테오도르 준 박 “마음의 고통을 다스리는 것도 기술”
『참선1‧2』 펴내
참선은 종교적인 것이 아니다. 스스로 자신의 마음을 이끌 수 있게 하는 하나의 기술이다. 참선을 하면 내면의 고통에서 자유로워질 수 있다. (2019. 12. 24)
스물셋의 테오도르 준 박은 인생에 대한 고민으로 힘든 청춘을 보내고 있었다. ‘나는 누구인가’ ‘인간은 그저 물질적인 유기체일 뿐인가’ ‘무엇을 위해 살아야 하는가’라는 인생의 근본적 물음은 내내 그를 괴롭혔다. 이 궁금증의 해답을 찾고 싶었던 그는 “10년간 묵언수행 끝에 깨달음을 얻은 스님이 있다”는 말을 듣고 이끌리듯 한국행 비행기를 탄다. 마침내 송담 스님과 처음 마주한 자리, “묵언수행 끝에 무엇을 깨달으셨냐”는 그의 질문에 스님이 답한다. “내가 알게 된 것은 누군가에게 설명할 수 있는 게 아니다. 진심을 다해 참선한다면 깨달음을 얻을 수 있을 것이다.”
하버드 대학교를 졸업한 재미교포 테오도르 준 박은 송담 스님의 가르침을 따르고자 출가해 환산(還山) 스님이 되었다. 30여 년의 승려 생활 중, 15년을 송담 스님의 시자로 일한 그는 얼핏 ‘성공한’ 스님의 길을 걸으며 또 한 번 고민에 맞닥뜨린다. 인생의 진리를 찾아 한국에 왔던 목적을 잃어버린 것 같은 죄책감이 들었던 것이다. 결국 환산 스님은 환속해 다시 테오도르 준 박으로 돌아왔다. 승복은 벗었지만 깨달음을 위해 참선하는 삶은 그대로 남았다. 그가 펴낸 『참선 1ㆍ2』 에는 마음을 다스리고, 삶의 근본을 찾는 데 도움을 주는 기술인 참선에 대한 이야기가 모두 담겨 있다.
굉장히 무거운 짐을 내려놓은 기분이었다
방송, 워크숍 등을 통해 오랫동안 대중에게 참선을 알리는 활동을 해왔다. 나아가 책을 써야겠다고 생각한 이유가 있나.
지금으로부터 7년 전, 나의 스승이신 송담 큰 스님께서 현대인들에게 참선을 가르치라고 말씀하셨다. 송담 큰 스님은 현대인들, 특히 국내의 젊은 사람들과 외국인에게 참선을 알리는 일에 관심을 갖고 계셨다. 그분의 뜻을 받들기 위해 포교활동을 시작했고, 그 일환으로 책도 준비하고 있었다. 그동안 큰 스님께 배운 참선법을 현대인들이 쉽게 이해할 수 있는 지침서가 있었으면 하는 마음이었다. 그래서 제목도 있는 그대로 ‘참선’이라 정했다.
참선을 하게 된 과정부터 스님으로 살아온 인생과 그 후의 이야기가 모두 담겨 있다. 에세이 같은 느낌이었다.
처음에 책을 쓸 때는 참선에 대한 교과서가 될 것으로 생각했는데, 출판사에서 나의 개인적인 이야기가 더 많이 들어가야 독자의 흥미를 끌 수 있다고 조언했다. 사실 송담 큰 스님의 뜻을 담는 게 옳은 방향이라고 생각해서 집필 초기에는 그분의 삶과 가르침에 대한 내용을 주로 썼다. 그랬더니 종교적인 책이 되더라.(웃음) 그래서 내가 왜 이러한 삶을 살게 됐고, 어떻게 참선법을 좋아하게 되었는 지에 대한 과정을 설명하는 것으로 집필의 방향을 바꿨다. 덕분에 일반 대중들도 참선의 가치를 더욱 쉽게 이해할 수 있을 거라 생각한다.
