권여름 “나는 몸에서 자유로울 수 있는가?”
『내 생의 마지막 다이어트』 권여름 작가 인터뷰
제1회 넥서스 경장편 작가상 대상 수상작 “단 하루라도 존중받는 몸으로 살고 싶다” 신선한 감수성과 생동감 넘치는 문체로 심사위원 전원의 추천을 받은 권여름의 첫 장편소설! (2021.08.17)
순탄하게 흘러가던 삶이 문득 요동칠 때가 있다. 차도를 달리던 자동차가 황색 요철을 만난 것처럼. “어째서 나는 늘 마지막에 실패하는가.” 이 질문은 소설의 주인공 봉희가 스스로에게 던지는 뼈아픈 자책이다. 봉희에게 몸은 자신의 인생을 흔들어놓는 요철 같았다. 입시와 연이은 취업 실패. 그렇게 체중계 위에서 자신의 현실을 깨달았을 때 살을 빼야겠다고 마음먹고 찾아간 곳이 유리 단식원이다.
어느 때보다 페미니즘이 뜨거운 이슈이지만 여성의 몸은 여전히 계급이고 상품이다. 수많은 여성이 몸과 외모로 평가받고 권리를 빼앗긴다. 제1회 '넥서스 경장편 작가상' 대상 수상작 『내 생의 마지막 다이어트』는 ‘단 하루만이라도 존중 받는 몸으로 살고 싶은’ 사람들의 이야기다. “살찐 몸은 낮은 신분과도 같았다.” 독백처럼 흐르는 이 문장만으로 봉희가 지나온 시간을 짐작할 수 있듯, 권여름 작가는 삶의 굴곡 속에서 변화를 겪어야 했던 사람들의 마음을 기록하고 있다. 그래서 이 소설을 읽을 때면, 어느새 고개를 끄덕이며 공감하고 응원하고 있는 자신을 발견하게 된다. 여름의 이름으로 온 작가의 목소리를 들어보자.
'제1회 넥서스 경장편 작가상' 대상을 수상하고 첫 책입니다. 소설에 대해 간단히 소개해주세요.
신인 작가 권여름입니다. 만나서 반갑습니다. 이 소설은 유리 단식원이라는 공간에서 여러 인물들이 겪는 ‘몸’에 대한 이야기를 그린 작품입니다. 살찐 몸 때문에 상처받고, 존중받는 몸이 되고자 유리 단식원에 들어가지만 타인에 의해, 혹은 스스로 자신의 몸을 함부로 대하게 되는 사람들의 이야기이죠.
작가의 말에서 가장 많이 고민하는 것에 대해 쓰고 싶었다면서, 그것이 ‘몸’이라고 하셨는데요. 이 소설은 자전적인 이야기에서 비롯된 걸까요?
네, 맞습니다. 몸 때문에 괴로울 때가 많잖아요. 분명히 내 몸인데 내가 어찌할 수 없을 때도 있고요. 그럴 때마다 ‘과연 몸은 내 것인가?’, ‘나는 몸에서 자유로워질 수 있는가?’라는 질문을 스스로에게 하게 되더라고요. 그런 질문을 하게 되는 상황 중 하나가 다이어트를 할 때예요. 다이어트를 할 때만큼 몸에 대한 의지를 불태울 때가 없는 것 같아요. 하지만 처참히 실패할 때가 많죠. 아니, 계속 실패해요. 지금까지도요. 사실 사람은 몸에 대해 실패할 때가 많아요. 꼭 다이어트가 아니어도요. 그렇게 실패하면서 갖게 된 질문과 생각이 이번 소설 안에 녹아 들어가 있어요.
단식원을 중심으로 이야기가 펼쳐지고 있습니다. 특별히 ‘단식원’을 배경으로 설정한 이유가 있는지요?
일단 단식원이라는 공간에는 몸에 대한 강렬한 욕망, 강한 의지를 가지고 온 사람들이 많습니다. 정말 다양한 연령, 직업의 사람들이 모여 있지요. 심지어 아주 날씬한 사람들도 많아요. 그래서 ‘몸’에 대한 고민이 어떤 특정 집단에게만 국한된 것이 아님을 보여주기에 단식원이라는 공간이 적절했던 것 같습니다. 개성 있는 다양한 인물들을 그려내기에 좋은 배경인 것이죠.
또 ‘단식’이라는 행위 자체가 자신의 몸에 대한 엄청난 통제인 거잖아요. 바로 그런 통제, 억압을 보여주기에 적절한 공간이라고 판단했어요. 소설 속 단식원에서는 원장이 코치를 통제하고, 코치는 수련생을, 수련생은 자신의 몸을 철저히 점검하고 통제하는 곳이에요. 무척 폐쇄적인 환경이에요. 외출을 하더라도 허가를 받아야 하고, 일거수일투족이 점수화 되거든요. 다른 사람들의 몸을 부러워하고 자신의 몸은 미워하도록 유도하는 곳이기도 하죠. 그런데 실은 단식원에서만 그런 일이 일어나는 것이 아니에요. 사회 곳곳에서 일어나지요. 그런 모습을 한데 모아 보여주기에 단식원은 더없이 적합한 공간이라고 생각했어요.
