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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도, 에세이스트] 4월 우수작 – 일을 하고 싶다

올 봄에 꼭 하고 싶은 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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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각해 봤다. 올봄에 내가 꼭 하고 싶은 일. 꽃놀이도 아니고 그냥 일을 하고 싶다. 번듯한 직장에 다니고 있으면 좋겠다. 코로나의 영향으로 마스크를 끼고서라도. 붐비는 지하철에 간신히 몸 싣고 출근을 하고 싶다. (2020.04.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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언스플래쉬

 

 

채널예스가 매달 독자분들의 이야기를 공모하여 ‘에세이스트’가 될 기회를 드립니다. 대상 당선작은 『월간 채널예스』, 우수상 당선작은 웹진 <채널예스>에 게재됩니다. ‘나도, 에세이스트’ 공모전은 매월 다른 주제로 진행됩니다. 2020년 4월호 주제는 ‘올 봄에 꼭 하고 싶은 일’입니다.

 

 

생각해 봤다. 올봄에 내가 꼭 하고 싶은 일. 꽃놀이도 아니고 그냥 일을 하고 싶다. 번듯한 직장에 다니고 있으면 좋겠다. 코로나의 영향으로 마스크를 끼고서라도. 붐비는 지하철에 간신히 몸 싣고 출근을 하고 싶다.

 

 면접을 잘 봤다고 생각하면 꼭 떨어지고, 면접을 못 봤다고 생각하면 꼭 붙는다고 했다. 인사팀에 있던 새언니의 말이었다. 나는 그 말을 알다가도 모르겠다 생각했는데 왜인지 이제는 수긍한다. 고양이를 키우던 북카페 아르바이트 면접을 보고 왔을 때. 나는 커피도 할 줄 모르면서 고양이를 좋아한다고 수없이 말을 해서 떨어질 줄 알았다. 사장님은 경력이 아예 없는 나를 걱정했었다. 결과는 합격이었다. 그때 그 사장님은 내게서 무엇을 본 걸까. 버스에 앉아 내가 왜 그랬지 후회와 실망으로 눌려있던 차에 합격 소식은 얼마나 달콤했는지. 모든 걸 내려놓는 동시에 하늘 위를 떠다니는 듯했다.  정말 간절히 일하고 싶던 카페였다. 그 후로 나는 정말 가고 싶은 곳은 어떻게 해서라도 가게 될 거야 라는 무시무시한 법칙을 만들었다. 이번에도 유효할 줄 알았지.

 

아르바이트도 취업도 모두 어려운 세상. 이번에도 정말 가고 싶은 기업에 면접을 보게 되었다. 거의 1년 만의 면접이었다. 잘해야겠다. 나는 속으로 여러 가지를 다짐했고 기회가 주어졌음에 다소 흥분해 있었다. 면접관은 분위기를 풀어주듯 나의 자소서를 칭찬하며 추켜세웠다. 면접을 보는데 그저 대화를 하고 있다는 생각이 들 만큼 편하고 화기애애하게 이야기를 하고 왔다. 그게 문제였을까. 최선을 다했으니까. 그 사람도 나를 괜찮게 본 것 같으니까 마치 이미 답(합격)을 알고 있는데 내가 기다려준다는 마음으로 후련하게 있었다. 며칠 뒤 오늘. 불합격 문자를 받았다. 날숨에서 내 모든 열정과 기대가 빠져나갔다. 정말 이 산업군과 이 직무의 콜라보레이션을 마주치기란 하늘의 별따기였다. 내가 진지하지 못했던 걸까. 몇 날 며칠을 포트폴리오 정리와 이력서로 공을 들였는데. 앞으로 이런 공고는 영영 못 볼 거란 생각과 그런 곳에 떨어졌다는 자괴감에 한동안 침대 위를 벗어나지 못했다.

 

 나의 마지막 질문은 “떨어져도 연락 주시나요?”였다. 그런다고 했다. 2프로 정도 되는 소수를 심층 면접으로 보기 때문에 개별 연락을 드린다고. “떨어져도” 보다는 “합격 여부와 관계없이 연락 주시나요?”라고 물어볼걸. 그런 사소한 단위의 아쉬움이 폭발적으로 떠올라 나를 지배했다. 이틀간 환기를 시키지 않아 퀴퀴해진 내 방 침대에서 보낸 한 시간은 침울했다. 그 공기에 나를 가두자니 불쾌해서 절로 허리를 세우고 일어났다. 지나간 일은 지나간 대로. 바로 노트북을 켰다. 이러고 있을 때가 아니다. 다음 공고를 알아봐야지. 기계적으로 움직여야 살아남는다. 나이도 20대 후반을 달려가니 그러지 않을 줄 알았던 나도 사회 속에서 빈번히 작아지는 기분이 들었다. 번듯한 명함이 오고 가는 친구들과의 티타임에 박수를 크게 쳐주며 축하한다고 말한 건 진심이었지만 매번 나는 테이블 바닥을 보며 말했다. 혹시라도 위축된 내 눈동자를 읽을까 봐. 부러움에 영혼이 새어나가 나도 모르게 눈을 내리깔았다.

 

 그럼에도 부럽다는 말은 삼가고 싶다. 부러우면 노력해서 가지면 되니까. 또 영영 가질 수 없는 것은 부러워할 이유가 없으니까. 언제부턴가 이렇게 다짐했는데 그럼에도 예고 없이 무력해질 때가 종종 있다.

 

 다시 책상 앞에 앉는다. 아쉬움이 남는 건 어쩔 수 없지만 인연이 아니었나 보다. 적어도 다음 면접에는 먼저 흥분하지 말아야지. 혹여 칭찬을 들어도 감사합니다. 아주 차분하게 대답하고 묻는 말에만 답해야지. 신이 나서 더 떠들어대지 말아야지. 그 모든 나의 모습이 불합격이었을까 나는 스스로를 검열했다. 지금 나는 불행한 건가. 정말 불행한 게 무엇일까. 그 회사가 나를 놓친 거 일지도 몰라. 에이 몰라. 부엌으로 갔다. 소면이 다 떨어졌다. 대충 옷을 주워 입고 나는 소면을 사러 갔다. 신김치 잔뜩 넣고 후추, 고추장, 고춧가루, 초고추장, 설탕 잔뜩 넣고 먹지 않으면 이대로 아무것도 할 줄 아는 게 없는 사람이 될 것 같다. 그래, 내가 비빔국수 하나는 기가 막히게 맛있게 하니까. 봄에는 일을 하자. 일. 세 차 게 매워하며 다시 이력서를 수정했다.

 

 

양수인 쓰지 않으면 놓치는 마음을 씁니다. 사랑하는 사람을 생각하며 천천히 꾸준히.

 

 

* 나도, 에세이스트 공모전 페이지
//www.yes24.com/campaign/00_corp/2020/0408Essay.aspx?Ccode=000_0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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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 | 양수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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