책의 맨 앞장에 어머니, 아버지께서 독자에게 쓴 메시지가 있다. 부모님의 성함과 메시지를 넣은 이유가 있나.
거의 30년간 스님 생활을 하느라 집을 나와 있었기 때문에 부모님을 기쁘게 해드린 지가 너무 오래됐다. 그동안 불효자였기 때문에 그렇게라도 기쁨을 드리고 싶었다.
불교방송에서 참선을 가르치는 방송을 1년쯤 진행했을 때, 불현듯 ‘이제 그만 두어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고.
TV프로그램 녹화를 마치고 밤늦게 돌아왔는데 문득 그런 생각이 났다. ‘송담 큰 스님을 처음 뵈었던 스물 세 살의 내가 TV 속 환산 스님을 보면 어떤 생각을 했을까?’ 깊이 생각하지 않아도 대답이 바로 떠올랐다. ‘저 사람은 광대다. 진지한 구도심이 있다면 카메라 앞에서 저렇게 많은 시간을 보내겠나’라고 생각했을 것 같았다. 그 순간 수치심이 들며 그만해야겠다는 결심이 들었다.
30년의 삶을 바친 일인데, 어떻게 바로 결단을 내릴 수 있었나.
그만 두어야한다는 순간은 금방 알게 된다. 인생의 참뜻에 대한 의문이 생길 때, 추종자는 외부의 권력으로부터 설명을 들으려 하지만 구도자는 자기의 의지와 체험으로 그 뜻을 찾아나간다. 내가 처음 송담 큰 스님을 찾아뵈었을 때는 구도자였던 것 같다. 그런데 출가를 하고 30년의 세월이 흐르며 점점 외부의 무언가에 의지하는 모습으로 바뀌어갔다. 내가 유지하고 지켜야하는 본질을 잃어버린 느낌이 들었다. 그 순간, 절을 나가야겠다는 생각을 했다. 다만 3년간 TV프로그램을 출연한다는 약속이 있었고, 나도 송담 큰 스님의 법문을 프로그램에서 다루고 싶은 마음이 있었기에 그분의 법문을 영어로 번역해 자막을 삽입해 방영하는 활동을 마친 뒤, 마지막 촬영 후 일주일이 지났을 때 모든 소임을 내려놓고 절에서 나왔다. 나중에 알게 됐는데, 그 프로그램이 18개 나라에서 방송되었다고 한다. 그 정도 했으면 큰 스님이 주신 임무를 나름대로 충실히 수행한 것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큰 스님에게 환속하겠다는 결심을 고백한 날이 생일이었다고.
비유적 표현이 아니라 말 그대로 정말 생일이었다. 송담 큰 스님께서 절의 주요 직책을 맡고 있는 스님들을 암자로 부르신 날이다. 큰 스님께서 많이 연로하셨기 때문에 절에서 맡고 계신 직책을 내려놓고 앞으로의 계획을 말씀하실 거란 예감이 들었다. 그 틈을 타 나도 내 뜻을 전달해야겠다고 생각했다. 아마 송담 큰 스님께서도 어느 정도 눈치를 채고 나를 부르셨을 것이다. 그날이 마침 생일이었다는 게 참 신기하다.
30년간 몸담았던 절을 떠났는데, 환속한 소감이 어땠나.
신기했고 굉장히 무거운 짐을 내려놓은 기분이었다. 너무 낯설었는데, 그런 기분이 드는 게 옳다고 생각했다. 새 삶을 시작한다는 증거일 테니까. 영화 <킬빌>의 쿠엔틴 타란티노 감독이 새로운 각본을 짜서 제출할 때, 당황스럽고 민망하지 않으면 스스로 솔직하지 않았다고 생각한다는 말을 한 적이 있다. 자신감 있게 각본을 보여줄 수 있을 때는 새로운 것을 시도하지 않았다는 방증이라고. 나도 그런 마음이었다. 낯설고 불안하다는 건, 새 출발을 의미하는 것이기에 오히려 좋았다.