“뚱뚱한 몸은 낮은 신분과도 같았다”라는 문장이 인상적이었는데, 어쩐지 ‘몸’과 ‘계급’이라는 단어가 같은 선상에 있다는 게 슬펐습니다. 이 문장을 쓰게 된 이유가 있을까요?
네, 저도 그 문장을 쓸 때 슬펐습니다. 아마 이 문장에 공감하는 분이 많을 거라고 생각해요. 저 역시 어릴 때부터 그런 생각을 했고요. 또래보다 덩치가 더 크다는 이유로 사람들이 저를 은근히, 혹은 노골적으로 편한(혹은 낮은) 사람으로 대한다는 게 느껴졌거든요. 그럴 때마다 낮은 신분이라고 낙인이 찍힌 것 마냥 몸을 걸치고 있다고 느꼈어요. 내가 가지고 있는 실력, 내면, 꿈, 이런 것들로 극복할 수 없을 것 같은 막막함을 느꼈죠. 하지만 “뚱뚱한 몸은 낮은 신분과도 같았다”라고 한 건 단순히 타인이 매기는 나의 가치가 낮아져서만은 아니에요. 어느 날 내 스스로 뚱뚱한 몸 때문에 위축되고 구속되더라고요. 자유롭지 못하고 묶여 있는 기분이 들었습니다. 몸이 곧 계급이 되어버리는 일이 내면화되어 버린 것이죠. 맞아요, 슬픈 일인 거 같아요.
소설에서는 주인공 봉희가 중심이 되어 소설을 이끌어가지만, 다양한 사연을 가진 등장인물들이 등장합니다. 가장 애착을 가지고 있는 캐릭터가 있다면요? 그 이유에 대해서 한 말씀 부탁드립니다.
이건 좀 어려운 질문이네요. 누구 하나를 고르는 것이 정말 힘든데, 굳이 고르자면 봉희와 운남이에요. 그들과 함께 질문하고 답을 찾아가며 소설을 썼기 때문에 애착이 갈 수밖에 없는 것 같습니다. 소설 중반을 넘어가면서 그들이 실존하는 것처럼 느껴졌거든요. 그들을 제외하고 가장 애착이 가는 캐릭터를 말씀드려도 될까요? 구유리가 구축하는 세계와 반대되는 지리산 마을의 인월민박 할머니와 운남의 어머니예요. 민박집 주인 할머니는 무심하게 차린 아침 밥상으로 봉희의 견고한 세계를 순간적으로 무너뜨려버리죠. 운남의 어머니는 모두가 매몰되어 있는 가치에 매몰되지 않은 분이에요. 누구도 쉽게 대적하지 못하는 구유리를 황소처럼 들이받는 인물이기도 하고요. 소설을 쓰면서 우리 모두 눈을 감고 한 방향을 향해 맹목적으로 뛰어갈 때, 반대 지점을 향해 걷는 사람도 있다는 걸 보여주고 싶었어요. 두 인물이 그런 사람들을 대표하는 인물이어서 애착이 가요.
소설 속에 'Y의 마지막 다이어트'라는 프로그램이 나오는데요. 여기서 Y는 운남이기도 하지만 YOU, 내 생의 마지막 다이어트를 하는 모든 사람을 뜻하잖아요. 지금도 열심히 다이어트를 하고 있는 모든 Y들에게 한 말씀 해주세요.
내 생의 마지막 다이어트를 하고 계신 동지 여러분들! 그러니까 저도 늘 ‘이번이 진짜 마지막이야!’라고 외치며 다이어트를 하거든요. 그래서 여러분을 동지라고 불러봅니다. 하하. 동지들에게 이렇게 말하고 싶어요. “내 몸을 미워하지도, 함부로 대하지 말고, 내 몸을 존중하며 우리 함께 이 시간을 통과해요. 내가 아니면 누가 내 몸을 이렇게 사랑해줄 수 있겠어요?” 지금 드리는 말씀은 실은 제 자신에게 하는 말이기도 합니다. (하하하)
이번 소설에서는 ‘몸’에 대해 이야기하셨는데요. 다음에는 어떤 이야기를 하고 싶으세요?
‘성공과 실패’에 대한 이야기를 구상하고 있어요. 이야기의 표면은 처절하게 실패하는 이야기인데요. 그 이면에 수많은 성공들이 존재하고 있었다는 걸 말해주는 소설을 쓰고 싶어요. 시간적 배경은 1996년부터 2002년 정도가 될 것 같은데, 그렇다고 예전 이야기처럼 느껴지진 않을 겁니다. 작품 속에서 다루는 이야기가 지금 우리가 겪는 고민들과 다르지 않거든요. 따뜻하고 (아주) 재밌는 이야기로 두 번째 소설을 써보고 싶어요. 많은 기대 부탁드립니다.
*권여름 1982년 전북 부안군에 위치한 작은 섬, 식도에서 태어나 정읍에서 자랐다. 전주대학교 사범대학 국어교육과, 한국교원대학교 대학원 국어교육과를 졸업했다. 제1회 「넥서스 경장편 작가상」에서 심사위원 만장일치로 대상을 수상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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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판사에서 제공한 자료로 작성한 기사입니다. <채널예스>에만 보내주시는 자료를 토대로 합니다.
<권여름> 저12,600원(10% + 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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