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준형ㆍ지일주 “인문학은 명확한 답이 없는 삶의 길잡이”
『하루 10분 인문학』 이준형ㆍ지일주 저자 인터뷰
‘나는 왜 살아가고, 왜 존재하는지’, ‘나는 무엇이 하고 싶고, 왜 그것이 하고 싶은지’ 스스로에게 질문을 던지는 과정 자체가 인문학이라는 거죠. 그 과정을 거치다 보면 각자 나름의 깨달음을 얻게 되지 않을까 싶어요. (2020.09.22)
인문학의 필요성을 강조하는 분위기가 형성된 지 한참 되었지만 여전히 인문학은 쓸모 있는 지식이라기보다는 알아두면 좋은 지식이라는 이미지가 강하다. 『하루 10분 인문학』은 프랑스 대입 시험이자 기초 인문학의 상징인 바칼로레아의 질문 50가지에 답해보면서 세상을 이해하는 필수 지식을 배우고 나의 내면을 탐구해나가는 워크북이다. 공저자인 이준형과 배우 지일주에게 인문학 질문의 필요성과 이에 쉽게 접근하는 방법을 물었다.
‘카카오프로젝트100’의 인기 프로젝트로 시작한 책이라고 들었습니다. 어떤 책인지 좀 더 구체적으로 설명해주세요.
이준형: 『하루 10분 인문학』 은 카카오에서 운영하는 사회공헌 프로그램인 ‘카카오프로젝트100’을 통해 시작된 책이에요. 플백은 100일간 하나의 주제를 깊이 생각하거나 경험해보는 프로그램인데요. 저희는 ‘100일 철학하기’를 주제로 ‘세계’, 그리고 ‘나’에 관한 50가지 질문을 각각 50가지씩 준비했습니다. 철학은 이 두 가지 물음에 답하며 발전한 학문이라고 생각했거든요.
어떤 질문을 던지는 게 의미 있을까 고민하던 중에 프랑스의 졸업시험인 바칼로레아가 떠올랐어요. 바칼로레아의 역사는 200년이 넘어요. 그동안 인류가 해온 다양한 고민과 질문들을 축적해 왔죠. 객관식인 우리의 수능과 달리, 심도 깊은 질문을 던지고 각자 나름의 답을 찾는 시험이라는 게 사람들에게 매력적으로 느껴지지 않을까 싶더라고요. 매일 두 사람이 고민해서 질문과 그 질문을 답하는 데에 참고가 될 만한 글을 업로드했어요. 그 글들이 모여서 어쩌다 보니 책까지 나오게 됐네요.
인문학 하면 왠지 책으로 둘러싸인 낡은 방 안에서 교수님이 쓴 책이 생각나는데, 선입견과 다르게 배우와 인문학 유치원 운영자가 공저자라는 점이 신선했습니다. 지일주 작가님은 어떻게 인문학에 관심을 가지게 되었나요?
지일주: 저는 처음에 철학에 관심이 없었어요. 그냥 책을 좋아하는 사람이었죠. 배우 생활을 하면서 더 다양한 분야의 책을 읽을 기회가 많아졌는데요. 어느 날 니체의 『차라투스트라는 이렇게 말했다』를 접하게 되었죠. 책을 읽다 보니 철학이란 ‘왜’라는 질문을 던지는 학문이라는 생각이 들더라고요. 그리고 그 대답을 스스로 찾기 위해 또 다른 철학책들을 읽게 됐어요. 수업도 찾아서 듣게 되었고요.
철학은 제게 살아가는 힘을 준 학문입니다. ‘나는 왜 연기를 하는가’, ‘왜 살아가는가’, ‘죽음이 두려운 이유는 뭐지?’ 같은 질문을 끊임없이 던져줬기 때문이죠. 그 과정을 통해 나라는 존재를 좀 더 강하게 만들 수 있었고, 설령 쓰러지거나 실패하더라도 ‘왜’라는 질문에 대한 답을 되새기며 다시 일어설 수 있었어요.
