알려진 필립 코틀러(Philip Kotler) 박사가 한국을 찾았다. <파이낸셜 타임스>가 ‘가장 영향력 있는 경제계 인물’을 선정하면서 잭 웰치, 피터 드러커, 빌 게이츠 다음으로 꼽은 인물이 그다.

현재 시카고 노스웨스턴대학교 켈로그 경영대학원 마케팅 분야 석좌교수인 그는 켈로그 경영대학원이 <비즈니스 위크>로부터 ‘마케팅 최고의 명문’으로 선정되는 데 커다란 기여를 했을 만큼 마케팅 분야의 세계 최고 권위자다.

지난 3일 반포동 메리어트호텔에서 열린 유료강연회에는 그의 생생한 목소리를 듣고자 찾아온 3백여 명의 참석자들로 꽉 들어찼다. <파이낸셜 타임스>가 선정한 ‘역대 최고의 경영서 50’에 포함된 『마케팅 관리론』을 비롯하여 『미래형 마케팅』『국가 마케팅』『마케팅 리더십』『수평형 마케팅』 등 국내에 출간된 그의 마케팅 관련 책만도 10여 권에 달한다.

『마케팅 관리론』을 발간한 때가 1976년이니까 아주 오래됐습니다. 그런데 가끔 그 책을 가지고 와서 사인 요청을 하는 사람들이 있습니다. 하지만 인터넷이나 브랜딩, 가치 제안 등 그때는 다루지 못했던 개념이 새로 나타나기도 했고, 그 책에는 현대 마케팅과 관련 없는 내용이 포함되어 있기도 합니다.”

그는 “수학은 변하지 않았지만, 마케팅은 변했다”라고 덧붙이면서 새 책을 살 것을 권유했다. “책을 팔려고 하는 것이 아니라, 그 책값 이상의 효과를 볼 것”이라며 농담을 던지면서 강의를 시작했다.

팔순이 가까운 나이에도 연단에서 내려와 열정적으로 강연하는 필립 코틀러 박사

“세계화와 관련해 중국이 세계 시장을 무섭게 견인하고 있고, 인도도 강국으로 부상하고 있습니다. 말하자면 BRICs(브라질, 러시아, 인도, 중국 등 신흥 4개국) 국가인데, 한국도 이들과 싸우기보다는 협력해서 가치 사슬을 창출해야 합니다. 지역화와 관련해서도 ASEAN 10개국의 전체 인구가 5억 4천만 명에 달해 유럽 시장보다 더 큽니다. 지역협력체로 역내 자유교역이 우선되고 있습니다. 한국은 중-일 동북아협력이 필요합니다.”

생산품과 관련해서도 유럽, 아시아, 북미 등에 골고루 균형적인 협력체제를 구축하는 것이 과제임을 조언했다.

“인터넷은 소비자에게 힘을 주었습니다. 세상은 어항 속에 있는 것처럼 가격 등의 자세한 정보가 노출되어 있습니다. 한 회사가 가치를 창출하지 못하면 살아남지 못합니다. 공급업체가 너무 많아서 상품에 대한 차별화를 어떻게 하느냐 하는 것이 관건입니다. 가치 있는 차별화를 위해 혁신은 지속적으로 ‘모방’되어야 합니다.

이제 브랜드가 기업을 움직이는데, 브랜드는 소비자와의 의미 있는 약속이어야 합니다. 볼보는 ‘안전’이라는 핵심 이미지로 GPS를 장착하지 않습니다. 운전 중에 주의를 분산시켜 안전하지 않기 때문입니다.”


회사는 이렇듯 가장 중요한 이미지가 있어야 하는데, 그 예로 ‘지속가능성’과 ‘녹색문화 혁명’을 들었다. GE의 이멜트 회장이 말한 것처럼 ‘지속가능성이야말로 수익성과 관련이 있다’는 것이다. 그리고 친환경, 에너지 절약 등의 녹색혁명은 이제 ‘부담’이 아니라 ‘기회’로 활용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기업은 고객인지도와 시장점유율에 대한 지표도 수시로 측정하고 있습니다. CEO는 광고와 판촉을 위한 지출에 증빙자료를 요구하기도 하고?. 이제 마케팅 담당자는 금융을 알아야 합니다. 입소문(Word of mouth)도 중요한 마케팅 포인트입니다. 인터넷에서 상품에 대한 소문은 광고보다 더 힘이 있습니다.”

