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겨운 하루 끝에서 발견한 절대적 행복에 대하여
『시끄러운 건 인간들뿐』 김민지 시인 인터뷰
저는 무언가를, 또는 누군가를 온전히 믿는 순간이 절대적 행복이에요. 좋아하는 것 자체도 행복이 될 수 있지만, 좋아하는 것을 믿고 더 가보는 삶도 정말 큰 행복이니까요.
만물을 탐구하는 김민지 시인의 사물 인터뷰 에세이 『시끄러운 건 인간들뿐』이 출간되었다. 만물박사와 사물 간에 벌어지는 사물들의 토론회, 사물이 인간에게 보내는 편지 등 다양한 형식으로 사물의 마음을 엿볼 수 있다. 여기에 ‘건강에 좋은 낙서’로 유명한 최진영 작가의 위트 넘치는 그림을 수록해 활력을 더했다. 각양각색 사물들의 외침 속에서 오늘치의 행복을 찾을 수 있다는 김민지 시인을 만나 보았다.
『시끄러운 건 인간들뿐』이 출간되었습니다. 『마음 단어 수집』 이후 만나는 에세이인데요. 출간 소감 부탁드려요.
반갑습니다. 앞서 나온 책 이상으로 기다려 나온 책이에요. 처음 계약한 에세이이기도 하고, 특히나 직접 운영 중인 메일링 서비스 ‘만물박사 김민지’에서 발행한 글이 바탕이 된 책이라 감회가 남다릅니다. 제목에는 사물의 입장에서 바라본 인간의 느낌을 담았는데요. 마냥 시끄럽긴 하지만 그 자체로 또 활기를 띠는 인간들의 귀여움을 발견할 수 있는 책입니다.
‘자칭 만물박사 시인의 사물 인터뷰 에세이’라는 소개글이 가장 눈에 먼저 들어왔습니다. 사물과 대담을 나누겠다는 생각을 하게 된 계기가 있나요?
등단 전부터 독립출판을 많이 했는데요. 제가 만든 상념지 『뭔가』 시리즈에서 인터뷰 콘텐츠를 진행했는데요. 당시 인터뷰어로서 말수 없는 인터뷰이를 만나는 것만큼 도전 의식을 불러내는 일이 없다는 생각이 들더라고요.
뭔가에 빗대어 따분한 제 말을 전하기보다, 진정한 대화를 나누고 싶었어요. 사람을 만나긴 부담스럽고, 그래서 사물이 말을 하면 어떨까 싶었는데 상상만 해도 재밌더라고요. 제가 생각하는 좋은 시의 단상은 뭔가를 보는 일과 또 질문을 던질 때 떠오르는데, 사물과 나누는 대화가 그런 의미에서 좋았어요.
책에 보면 문턱, 김치, 막다른 길 등 가지각색의 사물들이 나와요. 인터뷰한 사물의 선정 기준이 궁금합니다.
일단 제 생활에 가까운 사물들을 인터뷰이로 모셨어요. 그분들도 저를 자주 보는데 저와 이렇다할 대화는 나눈 적이 없으니 서로 궁금한 게 있을 테니까요. 그런 사물과 대화를 나눈다면 독자들도 더 깊이 공감할 수 있겠다 싶었죠.
여러 대담 중 가장 기억에 남는 대담은 무엇인가요?
저는 아무래도 지붕이요. 자의식 과잉인 인간들에게 적당한 선에서 일침을 가하는 데 그게 기분 나쁘지 않아서 좋더라고요. 또 지붕을 보면서 우유갑 같다, 층층이 쌓인 건물이 찬합 같다 하면서 혼자 생각했던 일들이 있어서요. 어쩌지 못하는 자세로 지붕을 마주보고 대화 나눈 일이 기억에 남아요.
사실 누구나 당장이라도 주변의 사물들과 토론회를 한다거나, 대화를 나누는 게 가능한데요. 사물과의 대화를 추천하고 싶으신 분들이 있을까요?
사람과의 스몰토크에도 지쳐 버린 분들, 눈으로 말하는 일에 자신 있는 분들. 그리고 자신이 없더라도 시선 교환의 중요성을 아는 분들에게 추천하고 싶어요. 사물과 대화하고 나면 사람과의 대화에서 색다른 재미를 찾을 수도 있을 테니까요. 예를 들면 사물 같다고 생각했던 어떤 사람의 묵묵함에 대해서도 새로운 눈으로 지켜보고 질문을 건넬 용기 같은 게 생길 것 같거든요.
“하루에 숨어 있는 절대적 행복”이라는 작가님의 말이 인상 깊었습니다. 작가님이 생각하는 절대적 행복이란 무엇인가요? 그 절대적 행복을 쉽게 찾는 법이 있을까요?
저는 상대적 불행에 매몰될 때가 많아서, 행복이 절대적일수록 좋더라고요. 그래야 의지가 되고요. 저는 무언가를 또는 누군가를 온전히 믿는 순간이 절대적 행복이에요. 좋아하는 것 자체도 행복이 될 수 있지만, 좋아하는 것을 믿고 더 가보는 삶도 정말 큰 행복이니까요.
『시끄러운 건 인간들뿐』을 읽으실 분들께 마지막으로 한말씀 부탁드려요.
책 또한 하나의 사물이라서, 이 책과 오롯한 대화를 나누셨다면 그걸로 저는 충분히 감사한 마음입니다. 어쩐지 끊임없이 쫑알쫑알대는 책이지만 그다지 또 시끄럽진 않습니다. 오히려 속 시끄러운 마음을 다독이는 그런 책에 가깝지 않나 싶어요. 하지만 이건 제 의견이고, 읽으시는 분들의 또 다른 의견이 있을 테니까. 다음 계절에 나올 첫 시집과 함께 다양한 분들의 귀한 리뷰 기다려 보려고요. 읽어 주셔서 고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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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민지> 글/<최진영> 그림17,100원(10% + 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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