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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는 슬픔이다

등가교환이 될 수 없는 개의 사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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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가교환이 될 수 없는 사랑에서 외로움을 느껴도, 개는 죽을 때까지 우정을 준다. (2021.09.10)

언스플래쉬

우습게도 이 글은 『철수 이야기』를 보고 쓰게 되었지만 나는 그 책을 읽지 않았다. 그래서 이 글은 책을 소개하기 위함은 아니다. 표지를 통해 보았던 책의 내용은, 시골 할아버지 집에서 지내게 된 아이와 마당개 철수가 함께 보낸 날의 이야기다. 아름다운 유년의 기억을 선물해 준 개와 함께 했던 눈부신 날의 기록이기도 하다. 극적인 갈등이나 아픔의 요소는 없지만, 개가 주는 순수한 사랑이 품은 아릿한 아픔을 담고 있다. 그래서 나는 앞으로도 이 책을 읽을 수 없을 것이다.




책은 내 인생에서 무한한 사랑을 주고 떠난 작은 친구들을 떠올리게 한다. '멍멍이'는 할머니가 양옥집 마당에서 키우던 개였다. 진짜 이름이 있었는지 모르지만 여섯 살이던 나는 그 친구의 이름을 멍멍이라고 불렀다. 더벅머리에 검정과 흰색의 복슬복슬한 털이 예쁜 개였다. 할머니 댁의 철제 대문을 들어서는 소리가 들리면 언제나 달려 나오는 멍멍이를 와락 안는 게 좋았다. 멍멍이도 더벅머리를 휘날리며 달려와서는 내 가슴팍에 안겨 턱을 핥았다.

할아버지는 개와 우정을 나누는 것에 익숙하지 않던 세대였다. 그래서 그런 나를 보며 '개를 안으면 벼룩 옮긴다'며 혀를 끌끌 찼지만, 부둥켜안고 있는 나와 멍멍이를 억지로 떼어내진 않았다. 철제 대문을 열어도 멍멍이가 달려 나오지 않던 날, 할머니는 울고 있는 나에게 멍멍이가 '색시'가 생겨서 멀리 떠났다고만 했다.

동물을 좋아했던 부모님 덕에 유소년기를 거쳐 성인이 될 때까지 몇몇의 개들과 우정을 나누며 자랐다. 유기견도 있었고 해외로 떠나는 친척이 맡긴 아이도 있었다. 어떻게 인연이 되었든 개들이 주는 순수하고 조건 없는 우정은 큰 선물이었다. 한편으로 우리 가족도 개들에게 애정과 보살핌을 주었다. 하지만 전부를 주는 개의 우정에는 비할 수가 없었다. 그건 인간과 개의 필연적 불균형이었다.

그래서 나는 개를 볼 때마다 슬프다. 인간을 사랑하며 살아가도록 길들여진 동물이 갖고 있는 슬픔이다. 인간을 제 세상의 모든 것으로 삼아 살아가지만, 인간은 자신을 바라보는 개만이 세상의 전부는 아니다. 등가교환이 될 수 없는 사랑에서 외로움을 느껴도, 개는 죽을 때까지 우정을 준다. 이 불균형이 가져오는 것은 아픔이다. 온종일 퇴근한 주인을 기다리다 품에 안겨 행복해하는 개를 볼 때, 사랑과 슬픔을 동시에 느낀다.

오랜 세월 개가 반려동물로서 사랑받아 왔지만 점차 사람들이 고양이를 선택하게 된 것은, 어쩌면 개와 달리 도도한 고양이의 성격 때문일지 모른다. 요즘 시대를 살아가는 우리에게 한 생명체가 주는 무한한 우정은 버거운 것이 아닐까.

나는 개가 학대당하는 이야기는 픽션이라도 보기 힘들다. 대신 하늘로 간 개들이 무지개다리에서 행복하게 뛰어논다는 픽션은 믿으려 한다. 학대당하지 않더라도 인간에게 무한한 사랑을 주는 개는 완전히 행복할 수 없다. 그래도 그들이 무지개를 건너기 전, 지상에서 조금 더 행복해지기를 바란다.



철수 이야기 1
철수 이야기 1
상수탕 저
돌베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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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 | 남기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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