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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행 얘기를 하고 싶어서

여행 가고 싶어서 하는 아무 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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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뎌지지 않는 마음을 차곡차곡 모아두겠다. 곧 다가올 모두의 여행이 무탈하고 아름답기를 바라면서 (2021.09.24)

그냥 여행 얘기를 하고 싶어서

여행 가고 싶다. 조심조심 살금살금 그런 거 말고 운신이 더 자유로운 여행. 이동이나 모임 제한이 장기화되면서 여러 부작용들이 나타났지만, 나는 집에 있는 시간이 늘어난 것 자체에는 크게 불편을 느끼지 않는 사람 중 하나다. 그러니까 집에 가만히 있으면 좀이 쑤시는 유형은 전혀 아닌데, 현실과 단절할 시간을 만들기가 어려운 것이 문제. ‘여기가 아닌 것’이 중요한데 여기에 꼼짝없이 붙들렸다. 제약이 생기니 대단한 여행자라도 된 것처럼 여행에 대한 갈증을 느낀다. 그래서, 그냥 여행 얘기를 하고 싶어서, 뭐라도 주절주절해보고 싶어졌다.



여행의 기분

모르긴 몰라도 다들 각자의 방식으로 나름의 여행의 기분을 느끼고 있지 않을까. 비법이 뭘까. 궁금하다. 좋은 방법 있으면 따라 하고 싶다.


여행의 기억

‘남는 건 사진’이라는 말을 실감한다. 여행지 곳곳에서 찍은 짤막한 영상들을 돌려보기도 하고 그곳의 최근 모습을 담은 남의 영상도 찾아보면서 여행병을 다스린다. 『지구인만큼 지구를 사랑할 순 없어』를 읽으면서 사진들을 다시 열어보기도 했다. 책에 수집에 대한 이야기가 있는데, 내가 그 맨홀 뚜껑 사진 모으는 사람이라서. 맨홀 뚜껑 외에도 걸으면서 발견한 표지나 보도블록의 새로운 배열 같은 것들도 틈날 때마다 사진으로 남긴다. 그리고 커다란 나무 아래에서 올려다본 하늘과, 같은 듯 모두 다른 계단들. 좋아서 찍으면서도 난 왜 이런 걸 찍고 있을까 스스로 궁금해했는데 『지구인만큼 지구를 사랑할 순 없어』를 읽으면서 의미를 찾은 기분이었다. 아니, 특별한 의미를 찾지 않아도 된다는 생각을 하게 됐다는 것이 더 맞겠다. 또 무언가를 찾고 기록하려는 의욕이 샘솟으면서 이런저런 계획이 하나둘 고개를 들고 있다.


소소한 것, 언뜻 무용해 보이는 것, 스스로에게만 흥미로운 것을 모으는 재미를 아는 사람은 삶을 훨씬 풍부하게 살 수 있을 것이라 믿는다. 수집가만큼 즐거운 생물이 또 없고 수집가의 태도는 예술가의 태도와 맞닿아 있다. 항상 다니는 길에서 뭔가 새로운 것을 발견하는 사람들, 자신이 사는 곳을 매일 여행지처럼 경험하는 사람들이 결국 예술가가 되니까.

_정세랑, 『지구인만큼 지구를 사랑할 순 없어』, 95쪽


여행은 계획부터

여행 계획을 세우면서부터 이미 행복을 느낀다. 가고 싶은 곳을 마구 고르고, 우선순위를 정하고, 동선을 고려해 일정에서 넣고 빼고, 다른 사람들의 여행 정보를 참고해 또 넣고 빼고. 지금은 ‘마구 고르기’ 단계에 오래 머물러있지만, 그래서 휴대전화 지도상의 온갖 표시들이 이미 포화상태지만, 아 이렇게 쓰면서 벌써 행복회로가 작동하기 시작했다. 역시 행복은 가까이에 있다.


여행인 듯 동네 산책

행복회로를 돌리고 돌리다가 이제는 주변을 현지화하기에 이르렀다. 낮은 건물들이 가득한 좁은 골목을 걸으면서 작은 문구점을 찾기 위해 들어섰던 타이베이의 어떤 길을 떠올리고, 아이들이 떠난 동네 놀이터를 보면서 헬싱키의 오후 햇살이 내려앉은 어느 공원을 생각하고, 의외의 장소에서 맞닥뜨린 갑작스러운 바람에서는 머리를 헝클던 홍콩 지하철의 바람을 느끼기도 한다. 동네의 의외의 모습을 발견하는 맛도 있고, 무엇보다 충실하고 호기심 많은 동네 여행자가 되는 것도 실은 아주 재미난 일.


여행하는 (날을 기다리는) 마음

갈 곳과 숙소와 먹을 것 놀 것, 다 계획이 있으니 실행에 옮길 날을 기다려본다. 마음도 쓴 만큼 돌아오지 않나. 언제 어떤 형태로든 말이다. 그때까지 무뎌지지 않는 마음을 차곡차곡 모아두겠다. 곧 다가올 모두의 여행이 무탈하고 아름답기를 바라면서.



지구인만큼 지구를 사랑할 순 없어
지구인만큼 지구를 사랑할 순 없어
정세랑 저
위즈덤하우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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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ㆍ사진 | 박형욱(도서 P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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