체험마케팅에도 신경 써야 한다고 덧붙였다. 병원에서는 요즘 의사의 친절도, 대기시간, 병원 분위기 등이 아주 중요해졌다는 설명이다.

“우리는 흔히 ‘수익’을 가장 중요시하는데, 더 중요한 것은 ‘고객만족’입니다. 여기서 고객은 물론 내부고객, 직원도 포함됩니다. 톰 피터스는 ‘회사를 가보면 5분 만에 직감적으로 그 회사가 열기가 넘쳐 살아있는지 그렇지 않은지 파악할 수 있다’고 합니다. 협력사 파트너도 중요합니다. 공급업체의 희생만 강요해서는 안 됩니다. 과거 내가 이기려고 단가를 더 깎는 일이 흔했지만, 이제는 그것이 통하지 않습니다. 기업의 모든 관계 구성원이 합심해서 경쟁사를 이겨야 합니다.”


최악의 CEO는 마케팅 부서를 판촉 부서로만 생각하는 사람

그는 ‘최악의 CEO는 마케팅 부서를 단순히 판촉(Promotion)만으로 생각하는 사람’이라며, 마케팅은 판매 광고만이 아니라 거기에는 ‘제품(Product), 유통(Place), 가격(Price)이란 요소가 더해져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리고 소비자 모두를 만족하게 하지는 못하는 만큼 ‘고객세분화’와 ‘표적화(Targeting)’도 중요해졌음을 지적했다. P&G에서 마케팅은 생활의 일부로 여겨지는 점을 예로 들었다. 또 많은 사람이 광고를 통해 브랜드의 인지도를 높이려고 하는데, 브랜드를 높이는 것은 ‘신뢰’지 광고가 아니라는 것도 밝혔다.

“광고비를 과도하게 지출하는 일이 있는데, 그것은 열 번 중 한 번 정도 성공할 수 있는 것입니다. 그런 광고는 낭비입니다. 차라리 온라인마케팅을 하는 것이 낫습니다.”

훌륭한 메시지가 없는 광고는 ‘문제’라는 것이 그의 설명이다.

짐 콜린스의 말처럼 ‘좋은 기업은 많지만, 위대한 기업은 많지 않다’는 표현을 들며 기업은 사회적 책임이 있는 마케팅을 펼쳐야 한다는 점도 덧붙였다. 회사는 단순히 이익만 내는 조직은 아니라는 것. 모터사이클 업체 할리 데이비슨은 ‘한쪽 팔을 자르더라도 할리 데이비슨이 망하는 것은 볼 수 없다’고 하는 고객이 있을 정도이고, 스타벅스는 집과 사무실 다음의 ‘제3의 집’으로 불리기도 한다는 것을 예를 들었다.

“사랑받는 회사는 재무적으로도 뛰어난 회사입니다. 그리고 모든 이해관계자에게 이익을 돌려줍니다. 임원 보수도 결코 높지 않습니다. 개방적 정책으로 CEO를 만나는 게 어렵지도 않습니다.”

그는 이어 한 항공사에서 CFO가 승무원이나 파일럿보다 더 많은 대화를 하지 못해서 CEO에게 항의했는데, 그 CEO가 ‘당신보다는 직원들이 더 중요하다’고 말한 일화를 소개하기도 했다.


시장세분화를 통해 ‘시장점유율’에 대한 환상 깨야…

새로운 기회를 포착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역설하기도 했다.

“피터 드러커는 ‘문제 해결에만 집착하면 새로운 기회를 놓친다’고 했습니다. 블루오션 전략처럼, 기회는 좁은 사업영역에서도 새로운 영역을 개척하는 것입니다.”

