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난하다고 왜 철학이 없겠는가?
『우리가 돈이 없지, 안목이 없냐?』 아무개 작가
넉넉하지 않은 형편을, 평범한 소시민의 삶을 ‘가난’이라는 단어로 통칭한 걸로 봐주시면 좋을 듯합니다. (2021.03.12)
혹시나 하는 기대감으로 조회해본 휴면 계좌 잔액, 길바닥에서 가격을 보고 신나게 산 5,000원짜리 신발, 정확하게 내가 받은 만큼만 돌려줬던 축의금……. 스스로가 봐도 찌질하다고 느끼면서도 그렇게 행동할 수밖에 없었던 ‘짠내’ 나는 경험이 누구나 한 번쯤은 있을 테다. 『우리가 돈이 없지, 안목이 없냐?』는 ‘궁핍’이라는 주제로 소시민이라면 누구나 공감할 수밖에 없는 에피소드를 유쾌하게 풀어내어 우리 삶의 애환을 그렸다. 아무개 작가는 서민의 삶을 말하는데 고매한 어휘만 사용할 수가 없다며 시원하게 비속어를 뱉어내기도 하고, 돈이 없다는 사실을 태연하게 드러내며 당당한 모습까지 보인다. 그렇다고 인생을 살아가며 겪게 되는 어려움을 마냥 웃음으로 희석시키고 가난한 삶에 대해 자조적인 웃음만 짓는 것은 아니다. 가난한 생활로 인해 겪었던 불편은 인정하되 그 속에서 작가가 얻게 된 깨달음을 통해 자신을 긍정하며, 빈자의 철학이 무엇인지 알려준다.
제 소개를 자세히 하면 필명, ‘아무개’로 이 책을 출간한 의미가 무색할 수 있으니, 저의 이력은 빼고 힌트 하나만 알려드리겠습니다. 저는 작금의 대한민국에서 부모로부터 물려받은 것 하나 없이 순수하게 제 노력으로 열심히 살아가고 있는 지극히 평범한 40대 흙수저라고만 제 소개를 드리겠습니다.
책소개요? 제가 이 책을 쓰며 염두에 두었던 한가지 키워드를 꼽으라고 한다면 단연코 “공감” 이었습니다. 이 책은 저의 경험의 이야기입니다만 독자분들의 이야기이기도 할 겁니다. 저의 삶의 이야기가 그들의 삶의 이야기와 별반 다르지 않을 것이기에. 저의 솔직한 이야기에, 웃고 울고 미소 짓고, 어느 부분에서 박장대소하며 코로나로 침체되어 있는 이 시기에 유쾌 상쾌 통쾌하게 읽을 수 있는, 하지만 그 유쾌함 속에 인생의 깊은 통찰까지 덤으로 얻어 가실 수 있는, 썩 괜찮은 책 일거라 감히 자신해봅니다. 백문이 불여일견!
왜 필명을 아무개로 정하셨어요?
한참 인기리에 방영되고 있는 <복면가왕>이라는 프로그램을 아십니까? 출연자들이 얼굴에 복면을 쓰고 나와 자신이 누구인지를 숨긴 채 그 어떤 편견도 없이 오로지 “노래” 실력 하나만으로 승부를 가리는 프로그램 말입니다. 오로지 노래 실력으로만 평가를 받는 <복면가왕>처럼 오로지 “글”로써 독자들의 판단을 받고 싶었다고 하면, 그래서 ‘아무개’라는 필명으로 글을 썼노라면 너무 오만방자한 교만일까요? 대한민국의 평범한 아무개가 인정받고 성공하는 세상을 꿈꾸는 꿈나무 아무개입니다.
많은 소재 중에 왜 ‘가난’에 대해서 쓰시게 되셨을까요? 그리고 이 책을 통해 가장 전하고 싶은 메시지는 무엇인가요?
“가난”이라는 단어에 제가 담고자 한 것은, 대한민국의 소시민으로 살아가고 있는 평범한 아무개들의 삶이었습니다. 쓰고 싶은 대로 마음껏 쓰며 사는 경제적으로 넉넉한 삶을 살아가는 사람이 대한민국에 몇 명이나 될까요? 다들, 통장을 스쳐 지나가는 월급에 종종걸음으로 허겁지겁 하루하루를 살아내고 있는 이들이 대부분이지요. 넉넉하지 않은 형편을, 평범한 소시민의 삶을 ‘가난’이라는 단어로 통칭한 걸로 봐주시면 좋을 듯합니다.
책 속에서 작가님이 가장 재미있었던 에피소드 하나만 소개해주세요!
