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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문현 기자 “버닝썬은 아직 끝나지 않았다”

『지금 이 목소리를 듣는 것이 우리의 정의다』 이문현 저자 인터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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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가 관심을 잃은 사이, 세상은 다시 제자리로 돌아왔습니다. 여전히 법에는 공백이 크고, 여성들은 약물을 사용한 성범죄에 노출돼 있습니다. (2021.08.18)


버닝썬은 어떻게 강남 한복판에서 마약과 성폭행을 자행하고 법망을 피해갈 수 있었을까? ‘버닝썬 게이트’를 단독 보도한 MBC 사회부 (현 MBC 보도본부 경제팀) 이문현 기자의 버닝썬 226일 취재 기록 『지금 이 목소리를 듣는 것이 우리의 정의다』가 출간되었다. ‘버닝썬 게이트’ 사건이 발생한 지 벌써 3년이 흘렀고, 대중의 관심에서 사라진 지도 오래다. 우리가 ‘버닝썬’에 관심을 두지 않는 동안 폭행과 마약, 탈세를 저지른 ‘몸통’들은 증거 부족으로 불기소되거나, 해외로 도피해 처벌을 피했다. GHB, 이른바 ‘물뽕’을 이용한 성범죄를 막기 위해 발의되었던 ‘약물 성범죄 처벌 개정안’도 결국 국회를 통과하지 못하고 폐기되었다. 그들이 원하는 세상이 다시 왔다. 이것이 바로 우리가 버닝썬을 다시 불러온 이유다. 버닝썬은 아직 끝나지 않았다.



안녕하세요, 작가님. 책 소개 부탁드립니다.

MBC 보도본부 경제팀 기자 이문현입니다. 경제팀으로 오기 직전, 인권사회팀에서 강남경찰서를 출입했습니다. 그곳에서 버닝썬을 마주했죠. 버닝썬 사건에 대한 첫 취재를 시작한 2018년 12월 28일부터, ‘물뽕(GHB)에 대한 경찰의 수사지침서’를 이끌어낸 2019년 8월 10일까지. 226일 동안 취재했던 약물 성범죄와 인권유린, 탈세와 경찰 유착 의혹 등을 책에 기록했습니다. 

버닝썬 게이트의 폭행·마약·성범죄·탈세·유착을 단독 보도하였다고 하는데, 취재의 시작점이 어디였나요? 어떻게 버닝썬 게이트를 추적하게 되었는지요?

‘버닝썬 게이트’의 첫 시작은 MBC가 2019년 1월 28일 보도했던 ‘버닝썬 영업이사의 김상교 씨 폭행 사건’이었습니다. 이 기사를 시작으로 꼬리에 꼬리를 무는 제보들을 따라가면서 ‘클럽 내 마약과 성범죄’, ‘인권유린’, ‘탈세’, ‘경찰과의 유착 의혹’까지 연이어 보도를 이어갔습니다. 

제가 처음으로 김상교 씨를 만난 게 2018년 12월 28일 상수역 스타벅스였습니다. 취재를 시작할 때 우리가 갖고 있었던 건 ‘그의 기억’과 ‘울분’ 뿐이었습니다. 그러다 폭행 장면이 담긴 CCTV를 확보했고, 뉴스 나가는 걸 막기 위해 압박을 가하는 세력들과 증거 다툼을 벌인 끝에, 꼭 한 달 만에 기사를 내보낼 수 있었습니다. 기사가 나간 후, ‘나도 당했다’라는 제보가 정말 쏟아져 들어왔고, 그 제보를 하나하나 취재하면서 ‘버닝썬 게이트’의 퍼즐을 맞춰나갔습니다. 

버닝썬 게이트를 추적하면서 위협을 당하거나 위험했던 순간, 그리고 뿌듯했던 순간은 언제일까요?

위협을 당했다기보다는 저 혼자 겁에 질렸던 적이 있습니다. 김상교 씨를 폭행한 버닝썬 영업이사가 제게 전화를 걸어 “김상교가 경찰을 폭행했다. 증거 영상이 있으니 버닝썬 사무실로 오라”고 한 적이 있습니다. 만약 김 씨가 정말 경찰을 폭행했다면 기사 자체가 못 나가는 상황이기 때문에 반드시 확인이 필요했죠. 

버닝썬이 위치한 특급호텔 로비에서 직원을 만났는데, 저를 데리고 간 곳이 클럽 뒤편 주차장에 있는 허름한 사무실이었습니다. 해는 이미 떨어진 상태라 주차장은 불빛조차 없었죠. 사무실이 당연히 호텔 안에 있을 것으로 생각했는데, 인적이 드문 곳으로 저를 데리고 가니까 불안감이 엄습했습니다. 창피한 일이지만, 그래서 사수인 박윤수 기자에게 ‘1시간 내 연락 없으면 경찰에 신고해달라’는 카톡도 남겼죠. 