이 책의 특이한 지점은 인문학 질문에서 끝나는 게 아니라, 독자들이 실제로 답변을 쓰는 공간이 있다는 것인데요, 인문학이 우리에게 어떤 해답을 줄 수 있을까요? 인문학 공부를 통해 개인적인 깨달음을 얻은 경험이 있나요?
지일주: 저는 질문을 하는 과정 자체가 인문학이 우리에게 주는 어떤 해답이라는 생각이 들었어요. 그저 단순히 살아가는 것이 아니라 ‘나는 왜 살아가고, 왜 존재하는지’, ‘나는 무엇이 하고 싶고, 왜 그것이 하고 싶은지’ 스스로에게 질문을 던지는 과정 자체가 인문학이라는 거죠. 그 과정을 거치다 보면 각자 나름의 깨달음을 얻게 되지 않을까 싶어요.
이준형: 우리는 무언가를 배우거나 경험하면 늘 그것을 ‘쓸모’를 물어요. 그리고 정확한 답이 있다고 생각하죠. ‘이걸 배우면 네 연봉이 1,000만 원 더 오를 수 있어!’, ‘시험을 잘 봐서 좋은 대학에 가야 성공할 수 있어!’처럼 말이에요. 하지만 세상에는 생각보다 명확한 답이 없는 문제들이 많아요. 외려 스스로 납득할만한 답을 찾고, 그 답을 근거로 자신의 삶을 살아야 할 때가 더 많죠.
인문학은 명확한 답을 내릴 수 없는 질문을 던지고, 스스로 그 답을 찾아가게 도와주는 역할을 할 때가 많다고 생각해요. 정해진 ‘정답’은 없을지 모르지만, 각자 스스로 주어진 환경에서 최선의 답을 찾아가도록 도우는 길잡이 같은 역할인 거죠.
각자 책에서 가장 인상적이었던 질문과 가장 답하기 어려웠던 질문은 무엇이었나요? 이유도 함께 말씀해주세요.
지일주: ‘무엇인지 정확히 모르는 것에 대해 말할 수 있을까?’라는 질문이 인상적이었어요. 우리는 상대방과 대화를 통해 소통해요. 하지만 그 소통의 과정에서 ‘나는 내가 말하는 것이 무엇인지 정확히 알고 말하고 있는 걸까’ 싶을 때가 있는 것도 사실이죠. 비트겐슈타인의 ‘말할 수 없는 것에 대해서는 침묵해야 한다’는 문장이 떠오르기도 했고, 또 한편으로는 ‘과연 침묵만이 답일까?’라는 생각이 들기도 했어요. 마지막에는 결국 중요한 것은 정확히 아는지 모르는지가 아니라, 내가 말하는 내용에 잘못된 부분이 있을지 모른다는 여지를 가지고 사는 것이라는 생각도 들었던 것 같네요.
답하기 어려웠던 질문은 ‘진리가 마음을 불편하게 할 때 위안을 주는 환상을 좇아도 좋을까?’라는 질문이요. 글을 쓰면서 영화 <인셉션>을 떠올렸어요. 영화에는 한없이 꿈속에서 사는 사람들이 나오죠. 하지만 우리는 과연 그들을 욕할 수 있는 권한이 있을까요? 하지만 이렇게 말하는 동시에 저는 많은 사람들이 진리 속에서 행복해지기를 바라요. 제가 가진 이상과 현실의 딜레마죠. 질문에 답하는 지금 이 순간에도 답을 내리기 어려운 것 같네요.