참선은 마음을 이끄는 기술이다
참선은 종교적 수행법 정도로 널리 알려져 있다. 참선이란 정확히 무엇인가?
마음이 속상한 순간, 조금도 기다릴 필요 없이 즉시 대처해 맑은 정신을 되찾을 수 있게 해주는 실용적인 방법이다. 참선은 종교적인 것이 아니다. 스스로 자신의 마음을 이끌 수 있게 하는 하나의 기술이다. 참선을 하면 내면의 고통에서 자유로워질 수 있다.
‘괴로움이 가라앉을 때까지 기다렸다가 참선할 필요가 없다. 내가 알기로 여러 가지 명상법 중에 이런 장점을 가진 건 참선뿐이다( 『참선 1』 246쪽)’라고 썼다. 일반적인 명상과 참선은 어떤 차이가 있나?
다른 명상법들은 ‘나’가 아닌 것을 관심의 대상으로 삼는다. 그림, 촛불, 소리, 호흡 등이다. 하지만 참선은 관찰자를 관찰의 대상으로 삼는다. 즉 나 자신을 제대로 바라보려고 하는 것이고, 조금만 연습하면 어떤 상황에서든 바로 적용할 수 있다. 보통 명상이라 하면 어떤 상황에서 탈출하고 벗어난다고 생각하는데, 참선은 그 상황에 더 집중하여 극복할 수 있게 만든다. 특별히 시간을 내서 하는 게 아니라 일상 속에서 하는 것이다.
나는 7년 전부터 줄곧 바쁘게 지냈다. 일주일에 한 번은 포교를 위한 방송 촬영을 했고, 세 군데의 대학에서 지도법사를 했다. 주말에는 청년 참선 법회 모임이 있었고, 송담 큰 스님의 시자역할도 수행했다. 매일 멀티태스킹하는 상황이었다. 선방에 가만히 앉아서 참선할 수 없는 환경이었다. 운전하면서 참선하고, 연설하면서 참선하고, 지하철에서 참선했다. 실시간으로 참선을 할 수 있다는 걸 그때 확인했다.
“이뭣고”라는 화두 들기의 중요성을 거듭 이야기했다. 참선에서 “이뭣고”란 무엇이며 왜 중요한가?
“이뭣고”라는 세 글자는 참선의 마음 상태로 들어가게끔 하는 장치다. “이뭣고”를 내뱉음으로 인해 마음의 시선을 내면으로 돌릴 수 있고, 관심을 마음의 근원으로 돌릴 수 있다. 그렇게 하면 의심이 일어난다. 알고 싶은데 알 수 없고, 보고 싶은데 볼 수 없는 상태다. 불교식으로 말하면 마음이 막힌 것인데, 그 의심을 일으키고 관조하면서 유지하는 게 참선의 핵심이다. “이뭣고”는 그 모든 걸 일으키고 유지하는 장치이기에 중요하다.
수많은 사람을 대상으로 참선을 알려왔는데, 기억에 남는 참가자들이 있다면.
환속을 하기 몇 년 전, 페이스북에서 초청을 받아 참선 워크숍을 진행한 적이 있다. 참가자들 대부분은 컴퓨터 프로그래머, 신제품 개발자들이었다. 워크숍이 끝나고 대화를 나누는데 그들은 나를 종교인이 아닌 기술자로 봐주었다. 마음을 다스리는 기술을 가진 전문가라는 거다. 또, 종교적인 관점이 아니라 자신의 한계점을 뛰어넘기 위해 참선을 배우고 싶다고 했다. 그들의 목표는 기존의 패러다임을 초월하는 새로운 아이디어를 내는 것이다. 그걸 가장 방해하는 장애물은 자신의 생각과 믿음, 고정관념이라는 걸 알고 있다. 그래서 자신의 사상과 맞지 않는, 그러면서도 힘이 있는 생각을 가진 사람들을 만나 배우고 싶어 한다. 의식의 영역을 넓히는 방법을 항상 찾고 있는 것이다. 그런 뜻깊은 목적을 가지고 참선을 배우고 싶어 하고, 참선을 정신적인 과학이자 삶의 질을 향상하는 데 직접적인 도움이 되는 방법이라고 생각하는 모습이 인상적이었다.
