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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스24 오리지널 특집] 『신체 조각 미술관』 이스안 작가 인터뷰

『신체 조각 미술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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죽음은 그렇게 무서운 것이 아닌, 태어나면 언젠가 반드시 죽는다는 아주 당연한 이치인데 왜 이렇게 피하고 싶고 또 모르고 싶을까요. 그렇게 무서우면서 또 쓰는 소설마다 죽음이 빠지지 않는 것도 아이러니하긴 하네요. (2023.07.24)

이스안 작가

텀블벅에서 소개한 책 『기요틴』이 1260% 성공률을 달성했었죠. 텀블벅에서 펀딩을 진행하시게 된 계기가 궁금합니다.

실은 『기요틴』이 텀블벅에 처음 올린 책은 아니었어요. 2017년도부터 본격적인 출간 활동을 시작했는데 책을 낼 때마다 텀블벅에 계속 올리곤 했거든요. 당시에도 작가나 출판사들이 텀블벅에 많이 올리기에 저도 그렇게 했던 거죠. 펀딩의 가장 큰 장점은 제작비를 사전에 충당할 수 있다는 점이기에 수중에 돈이 없는 대학생이던 저는 반드시 펀딩을 해야만 책을 낼 수 있겠다 싶었어요. 

맨 처음 올린 펀딩은 도쿄 여행 에세이였는데, 보기 좋게 실패했어요. 처음 진행해 보니, 그저 플랫폼에 올려두고 손을 놓는 게 아니라 내가 내 주변부터 정말 열심히 홍보해야 하는 거더라고요. 그동안 텀블벅에 10권 정도의 책을 올렸는데 호러 장르인 『기요틴』과 『카데바』가 가장 높은 달성률을 기록했습니다. 호러 장르가 이렇게 사랑받을 줄 몰랐기에 너무 기쁘고 얼떨떨했어요. 후원자분들을 초대해서 북토크도 여러 차례 했었는데, 정말 행복하고 감사한 기억으로 남아 있습니다. 조만간 또 텀블벅에 신작을 올릴 예정입니다. 

이제껏 집필하신 작품들과 호러 영화를 리뷰하는 작가님의 유튜브 채널 <이스안의 취미생활>을 보면 '호러'라는 장르에 애정이 깊은 게 느껴져요. 작가님께서 처음 호러에 매력을 느끼게 된 순간이 있다면 언제일까요. 작품이 있다면 소개해 주세요.

어느 순간부터 딱 하고 호러에 매력을 느꼈는지는 잘 기억나진 않지만 초등학생 때부터 공포 콘텐츠를 즐겨봤어요. 영화 <장화, 홍련>, <링> 시리즈, <주온> 시리즈 등 주로 엄마와 단 둘이 영화관에 가거나 비디오를 빌려서 보곤 했거든요. 그리고 만화가 이토 준지의 작품이나 초등학생 대상의 공포 만화책도 즐겨봤고요. 가장 좋아하는 공포 영화 톱5는 <미드소마>, <유전>, <랑종>, <장화, 홍련>, <하우스 오브 왁스>를 꼽을 수 있고, 가장 무섭게 본 공포영화 두 편은 <랑종>과 <곤지암>입니다. 그런데 막상 <심야괴담회> 같은 프로그램은 너무 무서워서 잘 못 봐요. 그걸 보고 나면 잠을 못 자겠더라고요. 

즐겨 읽는 호러 작가 3인을 꼽으면, 전건우 작가님과 일본 만화가 이토 준지, 미국의 스티븐 킹입니다. 호러·미스터리·SF 등 다양한 장르문학 작가들이 속해 있는 '괴이학회'의 앤솔로지 시리즈도 꽤 재미있습니다. 저도 소속되어 있는데요, 작년에는 오래된 원룸 빌라를 배경으로 한 호러 앤솔로지 『괴이, 도시 : 만월빌라 편』을 직접 기획하기도 했어요.

『신체 조각 미술관』을 비롯해 작가님의 단편집은 모두 '죽음'이 중요한 소재로 다루어져요. 이를 주요 테마로 쓰시는 이유가 있을까요?

사실 '죽음'에 대해 관심이 많다기보다는, 쓰고 보니 제 거의 모든 에피소드에 '죽음'이라는 소재가 들어갔더라고요. 호러 장르 자체가 죽음이나 귀신, 사후 세계와도 연관이 깊잖아요. 그리고 저에게 무엇이 가장 두렵냐고 한다면, '죽음'이 가장 무서워요. 사랑하는 부모님의 죽음도 제 죽음만큼, 아니 더욱 두렵고요. 수록 에피소드 「꿈에 관한 이야기들」 본문에도 잠깐 나오지만 저는 삶에 대해 애착이 정말 많은 편입니다. 삶이 엄청 행복하거나 즐거운 것도 아닌데 왜 이렇게도 저에게 주어진 이 삶이 소중하게 느껴지는지 모르겠어요. 죽음은 그렇게 무서운 것이 아닌, 태어나면 언젠가 반드시 죽는다는 아주 당연한 이치인데 왜 이렇게 피하고 싶고 또 모르고 싶을까요. 그렇게 무서우면서 또 쓰는 소설마다 죽음이 빠지지 않는 것도 아이러니하긴 하네요.

표제작인 「신체 조각 미술관 」의 콘셉트가 굉장히 독특합니다. 사람 신체로 조각상을 만들어 전시한다니 듣기만 해도 오싹한데요. 이런 설정은 어떻게 떠올리시게 되었나요?

