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송원근 “인권활동가 김복동 할머니의 삶을 담으며”

『그 이름을 부를 때』 송원근 저자 인터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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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김복동>은 그래서 단순한 다큐멘터리 한편이 아닌, 제 인생의 가치관을 변화시킨 중요한 계기가 되었습니다. 그래서 이 순간들을 저만의 기억으로 남겨 두어서는 안 된다고 생각했습니다. (2021.08.17)


2019년 개봉한 영화 <김복동>의 제작 과정을 기록한 송원근 감독의 에세이 『그 이름을 부를 때』가 출간되었다. 송원근 감독은 다큐멘터리영화를 만들기 위해 ‘김복동’이라는 인물을 탐구하면서 이전에는 무관심했기에 알지 못했던 일본군 ‘위안부’ 피해자의 현실을 깊이 이해하게 된다. 또, 섬세한 시선으로 ‘사람’ 김복동의 삶을 그리기 위해 고투하며 스스로 성장하고 변화한다. 그 시간을 꼼꼼하게 기록한 이 책은 지금 이 시대를 살아가는 사회구성원으로서 우리가 어떤 이름들을 기억하고 살아가야 하는지 진지하게 생각하게 한다.



우선, ‘김복동’ 할머니에 대한 소개부터 부탁드립니다.

수요시위가 있는 날이면, 일본대사관을 향해, ‘일본 정부는 사죄하라, 일본 정부는 배상하라, 일본 대사는 아베 총리에게 전하라’라고 외치는 사람이 있었습니다. 바로, 일본군 ‘위안부’ 피해자 김복동 할머니입니다. 1926년에 태어나 우리 나이로 열여섯에 일본군에 성노예로 끌려가서 평생을 힘겹게 살아야 했던 김복동 할머니는 지난 2019년 1월, 암 투병 끝에 세상을 떠났습니다. 할머니의 나이 아흔넷이었습니다. 하지만 할머니는 그저 피해자로서의 삶을 사는 데 그치지 않았습니다, 언제나 꼿꼿한 자세로 일본 정부를 꾸짖었고, 단호한 목소리로 우리 정부의 잘못이 무엇인지를 따졌습니다. 또, ‘나와 같은 피해자가 다시는 나와서는 안 된다’는 말과 함께, 자신보다 어렵고 힘든 사람들, 여전히 성폭력에 힘들어하는 이들에게 어깨를 내어주는 삶을 살았습니다. 늘 ‘희망’을 말하며 많은 이들을 다독였던 분입니다.

평소 일본군 ‘위안부’ 피해자들과 이 문제에 관심이 많으셨는지요? 어떤 계기로 영화 <김복동>의 감독을 하게 되셨는지 궁금합니다.

사실 저는 일본군 ‘위안부’ 문제에 대해서 잘 몰랐습니다. 뉴스에서 접하는 내용으로만 기억했고, 피해자들의 삶에는 어떻게 눈길을 줘야 할지 몰랐습니다. 그러던 2018년 2월, 김복동 할머니의 편찮은 모습을 영상으로 처음 보게 되었습니다. 차 안에서 비닐봉지를 들고 피를 토하는 모습이었는데, 그때 할머니는 말기 암 환자로 생을 얼마 남겨두지 않았던 상황이었습니다. 그 순간 굉장히 미안한 마음이 들었습니다. 아마도 그때, 할머니의 삶을 다큐로 만들어보고 싶다는 생각을 했던 것 같습니다. ‘죽음을 앞둔 할머니가 되돌아가고 싶고, 되찾고 싶은 어떤 순간이 있지 않을까’하는 막연한 생각으로 다큐멘터리 제작을 시작했습니다. 

김복동 할머니를 단순히 일본군 ‘위안부’ 피해자가 아닌 인간의 존엄성을 지키기 위해 싸워온 인권 운동가로 묘사하시는 데 그 이유를 들려주세요.

제작진이 의도를 가지고 인권운동을 하는 모습에 집중했다기보다, 실제 할머니의 삶이 그러했기 때문입니다. 김복동 할머니가 처음부터 운동가로서의 삶을 산 것은 아니었습니다. 실제 1990년대까지만 해도, 활동을 부담스러워하셨습니다. 하지만, 2010년 다시 수요시위에 나서며 ‘평화의 소녀상’이 세워지는 모습을 지켜보고, 이를 통해 수많은 사람과 연대를 하게 되면서 할머니 스스로 사람을 소중히 하는 운동가로 변모해갔습니다. 그 이후 할머니는 피해자를 넘어 인권운동가로 그리고 평화활동가로서의 삶을 사셨습니다. 특히, 생의 마지막에는 일본에서 차별받는 삶을 사는 재일조선학교 학생들을 돕는 데 자신의 삶을 바쳤습니다. 자신은 비록 꽃다운 나이에 일본군에 끌려가 몹쓸 짓을 당했지만, 다시는 그런 일을 당해서는 안 된다는 의지의 표현이기도 했습니다.

김복동 할머니를 취재하고 기록하면서 어려웠던 점이나 기억에 남는 일이 있는지.

