왜 불안한지 이유를 찾을 수 없는 사람들에게
『몸에 밴 어린 시절의 심리세계탐구』 김정수 저자 인터뷰
20여 년간 진료실이라는 공간에서 심리치료라는 시간을 내담자들과 공유해 온 저자는 이러한 질문에 대해 그동안 상담을 하며 느끼고, 생각하고, 경험하고, 공부한 것들을 정리해 이번 책을 썼다. (2021.08.18)
물질과 정보가 넘쳐나는 시대에 오히려 정신과를 찾는 사람은 늘어나고 있다. 갑자기 숨 쉬기 힘들 만큼의 불안이 몰려와서, 밀려오는 화를 도저히 참을 수 없어서, 어둠 속으로 숨고만 싶은 우울감이 차올라서 등등. 물질적 풍요와는 반대로 정신적인 빈곤함과 혼란스러움을 호소하는 사람들이 많아지고 있다는 사실은 현 시대의 커다란 아이러니이다.
내면의 불안과 공포는 어째서 생겨나는 걸까? 내면의 허기는 어떻게 만들어지는 걸까? 나 빼고 다들 잘사는 것만 같은 마음의 박탈감은 왜 느끼는 걸까? 20여 년간 진료실이라는 공간에서 심리치료라는 시간을 내담자들과 공유해 온 김정수 저자는 『몸에 밴 어린 시절의 심리세계탐구』을 통해 그동안 상담하며 느끼고 경험하고 공부한 것들을 소개한다.
책 제목이 인상 깊어요. 요즘 많은 사람이 느끼는 공황장애, 불안, 트라우마와 같은 질환의 많은 원인이 과거, 특히 어린 시절 부모와의 관계에 있다는 주제가 흥미롭네요.
우리는 현재가 중요하다는 말을 자주 합니다. 그런데 사실 현재는 독립된 시간이 아닙니다. 현재는 과거와 아주 타이트하게 연결되어 있거든요. 과거를 제대로 이해해야 현재의 문제에서 벗어날 수 있고, 자유로운 현재를 살 수 있습니다. 그래서 과거를 통해 현재를 다루고자 했습니다. 책을 읽다 보면 이 얘기가 훨씬 더 와 닿을 겁니다.
프롤로그에서 작가님이 정신과전문의가 되기로 한 선택이 무의식에 의한 선택일 것이라는 이야기를 보고 놀랐습니다. 이런 사실을 미리 언급한 특별한 이유가 있을까요?
사람들은 어느 정도 성공한 것처럼 느껴지는 사람들을 보면서 그들의 목표와 목적의식이 분명했을 것이라고 생각하는 경향이 있습니다. 책이나 일반 매체에서도 그렇게 보고요. 하지만 타인의 삶, 특히 그 내면을 오랫동안 지켜본 저로서는 이런 일반적인 인식에 동의할 수 없습니다. 개인의 삶에 있어 중요한 결정에는 자신도 잘 모르는 어떤 힘이, 즉 무의식의 에너지가 작동한다는 사실을 확신하기 때문입니다. 이 부분을 독자들에게 확실하게 전달하고 알리기 위해서 미리 개인적인 경험을 언급해 물꼬를 트고자 했습니다.
책을 보면 프로이트나 융처럼 독자들에게 익숙한 이름의 학자들의 이름도 많이 보이지만, 낯선 이름도 자주 보여요. 정신분석학이나 심리학에 대한 지식이 많이 없어도 읽기에 어렵지 않을까요?
책을 쓰면서 항상 고민하는 부분 중 하나입니다. 그래도 천천히 읽다 보면 꽤 재미가 있지 않을까 하는 기대가 있어요. 어쩌면 다소 읽기 어려웠기 때문에 여러 번 읽었던 책들이 시간이 지나 생각해 보면 더 좋았던 경험이 있어서 인지도 모르겠네요. 하지만 가능하면 읽기 편하게 써야 한다는 것도 유념하고 있습니다. 독자가 읽기에 어렵지 않으면서도, 의미가 훼손되지 않게 전달하려고 애썼습니다. 천천히 여러 번 읽다 보면 분명 이 책만의 재미와 의미를 느낄 수 있을 겁니다.
이 책에서 이야기하고자 하는 시간, 즉 '과거' 혹은 '어린 시절'이라는 것은 결국 우리에게 있어 무엇이라고 생각하시나요?
