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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 여자의 뒤틀린 연대, <마당이 있는 집> 원작자 김진영 인터뷰

『마당이 있는 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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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설 속 인물들의 상황은 픽션이기에 좀 더 극적으로 사건이 일어나고 표현됐지만, 평범한 삶에서도 불행을 감지하며 살아가는 게 행복을 좇는 삶보다 더 나쁘다고 생각하진 않습니다. (2023.07.14)

드라마 <마당이 있는 집> 포스터 (제공: KT스튜디오지니)

『마당이 있는 집』은 영화를 만들고 시나리오를 쓰던 김진영 작가의 첫 소설이다. 오래된 저택을 배경으로 한 호러 소설과 영화를 좋아했던 그는 멋진 저택에 살며 행복한 일상을 의심하는 여자와 불행한 일상으로부터 탈출하려는 여자의 이야기를 만들었다. 다수의 시나리오 작업을 하며 훈련한 노하우는 소설에서도 빛을 발했다. 최근 김태희, 임지연을 주연으로 한 드라마가 공개되면서 다시 주목받고 있는 화제의 책 『마당이 있는 집』의 김진영 작가를 서면으로 만났다.



2018년 발간한 책 『마당이 있는 집』이 최근 드라마로 만들어지면서 소설도 다시 큰 인기를 얻고 있습니다. 소감이 어떠신가요?

2023년에 『마당이 있는 집』이 다시 독자들에게 관심을 받는 것을 매우 감사하게 생각합니다. 드라마에 대한 관심이 소설로 이어져 기쁘고, 드라마의 화제성에 조금은 무임승차한 기분으로 드라마와 책에 대한 반응을 살피며 23년 여름을 즐겁게 보내고 있습니다.

원래 시나리오를 쓰셨다고요. 소설을 쓰시게 된 계기가 궁금합니다. 

『마당이 있는 집』은 처음에는 시나리오로 쓰기 위해 구상한 이야기였습니다. 30페이지 정도로 시나리오 전 단계인 트리트먼트를 작성했지만, 시나리오 기획 개발 프로젝트에서는 별다른 반응이 없었어요. 이후 소설로 완성을 해야 하는 콘텐츠진흥원의 스토리 창작 과정에 선정이 되면서 지원금을 받았기에, 일단은 어떻게든 시작을 하고 완성을 해보자는 마음으로 소설을 쓰게 되었습니다. 소설을 써본 적이 없기에 완성을 할 수 있을 거란 확신도 없었고 두려움도 컸지만, 엘릭시르의 임지호 편집장님을 멘토로 만나면서 『마당이 있는 집』을 소설로 출간할 수 있는 기회까지 얻게 되었는데요. 지금 생각해 보면, 『마당이 있는 집』이 책으로 출간되기까지 이 이야기도, 저도 운이 좋았다고 생각합니다.

작가님께서는 영화를 전공하셨는데, 영화 시나리오를 쓰는 것과 소설을 쓰는 것은 어떤 차이점이 있나요? 

처음에 단편도 아닌, 장편 소설을 써야 한다고 생각했을 때 굉장히 큰 부담을 가졌던 건 사실입니다. 시나리오와 소설의 작법이 다르다고 생각할 때는 걱정이 컸고 고민도 많이 했습니다. 하지만 소설과 시나리오 작업을 완전히 동떨어진 다른 작업이라고 생각하지 않고, 같은 선상에 놓고 작업하면서 조금은 그 부담감을 내려놓을 수 있었어요. 오히려 시나리오가 가지고 있는 여러 가지 제약들로부터 소설은 비교적 자유롭다고 느꼈고, 시나리오에서는 쓰지 못했던 인물의 감정이나 생각들을 소설에서 마음껏 묘사하고 써 내려가면서 즐거움도 느꼈습니다. 반면에 사건이 일어나고 인물이 행동하면서 이야기가 추진을 얻게 되는 면은 시나리오 작업을 통해 훈련되어 소설 쓰기에 도움을 준 것 같습니다.

소설을 드라마화하면서 바뀐 설정도 많은데요. 온라인에서 화제가 된 승은이 남편 윤범의 사망 후 짜장면을 먹는 장면은 소설 속에선 컵라면을 먹는 장면이더라고요. '남편사망정식'이라고 이름 붙여질 만큼 사랑 받고 있어요. 