영화를 만들기 시작했을 때 할머니는 말씀 한마디 하시기도 힘든 건강 상태였습니다. 할머니에게 묻고 싶은 게 많고 듣고 싶은 말이 많았지만 그럴 수 없었습니다. 그래서 할머니의 발자국을 따라 남겨진 기록들을 살폈습니다. 기록에 생명을 불어넣기 위해 주변 활동가들의 인터뷰를 촬영했습니다. 또한, 할머니가 살았던 부산을 찾아 할머니가 보고 싶어 했던 ‘바다’를 직접 눈으로 확인하고, 할머니를 기억하는 사람들을 만나고, 친동생을 찾아가 숨겨졌던 할머니의 개인으로서의 삶도 직접 듣고 기록했습니다. 통도사 백련암의 석등, 재일조선학교의 김복동 장학생들의 모습도 일본으로 건너가 확인했습니다. 그렇게 할머니의 발자국을 따라서 많은 곳을 다녔던 기억이 남습니다.

영화가 일본군 ‘위안부’ 피해자의 현실을 그려낸 다큐멘터리라면, 이번에 출간한 『그 이름을 부를 때』는 영화에 대한 기록이면서 동시에 작가님의 이야기가 담겨 있습니다. 이 책을 쓰게 된 이유가 있을까요, 또 제목에서 ‘이름을 부른다’는 것이 뜻하는 특별한 의미가 있을까요? 

책을 써야겠다고 처음 마음을 먹은 것은, 영화 개봉 후 공동체상영을 다닐 때였습니다. 기존에 제가 방송을 제작하면서는 느낄 수 없었던 관객들의 뜨거움을 느꼈습니다. 영화 한 편의 메시지가 관객 어떻게 전달이 되는지 처음 알게 되었습니다. 또, ‘김복동’이라는 이름의 영화를 제작하면서, 세상에 존재하는 것들의 이름에 처음으로 관심을 가지게 되었습니다. 이름을 통해 그 존재가 제 안에 스며드는 경험을 하게 됐습니다. 이름을 아는 것은 존재를 알아가는 첫걸음입니다. 이름을 부르고, 알게 되고, 기억하는 일. 이름은 모든 기억의 시작이라는 생각을 하게 됐습니다. 영화 <김복동>은 그래서 단순한 다큐멘터리 한편이 아닌, 제 인생의 가치관을 변화시킨 중요한 계기가 되었습니다. 그래서 이 순간들을 저만의 기억으로 남겨 두어서는 안 된다고 생각했습니다. 영화와는 다른 방식, 책으로 독자들에게 다가가고 싶었습니다. 제 경험을 독자들의 눈앞에도 그려지도록 쓰고 싶었습니다.


김복동 할머니가 늘 하셨던 말씀인 "희망을 잡고 살아"라는 사인을 하는 송원근 작가

책에 담지못해 아쉬웠던 이야기가 있다면 소개해주세요.

길원옥 할머니가 기억하는 김복동 할머니 이야기입니다. 두 분이 함께 생활하며 기억에 남는 순간이 무엇인지, 어떻게 서로 위로하고 아픔을 견디었는지, 길원옥 할머니에게 김복동 할머니는 어떤 존재인지 꼭 묻고 대답을 듣고 싶었습니다. 그러나, 길원옥 할머니는 끝내 기억이 나지 않는다는 말만 거듭하며 아무런 말씀도 하지 않았습니다. 한숨만 쉴 뿐이었습니다. 그 모습이 저는 ‘기억하지 못한 미안함’으로 읽혔습니다. 병으로 기억이 조금씩 사라져가는 길원옥 할머니의 미안함 말입니다. 이제는 거의 사라져 버렸을 할머니의 그 기억을 그래서 더 듣고 싶었고 끝내 아쉬움으로 남고 말았습니다.

마지막으로, 독자들에게 드릴 말씀이 있다면 해 주세요.

2019년 뜨거운 여름에 영화 <김복동>이 그랬듯이, 2021년에는 『그 이름을 부를 때』로 여전히 아무것도 해결되지 않은 일본군 ‘위안부’ 문제를 알릴 수 있다면 좋겠습니다. 이 문제의 본질이 무엇인지, 왜 피해자들의 이름을 아는 것이 중요한지, 또 우리는 어떻게 행동해야 하는지를 되새겨볼 기회가 되었으면 좋겠습니다. 더는, ‘김복동’이라는 이름이 비아냥의 대상이 되지 않도록, 피해자들이 30년을 싸워온 이 운동의 가치가 훼손되지 않도록, 많은 분들이 책을 읽고 세상에 공유해주시기를 간절한 마음으로 부탁합니다.



*송원근

1977년 전북 남원에서 태어났다. 대학 시절 섬진강, 야학, 어머니의 부재 등을 다룬 다큐멘터리를 만들었다. 2003년 MBC에서 방송활동을 시작했고, 「생방송 화제집중」 「불만제로」 「김혜수의 W」 등 시사교양 프로그램을 연출했다. 2013년 독립언론 ‘한국탐사저널리즘센터 뉴스타파’로 옮겨 세월호 1주기 다큐멘터리 「참혹한 세월, 국가의 거짓말」을 연출했고, 「친일과 망각」과 「훈장과 권력」 프로젝트에 참여했다. 일본군 ‘위안부’ 피해자 김복동의 생애를 다룬 영화 <김복동>은 영화감독으로서의 첫 작품이다. 누구나 알고 있지만 누구도 제대로 알지 못하는 세상 속 이야기에 숨결을 불어넣는다는 마음으로 다큐멘터리를 제작하며, 그 과정을 꾸준히 기록하고 있다.



그 이름을 부를 때
그 이름을 부를 때
송원근 저
다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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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이름을 부를 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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