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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식 누아르의 재해석, 『마지막 소년』 레이먼드 조 인터뷰

제 4회 엘릭시르 미스터리 대상 수상작 『마지막 소년』, 레이먼드 조 인터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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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작들을 집필할 때 ‘어른들을 위한 교과서를 펴낸다’는 마음가짐으로, 아무도 요구하지 않았지만 책임감을 등에 지고 글을 썼습니다. (2021.08.17)

ⓒ전소영

『마지막 소년』 『바보 빅터』『관계의 힘』 등 자기 계발서로 70만 부의 판매고를 올린 작가 레이먼드 조가 쓴 첫 번째 소설이다. 이 작품에서 레이먼드 조는 영화나 드라마로 익숙한 한국식 누아르를 소설로 완벽하게 옮겨 오는 동시에 그것을 변주하여 새로운 스타일의 누아르를 선보인다. 매력적인 캐릭터와 뛰어난 스토리텔링으로 무장한 『마지막 소년』은 장르적 쾌감이 질주하는 작품으로, 가독성과 몰입도에서 높은 평가를 받아 제4회 엘릭시르 미스터리 대상을 수상했다.

다른 조직원들이 주머니 칼부터 전기톱까지 휘두르는 도시의 어둠 속에서, 주인공 ‘바람’은 뭉툭한 공업용 줄로 상대를 꼼짝 못 하게 만드는 것에 만족한다. 담배도, 술도, 욕도 하지 않는 바른 생활 소년 조직원 바람은 장차 군대에 들어가서 ‘말뚝을 박는 것’이 꿈의 전부. 하지만 잔인한 세상은 바람이 소박한 어른으로 성장하도록 가만두지 않는다. 사랑하는 사람들의 죽음과 행방불명에 얽힌 비밀을 풀고 쓰디쓴 진실을 마주하면, 소년은 어떤 어른이 될까? 



『바보 빅터』, 『관계의 힘』 등 70만 부의 판매고를 올렸던 성공적인 전작에 이어, 새롭게 소설에 도전하셨는데요. 소설, 특히 장르소설을 집필하기로 결심하신 결정적인 이유가 무엇일까요?

전작들을 집필할 때 ‘어른들을 위한 교과서를 펴낸다’는 마음가짐으로, 아무도 요구하지 않았지만 책임감을 등에 지고 글을 썼습니다. 마치 소명 의식을 지닌 종교인처럼요. 그러다 보니 가볍고 싶다, 자유롭게 표현하고 싶다는 욕망이 생겨났습니다. 그 즈음 소설이 눈에 들어왔죠. ‘소설이야말로 창작자에게 광명의 땅이 아닐까. 재미만 있으면 기본 점수를 80점 깔아주고 가산점까지 더해주는 곳이 아닌가. 신나는 기분으로 재미난 이야기를 쓰면 소설책 한 권쯤은 석 달이면 뚝딱……’은 개뿔, 3년이나 걸렸답니다. 첫 소설을 쓰며 세상에 쉬운 일이 없다는 이치를 다시 한번 배웠습니다. (웃음) 소설을 가볍게 여겨서 대실 해밋에게 벌을 받았나 봅니다. 전쟁 같은 3년이었습니다.

어렸을 때도 그렇고 지금도 그렇고 이야기 만들기가 취미라 머릿속에 영화 예고편 같은 공상들이 잔뜩 들어 있습니다. 그중 뒷골목 소년에 대한 이야기가 있었고, 평소 좋아하던 하드보일드, 누아르 장르와 자연스럽게 이어졌습니다.

『마지막 소년』에 ‘하드보일드 성장소설’이라는 타이틀을 붙여주셨는데요, 그 이유가 궁금합니다.

장르 문학은 작가와 독자가 암묵적인 규칙을 공유합니다. 규칙이 그 장르의 정체성이기도 하고, 그 장르만이 줄 수 있는 즐거움의 원천이기도 합니다. 때때로 장르 소설은 일련의 규칙성 때문에 엇비슷하다는 오해를 받기도 하지만 결코 닫힌 문학이 아닙니다. 지금도 많은 작가들이 클리셰를 비틀고 변형하며 새로운 하위 장르를 창조합니다. 저 역시 하드보일드 장르의 전통을 이으며 동시에 새로운 모습으로 발전시키고 싶었습니다.

보통 하드보일드 소설은 터프한 중년 탐정이, 비열한 거리에서, 사건을 해결하고, 씁쓸한 진실과 맞닥뜨립니다. 『마지막 소년』의 주인공은 아직 미숙하고 인생의 쓴 맛을 알지 못합니다. 샘 스페이드나 필립 말로와 달리, 이 소년은 슬픔이 찾아오면 과묵하게 감내하지 못하고 눈물을 흘립니다. 형식적으로 하드보일드 특유의 드라이한 문장을 구사했지만, 소년소녀의 감수성이 문체에 드러나길 바랐습니다. 얼핏 이질적으로 보이는 하드보일드 소설과 성장 소설을 결합하여 새로운 무언가를 만들어내고 싶었고, ‘본질적으로 누구나 겪는 일’에 대해 이야기하려 했습니다.

『마지막 소년』에는 주인공 민준을 포함하여 생생한 캐릭터들이 등장합니다. 등장인물을 표현할 때 가장 중요하게 생각하는 점은 무엇인가요?

마음을 흔드는 연애소설은 연애에 서툰 작가만이 쓸 수 있다는 글은 어디선가 본 기억이 납니다. 저란 사람이 특별한 매력이 없어서 매력적인 인물들을 동경하는 것 같습니다. ‘엄친아(아직 이 말 살아있나요?)’는 물론 부럽지만 제가 관심을 갖는 인물형은 아닙니다. 저는 분위기를 깨는 괴짜와 머뭇거리는 아웃사이더에 끌립니다. 독자로서 소설을 읽을 때 ‘아, 나 이런 사람 알고 있어!’ 하는 느낌이 들면 더 깊이 소설에 빠져듭니다.