저 역시도 그 장면에 감탄하면서 드라마를 시청했습니다. 소설에서는 상은이 자신을 지켜보는 올케언니에게 보란 듯이 컵라면을 먹는 데 그치는 반면, 드라마에서는 남편의 폭력에서 벗어났다는 해방감이 지나친 식욕으로 드러나면서 상은의 심리가 더 풍성하게 표현된 것 같습니다. 게걸스럽게 음식을 먹어 치우는 상은의 마음이 이해되면서도 또 완전히 이해하기에는 찝찝한, 평범하지 않은 장면으로 표현됐다고 생각합니다. 시청자들 역시 '남편사망정식'이라고 이름 붙여 그 장면을 기억하고 이야기하는 건 그 장면의 구성도, 배우의 연기도 모두 절묘했기 때문인 것 같아요.


김진영 작가 (제공: 엘릭시르)

소설 속에서 가장 좋아하는 장면과 드라마에서 좋았던 부분은 무엇인가요? 특히, 김태희, 임지연 배우가 캐스팅 되었을 때, 소설 속 공간이 영상으로 구현되었을 때는 어떤 기분이 들었는지 궁금합니다.

장례식장에서 주란과 상은이 마주치는 소설 속 장면을 좋아합니다. 드라마화되면서도 서로 다른 주란과 상은이 장례식장에서 서로를 인지하고 부딪칠 때 쾌감을 느꼈는데요. 김태희 배우와 임지연 배우가 서로 닮은 듯 상반된 에너지를 뿜어내며 만들어지는 장면들이 인상적이었습니다. 배우 캐스팅 소식을 들었을 때, 김태희 배우가 보여줄 주란의 공허한 눈빛을, 임지연 배우가 보여줄 악에 받친 상은의 모습을 기다렸고 그 이상으로 배우분들이 주란과 상은을 풍성하게 만들어 주어 감탄하며 보고 있습니다. 

김태희 배우가 보여준 텅 빈 주란의 눈빛이 어떻게 변화해갈지, 임지연 배우가 악에 받쳐 끝내 살아남고자 하는 상은을 어떻게 결말까지 연기할지 두근거리는 마음으로 기다리고 있습니다.(*인터뷰는 드라마 종영 전 진행되었습니다) 공간의 경우에는, 드라마 속 주란과 재호의 집은 제가 상상했던 것보다 훨씬 부유했지만, 오히려 그런 점이 주란의 집이 가진 상징성을 더 극대화한 것 같다고 생각했습니다. 저수지나 상은의 집 같은 경우는 제가 글로써 묘사한 장소들이 영상으로 보이는 경험이 꽤나 재미있고 신기했습니다.

『마당이 있는 집』은 두 가족을 중심으로 전개되는 가정 스릴러물이고, 최근 작품인 영화 <미혹> 역시 입양 가정에서 벌어지는 공포 미스터리 장르입니다. 가족을 소재로 한 스릴러물을 주로 만드시는 이유가 있으신가요?

고립되고 오래된 저택을 배경으로 한 호러 소설과 영화를 좋아합니다. 『마당이 있는 집』과 <미혹> 모두 '집'이라는 공간에 대한 관심에서 시작했습니다. 집에 대한 관심이 그 안의 구성원과 관계에 대한 관심으로 흘러 의도치 않게 '가족'을 소재로 계속 이야기를 쓰게 됐던 것 같습니다. 가족은 가장 사적이고 친밀한 관계이기도 하지만, 그렇기 때문에 한편으론 가장 폭력적이고 위험한 관계가 될 수도 있다고 생각합니다. 가장 작은 단위의 사회 공동체이지만, 부모, 자식, 부부의 관계 안에서 사회가 내포한 편견과 혐오, 두려움을 표현할 수 있다는 점이 매력으로 다가왔습니다. 여전히 가족을 소재로 공포 미스터리 장르의 이야기를 만드는 데 흥미가 있습니다.

작가님의 전작 영화에서도 고교 동창(<나를 믿어줘>), 자매(<취향의 유전>) 등 두 명의 여성이 주인공으로 등장합니다. 『마당이 있는 집』 역시 주란과 상은이라는 두 여성을 중심으로 이야기를 끌고 갑니다.

사실 이전 단편 영화는 학교의 시스템 안에서 제작됐지만, 제작비를 제가 모두 충당하고 완성해야 한다는 책임이 있었기에 제가 가장 잘 알고 있고 무사히 찍을 수 있는 이야기를 쓰자는 생각이 컸습니다. 제가 여성이기에 자연스럽게 여성이 주인공인 이야기를 쓰게 됐고, 단편 영화였기에 많은 관계를 설정하고 이야기를 끌고 나가기보다 두 명의 관계에 집중하면서 이야기를 끌고 가는 게 수월할 것이라고 생각했습니다. 