도착한 사무실에서 버닝썬 직원은 김 씨가 경찰의 목덜미를 끌어당겨 넘어뜨리는 영상을 보여줬습니다. 그땐 정말 패닉에 빠졌습니다. ‘2주간 취재한 게 날아갔구나…. 망했다’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그런데 신기하게도 ‘다 망했다’라고 생각이 든 순간, 판단력이 생기더라고요. 직원이 조작하던 노트북 마우스를 빼앗아 ‘재생 배속’을 조절하는 탭을 찾았습니다. 그래서 영상을 0.2배속으로 느리게 돌려봤죠. 그랬더니 다른 게 보였습니다. 김 씨 뒤에 있던 경찰이 김 씨를 뒤로 당겼고, 뒤로 넘어지던 김 씨가 반사적으로 앞에 있던 경찰을 붙잡아 같이 넘어진 것이었습니다. 김 씨가 경찰을 폭행한 게 아닌 걸 확인하고, 아무렇지 않은 척 사무실을 나와 사람들이 있는 대로변까지 냅다 뛰었던 일이 있습니다. 

뿌듯했던 일을 뽑자면, 경찰청이 물뽕 성범죄에 대한 수사지침서를 만들어 일선 경찰서에 배포했을 때입니다. 물뽕에 의해 ‘의식을 잃었다’라고 말하면, 우리는 흔히 ‘누군가에게 업혀 간다’, ‘혼자 걷지 못한다’고 인식합니다. 지침서가 나오기 전엔 경찰도 그랬죠. 그런데 교수들은 물뽕에 당한 여성들의 상태를 ‘치매 환자’에 비유하곤 합니다. 혼자 걷고 멀쩡해 보일 수도 있지만, 판단하지 못하고 기억도 못하는 거죠. 당시 같은 팀 이기주 선배가 독일까지 가서 물뽕에 대해 취재하고 보도한 기사를 경찰이 그대로 인용해 수사지침서를 만들었을 때, 가장 뿌듯했죠. 저희의 마지막 숙제를 마친 기분이었고, 이 내용이 책의 가장 마지막 장에 기록돼 있습니다. 



버닝썬 게이트는 정말 복잡한 사건인 것 같은 게 어떤 사건을 집중해서 보아야 할지 헷갈릴 정도로 많은 문제가 얽혀있었잖아요. 클럽 폭행 사건부터, 연예인들의 성범죄, 약물, 마약 사건, 경찰 유착 의혹 등. 버닝썬 게이트 대체 어떻게 보아야 합니까? 

저희가 취재를 하면서 생각했던 ‘버닝썬 게이트’의 본질은, 대한민국에서 가장 많은 돈과 사람이 몰리는 강남 한복판에서 성 착취와 마약, 탈세 같은 중범죄가 버젓이 일어날 수 있게 놔둔 사회 시스템과 병폐에 대한 이야기였습니다. 버닝썬 게이트를 제대로 보기 위해서는, 연예인 이슈보다는 ‘폭행 → 인권유린 → 마약 → 성범죄 → 탈세 → 경찰과의 유착 의혹’ 순으로 사건을 봐주시면 좋을 것 같습니다. 

버닝썬 게이트를 언급할 때 GHB, 이른바 물뽕 성범죄에 대해 말하지 않을 수가 없는데요. 책에서도 피해 여성들에 대한 취재 부분에 노력을 많이 기울이신 것 같습니다. 그런데 여전히 약물 의심 성범죄 국과수 감정만 1,500건이라는 기사를 보았는데요. 약물 성범죄 처벌에 대한 개정안이 왜 폐기가 되었는지요. 

언론과 대중의 관심이 식었기 때문입니다. 법안은 결국 20대 국회 문턱을 넘지 못하고, 21대 국회로 넘어가면서 자동 폐기됐습니다. 20대 국회 마지막에 버닝썬 이슈가 잦아든 데다, 약물 성범죄에 대한 언론과 대중의 관심도 식어버렸기 때문이죠. 언론은 이슈가 터지면 문제점을 찾아 집중적으로 보도하고, 국회의원들은 그 이슈에 대응하는 ‘반짝 입법’을 경쟁적으로 쏟아냅니다. 언론과 정치권에 뿌리내린 고질적인 문제이고, 개선 방안이 안 보이는 건 더 큰 문제입니다. 

우리가 관심을 잃은 사이, 세상은 다시 제자리로 돌아왔습니다. 여전히 법에는 공백이 크고, 여성들은 약물을 사용한 성범죄에 노출돼 있습니다.

현재 버닝썬 게이트 처벌은 어떻게 마무리가 되었는지? 우리는 지금 무엇을 할 수 있을까요?