‘부적’이라는 이야기를 들고 싶어요. 어머니께서 아주 멀리 있는, 유명하다는 점집을 새벽부터 찾아가 긴 대기줄에 몇시간을 또 기다려 비싼 돈을 주고 받아온 부적. 저는 요즘 시대에 무슨 부적이냐고 엄청 짜증을 냈답니다. 그거 다 미신이라고! 그래도 어쩝니까. 어머니의 정성을 생각해서 받아 들고 왔는데, 그걸 받아 들고 온 순간부터 부적에 의지하는 저를 보게 되었답니다. 뭘 해도, 이 부적 때문에 잘 되려나?, 하는 기대감은 물론 부푼 희망을 가지게 되더라구요. 생전 안 사던 로또까지 샀다는 건 비밀로 하지 않겠습니다. 미신을 믿지 않는 제가 거기에 온통 마음을 기대는 모습에 웃펐던 기억이 납니다.
오히려 가난을 통해 통찰이 깊어졌다고 하셨는데요. 대부분의 사람들이 가난을 비관하고, 부정하잖아요. 어떻게 하면 가난으로 통찰의 시선을 기를 수 있을까요?
조금은 생뚱맞은 답변일지 모르겠습니다만, 1428년작 마사초의 성삼위일체라는 그림을 보면 하단에 해골그림이 있습니다. 그 그림위에 이런 문구가 나오지요.
“나도 한때는 당신과 같은 모습이었다. 당신도 미래에는 지금 내모습처럼 될 것이다”
네. 바로 이것입니다. ‘죽음’! 저는 어린시절부터 지금까지 ‘죽음’에 대한 사유가 깊었습니다. 하여, 죽음 앞에 그 어떤 것도 고통이 아니라고 생각하는 사람이 되었지요. 내가 지금 겪고 있는 고충이라는 것도, 죽음에 비하면 한낱 작디작은 그 무엇인지라. 엄밀히 말씀드리면 가난을 통한 통찰이라기 보다 유한한 인간의 삶, 바로 죽음 앞에서 하찮디 하찮은 ‘가난’의 끌어안음, 포용이라고 설명 드리는 게 더 정확할 듯합니다. 그리고, 자본주의 국가에서 지금 당장의 가난은 영원한 가난이 아니잖아요. 얼마든지 노력여하에 따라 달라질 수 있는 희망의 가능성이 있는 사회이니 당장의 가난에 비관할 일이 절대 아니고요. 그래서 가난을 비관하지도 부정하지도 않는답니다.
근검절약 하시지만, ‘이 부분만큼은 아끼지 않는다!’ 하는 게 있으신가요?
네. 있습니다. ‘어른 노릇’에 들어가는 돈입니다. 제가 이제 40대 중반이 되었으니 부모님은 연로하시고, 아이들은 제법 자랐고, 주변의 경조사가 밀려드는 나이이지요. 이 나이에 해야 하는 ‘어른 노릇’이라 함은, 부모님께 드리는 용돈, 주변 소중한 사람들의 경조사만큼은 알뜰히 챙기고 있습니다. 제 수준에 넘치는 수준으로요.
삶이 고단한 세상의 아무개들에게 마지막으로 전하는 말이 있을까요?
제 책의 마지막 페이지에 나오는 이야기로 대답을 대신할까 합니다. 제목은, ‘그대가 가진 보물’ 입니다. 돈도, 집도, 차도, 일도, 빽도 없는 그대! 너무 절망치 말게나. 그대에겐 ‘시간’이라는 놈이 있으니. 시간이 그대에게 돈이, 집이, 차가, 일이, 뺵이 되어줄 걸세. 잊지 말게. 그대는 아직 졸라 젊네. 많은 것이 가능하네. 지각했다고 결석까지 하진 말게나.
*아무개 어린 시절, 버스도 다니지 않던 시골에서 자랐다. 비닐하우스에서 여섯 식구가 살았다. 학창 시절 학원도 한 번 다니지 못했다. 해외여행도 한 번 가보지 않았다. 결혼을 하고도 별반 달라진 건 없었다. 하지만 내 삶이 가난하다고 생각해본 적 없다. 불행하다고 생각해본 적도 없다. 가난은 나의 자존감을 깎아내리지 못했다. 가난하다고 철학이 없을까! 오히려 넉넉하지 않은 생활을 통해 삶에 대한 통찰이 더 깊어졌노라 자위한다. 아무개인 내가 아무개가 아닌 이유다. 이 책을 집어든 그대에게 내 글이 큰 위로가 될 거라 자신한다. 아무개인 내 삶이, 아무개인 그대 삶과 별반 다르지 않을 것이기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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