과거나 어린 시절은 한마디로 ‘내가 모르는 또 다른 나’라고 생각합니다. 책을 읽다 보면 느끼겠지만, 이 책에서 말하고자 하는 것은 ‘나’라는 질문에 답하는 우리의 태도와 생각, 그리고 느낌입니다. ‘나’에 대한 인식은 철저히 기억과 연관되어 있는데, 기억은 거의 모두가 과거에 대한 것이에요. 우리는 자신의 기억을 객관적인 사실로 믿는 경향이 있지만, 사실 기억은 사건과 사건에 대한 자기 인식, 그러니까 주관적인 해석이 합쳐져서 만들어집니다. 특히 어린 시절은 마음과 뇌의 기본적인 시스템이 형성되는 시기의 기억이므로 더욱 중요한 의미를 갖게 되는 것입니다.
정신과의 문턱이 낮아졌다고는 하지만 아직도 많은 사람이 문제를 느끼면서도 상담받기를 망설이기도 해요. 이런 이들에게 상담자로서 해 주고 싶은 조언이 있을까요?
타인에게 자신을 드러낸다는 것은 쉽지 않은 일이에요. 그렇지만 우리는 관계 속에서만 진정으로 존재하고 또 성장할 수 있습니다. 상담을 통해서 자신을 드러내는 경험이 처음에는 불안하고 불편할 수도 있습니다. 하지만 상담의 과정과 관계에서 많은 경험을 하고 성장하게 될 것입니다. 그래도 정 망설여진다면 자신과 맞는 상담자를 찾기 위한 예비 상담을 1~2회 정도 해 보는 것도 추천할 만한 접근 방법입니다.
이 책을 통해 독자들이 최종적으로 얻어갔으면 하는 것이 있다면 어떤 것일까요?
자신에 대한 이해입니다. 우리는 대부분 스스로 가장 잘 알고 이해한다고 생각합니다. 그렇지만 나에 대한 이해는 깊이 살펴보면 사실 ‘나는 이런 사람이고 싶어. 나는 이런 사람이어야 해.’라는 생각이 만들어 낸 자기의 소망인 경우가 많습니다. 그 소망 역시 많은 부분에서 타인의 시선에 의해 형성된 자기상을 반영합니다. 책을 읽으면서 과거와 시간이라는 창문을 통해 ‘나’라는 존재를 깊이 들여다보고 느낄 수 있는 자극을 얻을 수 있다면 저자로서는 무척 기쁠 것입니다.
예비 독자들에게 꼭 전하고 싶은 말씀이 있다면요?
자신을 사랑하라는 것입니다. 쉬우면서도 어려운 말이죠. ‘자신’과 ‘사랑’이라는 단어라고 할까요, 개념이라고 할까요. 사실 누구도 자신과 사랑에 대해 모든 것을 알지 못합니다. 단지 알려는 마음과 태도를 가질 뿐이지요. 그렇지만 자신과 사랑에 대해 관심을 갖고 살아가다 보면, 삶의 여러 어려움을 견디고 성장하는 데 큰 도움이 될 거라 생각합니다.
*김정수 정신과 전문의이자 의학박사로, 현재 가톨릭대학교 정신과 외래교수와 서울 삼성동 성모정신과의원의 공동원장, SM스트레스통증 연구소 소장을 맡고 있다. 1990년 가톨릭 의과대학을 졸업하고 동 대학원에서 석·박사 학위를 받았다. 1995년 정신과 전문의가 된 후 공군에서 군의관으로 복무하였고, 전역 후에는 가톨릭대학교 성빈센트병원과 대전성모병원에서 임상강사와 전임강사로 연구와 진료를 했다. 조선일보, 중앙일보 등 신문과 잡지에 정신건강에 대한 여러 칼럼을 기고한 바 있으며, 십여 편의 논문을 발표하였다. 저서로는 『그녀들은 왜 정신과 의사를 찾아간 걸까?』, 『일곱 색깔 정거장』, 『나도 가끔은 내가 누군지 궁금하다』, 『나는 내 마음과 만나기로 했다』 등이 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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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처를 알 길 없는 감정의 소용돌이는 어디에서 생겨난 걸까?” 물질과 정보가 넘쳐나는 시대에 오히려 정신과를 찾는 사람은 늘어나고 있다. 갑자기 숨 쉬기 힘들 만큼의 불안이 몰려와서, 밀려오는 화를 도저히 참을 수 없어서, 어둠 속으로 숨고만 싶은 우울감이 차올라서 등등. 물질적 풍요와는 반대로 정신적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