미지의 새로운 시장이 아니라 기존의 시장이더라도 새로운 영역을 창출할 수 있다는 것이 그의 설명이다. 아울러 ‘가치 혁신’은 기술적으로 완전히 새로운 것을 만드는 게 아니라 가치를 향상하고 비용을 혁신적으로 줄이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시장 세분화도 하나의 방법임을 소개하며, 그 예로 여성 전용 피트니스클럽을 들었다. 이곳은 남자를 신경 쓸 필요가 없고, 그래서 각종 부대설비 투자비용도 많이 들지 않아 경쟁력이 있다는 것이다. 사무실 복사기 시장을 석권한 제록스가 있었지만, 캐논은 가정용 복사기 시장에 눈을 돌려 성공한 것도 비슷한 사례다.

반즈&노블 서점은 도서관처럼 운영하면서 서점 안에 스타벅스도 있고, 제과점도 함께 운영하는 전략을 세웠다. 스와치(Swatch) 시계는 기능에 감성을 더한 사례인데, 시계를 패션처럼 활용할 수 있도록 했다. 이렇게 해서 스무 개가 넘는 시계를 가진 사람도 있을 만큼 새로운 시장을 창출했다는 것.

“바디샵(BodyShop)이란 브랜드는 다른 대부분의 화장품 회사가 아름답게 해준다고 광고했지만, 그들은 좋은 제품이라는 걸 강조했습니다. ‘세멕스(Cemex)’라는 멕시코의 시멘트 회사는 시멘트 대신에 감성을 더했습니다. 애플(Apple)은 아이팟(iPod)을 판매하면서 곡당 99센트로 구매하게 하는 새로운 시장을 창출했습니다.”

코틀러의 강연을 경청하는 참석자들

그는 풍부한 사례를 들면서 마케팅 현장에서 어떻게 실천할 수 있는지를 소개했다.

“캘러웨이(Callaway)라는 골프용품 회사는, 돈이 있지만 골프를 치지 않는 사람들을 조사해 보니 헛스윙하는 걸 걱정하기 때문이란 걸 알아냈습니다. 그래서 이 회사는 골프채의 헤드를 크게 해서 헛스윙을 하지 않도록 했습니다. 이렇게 해서 신규고객을 확보했습니다. 프렛(Pret)이란 회사는 샌드위치만 원하는 사람들을 위해 ‘점심’이라는 고민거리를 해결했습니다.

『수평형 마케팅』이란 책에서 언급한 것처럼, 바비 인형은 세상에서 가장 많이 팔린 인형입니다. 인도, 중국의 전통의상을 입힌 인형은 물론 오토바이를 탄 바비, 웨딩드레스를 입은 바비, 각종 신발 등 수많은 아이템으로 확장할 수 있는 제품입니다. 킨더 서프라이즈(Kinder Surprise)라는 회사는 캔디에 장난감을 더하고, 주유소는 음식을 제공합니다. 통근열차를 원용한 ‘통근열차학교’도 있습니다. 이런 것이 수평적 사고입니다.”


그는 ‘시장점유율’이라는 ‘환상’에 대해서도 인식을 전환할 것을 주문했다.

“잭 웰치는 부하 직원에게 ‘시장점유율(Market Share)이 얼마냐?’고 물었습니다. 직원은 55%라고 대답했는데, 그는 10%라고 했습니다. 55%로 본 것은 시장을 너무 좁게 보고 있다는 것이죠. 시장을 더 넓게 보면 10%도 결코 낮은 수치가 아니라는 것입니다.”

시장점유율을 55%에서 65%로 높이는 것은 투자비는 많이 들지만, 수익성은 그리 높아지지 않는다는 점을 지적했다. 시장점유율을 무작정 높이는 것이 능사가 아니라 최적시장점유율을 분석해야 한다는 것이다. 시장점유율 100%가 ‘목표’가 되어서는 안 된다는 설명이다.

코틀러 박사는 마케팅에 재무적 지표가 도입되는 것은 불가피하다고 언급했다.

“마케팅은 투자수익율(ROI)을 측정해서 마케팅 투입비용을 재조정합니다. 주로 ROI가 25% 이상 되어야 광고를 허용합니다. 이렇게 마케팅에 재무적 지표를 도입하는 것은 안정적인 마케팅을 위해서입니다. 그런데 문제는 이런 작업이 창의성을 해칠 수 있다는 것입니다. 마케팅을 하는 사람들은 너무 재무적으로 접근해도 곤란하다는 것입니다.”

