컨템포러리 아트의 조용한 거장 알렉스 카츠
《Cymbidium Yellow on Red》은 알렉스 카츠의 플라워 시리즈 중 하나로, 단순화된 형태와 대비가 두드러지는 배경은 시각적 명료함을 극대화한다.
글 : 조유정
2025.07.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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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ontemporary Art의 조용한 거장, Alex Katz


세계 미술시장에는 유행을 따르지 않음으로써 오히려 유행이 되는 작가들이 있다. 알렉스 카츠(Alex Katz)는 그런 예외적 이름 중 하나다. 수십 년 동안 조용히 자신만의 스타일을 지켜오며, 어느새 현대미술의 기준이 되어버린 작가. 카츠는 현대미술사에서 단 한 번도 주류에서 벗어난 적이 없으면서도, 누구보다 고독하게 자신만의 형식을 고수해 온 작가다.

 

그는 추상표현주의가 지배하던 1950년대 후반의 뉴욕 한복판에서 구상 회화로 회귀하여, 감정이 배제된 평면적 인물화를 선보이며 주목받았다. 팝아트의 영향이 보이는 컬러적인 접근에도 불구하고, 그는 오롯이 사적인 시선과 거리감만을 화폭에 담아내며, 독자적인 초상화로 그만의 회화 세계를 구축했다.

 

그의 작품은 수십 년간 일관된 언어를 유지해 왔고, 디지털 이미지가 넘치는 오늘날, 오히려 더욱 '현대적인 감각'을 지닌 회화로 재해석되고 있다. 이는 미술사적으로도 유의미하지만, 미술시장에서의 가치와도 밀접하게 연결된다.

 

Cymbidium Yellow on Red(2020), SeoulAuction: 2024.09.11 Lot. 52 출처: SeoulAuction


Cymbidium Yellow on Red의 조형적 특징


《Cymbidium Yellow on Red》(2020)은 알렉스 카츠의 플라워 시리즈 중 하나로, 단순화된 형태와 대비가 두드러지는 배경은 시각적 명료함을 극대화한다. 특히 눈에 띄는 것은 화면 전체를 지배하는 수직 구도다. 선명한 오렌지 레드 배경 위에, 백색에 가까운 연노랑 심비디움 한 줄기가 중앙을 가로질러 수직으로 배치되어 있다. 한국에서 흔히 난초로 통칭해 불리는 심비디움의 꽃잎 테두리는 노랑과 보라로 처리되어 있고, 진한 녹색의 줄기는 화면 하단으로 시선을 이끈다.

 

또 다른 플라워 시리즈인 《Red Roses with Blue》(2001)에서도 카츠는 단순화시킨 붉은 장미를 푸른 바탕에 그려 강렬한 색채의 대비를 보여주는 동시에, 직선 형태의 펜스를 화면 가득 확대한 수직 구성을 보여주고 있다. 《Iris 2》(2019) 역시 노란 아이리스와 수직의 푸른 줄기를 클로즈업해 표현하고 있다. 이러한 작품들에서 보이는 형태적 강조와 간결한 배경의 활용은 《Cymbidium Yellow on Red》와 시각적 계보를 함께한다. 


Red Roses with Blue (2001)

Iris 2 (2019)


카츠의 꽃에 대한 탐구는 1960년대 후반부터 시작되었다.  2000년대에 접어들며 본격화된 플라워 시리즈는, 단순화된 형태의  직관적인 미니멀리즘적 구성과, 카츠 특유의 세련되고 강렬한 색채와 만나 회화적 완성도가 한층 높아졌다. 플라워 시리즈 초기에 그는 꽃의 배치와 리듬, 그리고 ‘움직임’의 표현에 집중했다. 예를 들어 초기작 《Superb Lillies》(1966)는 풀밭 속에서 각각 다른 방향을 향한 꽃들과 구름을 배치함으로써 시간성과 생명감을 포착하고자 했다.


Superb Lillies (1966)


2019년 이후, 플라워 시리즈에 변화가 나타난다. 이제 카츠의 꽃은 하나의 독립된 주인공으로 등장한다. 이러한 변화는 카츠의 대표적인 인물화를 연상시킨다. 실제로 카츠는 인물화를 그릴 때와 동일한 방식으로 꽃을 프레이밍하고 배치한다. 정면 또는 측면 응시, 독립된 오브제 중심의 구성, 대비되는 배경의 색면처리 등의 특징은 《Cymbidium Yellow on Red》에서도 그대로 드러난다.