명상이 떠오르는 시대다. 현대인들에게 명상이 왜 주목받고 있을까.
요즘은 업무의 속도가 너무 빠르고, 감당하지 못할 양의 정보가 순식간에 쏟아진다. 그 속도에 압도되는 것 같다. 이로 인한 스트레스를 견디거나 극복하지 못하면서 정신질환을 앓는 이들이 늘고, 임상적으로 어떤 진단을 받지 않더라도 느낌상 힘들다고 알게 되는 것이다. 어떻게 마음을 달래야하는지 모르기 때문에 늘 긴장되고 수시로 아프다. 그러다 보니 정신적인 힘을 키우는 방법에 대한 관심이 세계적으로 높아지는 것 같다. 지난 20년간 소위 명상이 주류 문화에 들어왔다고 생각한다. 미국의 경우, 과거에는 히피족이나 극소수의 예술가, 철학자만 명상을 했으나 지금은 대부분의 사람들이 명상을 알고 있고 실생활에 적용한다. 다행히 우리나라에는 불교가 자리 잡고 있으니 멀리 가서 배우지 않아도 된다는 이점이 있다.
참선이 필요한 순간은 마음이 힘들 때일 것이다. 하지만 괴로운 생각이 들 때는 집중하기가 쉽지 않다.
보통 참선을 배우고 싶다고 찾아오는 분들은 삶이 너무 불행하다고 느끼기 때문에 오는 경우가 많다. 그들 중에 지나치게 자책하는 성격을 가진 이들이 있다. 성공이나 실패에 크게 연연하며 왜 나는 참선이 잘 안 되냐고 묻는 경우가 많은데, 참선은 새로운 기술을 배우는 것이기 때문에 처음부터 잘할 순 없다. 어린 아이를 대하듯 어르고 달래가며 익혀야 한다. 잡념이 일어나고 자세가 불편하고 호흡이 안 되는 건 당연하다. 부처님도 처음에는 부처님처럼 참선하지 못했을 거다.(웃음) 사실 초심자는 참선을 시도하는 것 자체가 참선이다. 일단 하려는 노력이 잘하고 있다는 증거이니 스스로를 사랑하는 마음으로 계속 해보길 바란다. 참선에는 성공이나 실패가 없다.
참선을 오래 했음에도 불구하고 다스리기 힘든 감정이 있나.
너무 많다. 왜 참선을 배우려고 했겠나. 남들보다 성격이 안 좋으니까 그런 거다.(웃음) 여전히 화를 내고 뜻대로 안 되면 속상하고 남 탓하고 질투한다. 누구나 그런 생각이 일어날 수 있지만 참선을 한 사람과 그렇지 않은 사람의 차이는 그런 마음이 일어났을 때 적절히 대처할 수 있느냐에 있다. 부정적인 마음이 일어나는 것은 당연한 일이다. 그런 생각이 자꾸 든다고 해서 성격이나 인격이 나쁜 사람인 건 아니다. 다만 이걸 다스리는 방법을 교육받을 기회가 있었나, 얼마만큼 연습했느냐에 따라 달라지는 것이다.
유튜브에서 ‘어쨌든 참선TV’ 채널을 시작했다. 어떤 콘텐츠를 다룰 예정인가.
질문을 받아 구독자들이 필요로 하는 부분에 대한 참선법을 알려줄 예정이다. 내가 가르치고 싶은 내용을 다루는 영상이 아니라, 사람들이 참선에 대해 궁금해 하는 것을 알려주는 채널이 됐으면 한다.
부정적 감정, 인격이 아닌 교육의 문제다
어디에도 소속되지 않고 참선을 알리며 수행하는 현재의 마음은 어떤가?