제가 조각을 전공했고 또 인체에 관심이 많아서 이러한 설정으로 이야기를 창작하게 된 것 같습니다. 미술의 재료는 정말 다양한데, 혹시 사람의 몸을 재료로 해보면 어떨까 싶었거든요. 한때 화제이자 논란이었던 '인체의 신비' 전시가 많은 영감을 주었던 것 같기도 해요. 저는 중학교와 고등학교 시절 내내 미술 전공이었고, 자연스럽게 대학에서도 입체 미술(조소·조각)을 전공했어요. 어릴 때부터 인형과 피규어를 매우 좋아했기에 자연스럽게 입체적인 미술에 흥미가 가더라고요. 이런 말 하면 좀 우습지만, 조각과인데 조각을 못해요. 점토로 형태를 만드는 건 할 수 있는데 돌이나 나무를 깎는 건 너무 하기가 싫었거든요. 한때 꿈이 조각가였는데, 어릴 때부터 입시미 술을 너무 오래 하기도 했고, 대학을 다니는 동안 점점 미술 작업에 권태를 느꼈고 또 출판사를 차리게 되면서 미술가의 길을 가지 않게 되었어요. 그래도 여전히 주변에 조각가 지인들이 많고, 저도 조각에 대한 관심은 식지 않았기에 그 미련을 이번 책에서 풀게 되었나 봐요.


이스안 작가

「꿈에 관한 이야기들」들에는 작가님이 직접 겪은 일화도 섞여 있다고 하는데, 실제로 기묘한 경험을 종종 하시는 편인가요? 그런 걸 작품에 녹여 쓴 게 또 있는지 궁금합니다.

소설을 쓰면서 항상 느끼는 건, 제 경험이 많이 녹아들어간다는 거예요. 아마 대부분의 소설가들이 그렇지 않을까요. 사실 이 『신체 조각 미술관』에 수록된 8편의 단편 중 「푸른 인어」를 제외하고는 제 이야기가 들어가지 않은 건 거의 없을 거예요. 그렇다고 「신체 조각 미술관」처럼 실제 신체를 가지고 미술 작품을 만든 적은 없지만요. 전작 『기요틴』과 『카데바』에도 제 경험담이 정말 많이 들어갔어요. 2017년에 출간한 호러 포토 에세이 『유리코』는 제가 일본에서 오래된 일본 인형을 데려온 후 일어난 기묘한 일들을 직접 사진과 글로 기록해서 출간한 책이기도 하고요. 

저는 학창 시절에는 가위에 많이 눌렸는데 요즘은 거의 안 눌려요. 기가 많이 세진 탓(?)인가 싶기도 해요. 바로 최근에 있었던 조금 이상한 일을 말씀드려 볼게요. 방 안에 조명을 단 돌하우스를 여러 개 진열해 두었는데, 엊그제 밤에 자려고 방 불을 꺼보니 돌하우스 하나만 조명이 뜬금없이 켜져 있는 거예요. 평소에 아예 안 켜놓거든요. 이럴 리가 없다 싶어서 스위치를 눌러 껐죠. 그리고 오늘 새벽에도 잠들기 전에 불을 껐는데 또 돌하우스의 조명이 켜져 있는 거예요. 예전 같으면 무서워서 벌벌 떨었을 텐데, 이제는 '어떤 놈인지 모르겠지만 귀찮게 하지 말았으면.' 이렇게 생각하고 돌하우스의 조명을 끄고 바로 잠들었어요.

공포를 즐기기 위해, 이를 이겨내는 작가님만의 방법이 있다면요?

귀신이나 악령에게 무서움을 느끼지 않는 방법을 알려드려 볼게요. 만약 귀신이 나타났다면, 용기를 내서 그 귀신이 입고 있는 옷을 뒤집어 까고 태그를 한번 보세요. 면 50%, 폴리에스테르 50%, 손빨래 세탁 표시, 공장 이름 뭐 이런 것들이 적혀 있을 거예요. 귀신들도 나체로 있을 순 없으니 옷을 챙겨 입고 있는 게 은근히 귀엽지 않나요?(진짜 벌거벗은 귀신은 좀 위험할 것 같긴 합니다만...) 그리고 또 다른 방법은 용기와 목청이 필요한데요. 나타난 귀신에게 실컷 욕을 하고 소리를 고래고래 질러보세요. 그러면 귀신도 이상한 사람한테 왔구나 싶어 슬금슬금 도망갈 거예요. 물론 저는 귀신의 존재를 믿지는 않습니다.

준비하고 있는 차기작이 있다면, 어떤 소재나 작품을 생각하고 있으신가요.

앞으로도 계속해서 선보일 작업들이 많은데요, 당장 올해와 내년 상반기 계획만 말씀드리자면 우선 올 9월 창간을 목표로 <토이크라우드>라는 매거진을 열심히 제작하고 있어요. 어릴 때부터 키덜트 분야의 매거진을 꼭 만들고 싶었는데, 다양한 키덜트 관련 창작자와 수집자들을 만나고 인터뷰하며 작년부터 본격적으로 준비해 왔습니다. 그리고 작년 말 일본 후쿠오카와 올 초 태국 방콕에서 한 달 살기를 다녀왔기에 여행서도 내년 초 출간 예정이고, 새로운 호러 소설도 내년 여름에 발표하려 합니다. 두 권을 준비 중인데 하나는 여태 그랬던 것처럼 호러 단편집이고, 또 하나는 호러 영화를 리뷰하면서 각 영화 포스터에서 모티브를 얻어 크레파스로 직접 그린 일러스트를 수록한 책이 될 것 같습니다. 쓰고 보니 당장 내야 할 것들이 많네요. 부지런하게 살아야겠습니다.



기요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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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데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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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리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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