지난 13일 버닝썬 게이트의 주요 피의자였던 이승현 씨(승리)가 재판에서 징역 3년을 선고받았습니다. 주요 혐의는 ‘성 매수’와 ‘성매매 알선’, 그리고 상습도박 등입니다. 그런데 이건 버닝썬 개업 2~3년 전에 벌어진 일들이죠. 버닝썬과 직접 관련이 있는 혐의는 버닝썬 자금 횡령 정도입니다. 결국 모두가 분노했던 버닝썬 내 마약, 물뽕을 이용한 성범죄 문제에 대해서는 그 누구도 책임지지 않았고 죗값도 받지 않았습니다. 피해자들만 여전히 병원에 다니고, 약을 먹으며 끔찍했던 기억을 잊으려 노력할 뿐입니다. 

물뽕을 이용해 20대 여성을 성폭행한 혐의를 받았던 태국 기업인이자 인플루언서, 혹시 기억하시나요? 경찰이 출국금지도 하지 않고 풀어주자마자 본국으로 돌아갔습니다. 경찰은 자신들이 풀어줘 놓고, 이후 저희 보도로(“그 클럽에만 가면 정신을 잃는다?” … 뭐가 있기에) 문제가 불거지자 언론의 눈치만 살피며 피해자 조사만 이어가다가 결국 ‘기소 중지’ 의견으로 사건을 마무리했습니다. 

그룹 빅뱅의 팬이자, 승리의 측근인 대만인 투자자 ‘린 사모’도 버닝썬 사건이 터지자마자 대만으로 달아났습니다.

경찰 유착 의혹도 마찬가지입니다. 미성년자 출입으로 영업정지 위기에 놓은 버닝썬을, 수사도 제대로 하지 않고 ‘증거 불충분’으로 종결지었던 강남경찰서 수사관. 결국 ‘불기소 처분’되어 재판도 받지 않았습니다. 돈으로 강남서와 버닝썬을 연결했다는 의혹이 제기된 전직 강남서 경찰도 1심에서 혐의가 인정되어 징역 1년을 선고받았지만, 2심에서 무죄를 받고 풀려났습니다. 

이 책을 읽을 독자분들에게 마지막으로 하고 싶은 말이 있다면요? 

가장 많이 받는 질문입니다. 우리가 무엇을 할 수 있을까. 넌 왜 책을 썼니? 풀려난 이들을 다시 처벌하는 건 불가능합니다. 우리가 할 수 있는 일이 아무것도 없는 거 같지만, 딱 하나 있습니다. ‘똑똑히’, ‘제대로’ 기억하는 겁니다. 그래서 어떤 ‘물타기’가 들어오더라도 사건을 제대로 볼 수 있는 경험치를 높여야 합니다. 저도 부족하기 때문에 부단히 노력하고 있습니다. 

우리가 공분했던 버닝썬은 어느새 연예인 사건으로 변질되었고, ‘제대로 수사하라’며 목소리를 높였던 일부 국회의원들은 버닝썬을 상대 정당을 공격하는 정쟁의 도구로 소모했습니다. 그 사이 언론과 대중의 감시가 소홀해졌고, 버닝썬의 몸통들은 그 틈을 놓치지 않았죠. 이번에 우리가 그 무엇도 바꾸지 못했기 때문에, 제2, 제3의 버닝썬 사건은 언제든 발생할 수 있습니다. 만약 발생하더라도 그때는 눈 부릅뜨고 똑바로 봐서 다시는 ‘2019년 버닝썬 게이트’처럼 흐지부지되지 않게 감시해야 합니다. 똑바로 보고, 기억하기 위해서 기록으로 남기게 되었습니다. 



*이문현

기자를 한 번 그만뒀다. 장례식장에서 슬퍼하는 유족에게, 젊은 나이에 스스로 목숨을 끊은 고인의 ‘이유’를 물어보라는 취재 지시를 받았다. 납득이 되지 않았고, 할 수도 없었다. 유사한 일이 반복됐고 결국 9개월 만에 첫 기자 생활을 접었다. 연봉이 높고 '워라밸' 좋은 '일반 회사'에 입사하고 싶은 마음뿐이었다. 그러다 내가 원하는 회사와 언론사, 둘 중 한 곳을 선택할 수 있는 기회가 생겼다. 끝까지 고민했다. 사실 그런 척했다. 결국 2014년 1월 다시 신입 기자가 되었다.

거대 담론을 논하는 걸 좋아하지 않는다. 그럴 능력도 없다. 그보다는 우리 사회 곳곳에서 흔히 볼 수 있는 사람들의 이야기를 취재하는 게 좋다. 그리고 그게 더 잘 맞다. 세상 떠들썩한 이슈는 못 되겠지만, 이런 소소한 이야기를 따라가다 보면 아주 조금씩 긍정적인 변화가 생길 걸 믿는다. 그게 다시 이 직업을 택한 이유인 것 같다.



지금 이 목소리를 듣는 것이 우리의 정의다
지금 이 목소리를 듣는 것이 우리의 정의다
이문현 저 | 박윤수 감수
포르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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