더 자연스럽고 편안하다. 사람들은 성직자에게 기대하는 바가 있기 때문에 그 기대에 조금이라도 벗어나면 실망을 하게 된다. 스님의 신분으로 참선을 말할 때는 내가 종교의 대변인이라는 생각에 부담감이 많았다. 지금은 참선에 대해 더 솔직하게 이야기할 수 있고, 어디에도 속해 있지 않기 때문에 나의 이야기가 더 많은 이에게 신뢰를 줄 수 있을 것이라 생각한다.
하루 중 집중해서 참선하는 시간이 있나.
특별한 일이 없다면 아침, 저녁으로 매일 한다. 더 하고 싶다. 늘 더 하려고 노력한다.
안정된 미래를 박차고 나왔기 때문에 불안한 마음도 클 것이다.
당연히 불안하지만 이게 자연스러운 것이다. ‘불안감은 수행의 엔진이다’라는 말이 있다. 모든 종류의 불안은 내가 이것을 감당하지 못해서 죽을까봐 일어나는 마음의 작용이다. 따라서 살아있으니 불안감이 드는 게 당연한 것이다. 불교식으로 말하면 우리는 생로병사의 과정 안에 갇혀있으니 말이다. 미래가 불확실하니 겁이 나고, 때로 문제가 풀리지 않으면 화도 난다. 그런데 화의 기운은 그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생긴 에너지라고 생각한다. 참선을 통해 그 에너지를 올바르게 쓰면 되는 것이다. 나는 불안하기에 오히려 올바른 방향으로 가고 있다고 생각한다. 너무 편하면 무언가 잘못됐다고 느낄 것이다.
기쁘거나 즐거운, 긍정적인 감정으로 마음이 들뜨는 것도 경계하는 편인가?
좋을 땐 그냥 좋다. 나는 단순하다. 표정관리도 잘 못하고, 즐거운 일이 있으면 어린 아이같이 웃고 좋아한다.
환속 후 요가를 배우고 있다고. 요가의 어떤 점이 매력적이었나.
처음에는 허리가 안 좋아서 치료를 목적으로 배우기 시작했다. 그런데 과학적으로 몸이 이완되는 자세를 이해하게 되고, 호흡법도 더 정확하게 배우기 때문에 참선을 이바지하는 데 있어 정말 좋았다. 요가를 하면 참선이 더 쉬워진다. 구체적인 자세를 연습할 수 있기 때문이다. 참선은 허리를 펴고 앉는 것 외에는 특별한 자세를 배우지 않기 때문에 막연하게 느껴질 수 있다. 이런 점에서 요가는 나에게 무척 유용하고 고마운 운동이다.
앞으로는 어떤 활동을 할 계획인가?
구체적인 계획은 없고, 절에 있을 때와 똑같다. 계속 참선을 하고, 참선을 알릴 것이다. 또 2월에는 참선을 어떻게 하는지 구체적으로 알려주는 매뉴얼 책 『어쨌든 참선』이 출간될 예정이다. 어떤 면에 있어서는 참선 1?2권보다 훨씬 중요할지 모른다. 참선 하는 방법을 자세히 알려주고, 체계적으로 생활에 적용하는 기술을 담았기 때문이다. 시험에서 긴장하지 않고 싶을 때, 프레젠테이션을 할 때 등 세부적인 상황을 나누어 참선으로 도움을 받을 수 있는 방법을 알려준다. 참선을 하는데 유용한 참고서가 되길 바란다.
앞으로 참선을 접할 독자들에게 전하고 싶은 이야기가 있다면.
불행하고, 외롭고, 좌절하게 되는 마음의 어려움은 방법만 알면 반드시 벗어날 수 있으니 포기하지 않았으면 한다. 부정적인 생각과 감정이 드는 건 인격의 문제가 아니라 교육의 문제라고 생각한다. 마음을 다스리는 방법을 알고, 연습하면 누구나 자신의 마음가짐과 생활을 바꾸고 향상할 수 있을 것이다.