이준형: 인상적인 질문은 ‘욕망은 무한한 것일까?’라는 질문이요. 글을 쓰다가 제가 첫 사업을 시작할 때가 떠올랐어요. 대학생 때였는데 어느 날 ‘한 달에 100만 원만 벌면 소원이 없겠다’는 생각이 들더라고요. 그런데 100만 원을 버니 200만 원이 벌고 싶고, 200만 원을 버니 300만 원이 벌고 싶더라고요. 욕망이 과연 어디까지 계속될지, 만약 무한하지 않다면 어디에서 멈추게 되는지 궁금하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우선 돈을 많이 벌어봐야 알 수도 있겠네요.(웃음)
어려웠던 질문은 ‘모든 살아 있는 존재에 대한 존중은 도덕적 의무일까?’라는 질문이에요. 원고를 작성하던 시기에 n번방 사건 같은 이슈들이 터져 나왔어요. 글을 쓰면서 ‘그런 사람들까지 존중해야 하는 건가?’라는 생각이 들더라고요. 기존에 제가 가지고 있던 가치관과 충돌이 일어났다 보니… 쓰는 내내 생각이 많아질 수밖에 없었던 것 같아요.
지일주 작가님은 책에서 『차라투스트라는 이렇게 말했다』를 여러 번 언급하셨더라고요. 특별히 이 책을 좋아하시는 이유가 있나요? 스스로 생각하는 ‘위버멘쉬(초인)’의 모습은?
지일주: 니체는 ‘망치를 든 철학자’라고 불려요. 기존 철학의 틀을 깼다는 의미죠. 심지어 주류 철학계에선 니체를 철학자로 인정하지 않는다는 말까지 해요. 하지만 제가 읽었던 그 어떤 철학 서적보다 니체의 책이 읽기 편하고 쉬웠어요. 특히 『차라투스트라는 이렇게 말했다』는 철학책이라기보다는 한 편의 수필 혹은 소설을 읽는 것 같았죠. 동시에 제가 그동안 고민했던 많은 문제들을 먼저 고민한 사람이 있다는 사실에 안도감과 위안을 느꼈던 것 같아요.
니체의 ‘위버멘쉬’를 저는 ‘초인’ 말고 ‘너무나 인간적인 인간’이라고 표현하고 싶어요. 인간을 초월한 존재가 아니라 인간다운 인간으로 거듭난 인간이란 의미에서요. 제가 이해한 니체는 우리가 ‘위버멘쉬’를 향해 나아가는 존재라고 여겼어요. 저 역시 이 생각에 동의해요. 우리가 이 사회를 발전시키고, 윤택하게 만들려는 이유는 우리 후대의 아이들이 좀 더 인간다운 삶을 살기를 바라는 마음에서 비롯된 것이라 생각하기 때문이죠.
이 책은 매일 하루 10분간 한 꼭지를 읽으라고 돼 있는데, 아침의 10분, 저녁의 10분 중 언제를 추천하시나요?
지일주: 아침도 점심도 저녁도 언제든 좋을 거라고 생각해요. 사유할 수 있는 시간적, 정신적 여유가 있다면 말이죠. 하지만 굳이 꼽으라고 한다면 저는 잠자기 직전의 10분을 추천하고 싶어요. 잠자기 전이라면 주변에 누구의 방해도 받지 않고 오롯이 자신만의 사유의 시간을 만들 수 있으니까요. 그리고 생각보다 사유하면서 잠자면 잠이 금방 와요. (웃음)
이준형: 그럼 전 아침의 10분이요. 별다른 이유는 없고, 저녁까지 미루다 보면 안 하는 날이 많을 겁니다. 카카오 프로젝트100일 운영하는 동안 제가 그랬거든요. (웃음) 장난이고, 그냥 각자 여유 있는 시간을 찾아서 읽으시면 좋을 것 같아요.
마지막으로 앞으로의 계획과 이 책을 읽을 독자들에게 한 마디 부탁드립니다.
이준형: 새로운 인문학 서비스를 준비하고 있어요. 이번엔 활자가 아니라 영상으로요. 저보다 더 좋은 이야기를 해주실 수 있는 분들을 섭외했고, 지금은 열심히 서비스 개발과 콘텐츠 제작에 매진하고 있어요. 10월 정도에는 서비스 런칭과 동시에 저희 서비스에 출연한 연사분들이 주축이 된 인문학 TV프로그램을 만나보실 수 있을 테니 많은 관심 부탁드릴게요.