캐릭터가 생생하다는 과분한 칭찬에 어떤 대답을 해야 할지 모르겠습니다. 다만 이 정도 말은 할 수 있겠네요. 전위적인 소설들은 감정이입을 의도적으로 억제하는 경향이 있는데, 저는 감정이입이 필요하다는 입장입니다. 여러 인생을 체험하는 기쁨이야말로 소설의 정수가 아닌가 생각합니다.

작품 속에는 현대사회에 만연한 외모지상주의, 공권력에 대한 불신, 현대의 귀족인 재벌에 대한 비판 등 사회 비판적인 내용도 많이 포함되어 있는데요. 이런 요소를 작품에 포함시킨 이유가 있으실까요?

모든 창작물은 어떤 방식으로든 사회를 반영한다고 생각합니다. 특히 한국에서 장르 소설만큼 사회적 이슈를 적극적으로 반영하는 예술 분야도 없을 겁니다. 독자분들이 엔터테인먼트적 요소에 좀더 신경 써달라고 요구할 정도로 한국의 장르 소설 작가들은 사회적 문제들을 진지하게 다루고 있습니다. 매년 독서 인구가 줄어든다는 통계가 나옵니다만 그럼에도 세상에 의문을 품고 우리 사회의 본질을 꿰뚫어 보고 싶어 하는 독자분들이 분명 존재합니다. 그분들과 소통하고 싶었습니다. 저 또한 세상에 대한 관심이 많고, 언급하신 사회문제들에 대해 오랫동안 고민해왔습니다. 잘못된 사회는 패자는 물론 승자에게마저 폭력적입니다. 위의 문제들에 대한 생각거리를 던지고 싶었습니다.

주인공 민준의 격투 장면은 액션 영화를 보는 듯 스릴 넘치는 묘사가 일품입니다. 스릴과 실감을 위해 특별히 신경 쓴 부분이 있으실까요?

언젠가 어슐러 K. 르귄의 책을 읽다가, 대기권에 진입한 우주선이 마찰열을 내는 모습을 장미로 묘사한 문장을 발견했습니다. 뭔가 번쩍하는 기분이 들더군요. ‘이건 SF 작가만이 쓸 수 있는 묘사구나.’ 왜냐하면 다른 장르에선 우주선이 나오지 않으니까. 그후로 독창적인 표현은 독창적인 상황에서 나오는 것이 아닐까 생각하게 됐습니다.

일반적으로 소설에서는 액션 장면을 최대한 압축시킵니다. 액션을 표현하는 데는 영상이라는 매체가 훨씬 효율적이고, 문장으로 표현하는 액션은 길게 쓸수록 따분해질 가능성이 높으니까요. 그래도 저는 도전해보고 싶었습니다. 독창적인 액션을 디자인하면 독창적인 묘사들이 자연스럽게 나올 것이다. 흥미롭되 복잡하지 않고, 유머를 섞어 짧게 이완을 시키고, 액션으로 인물의 성격과 감정을 표현하고, 사건을 진행시키며, 통쾌한 액션이 끝난 뒤엔 고단한 노동처럼 느껴지게 만들어 어떤 의미를 만들자……. 이런 고민들을 하며 새로운 스타일의 소설을 만들고자 노력했습니다.

작가 선생님 본인이 꼽은 가장 인상적인 장면은 무엇일까요?

주인공 소년이 혼자 터벅터벅 시골길을 걷는 장면이 있습니다. 소년의 공허한 마음을 풍경으로 표현했는데, 책이 나온 지금도 문득문득 그 쓸쓸한 장면이 생각나곤 합니다.

첫 소설로 엘릭시르 미스터리 대상을 수상하셨습니다. 앞으로도 소설 집필 계획이 있으신가요?

큰 상을 받게 되어 기쁩니다. 첫 소설을 쓰며 ‘과연 내가 제대로 쓰고 있는 걸까’ 하는 고민들로 많은 밤을 샜는데, 이렇게 위로를 받았네요. 3년 동안 『마지막 소년』을 쓰며 즐거웠던 만큼 마음고생도 많았습니다. 다음엔 경쾌한 이야기를 한번 써볼까 생각중입니다.




*레이먼드 조

영상 및 문화 콘텐츠 작가 겸 디렉터로 활동하고 있는 레이먼드 조는 『바보 빅터』, 『관계의 힘』 등으로 70만 부 넘는 판매고를 올린 베스트셀러 작가이기도 하다. 『바보 빅터』는 개성 있는 캐릭터가 펼치는 흥미진진한 스토리와 속도감 있는 전개가 결합되어 연극과 뮤지컬로도 공연되었으며 어린이를 위한 도서로 재출간되기까지 했다. 『관계의 힘』은 자기계발서 최초로 드라마화 계약이 체결되었다.

『마지막 소년』은 스토리 작가로서의 그의 장점이 십분 발휘된 첫 소설이다. 이 작품에서 레이먼드 조는 영화나 드라마로 익숙한 한국식 누아르를 소설로 완벽하게 옮겨 오는 동시에 그것을 변주하여 새로운 스타일의 누아르를 선보인다. 매력적인 캐릭터와 뛰어난 스토리텔링으로 무장한 『마지막 소년』은 장르적 쾌감이 질주하는 작품으로, 가독성과 몰입도에서 높은 평가를 받아 제4회 엘릭시르 미스터리 대상을 수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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