장편으로 『마당이 있는 집』을 쓸 때는 주인공이 모두 여성인 것이 '상업적이지 않다'는 걱정을 당시에 많이 들었습니다. 그렇기에 더욱 두 명의 여성을 주인공으로 내세우는 그 자체가 도전이 된다고 생각하고 이야기를 완성했습니다. 특히, 부부가 중심이 되는 가정 스릴러 장르에서 또 다른 여성을 그 부부관계에 개입시키며 사건을 진행시킨다면 좀 더 독특하고 흥미로운 이야기가 될 수 있을 거라 생각해 주란과 상은을 주인공으로 설정했습니다.

김진영 작가 (제공: 엘릭시르)

『마당이 있는 집』에 등장하는 여성들은 어딘가 석연치 않지만 소설 속 묘사를 따라 깊게 들여다보면 이해가 되는 인물이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입체적이고 다양한 여성 인물을 그리기 위해 무엇을 참고 하시나요?

인물을 그리기 위해 가장 먼저 참고하는 건 저 자신입니다. 하지만 저는 대부분 기복이 없는 심심한 일상을 반복적으로 살기 때문에 제가 가진 감정과 욕망을 기본으로 그 위에 사건을 얹고 타인을 관찰한 특징들에 살을 붙이면서 부풀리며 인물을 만들어갑니다. 저로부터 시작하기 때문에 부정적이거나 혐오스러운 면과 긍정적인 면 모두를 생각하며 캐릭터를 만들기 시작하는 것 같습니다.

살인 사건을 중심으로 펼쳐지는 어두운 분위기의 소설임에도 곳곳에 위로가 되는 부분이 있어 좋았습니다. 이를테면 스스로 구질구질한 인생을 살고 있다고 생각하는 상은이 겉으로만 화려한 삶을 사는 주란의 사정을 눈치채고 연민을 느끼는 장면이나, 주란이 상은에게 "우린 모두 다 평범하게 불행한 거예요."(376쪽)라는 말을 건네는 것처럼요. 작품을 통해 작가님이 독자에게 전하고 싶은 것은 무엇인가요?

소설 속 주란과 상은은 모두 행복해지고 싶어서 살인을 하기도 하고, 자신의 삶을 타인에게 의지하며 가스라이팅 당했다고 생각합니다. 『마당이 있는 집』은 주란과 상은이 행복해지고 싶다는 욕망 대신, 자신의 불행을 감지하면서 소설이 끝납니다. 소설 속 인물들의 상황은 픽션이기에 좀 더 극적으로 사건이 일어나고 표현됐지만, 평범한 삶에서도 불행을 감지하며 살아가는 게 행복을 좇는 삶보다 더 나쁘다고 생각하진 않습니다. 오히려 평범한 불행을 인지하고 그 안에서 자신의 삶을 이루고 있는 것에 대해 더 명확하게 판단하며 살아가기를 바라며 『마당이 있는 집』이라는 소설을 썼습니다.

주란과 상은은 결말 이후 어떤 삶을 살게 될까요?

아마 둘 다 행복하게 살고 있진 않을 것 같습니다. 계속 연이어 삶의 문제가 터지고 불안과 두려움에 허덕이며 자신을 혐오하고 의심하기도 하면서, 사는 게 어쩌면 지옥 같다고 느끼며 살고 있을지도 모르겠습니다. 하지만 살아가는 동안 그런 감정들로부터 완전히 자유로울 수 없다는 걸 주란과 상은은 알고 있다고 생각합니다. 그 사실을 이제는 부정하지 않고 인정하면서, 아주 천천히 힘겹게, 하지만 끝내 무너지지 않고 살아내고 있을 것 같습니다.

차기작을 준비하고 계신다면 어떤 작품인가요?

좀 늦어지고 있지만 장편소설 작업을 하고 있습니다. 50대 여성이 십 년 전 자기 아들을 죽인 사람에게 (복수가 아닌) 집착을 하며 벌어지는 이야기입니다. 24년에는 새로운 이야기로 다시 독자들과 만나기를 고대하고 있습니다.



*김진영

2010년 한국예술종합학교 영상원 영화과를 졸업했다. 단편 영화를 만들고 장편 시나리오를 습작하는 데 몰두하던 그는 원천 스토리로서의 소설에 관심을 갖고 한국콘텐츠진흥원의 스토리창작과정에 지원하여 데뷔작인 『마당이 있는 집』을 완성했다.




마당이 있는 집
마당이 있는 집
김진영 저
엘릭시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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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 | 이참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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