아울러 책을 읽을 독자분들께는 우선 감사하다는 인사를 드리고 싶어요. 매일 수십, 수백 권의 신간이 나오는 출판시장에서 저희 책을 만나고 골라주신 건 정말 큰 인연입니다. 많이 부족하지만, 그 인연이 헛되지 않도록 열심히 썼으니 재밌게 읽어주시면 좋겠습니다.
지일주: 저는 앞으로도 계속해서 좋은 연기를 보여드리기 위해 작품에 매진하려고 해요. 그와 동시에 이번에 책을 쓰면서 너무 좋은 경험을 했기에 또 이런 기회가 찾아오면 좋겠다는 생각을 조심스럽게 해보고 있어요. 『하루 10분 인문학』을 읽으시는 분들이 하루 10분의 투자로 삶이 좀 더 윤택해지고 아름다워지기를 바랍니다.
*이준형 애플에서 아이폰이 출시되고 야구 선수 양준혁이 한국 프로야구 최초로 2,000안타를 달성한 2007년 고려대학교 철학과에 입학했고, 즈믄둥이들이 성인이 되고 손흥민이 박지성에 이어 아시아 선수로는 사상 두 번째로 UEFA 챔피언스리그 결승전에 오른 2019년에 (겨우) 졸업했다. 원래 공부 못하는 애들이 학교 밖에서 하는 일은 더 열심인 법이다. 군대를 갓 제대한 2013년 첫 사업을 시작했고, 2018년부터 약 2년간 경제 주간지 <이코노믹리뷰>에서 <숨은 철학 찾기>라는 칼럼을 연재하기도 했다. 지금은 온라인 강의부터 출판까지 다방면으로 인문학을 팔아보겠다고 고군분투 중이다. 이 책 『하루 10분 인문학』 역시 그 노력의 일환으로, 바칼로레아의 50가지 기출 문제와 나에 대한 50가지 질문의 답을 함께 생각해보며 철학, 역사 등의 인문학 지식을 쉽게 습득할 수 있도록 기획한 워크북이다. 이 외에도 유튜브 채널 ‘인문학 유치원’, 팟캐스트 채널 스튜디오 알다의 ‘촘촘한 철학사’을 운영, 진행 중이며 성인을 위한 인문, 예술 학습 플랫폼 ‘다물어클럽’에서 다양한 프로그램을 기획하고 있다. |
*지일주 서울예술대학 연극과를 졸업하고 중앙대학교 예술대학원 공연영상학과에 재학 중이다. 2008년 드라마 <태양의 여자>로 데뷔해 드라마 <청춘시대>, <그 남자의 기억법>, 영화 <가장 보통의 연애> 등 다수의 작품에서 선과 악을 넘나드는 개성 있는 캐릭터를 매력적으로 소화해 화제를 모았다. IQ 156의 멘사 회원으로 tvN <문제적 남자>에 출연해 ‘뇌섹남’으로서의 지적인 면모를 유감없이 보여주기도 했다. 프리드리히 니체의 『차라투스트라는 이렇게 말했다』를 접한 후 철학에 관심을 갖게 되면서 철학 강좌를 듣고 공저자인 이준형과 꾸준히 철학 스터디를 해왔다. 그러던 중 카카오프로젝트100에서 ‘100일 철학하기’를 진행해달라는 제안을 받고 프로젝트에 참여했다. 그 결과 『하루 10분 인문학』을 출간하게 되면서 나만의 책을 쓰고 싶다는 꿈에 한 발 더 다가섰다. 현재는 새로운 영화를 촬영하며 본업에 몰두하고 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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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판사에서 제공한 자료로 작성한 기사입니다. <채널예스>에만 보내주시는 자료를 토대로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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