마지막으로 ‘제품에 대해 한 질문을 해야 한다면 여러분은 어떤 질문을 하시겠습니까?’란 말로 강연을 마무리했다.

“저는 ‘이 제품을 친구들에게 추천하겠느냐?’라고 질문하겠습니다.”

필립 코틀러 박사는 올해 77살의 고령에도, 1시간 30분에 달하는 긴 시간 동안 열정적으로 강의했다. 연단에서만이 아니라 강연장을 돌아다니면서 참석자들과 눈을 맞추면서 열띤 강의를 진행했다.

그는 2002년 미국마케팅협회로부터 마케팅 분야의 1인자로 선정되었으며, 최우수 마케팅 교육자 대상 등을 포함하여 수많은 상을 받기도 했다. 또한 여러 비영리단체를 비롯해 IBM, GE, 아메리카 은행, AT&T 등 세계적인 기업의 고문으로 왕성하게 활동하면서 유럽, 아시아, 남아메리카 등 전 세계를 누비며 활발한 강연과 컨설팅 활동을 벌이고 있다.


M&A에서 재무적 접근 외 마케팅적 분석 꼭 필요

다음은 참석자들과의 질의응답 내용이다.

Q) 열정적인 강연 무척 인상 깊게 들었습니다. 개인적으로 M&A에 대한 박사님의 얘기를 듣고 싶습니다.

“성장을 위해서는 M&A를 하는 게 가장 손쉬운 방법입니다. 하지만 벤츠와 크라이슬러의 합병 실패 사례처럼 성공이 보장된 것은 아닙니다. 개인적으로 M&A 상황에서 너무 재무적으로만 접근한 결과가 아닌가 생각합니다. 마케팅 담당자가 반드시 참여해야 합니다. 시장에 대한 분석과 고려 없이 단순히 재무적 접근만 해서는 성공적인 M&A가 될 수 없습니다.”

Q) 문화적 차이로 ‘현지화’에 어려움을 겪는 기업이 많습니다. 그것에 대한 고견을 듣고 싶습니다.

“그 국가에 대한 철저한 시장조사 없이는 현지 기업에 질 수밖에 없습니다. 중국시장은 ‘관계(關係)’가 중요하듯이, 미국시장에 진출하는 경우에 재미교포를 통해 시작한다든지 하면서 아주 조심스럽게 진행하는 것이 필요합니다.

모든 마케팅은 현지화된 마케팅이 필요합니다. 제가 출간한 책은 미국에서만 읽힐 것으로 쓰지 않았습니다. 『마케팅 관리론』은 해당 국가에 맞게 공동저자를 섭외했습니다. 한 가지 예로, 인도에서는 담배는 한 갑으로 파는 것이 아니라 한 개비씩 판매합니다. 저는 이 사실을 몰랐습니다. 이처럼 각국의 인구와 유통 채널이 전부 다르므로 그것에 맞게 조사, 연구해야 합니다.

베트남이 같은 아시아국가라고 해서 가볍게 생각하지 말아야 합니다. 조사를 통해 이해도가 높은 파트너를 찾고, 투자자로 만들어야 합니다.”


Q) B2B 유통업에 대해 한 말씀 해주십시오.

“예전에는 브랜드에 신경을 쓰지 않았습니다. 영업과 마케팅을 나누자면, 브랜드 구축이나 고객에 대한 통찰력이 있는 부서는 마케팅 부서입니다. 산업재 시장에서는 물론 영업이 마케팅보다 더 중요합니다. 하지만 영업이 마케팅과 함께 해야 승리할 수 있습니다. CEO는 영업과 마케팅 부서를 동시에 질책하고 함께 보상해야 합니다.”


#B2B 브랜드 마케팅 #필립 코틀러
1의 댓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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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rognose

2012.07.06

마케팅도 좋겠지만 역시 소비자에게 신뢰를 주지 못한다면 마케팅은 하나마나겠지요. 하는 말은 번지르르해도 실제 상품이 좋지 못한다면 의미가 없으니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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