* 초보자가 일상생활 속에서 할 수 있는 활구참선법
학교, 직장, 심지어 대중교통 안에서도 참선을 할 수 있다. 스트레스와 불안으로 괴로운 순간, 그 자리에서 곧장 다음의 방법을 따라하면 된다.
* 자세
- 먼저 의자에 앉아 있다면 상체를 등받이에 기대지 말고 의자 좌석 중앙에 엉덩이를 대고 허리를 곧게 편다.
- 두 발은 바닥에 붙이고 무릎이 직각이 되게 한 뒤, 다리를 골반 넓이로 벌린 다음 몸이 의자가 된 듯 발목과 무릎, 무릎과 상체가 모두 수직이 되게 한다.
- 등을 곧게 펴고 앉은 뒤 양쪽 어깨를 귀까지 바짝 들어올렸다가 툭 떨어뜨린다. 이때 턱을 살짝 당겨 정수리가 천장을 향하게 하면 척추가 곧게 펴진다.
- 오른손을 펴서 손바닥 가장자리를 아랫배(단전)에 대고 그대로 편안하게 넓적다리 위로 내린 뒤, 그 위에 왼손을 얹고 양쪽 엄지를 맞대 둥근 무지개 모양을 만든다.
- 눈은 감지 말고 편안하게 뜬 상태로 정면을 바라보면, 턱을 당겼기 때문에 시선이 전방 2,3미터 바닥을 향할 것이다.
- 혀끝을 윗니 뒤쪽 입천장에 살짝 대고 몸의 긴장을 푼다.
* 호흡
- 자세가 편안해지면 복식호흡을 시작한다. 먼저 2,3초간 길고 부드럽게 코로 숨을 들이쉰다.
- 코로 숨을 들이쉴 때 마치 공기가 배에 채워지는 것처럼 아랫배를 부드럽게 내밀어보자. 이때 들이쉬는 공기가 배꼽에서 6센티미터쯤 아래 지점까지 쭉 내려간다고 상상해보자.
- 배에 공기가 80퍼센트쯤 채워졌다고 느껴지면 그 상태로 2,3초간 숨을 참다가, 숨을 들이실 때보다 더 길게(약 3,4초) 코로 숨을 내쉰다. 이때 아랫배를 안으로 끌어당긴다.
- 숨을 내쉴 땐 배꼽을 척추 쪽으로 끌어당겨 아랫배에 들어 있는 풍선의 바람이 빠져나간다고 상상해 보자.
* “이뭣고?” 화두 들기
- 바른 자세로 복식 호흡을 하면서 “이뭣고?”라고 스스로에게 질문한다. 숨을 들이마시고 잠시 멈췄다가 내쉬면서 “이뭣고?”하면 된다.
- 이때 “이뭣고?”는 ‘내 몸을 움직이게 만드는 이것이 무엇인가?’ ‘내가 어떤 생각을 떠올릴 때 내 안의 또는 내 의식 속의 무엇이 그 생각을 만드는가?’ ‘생각을 만드는 이것은 무엇인가?’라는 뜻이다.
- “이뭣고?”를 할 때 마지막 음절인 ‘고’를 숨이 다할 때까지 길게 끌어준다. 다시 한 번 숨을 들이마시고 잠시 멈췄다 내쉬며 “이뭣고?” 한다.
- 이때 음절은 중요하지 않다. 질문을 던지는 순간 얼마나 간절하고 진실한 마음인가가 중요하다. 자신의 의식을 깨워 살아있는 질문이 되도록 해야 한다. 익숙해질 때까지 소리 내서 연습해보자.
『참선1』 중에서
참선 1테오도르 준 박 저/구미화 역 | 나무의마음
사람이 인간답게 살아가고 사회가 온전히 기능하려면 꼭 필요한데도 학교에서는 배울 수 없는 그 위험한 공백을 메우기 위한 책이다. 참선을 ‘행복으로 가는 새로운 공식’이라 표현한다.