결국 이 작품은 단순한 정물이 아니라, 카츠 회화의 핵심인 ‘응시’, ‘정적 구성’, ‘시각적 구조’가 응축된 ‘꽃의 초상’이라 할 수 있다. 
 
 《Cymbidium Yellow on Red》(2020)과 같은 최근작은 이러한 변화의 정점을 보여주며, 오늘날 미술 시장에서 플라워 시리즈가 인물 초상 못지않게 중요한 컬렉션 장르로 부상하고 있는 이유이기도 하다.
 

대표작들과 비교를 통한 시장성 평가


현재 카츠 작품 중 최고가는 대형 인물화이다. 대표작인 《Blue Umbrella I》(1972)는 2019년 필립스 런던 경매에서 337.5만 파운드에 낙찰되었다. 이런 인물 회화는 상징성과 희소성 덕분에 높은 평가를 받지만, 거래 가능한 수량이 적고 보유 컬렉터가 고정되어 있어 한계가 있다.


Blue Umbrella I (1972)


반면 《Cymbidium Yellow on Red》는 최근 주목받는 플라워 시리즈로, 대중성과 공간 활용도 면에서 훨씬 광범위한 컬렉션 니즈를 만족시킨다. 플로럴 회화는 주거와 상업 공간에 모두 어울리며, 감상자의 정서적 거리감이 낮아 기업과 젊은 수집가에게도 선호된다. 인물화와 달리 비교적 꾸준히 제작되고 있어 시장 내에서의 접근성과 유통 가능성도 높다.


 또한 《Cymbidium Yellow on Red》는 화면의 중심을 수직으로 관통하는 형식을 채택함으로써 조형적 차별성이 크며, 화면의 밀도와 구조 역시 카츠의 후기 회화 중에서도 완성도가 높은 축에 속한다. 향후 재판매 시에도 시각적 인지도가 높아 강한 이미지 소비력을 기대할 수 있다.

 

글로벌 및 아시아 미술시장 내 흐름


글로벌 경매 시장에서 카츠의 작품은 2015년 이후 꾸준히 상승세를 보인다. 특히 2022년 구겐하임 회고전을 계기로 회화에 대한 재조명으로 가격 안정성과 작가 인지도가 모두 강화되었다. 블루칩 작가 중에서도 이미지 소비력과 브랜드력이 모두 높은 편으로, 색채 도형적 특징으로 SNS와 시각 중심 플랫폼에서의 재생산력이 높은 작가다.


아시아 시장에서는 한국과 홍콩, 일본에서 선호도가 높다. 한국에서는 주요 컬렉터들이 대형 회화를 소장 중이며, 젊은 층을 중심으로 플라워 회화 수요도 꾸준히 확대되고 있다. 특히 수직 구도의 대형 캔버스는 단일 주제의 강한 집중도와 함께 브랜드 소유의 상징으로 활용되기에 적합하다.
 

수집 가치와 시장 내 신뢰


카츠의 《Cymbidium Yellow on Red》는 단순한 꽃 그림이 아니라 알렉스 카츠가 평생에 걸쳐 구축한 작업 세계의 집약체이다. 특히 최근 미술시장에서 회화 중심의 수요 회복이 뚜렷해지는 가운데, 작가 고유의 언어로 조형성과 브랜드 가치를 겸비한 이 작품은 중장기적 관점에서도 안정적인 수집 대상으로 평가받는다. 플라워 시리즈는 인물화보다 진입 장벽이 낮고, 정서적 부담이 적어 기업 컬렉션, 젊은 수집가, 공간 디자이너 사이에서 각광받고 있다. 
 
 오리지널 페인팅으로써의 희소성, 시각적 완성도, 작가 브랜드와 시장 내 검증된 반응 등은 이 작품이 단기 유통뿐 아니라 장기 보유 시에도 높은 만족도를 제공할 수 있음을 시사한다. 이러한 작품은 동시대 미술 시장의 방향성과 기준을 형성하는 기준점 역할도 함께 수행한다.
 

그런 관점에서 《Cymbidium Yellow on Red》는 오늘날 회화 시장에서 어떤 작품이 살아남는지를 보여주는 조용하고도 명확한 답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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