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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도, 에세이스트] 3월 우수작 – 귀를 맞추는 일

어떤 말은 시간이 지나도 계속 맴돈다. 사람마다 인생에 OST가 있으면 좋겠다는 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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언젠가 잠이 오지 않아 자장가 삼았던 수많은 노래들보다 소중한 사람들과 들었던 이 노래들이 내게는 더 소중하다. 나와 너는 속도를 맞춰 걸었고 같은 방향으로 고개를 까딱였다. (2020.03.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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언스플래쉬

 

 

채널예스가 매달 독자분들의 이야기를 공모하여 ‘에세이스트’가 될 기회를 드립니다. 대상 당선작은 『월간 채널예스』, 우수상 당선작은 웹진 <채널예스>에 게재됩니다. ‘나도, 에세이스트’ 공모전은 매월 다른 주제로 진행됩니다. 2020년 3월호의 주제는 ‘나, 요즘 이것에 빠졌다’입니다.

 

 

어떤 말은 시간이 지나도 계속 맴돈다. 사람마다 인생에 OST가 있으면 좋겠다는 말. 나는 그 말이 참 기억에 남는다. 들은 지 몇 년이 지났는데도 잊히지 않고 내게 콕 박혀있다. 나의 OST로는 어떤 곡이 좋을까? 그런 생각을 종종 한다.


나는 노래 듣는 것을 좋아한다. 가사를 곱씹는 것도 좋아한다. 그래서 팝송보다는 한국 가요가 좋다. 새로운 노래보다 자주 들어 익숙한 노래를 듣는 게 편하다. 영화나 드라마의 사운드트랙도 자주 재생한다. 테마곡을 들으며 인상적이었던 장면을 회상하는 일을 즐긴다.


요즘 난 함께 노래를 듣는 일에 빠져있다. 다른 사람과 같이 듣기에는 블루투스 스피커가 제격이다. 이동도 편하고 핸드폰만 있으면 블루투스로 연결해 바로 노래를 틀 수 있다. 아빠가 사은품으로 받아온 것이 나의 첫 스피커였는데, 그 이후로 네 대를 더 샀다. 음악 취향에 맞게 기계를 선택하는 것이 중요하다. 평소 즐겨 듣는 노래가 어떤 장르인지 고려해야 한다. 사람마다 목소리가 다르듯 스피커도 기계마다 고유한 음색이 있기 때문이다. 웅장한 비트가 층층이 쌓인 팝송과 잘 어울리는 기계가 있고 여성 가수들의 섬세한 기교를 극대화해주는 기계가 따로 있다. 주로 언제 음악을 듣는지도 고려해야 한다. 산책할 때 가지고 나갈만한 작은 스피커가 있고 디자인이 예뻐서 거실에 놓고 쓰기 좋은 스피커가 있다. 노래에 따라, 상황에 따라 어울리는 스피커가 다르다. 주말에는 시간을 내어 청음샵에 방문한다. 직접 들어보고 싶었던 기계를 재생한다. 그 앞에 앉은 나는 그 어느 때보다도 행복하다.


이렇게 새로운 취미가 생긴 뒤로, 나는 많은 사람들과 함께 많은 노래들을 들었다. 오랜만에 만난 친구와 한참 이야기를 하다 대화가 끊겨서 노래를 틀 때도 있었고 힘든 여행길에서 피로를 잊기 위해 듣기도 했다. 오랫동안 기억하고 싶은 때 가장 좋아하는 노래를 재생한 적도 있다. 그리고 그때마다 나는 삶의 박자에 대해 생각했다. 바빠서, 멀리 살아서, 상황이 좋지 않아서…… 여러 사정들로 인해 각자의 박자를 유지하기 바빴던 우리는 함께 노래를 듣는 순간만큼은 같은 빠르기가 된다. 눈을 맞추고 대화를 나누며 감정을 공유하듯, 우리는 귀를 맞춤으로써 많은 것을 나눌 수 있다. 가사에 대한 경험을 털어놓거나 일상에서 보고 지냈던 것들에 대해 이야기한다. 한 곡이 재생되는 사 분 남짓한 시간 동안 귀를 맞추고 박자를 맞춘다. 조금 느리게, 혹은 더 빠르게.


핸드폰 외장스피커의 볼륨을 높인 채로 운동장을 돌면서 지겹도록 들었던 2012년 석식시간의 ‘벚꽃엔딩’, 어느 대낮 엄마와 한 침대에 누워 무한 반복해 들었던 ‘우주를 건너’, 협재의 지는 해를 눈앞에 두고 들었던 ‘밤편지’, 해안 도로를 걸으며 지나가는 전차 소리에 볼륨을 높였던 ‘square’. 자주 갈 수 없음에도 마음속 단골이 되어버린 펍에서 흘러나왔던 ‘psychic’. 언젠가 잠이 오지 않아 자장가 삼았던 수많은 노래들보다 소중한 사람들과 들었던 이 노래들이 내게는 더 소중하다. 나와 너는 속도를 맞춰 걸었고 같은 방향으로 고개를 까딱였다.


영화나 드라마에서 주인공 혼자 사색하거나 외로워할 때 삽입된 곡이 메인 OST가 되는 법은 거의 없다. 결말이 새드엔딩이든 해피엔딩이든 상관없다. 연인, 친구, 가족…… 어떤 이야기를 다뤘는지도 중요하지 않다. 함께 행복해하고 같이 슬퍼하는 장면에 흐르던 곡이 앨범의 타이틀이 된다.


귀를 맞추는 일. 눈 앞에 펼쳐진 풍경을, 앞에 닥친 상황을, 그 당시의 우리를 둘러싼 모든 것들을 함께 느끼며 노래를 듣는 것이 좋다. 그러니 아마 내 인생의 OST로는 깊은 새벽 혼자서 이어폰으로 들었던 노래보다 네 개의 귀를, 혹은 그 이상을 위해 스피커에서 울려 퍼진 노래가 적합하지 않을까. 그렇다 해도 딱 한 곡만 정하기는 아쉬우니까 더블 타이틀이 좋을 것 같다는 건 나의 작은 바람. 앞으로도 오래도록 같이 듣고 같이 기뻐하고 같이 속상해하고. 그렇게 종종 박자를 맞춰가고 싶다.


이소영 읽고 쓰는 것을 좋아하는, 앞으로 하고 싶은 일이 많은 대학생.

 

 

* 나도, 에세이스트 공모전 페이지
http://www.yes24.com/campaign/00_corp/2020/0408Essay.aspx?Ccode=000_0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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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 | 이소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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